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마음에 세계지도를 걸어라 - 제이솔 학부모 핸드북 첫번째
오경숙 지음 / 제이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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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름대로 확고한 육아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괜한 고집은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교육방법을 접하면 불안한 경우가 적지 않다. 어제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5학년짜리 아이를 특목고를 보내기 위해 영어와 수학에 집중해서 학원을 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내게도 특목고를 보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한다. 글쎄, 난 아직 특별히 어디를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없다. 만약 나중에 아이가 잘 해서 그쪽으로 갈 실력이 되고 원한다면 보내겠지만 지금부터 고생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아이가 학원 다니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리고 아이의 공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주위의 그런 이야기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러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내 생각과 일치하는 그런 사람을 만났다. 바로 이 책의 저자다. 물론 저자는 아이가 이미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고 원하는 일을 할 기회를 잡았으니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아이를 키우는 방법 등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일치한다. 일일이 아이를 원격조정해 가면서 키우면 좋은 대학에 갈 수는 있을지언정 성인이 되어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게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책 속의 이야기들이 어쩜 그리 공감이 되고 위안이 되는지...

유치원 때부터 편협하거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교육이 아니라 열려 있는, 그리고 소통하는 교육을 한다면 분명 그 아이들은 자라서도 자신의 길을 알아서 찾아가리라 본다. 이런 유치원 교육을 하는 곳이 소위 말하는 교육열이 높다는 신도시에 있다는 점에 약간 좌절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교육자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나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그 대신 많은 여행을 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이젠 서서히 외국여행도 시도해 보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니 힘이 된다. 그래도 외국어 부분 등 몇몇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내 고집대로 하려고 했던 점이 드러났다. 저자는 편견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자신이라고 강조하던데 그 글을 읽으니 번쩍하는 느낌이다. 그래, 편견을 버리자. 모두들 지나치게 영어와 수학에 올인하는 세태를 보며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마음이 참 편안하다. 또 자신감도 얻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내 편견이나 고집을 조금씩 고쳐가면서 아이를 키우면 되겠지. 아이를 돈 잘 버는 사람으로 키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으로 키우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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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쟁이 나나 모두가 친구 10
치엔 인 지음, 임지영 옮김 / 고래이야기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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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동생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혼자이다시피했다. 그리도 지금의 내 아이들은 동성이 아닌 이성이라 동생이 큰 아이를 따라하려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주위의 동성 형제들을 보면 그런 경우가 많다. 특히 언니 친구들이 왔을 때 동생을 끼워주지 않으면(대개는 그러니까) 동생은 더 쫓아다니며 훼방을 놓곤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나나가 보기에 언니는 무엇이든 잘 하는 만능재주꾼이다. 그림도 잘 그리고 요리도 잘 하고... 그러나 무엇보다 더욱 부러운 때는 언니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다. 지금까지 평범했던 집이 신기한 세상으로 변하니까. 거실에서 언니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나나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부러움이 그대로 나타난다. 특히 한쪽 구석으로 치우쳐서 작게 그려진 나나의 모습에서는 소외감이 드러난다. 물론 언니들이 끼워줄 때도 있다. 말 잘 듣는 조수가 필요하거나 친구 중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역할이 있는 경우에 말이다. 그 때의 나나 표정이란.

결국 언니가 만든 팬케이크를 칭찬하는 모습을 본 나나는 자신도 만들기로 한다. 주방을 온통 난장판으로 만들고 자기 머리도 엉망으로 만들면서까지 열심히 만들었는데,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니 오히려 식탁 밑으로 숨을 만큼 형편없다는 소릴 듣는다. 그러나 이웃집 아주머니의 한 마디에 용기를 얻은 나나는 이제 더이상 언니들을 따라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기만의 놀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옆집에 나나보다 어린 여자아이가 이사오면서 이젠 나나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언니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특히 마지막 장면은 웃음을 머금게 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일 것이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소재를 가지고도 참 재미있게 풀어낸 글과 그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풍부한 표정의 나나를 보면 지금 나나의 마음이 어떤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그림을 따라가며 보는 재미 또한 톡톡히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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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이야기 - 1948 제헌선거에서 2007 대선까지
서중석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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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부터 시작된 무력감과 두통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모두가 예상했던 것이기에 어느 정도 포기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변하진 않는 것 같다. 그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하는 결과가 되어 거의 포기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운하에 대해 여당 의원들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많다는 보도였다. 휴, 정말 다행이다. 물론 그들이 당장의 인기나 여론에 못이겨 그런 의견을 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인식에 조금이나마 희망을 걸어본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인들은 참 묘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특히 우리의 상황은 그 어느 나라보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을 때 가장 혐오하는 직업이 정치인이라는 답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되고 싶은 것 또한 정치인이라고 한다. 그런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는 것을 몇 년 전에 본 기억이 난다. 권력은 마약이라고 한다. 그 맛에 한번 빠지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다는 의미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정치인들이 번번이 그 약속을 깨고 다시 복귀하는 것을 수없이 봐 왔으니 그 말은 맞는 말일 게다. 그래도 그렇게 다시 나와서 결국은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어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렸으니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인지...

내가 암울했던 80년대를 어린 나이에 있었기에 그 이전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행보에 많이 분개했었다. 또한 국민의식이 형편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독재 시대를 그대로 감수했고 심지어 지금도 추앙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느꼈다. 아, 우리 국민은 결코 무지하거나 힘이 없는 민족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철통 같은 유신 독재하에서도 국민은 옳은 길을 택하려 노력했고 결국은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새로운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요즘 이승만에 대해 재평가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안다. 물론 긍정적인 면에 대한 평가를 의미한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승만에 대해 잘한 것 같지는 않는데 딱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었다. 그런데 이렇게 권력욕에 불타서 자신의 권력 외에는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그를 재평가한다는 것일까. 물론 여기서는 선거를 중심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가 한 일련의 정책이나 업적에 대한 것은 다루지 않았다고 해도 그가 펼친 정책이 국민을 위해서였다고 할 만한 것이 얼마나 될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에서 어느 한 인물이나 시대를 평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단순히 한 면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분야에 미친 영향을 따져 보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는 어느 한 시대를 평가함에 있어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특히 지금 당장 어렵다는 한 가지 사실에 치우쳐 다른 것은 보려하지 않는다. 경제성장을 모든 것에 우선시하는 요즘의 사회인식을 보면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민주화가 이루어진 상태에서 예전처럼 오로지 먹고 사는 것만을 만족시키기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해도 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이 생겼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이 취해왔던 방식을 보니 잘못 가고 있다고 판단되면 그 어느 상황에서도 역동적으로 일어나곤 했다. 그러기에 새 정부가 하는 정책에서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되는 일이 있다면 국민들이 그대로 놔두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물론 이번 대선과 총선으로 미루어 보건대 보수가 굉장한 활약을 했고 당분간은 그 여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하지만 그 조차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그럼으로써 내 두통도 사라지지 않을까. 저자가 후기에서 이야기한 대로 선거사에서 각별히 기억할 만한 활기와 유권자 의식을 보여준 경우가 많았다니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그러기에 거기에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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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자연사 박물관 미래그림책 10
에릭 로만 글 그림, 이지유 해설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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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림책을 무척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아이에게 읽어주기 위해 그림책을 선택했다가 이젠 내가 아이들보다 더 열광하는 매체가 되어 버렸다. 간략한 글과, 글을 단순히 보조하는 수단이 아니라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거기엔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글이 아예 없는 그림책은 어떨까. 당연히 훨씬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단지 책장을 넘긴다고 해서 그 많은 이야기들이 독자에게 말을 거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대화란 주고 받는 것을 의미하듯이 그림책을 볼 때도 독자가 책에 말을 걸어 가며 마음을 열고 바라볼 때에만 책도 독자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다 보여준다. 그렇지 않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절대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것이 그림책이며 그 중에서도 특히 글자 없는 그림책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 글 없는 그림책에 빠지는지도 모르겠다. 덮었던 책장을 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자연사 박물관이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자연사 박물관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었다. 겉표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룡의 눈과 얼굴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매력을 느낄 것이다. 어딘가 신비감이 느껴지는 것 같으니까.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첫 번째 그림이 나오는 장면은 벌써부터 특이한 모습을 보여준다. 창문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이다. 창틀로 나뉘어진 유리창 문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단순히 밖의 풍경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한 칸의 그림은 아래 칸의 그림과 시간차를 보여준다. 어떤 새가 나뭇가지에서 날아내려와 어느 집으로 향해 날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번개가 쳐서 으스스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심코 책장을 넘기면 각 장면이 연속된 것이라는 걸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나도 처음엔 그랬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제목이 나오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 한다. 박물관 안에서 공룡 뼈들만 앙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무심코 바라보는 새. 그 새는 박물관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여유를 부리고 있다. 날카로운 공룡 이빨 위에도 겁없이 앉아 있다. 그 눈망울은 얼마나 똘망똘망한지 모르겠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기 같은 눈동자다. 호기심에 가득차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는 모습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번개가 친다. 그 번개불 때문에 벽에는 무시무시한 그림자가 생긴다. 원래 공포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암시를 주는 번개. 과연 새에게는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일까. 화석처럼 굳어 있는 박물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만 혹 모르는 일 아닌가. 

그렇다. 만약 계속 새가 박물관을 돌아다니는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그림책이었다면 이처럼 재미있게 보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랬다면 칼데콧 아너 상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후엔 정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새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시간도 마치 새를 따라 흘러가는 듯하다. 왼쪽은 화석이 된 현재라면 점점 오른쪽으로는 책의 여백이 없어지며 색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어디 그 뿐인가. 공룡도 서서히 살을 갖추기 시작한다. 두 페이지 가득 공룡이 그려져 있고 왼쪽은 뼈만 앙상하게 있고 오른쪽은 완전히 살아있는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는 부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 <미이라>에서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영원한 생명을 원했던 악당이 다른 사람의 피와 살로 자신의 형태를 갖추어가는 모습이 연상된다. 좀 끔찍하긴 하지만.

그리고 그 다음엔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는 새와 익룡이 보인다. 하늘? 언제 하늘이 있었지. 분명 새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말이다. 이처럼 그림책에서 환상적 요소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훌륭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작은 새는 아무리 익룡이 쫓아와도 유유히 날기만 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자신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듯이. 하지만 새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이 아니다. 공룡이 갑자기 목을 드는  바람에 놀라서 방향을 바꾸다 그만 어느 무시무시한 공룡입으로 돌진하고 만다. 그 순간 작은 새의 표정은 또 어떤가. 그리고 이어진 그림. 푸르죽죽한 먹구름이 두 페이지 가득하고 공룡은 입을 다물었는데 거기엔 깃털이 날리고 있다. 그럼 작은 새는... 천방지축 날아다니더니만 결국 일을 내고 말았구나. 공허한 하늘이 그걸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도 아이들은 여기서 순간 멈칫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 장을 넘기면 탄성이 절로 난다. 아,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을 작가는 능청스럽게 빠져나가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니, 작은 새가 빠져나간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앞부분에서 왼쪽이 현재이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살아있는 과거였다면 이젠 반대로 왼쪽이 과거가 되고 오른쪽이 현재가 된다. 점점 입체적이었던 공룡이 뼈만 앙상한 화석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여러 공룡들이 화석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하나라도 놓칠까 봐 보고 또 보게 된다. 게다가 환상으로 들어간 동안 페이지에 여백이 하나도 없었던 반면 이제 다시 여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여백 하나에도 대단한 의미를 두고 존재하도록 장치한 작가의 세심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새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날아가 버리지만 이미 독자들의 마음 속에는 대단한 놀이가 펼쳐진 후다. 그리고 더이상 박물관은 단순히 움직이지 않는 화석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런 장소가 아니다. 그곳도 살아있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한바탕 신나게 환상 속에서 놀고 나와서는 휴 하고 길게 숨을 쉰다. 그러면 마음에 쌓여 있던 모든 것이 말끔히 날아가는 기분이다. 글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 모든 것을 그림이 이야기해 주고 있다. 만약 여기에 글이 있었다면 내가 느꼈던 이 많은 것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을까. 글쎄, 단언컨대 결코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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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빠르게 성장하는 세계의 시장 세계의 나라 7
캐롤 고다드 지음, 김명신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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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해외여행지로 처음 생각한 곳이 중국이다. 우리와 오래전부터 관련이 있어서라기 보다 가까워서 선택했다. 사정상 약간 늦춰지긴 했어도 꼭 가봐야겠다. 예전에 출장갔다가 조선족 사람이 안내하는대로 어딘가를 따라갔는데 사전정보도 없이 갔기에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그런데 책을 보다보니 아마도 소수민족의 거주형태도 모두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민속촌이었던 것 같다. 사진과 설명을 보니 알겠다.

우리는 중국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경제적 여건이나 문화적 여건이 우리보다 못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반대로 예전에는 강력했고 많은 나라들을 속국으로 다스렸다는 자부심 때문에 다른 나라에게 결코 기죽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간의 생각 차이도 이젠 어디까지나 옛일이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시장경제를 채택한 이후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그들이 세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중국은 인구수를 보더라도 만만치 않은 나라다. 

지형적으로 우리와 가까이 있고 정치적으로 북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우리와 뗄래야 땔 수 없는 관계인 중국. 그런 중국에 대해서 알아야 우리도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이 여러 나라에 대해 어려서부터 조금씩 거부감 갖지 않고 알게 된다면 훗날 대처하기가 훨씬 쉽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국의 지형과 기후, 산업 그리고 재해와 문제점, 미래에 대한 전망 등 각 분야에 대한 것을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 과도하게 긍정적인 면만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그 나라에 대해 지식을 채우겠다는 목적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서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새 책 한 권을 다 읽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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