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걷는 우리아빠 - 장애인은 불쌍한 사람인가요? 파랑새 인성학교 3
모르간 다비드 글 그림, 이재현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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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역지사지가 얼마나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인지 실감한다. 만약 역지사지를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을 비난하거나 놀리는 일도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는 선천적 장애인보다 후천적 장애인이 훨씬 많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을 위한 사회적 장치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그러니 결국 집안에만 있게 되고 점점 위축되어가는 악순환이 되고 만다.

소피의 아빠도 교통 사고로 휠체어를 탄다. 그러나 딸의 등교길을 배웅하고 소피도 그것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라면 남의 눈을 의식해서 아빠가 친구에게 보여지는 것을 싫어할텐데 소피는 전혀 그러질 않는 걸 보니 정신이 건강한 아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모든 아이들이 소피와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은 아니다. 놀리기도 하고 야유를 하기도 한다. 만약 거기서 피하고 달아난다면 더욱 위축된 생활을 하게 될텐데 소피는 정면으로 맞선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나중에는 결국 친구들도 모두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과연 얼마나 이 이상적인 상황에 접근할 수 있을까. 특히 어린아이들은 자신들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이해시키면 금방 받아들이고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을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오히려 어른들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피하고 힐끗거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아이가 그 아이들과 못 놀게 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인성교육을 안 받았기 때문 아닐까.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도 80년대라고 하니 충분히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여하튼 이런 책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분명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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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사도우미가 될거야 - 꿈꾸면 안 되는 직업이 있나요? 파랑새 인성학교 2
모르간 다비드 글 그림, 이재현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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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바로 내 딸이 유치원 다닐 때 콘도에서 청소하는 사람들을 본 뒤로 집에 와서 자기도 그런 사람이 되겠다며 빗자루 들고 돌아다니며 청소했던 적이 있으니까. 남편은 처음엔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다가 급기야 화를 내서 아이를 울렸던 기억이 난다. 모두 말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지만 거기에는 이왕이면 이라는 단서가 빠져 있다. 이왕이면 돈도 많이 벌면 좋겠고, 이왕이면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었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잘 나가는 직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아니, 요즘은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부모가 그러지 않아도 아이가 커 가면서 스스로 그런 것을 터득하기도 한다.

세상에 그 많은 직업 중에 정말 원하는 것이라면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떠밀려서 내지는 할 게 없어서 하는 일이라면 그다지 반기고 싶지 않다. 여기서도 롤라는 가사도우미가 되겠다고 하자 모든 친구들이 야유를 퍼붓는다. 그러나 롤라에게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엄마가 집을 나가고 사는 게 엉망이었는데 가사도우미 아줌마가 오면서 모든 것이 바뀌고 심지어 아빠까지 바뀌었으니 롤라에게는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직업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롤라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도 결국 그 직업도 인정하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그리고 그 아이들이 커서도 그런 생각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의 아이들에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글이 많지도 않고 그림이 성긴 듯하지만 짧은 글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성학교 시리즈라는 말에 글이 많거나 주지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 아주 최소한의 글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모두 한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먼지 뭉치를 양으로 표현한 부분에서는 작가의 재치를 엿볼 수 있었다. 가끔은 만화처럼 구성해서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식의 인성교육을 한다면 나중에 세상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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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니콜라! - 사람은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파랑새 인성학교 1
모르간 다비드 글 그림, 이재현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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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자녀에게 기피하는 책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죽음에 관한 것이다. 글쎄, 나는 굳이 그렇게 피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간혹 마음이 여린 아이의 경우는 그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건 부모가 자신의 아이 성향을 파악해서 조절해 주어야 할 것이다. 실은 어른도 죽음을 다룬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주위 어른들이 서서히 돌아가시는 것을 목격하면 더욱 더. 대개 어린이 책에서는 조부모의 상실을 다루는 책이 제일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간혹 형제 자매의 죽음도 있었고. 그런데 이처럼 친구의 죽음이라면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엄마로서 봐서 그런지 내 마음도 착 가라앉는 느낌이다. 

병원에서 오랜 시간 투병생활을 하던 친구 니콜라가 돌아왔지만 모든 아이가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머리카락이 없다고 놀리기도 하고 힘이 없어보인다고 제껴 놓기도 한다. 그러나 무조건 그 아이들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아이들이 남을 괴롭히기 위해 놀린다기 보다 남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까. 니콜라가 학교로 돌아와서 달나라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니콜라와 쥘은 짧은 순간이지만 명랑하게 보낸다. 하지만 결국 니콜라는 많이 아팠다는 것을 친구에게 솔직히 이야기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인사를 하고...

그래도 비록 글에서는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되어 있지만 그림에서는 니콜라가 우주여행을 가는 것처럼 그려져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남겨진 쥘도 그다지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수업 시간에 로켓을 그려 놓고 멀리 창밖을 내다 보는 것을 보니... 하지만 선물로 받은 망원경을 가지고 니콜라가 생각나면 별을 바라보며 조금씩 이겨나갈 것이다. 아이에게 안 좋은 것은 보이거나 알리고 싶지 않다고 무조건 회피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받아들이고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이 진정 아이를 위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어린 아이들에게는 쉽지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세상 모든 것은 언젠가 끝이 있는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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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 무슨 효녀야? 돌개바람 14
이경혜 글, 양경희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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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거는 거 이거 내가 참 좋아하는 분야다. 대한민국에서 자칭타칭 효녀가 바로 심청이 아닐까. 그런 심청이에게 딴지를 걸겠단다. 심청 이야기를 처음에는 무조건 착하다고 받아들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꼭 눈이 먼 아버지를 혼자 두고 갔어야만 했느냐는 딴지를 거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흥부 놀부도 다시 보는 등 많은 옛이야기들을 재해석하는 시도가 있었다. 물론 그 옛이야기를 바꾼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도' 보자는 취지였다. 그러더니 급기야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왔다.

옛이야기라는 것은 구전되는 특성상 이야기가 변형되기도 하고 시대와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되기도 한다. 또한 대부분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때문에 권선징악적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 딴지 거는 걸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처음엔 그런 뻔한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들었었다. 그러다가 옛이야기의 순기능에 대해 알고 난 후부터는 전적으로 옛이야기 팬이 되었다. 근데 이제 다시 이런 이야기에 눈길이 간다. 지금 6학년인 딸 아이가 읽고 나더니 이건 옛이야기를 아는 사람만이 읽어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는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총 다섯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모두 지금까지 알고 있던 옛이야기만을 생각하면 안된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인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는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춤으로써 모르긴 몰라도 읽는 아이들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어른들 이야기만 있고 아이 셋이 있는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잖은가. 때로는 아무리 선녀라지만 어떻게 아이를 남겨 두고 혼자만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지 등도 후련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러다보니 원래 이런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어쨌든 모든 이야기들을 한 편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각 내지는 주인공의 이면에 숨겨진 마음 등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서 생각꺼리를 많이 던져준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진행 때문에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는 전제를 두고 있는 것이므로 너무 세심하게 딴지 걸지 않아도 될 것이다.(내가 왜 작가의 입장에서 변명을 하고 있지?) 우리 큰 아이 말대로 이 책은 옛이야기를 충분히 접한 아이들이 읽어야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큰 아이가 이 책을 읽더니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가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단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하고. 그렇다면 그만큼 이 책이 신선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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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이 있는 풍경
이상엽 사진.글 / 산책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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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러시아나 소련은 그다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한창 세상에 관심을 가질 때 소련이 붕괴되어 많은 나라들이 독립을 했다는 것 정도? 그리고 그런 큰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도 그 시대를 살고 있었다는, 어찌보면 러시아와는 상관없는 감정들만 있는 듯도 하다. 어쨌든 학교 다닐 때도 과 특성상 참여 정신이 투철하지 못했기에 사회주의에 관해 잘 알지 못했다. 아니, 지금도 잘 알지 못한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러기에 레닌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밖에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을 더 읽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러시아에서는 아직도 많은 곳에서 레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그렇게 많은 동상이 있다니 놀랍다. 동서로 길게 늘어져 있는 나라, 러시아. 물론 소련일 때보다 영토는 많이 줄어들었겠지만 시베리아 횡단열차 길이가 9,000킬로미터가 넘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특히 위쪽이 막혀서 400여 킬로미터 밖에 갈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거의 상상이 가지 않는 거리다. 이럴 때 보면 지리적 위치가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실감한다. 우리는 반도라서 한쪽으로 밖에 나갈 수가 없는데 그마저도 막혀 있으니 고립된 섬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땅을 밟으며 외국을 나간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그저 신기한 일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시작으로 모스크바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기까지 상상으로도 가늠이 되지 않는 거리를 순전히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며 느꼈던 저자의 잔잔한 느낌들을 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 긴 거리를 한번에 여행한 것이 아니지만 어쨌든 여정은 그렇다. 사진 작가인 저자 덕분에 일단 눈이 호강했다. 이렇게 멋진 사진들을 만날 수 있다니. 저자는 풍경 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는 말을 내내 실감했다. 정말이지 거의 모든 사진에는 인물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었다. 굴곡이 많았던 격변기를 몸으로 느꼈던 저자였기에 이런 눈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내가 똑같은 길을 간다면 또 다른 것을 보았겠지. 때로는 충분히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대와 온몸으로 싸웠던 삶을 먼발치서 바라보기도 하면서 함께 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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