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100! 세계사 퀴즈 - 세계사가 어려워?
성미애 외 글, 이지희 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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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고 하면 우선 겁부터 난다. 워낙 그쪽에 대해, 특히 현대를 제외한 시대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보니 그럴 수밖에. 그나마 요즘은 세계사를 모르면 도저히 다른 지식들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살펴보던 중이다.하지만 이제 겨우 한국사에 대해 배우면서 어려워하는 초등학생에게 세계사는 무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중학교 가서 배우면 더 어려울 테고... 그렇다면 최선의 방법은 쉬운 책으로 조금씩 접근하도록 하는 것일 게다. 이 책처럼 재미있으면서도 쉬운 책으로 말이다.

아이들은 퀴즈를 무척 좋아한다. 총 100개의 문제가 있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비슷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으로써 설명은 충분한 셈이다. 또한 문제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무작정 단답형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요즘 아이들의 생활에 맞게 조금씩 바꿔서 재미있게 꾸며 놓았다. 물론 처음엔 혼란스런 구조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몇 장 넘겨 보니 적응이 된다.

그리고 중간에 들어 있는 '끼어들기 한국사' 부분에서는 서양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때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땠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어서 서로 연결하며 읽을 수 있다. 분량이 약간 적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무조건 한쪽의 역사만 들여다보는 것보다 같이 횡으로 연결해서 보는 것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초등학생은 아직 세계사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럴 때 이런 책으로 간단한 흥미를 유도하고 굵직굵직한 사건을 위주로 이야기처럼 알게 한다면 후에 더 자세한 세계사를 배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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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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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전혀 관심이 없다가도 다른 어떤 것과 연관되어 있다던가 어디선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관심이 생기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 책도 그냥 소설인가보다라며 별 생각없이 표지를 들여다 보았었다. 그러면서 상당한 두께 때문에 일단 마음을 잡은 후에 읽으려고 꽂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사지의 영화 소개 코너에서 동일한 제목의 영화를 소개한 글을 보았다. 아, 이게 그거네. 그리곤 갑자기 관심이 증폭했다. 그쯤되면 두께는 더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물론 책으로 있는 것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무조건 그 책에 관심을 갖진 않는다. 그러나 이번엔 관심이 갔다. 아마도 잘 모르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는 이 책 중간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외부 사람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소련과 미국의 침략을 받은 것과 내전으로 아직도 정세가 안정되지 않았다는 정도? 또 그림책에서 보았듯이 당나귀에 여러 가지 과일을 싣고 다니며 판다는 정도. 하긴 그림책에서 본 그에 관한 내용도 그냥 전쟁으로 인한 궁핍함을 상대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설정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별 느낌 없이 보았던 내용이었으나 아미르가 과거를 회상하는 부분에서 당나귀에 과일을 팔러 다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퍼뜩 연결지어진 것이긴 하다. 많은 서구인들이 아직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듯이 우리도 중동지역에 대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그들이 이런 문화적인 생활을 누렸단 말이야라는 놀라움을 계속 느껴야만 했으니까.

아랍인들에 대해선 아직도 많은 부분 이해를 못하고 때론 오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 종족에 대해 예민한 걸까. 또 종교에 대해 왜 그리 엄격한 걸까. 어쩌면 아미르가 미국에서 보내며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자신의 조국을 보고 비평했듯이 나 또한 그들을 그 잣대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종족은 우월한 위치에 있고 어느 종족은 애초부터 동등한 삶을 누릴 가치가 없었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그들의 인식은 대체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왜 그들은 그것을 깰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그들은, 그들의 종교인 이슬람은 굉장히 보수적이며 불평등한 것이라는데 이르고 만다. 요즘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하고 있음에도 아직 완전히 아니다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처음부터 신분의 차이로 맺어진 하산과 아미르. 아미르 태어나서 처음 말을 배운 것이 바바인 반면 하산은 아미르였다는 데서도 둘의 관계가 보이는 듯하다. 아미르는 끊임없이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냉정한 아버지는 그 사랑을 듬뿍 안겨주지 않는다. 어쩌면 아미르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면 그처럼 비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아버지가 하산을 대하는 태도에서 묘한 질투심과 경쟁심을 느끼는 아미르.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또 그 돌이킬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상당한 시간을 괴로움에서 보내야만 했던 아미르. 그러나 아미르가 그토록 해바라기처럼 바바만을 바라보는데도 바바가 온전히 아미르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 아니 어쩌면 사랑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이해하게 된다. 아미르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부유한 생활을 하던 나라를 떠나 미국으로 가서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아미르는 진정 아버지의 정을 느낀다. 실은 나도 그처럼 냉정했던 바바가 아미르를 위해 그토록 헌신하는 모습을 보곤 적잖이 놀랐다. 그게 바로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일까. 어쩌면 그런 생활을 했었기에 후에 아버지에 대한 굉장한 사실(거의 배신감이 들 정도의)을 알았을 때도 심한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대개의 사람이라면 그런 엄청난 사실 앞에서 무척 괴로웠을 텐데. 하긴 어쩌면 아미르는 어려서부터 유모가 했다는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사람에게는 형제애가 흐르는 법'이라는 말을 본능적으로 진실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랬기에 후에 진짜 그랬다는 것을 알고서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처음엔 자신의 비겁함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고 지내는 아미르에 온 마음을 쏟으며 읽었는데 중반에서는 자존심 강한 사람이 그렇듯 물질적 어려움보다 정신적 공허함 때문에 괴로워하는 미국에서의 생활에서는 앞서의 그 죄책감이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목숨을 걸고 조카를 데리고 나오는 장면이 주를 이루고 있어 한 가지의 마음으로 책을 대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마음속에 숨겨둔 비겁한 진실이 연결 고리가 되어 모든 일을 겪게 된 것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지만 순간마다 하나의 마음으로 읽지는 못했다. 그건 그렇고 차마 영화는 보질 못할 것 같다. 하산이 불쌍하고 소랍이 안쓰럽고 바바가 측은해서, 그리고 아세프가 너무 미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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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롤리팝, 말괄량이 길들이기 보림어린이문고
딕 킹 스미스 글, 질 바튼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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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제목이다. 그런데 저자가 아니다. 뭘까. 알고 봤더니 제목에 '레이디 롤리팝'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그러니까 셰익스피어의 그 책과는 전혀 다른 책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직접 동물을 길렀기 때문인지 동물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썼다고 한다. 또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하긴 무엇이든 작가가 경험한 일이 소재로 가장 많이 등장하곤 한다. 작가가 동물을 기르고 좋아하니 당연한 것일 게다.

옛날 옛날 먼 먼 나라라는 부정확한 시간과 장소로 시작을 함으로써 후에 있게 될 많은 사실들에 딴지를 못 걸게 만든다. 대개 옛이야기 형식을 빌려 쓰는 것들은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것이 있느냐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냥 옛날에는 그랬단다라고 하면 되니까. 어쩌면 그래서 현대에 읽는, 현대의 상황을 빗댄 것 같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가도 그저 옛날에 있었던 어느 공주에 대한 유쾌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주 말괄량이다 못해 버릇없고 제멋대로인 공주 페넬로페. 아무도 못 말리는 응석꾸러기라고 할 정도로 막무가내다. 공주를 그렇게 만든 건 다름아닌 그들의 부모다. 하지만 공주이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용서가 된다. 남에 대해 생각하는 법이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기에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그런 공주에게 뜻밖의 일이 생긴다. 여덟 살 생일 선물로 돼지를 키우게 됐는데 그 돼지의 원래 주인인 조니를 통해 남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보통의 어린이책에서라면 공주가 버릇 없는 것을 탓하거나 아니면 최악의 경우 그들의 부모가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아서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만들곤 하는데 여기 나오는 왕과 왕비는 그 어떤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왕은 왕대로 공주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고민하고 조니는 조니대로 공주의 비위를 맞추면서 서서히 자신의 의도대로 만드니까. 그렇다고 옳은 말도 못 하는 비겁한 인물은 아니다.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상대에게 고개를 숙일 때와 강하게 나갈 때를 아는 현명한 소년이다.

이야기 전개가 때론 터무니 없게 전개되기도 하지만(돼지가 장미밭을 일구자 그렇게도 집안에서 돼지 키우는 것을 반대했던 왕비가 완전히 돌아서는 모습 등) 그런 모든 것들을 옛날에 있었던 일이니까라는 말로 넘길 수 있게 미리 장치해 놓았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 있다. 공주는 아직도 자기가 원하는 것이면 어떻게든 해야 직성이 풀리지만 그것을 관철시키는 방법이 많이 바뀌었다. 무조건 떼 쓰고 소리지르는 것에서 남을 설득하는 것으로 말이다. 페넬로페의 표정 그림도 확실히 변했다. 이전에는 심술궂은 표정이었다면 이젠 사랑스러운 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요즘의 버릇없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아이들을 겨냥해서 쓴 책일지 모르지만 그런 숨은 의도보다는 그냥 가족의 사랑과 아이들의 유쾌한 행동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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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액션! 우리 같이 영화 찍자
김경화 지음, 정우열 그림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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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책을 봐 오면서 이런 어린이책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많은 분야에서 지식 정보 책들이 있는데 왜 영화에 대한 책은 생각하지도 않았을까. 아마도 내가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 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 우선일 테고 그 다음은 어린이들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런지. 고등학생 정도 되면 동아리를 만들어서 영화를 찍기도 한다는데 초등학생들에게는 가능성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원인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신선한 책이다.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쓸까를 궁금해하긴 했지만 아직 문학에 깊이 발을 들여 놓지 못해 오로지 동화나 소설 같은 일반적인 글로 된 책만 읽을 뿐이다. 심지어 지금까지 시나리오 형태로 된 책은 어린이책 단 한 권 읽었을 뿐이다. 동시나 시도 즐기지 않는데 그보다 더 희귀한 것은 말해 뭣하랴. 모르면 아예 궁금하지도 않는 법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영화를 찍는 기술적인 면이나 기타 세분화된 분야는 차치하고라도 시나리오 형식으로 된 책이라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화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영화를 찍기 위해 필요한 것을 세세히 알려주고 거기다 직접 해볼 수 있는 실험이나 놀이도 알려주고 있으니 참 좋다. 목차를 구분한 것도 보면 레디 편에서는 영화의 기본적인 상식을 알려주고 액션 편에서는 직접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작가가 직접 만들었던 것을 예로 들며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생소한 것들인데도 이해가 잘 된다. 이야기도 쉽게 쉽게 풀어준다. 그중 스토리보드에 대한 설명을 보니 이것만 있으면 따로 영화를 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것은 그저 클래퍼(정확한 명칭도 여기서 처음 알았다.)를 딱 치는 장면 뿐이었는데. 이래저래 많이 배운다. 앗, 그런데 장소협조가 화성 금곡초등학교란다. 이거 우리 동네 이웃인 동탄에 있는 초등학교인데. 이래서 또 갑자기 친근감이 느껴진다. 나랑은 아무 상관없는 사실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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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바라 괴물의 날
장자화 지음, 전수정 옮김, 나오미양 그림 / 사계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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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임에서 우리 환상동화책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마침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할아버지의 뒤주>를 읽고 한 토론이었는데 처음엔 우리의 판타지도 이만큼 수준이 되었구나라고 감탄했다가 외국의 다른 작가의 책을 읽고는 '아직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외국의 분위기에 비해 우리의 판타지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외국이라 함은 은연중에 서구를 의미하는 것으로 되어 버렸다. 그러니 동양권에서는 아직 그 정도로 성숙한 판타지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을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을 읽으면서였다. 물론 일본의 판타지도 발전했지만 그들의 판타지는 완전한 상상의 세계라기 보다 현실 도피처로서의 판타지 성격이 짙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작가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기에 지금까지 읽었던 몇 편의 판타지 소설을 생각하며 한 말이니 틀릴 수도 있겠지만...

표제작인 [하라바라 괴물의 날]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짤막한 네 편이 있는 단편집이다. 그런데 처음 이야기를 읽을 때부터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판타지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처음 작가 이름을 보고 그냥 신인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타이완 사람이란다. 그렇기에 위에서 동양 운운한 것이다. 그 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판타지가 있단 말인가하고. 인간이 사는 세상과 똑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혀 다르지도 않은 세계를 그리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둘을 충족시키고 있다. 처음 이야기에서 제이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기한 나무 빌딩으로 휴가를 간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뭔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거기에 대해 많이 신경쓰진 않았다. 그런데 제이가 우연히 내렸다가 기차를 놓치게 된 마을에서는 정말 환상적인 일들을 겪는다. 그러나 가만히 제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가 사는 세상도 현재 우리가 사는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환상적인 나라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하마인형이 사람의 명령에 따라 웃기도 하고 입을 벌리기도 하니 말이다.

이렇듯 제이가 잘못 들른 마을이 환상적인 것인지 아니면 원래 제이가 살고 있는 곳이 전부 환상적인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독자는 점점 그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제이가 자신이 속한 세상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오히려 하라바라 괴물의 날 축제가 열리는 마을을 이상하게 생각하니 독자로서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내가 보기엔 전부 이상한데... 그래도 전혀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해서 간신히 빠져나왔고, 제이의 세상에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 즈음이면 독자도 안심한다. 아, 하라바라 괴물의 날에 고초를 겪었던 일이 다 헛고생은 아니었구나 하면서. 그러나 마지막 문단은 독자를 다시 환상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는 알게 된다. 아, 제이가 사는 세상은 다 이상한 것이구나. 서로 연결되어 있던 것이고...

맞다. 모든 이야기가 조금씩은 연결이 되어 있다. 다만 한 가닥 가느다란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아무런 영향을 주고 받지 못할 뿐이다. 전혀 독립된 것 같으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전혀 있을 수 없는 나라를 그리면서도 유치하지 않고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 그러나 명확히 결론 내리지 못하는 이 기분... 그게 바로 이 책을 읽은 후의 종합적인 내 느낌이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마지막 이야기의 경우 주인공 혼자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너무 길어서(중간의 [눈을 감은 다음에]도 그렇다.) 환상적인 제재였음에도 몰입하는데는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읽고 나면 판타지 동화란 이런 것이구나를 새삼 느끼기도 한다. 처음 이야기에서 제이가 어느 곳으로 기차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마지막 휴양지>가 생각나기도 했고 개구리가 기찻길을 점령했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데이비드 위즈너의 <이상한 화요일>이 먼저 그려졌다. 아무래도 환상책을 너무 많이 봤고 너무 좋아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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