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모두가 친구 8
메네나 코틴 지음, 유 아가다 옮김, 로사나 파리아 그림 / 고래이야기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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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까맣다.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라...가 아니라 까만 건 종이요 하얀 건 글씨다. 옆으로 길쭉한 책에 색이라곤 두 가지 밖에 없다. 처음에 책을 본 것이 밤이라 그런지 오른쪽에 있는 그림만 보았다. 그런데 책을 본 아이가 점자 글씨도 있네라며 혼자말을 한다. 그제서야 알았다. 하얀 글씨 위쪽에 점자가 있었다는 걸...

이책이 나오기 전부터 시각 장애인과 함께 보는 책을 만들고 있다는 얘길 들었던 터라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보니 느낌이 새롭다. 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그림에서는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빨간 딸기를 이야기하지만 올록볼록한 딸기가 까만색으로 그려져 있다. 색깔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감각, 즉 청각이나 후각, 촉각 등을 함께 이야기한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글 자체가 하나의 시 같은 느낌이 든다.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며 읽다 보면 마지막에 나오는 '볼 수는 없지만 모든 색을 좋아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전에 창비에서 나온 점자책은 점자가 확실했는데 이 책은 그렇질 못하다. 한 장에 양면으로 에폭시 인쇄를 하느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아무래도 단가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그래서인지 아쉽다기 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더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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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이 너무 많아 다림창작동화 5
김리리 지음, 한지예 그림 / 다림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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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나서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한 팀이 되어 펴낸 많은 책 중 한 권이 책꽂이에 있었다. 그 책을 보더니 이제 6학년인 큰 아이가 자기가 엄청 많이 읽었던 책이란다. 그랬나? 난 몰랐는데. 이슬비 이야기 두 번째인 그 책(<멋진 누나가 될 거야>)이 누나인 자신과 똑같아서 그랬나보다. 그러더니 이 책도 냉큼 집어든다. 그날 저녁 난 모처럼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는 인심을 썼다.

아이들이 지금도 가끔 내게 물어본다. 엄만 어렸을 때 꿈이 뭐였냐고. 그리고 지금도 꿈이 있냐고. 물론 어렸을 때 특별한 나만의 꿈을 챙기지는 않았다. 그냥 주위에서 하는 이야기나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남에게 이야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글쎄. 있지만 멀고 힘든 길 같아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다음엔 내가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둘째는 가끔 바뀌긴 하지만 과학자라 하고 큰 아이는 수없이 바뀌어서 작가라고 하는데 아직도 바뀔 가능성이 농후하다.

2학년짜리에게 꿈이라는 게 무슨 의미일까. 그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꿈이라기 보다는 아직은 많은 꿈을 꾸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시기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러기에 슬비도 보는 것마다 혹 하는 것일 게다. 우리 아이도 한때는 미용사가 꿈이었던 적도 있다. 한때는 콘도에서 청소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한 적도 있다. 그때 남편이 얼마나 애를 뭐라고 했던지... 아마 슬비 엄마도 그때의 남편과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러기에 속물처럼 보이지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슬비 엄마의 모습을 보면 요즘 엄마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솔직히 드러내 놓았느냐 아니면 속으론 그래도 겉으로는 꾹 참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 마음 속으로는 모두 똑같을 것이다.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면서 이것저것 따지고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게 바로 어른들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순수했던 아이들도 차차 커가면서 그런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슬비는 엄마가 써 준 글짓기가 마음에 걸려 결국은 몰래 자신이 직접 써서 내는 올바른 마음을 갖고 있으니 다행이다.

흔히 저학년 동화가 고학년 동화보다 쓰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저학년 대상 동화는 자칫하면 유치하고 억지스러운 면이 겉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은 현실을 은근히 꼬집으면서도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경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학년 동화에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빗나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 자칫 가치관에 혼란이 생길 수 있기에 올바른(흔히 말하는 도덕적인) 결론이어야 한단다. 그러나 그럴 경우 까딱하면 의도가 뻔히 드러나 도덕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중간 지점을 잘 택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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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조선사 - 역사의 새로운 재미를 열어주는 조선의 재구성
최형국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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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이렇게 역사에 대해 관심이 가고 흥미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책을 이것저것 읽다보니 조금씩 연결되는 부분도 있고 전혀 몰랐던 걸 아는 재미에 빠져있다. 특히 주류에 속한 이야기보다는 거기에서 약간 벗어난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아마도 주류에 속한 이야기는 학교에서 지루하게 배웠던 것들이고 딱딱하며 경직된 느낌의 역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원래 야사가 더 재미있고 그럴 듯한 것이 사람냄새가 느껴지는 법이니까.

이번에도 역시나 주류에서 약간 벗어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왕을 중심으로 한 역사도 아니고 이름 난 인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도 아닌 그야말로 인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이다. 물론 여기서도 왕을 다루긴 하지만 그건 왕의 정치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기 보다 한 인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렇기에 불꽃놀이에 빠진 성종에게 신하들이 간곡히 그만둘 것을 권유해도 온갖 궁색한 이유(이유라기 보다는 어거지에 가깝다.)를 들어가며 결국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임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가 관대하게 접근을 해서인지 그런 임금이 독선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애교(?)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사람들은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일종의 환상과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특히 조선 시대의 생활에 대한 정보는 책에서도 얻지만 그들의 말이나 행동 등 동적인 정보는 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얻은 정보를 얻는다. 그래서인지 거기서 다루지 않는 것들은 생각할 수가 없다. 누군가가 '이랬단다'라고 이야기해 주어야 그제서야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사에서도 조폭이 있었으며 바다에 표류하다가 다른 나나로 가서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사람도 있으며(당연한데 왜 지금까진 생각을 못했을까. 탐험이나 바닷길에 대한 이야기는 지나치게 서구의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우리의 상황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나보다.) UFO 비슷한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있단다. 과연 역사에 기록된 UFO와 비슷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다.

특히 저자가 무예24기 시범단장으로 활동하고 있어서인지 무예에 대한 내용에서는 신나서 설명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열정도 함께 느껴진다. 많은 그림자료들을 제공하고 있어서 글 뿐만 아니라 그림 보는 재미도 한몫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야기가 정확한 사료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측형 문체가 많아서인지 정말 그랬구나라는 생각을 하진 못하겠다. 때로는 좀 더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추론을 하길 바라며 읽었으나 마지막 결론은 명확하질 못했다. 그래서 원래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 새로운 상식을 얻는 기쁨을 만끽하게 되는데 이 책은 읽고 나서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남는다. 그냥 아니면 말고 식의 문체는 지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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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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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창 영어를 배울때, 아니 내가 한창 영어에 관심이 있을 때 영어로 된 사전도 사고 단어가 그림으로 나와 있는 책도 사곤 했었다. 그러나 그걸 얼마나 활용했느냐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글쎄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영어라는 것은 단순히 한때의 관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얼마전에 큰 아이가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는데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니 사전을 찾아가며 더디게 읽더니 하는 말, 자기가 이렇게 모르는 단어가 많을 줄 몰랐단다. 이제 6학년이니 그동안 학원은 안 다녔어도 공부를 한 게 몇 년인데 정작 단어는 그다지 많이 외우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둘째는 그런 시행착오를 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에 그동안 장식용이었던 책을 꺼내 읽혔다. 그리고 내친 김에 이 책도 펼쳐 들었다.

우리말도 단어를 많이 알아야 어휘가 풍부해서 글을 쓰든 책을 읽든 지식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듯이 영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무작정 외우게 하는 것이 싫어서 지켜보기만 했다. 헌데 점점 학년이 올라가니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번 시험해 볼 겸 아무 곳이나 펴놓고 읽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의외로 잘 읽는다. 어떤 경우는 대충 맞춰서 읽는 것이고 어느 경우는 한글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에 해당하는 아는 영어를 말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내딴에는 흐뭇했다.

무작정 단어를 외우기보다 주제별로 묶어서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보니 외우는데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다. 처음엔 이 책을 외국인이 영어를 배우기 쉽도록 하기 위해 만든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자국의 어린이들에게 낱말 공부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우리도 한글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이런 식으로 하던가.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런 방식의 책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도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책이 처음 나온 것이 1963년이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책이라고. 아마도 그림이 부드럽고 아기자기해서 그런가보다. 영어를 외국어로 접근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도 자꾸 들여다보고 읽다보면 단어가 저절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같은 주제로 묶어 놓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아이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주제는 다 들어있다. 따라서 단어도 아이들 수준의 낱말은 거의 다 있는 셈이다. 음, 우리도 이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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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가 들려주는 백범 일지
이경순 지음, 송준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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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뉴라이트 진영에서 새로 쓴 역사 교과서가 발표되었다. 그런 역사서를 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 때부터 논란이 많았는데 결국은 나왔단다. 어차피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한 가지 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변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많은 논란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다. 아무래도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며 환호하는 현재의 시점과 무관하진 않아 보인다. 

그들이 달리 해석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김구에 대한 평가였다. 지금까지는 이승만에 대해 비판적이고 김구에게 우호적이었던 반면 뉴라이트 진영에서 펴낸 역사책에서는 그와 정반대의 견해를 내놓았다. 요즘 이승만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김구에 대한 평가를 깎아야만 했을까. 대척점에 있는 상대를 내려야만 내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읽어야 할 책이 바로 김구의 <백범일지>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제대로 읽진 않았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읽었다고 착각할 정도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딱히 계기가 없었던 탓도 있다. 그러고보니 외국 인물에 대한 것은 잘도 찾아 읽으면서 정작 읽어야 할 것은 읽지 않았다는 마음이 들긴 한다. 그래도 이렇게 읽었으니 다행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 내용도 길지 않고, 이 시리즈의 특성상 김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방식이어서 잘 넘어간다.

워낙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기에 대략적인 사건만을 기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의 삶을 알아보고 그의 마음을 알아보기엔 충분한 내용이었다. 짧게 고문을 당했다거나 형무소에서 살았다고 나와있지만 그 시간이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결국은 독립을 맞았으니 다행이다. 물론 독립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백범에게는 오히려 죽음으로 가는 길이 되었지만. 그들이 상해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독립 후에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개인의 잘못이라기 보다 상황에 따른 원인이 컸을 것이다.

책 내용에서 1945년 8월 7일에 미국과 비밀공작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 즈음이라면 이미 일본과 한국의 식민지배에 대한 협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협상이라기보다 일본이 미국에게 한국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미국이 들어주지 않고 결국은 원자폭탄을 떨어트린 것이고. 그렇다면 미국은 한쪽에선 일본과 협상하고 한쪽에선 임시 정부와 협상한 셈이다. 즉 김구도 미국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단지 공산권이었던 중국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거슬렸을 뿐이겠지. 이것이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이야기를 나름대로 짜맞춰 본 내 결론이다. 어찌 되었든 김구라는 인물이 우리의 자주적인 독립을 진정 바라고 있었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그가 서거한 지 6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가 원하던 세상에 얼마나 근접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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