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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쉽게 찾기 ㅣ Outdoor Books 9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언젠가부터 길가의 꽃이 의미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계속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것인데 그걸 자각한 게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 있는 들꽃에 유난히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이제서야 난다. 그러나 어려서는 꽃 이름을 알고자 생각도 해본 적이 없기에 어른이 되고나서 이미지로 꽃을 찾곤 한다. 가끔은 그렇게 기억 속에 있는 꽃을 찾기 위해 하염없이 야생화도감을 뒤적이기도 한다.
봄과 여름에는 여행을 다닐 때 야생화도감을 가지고 가려 '노력'한다. 그러나 짐이 많아지면 그 중 가장 안 쓸 것 같은 것 내지는 다른 가족들에게 관심을 덜 받는 것부터 내려놓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야생화도감이다. 일단 두께가 꽤 되니까. 하지만 이 책을 만나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왜냐.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갈 정도의 두께와 무게밖에 안 되니까.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 책은 언제나 가방안에 있게 되었다.
모처럼 강화도로 여행을 갔다. 올들어 처음 여행이니 많이 참았다. 마니산에 오르는 중에 주위에 웬 꽃이 엄청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마치 잎은 둥글레 같기도 한데 꽃은 아닌 것 같고... 정확히 알지를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마침 이 책을 차에 두고 와서 찾아볼 수도 없고 어찌나 아쉽던지. 그러다가 오후에 전등사에 갔는데 거기서 또 그 꽃을 보았다. 그때는 이 책을 꼭 챙긴 터라 남들이 보건 말건 길가 꽃 옆에 앉아 책을 뒤졌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다.
전등사에서 선원보각 올라가는 곳에 있는 꽃. 찾아보니...

큰애기나리란다.

그런데 그 옆에 다시 어떤 꽃이 눈에 익다. 그러나 역시 이름은 도저히 모르겠다. 할 수 없이 찾아보았으나 흰색 꽃에는 없다. 혹시나 하고 녹색쪽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거기에 나온다. 바로 둥글레. 뿌리를 차로 끓여 먹는 그 둥글레다. 이건 전에도 산에서 많이 봤던 것인데 새로운 하나를 알면 전에 알았던 것은 잊어버려서 결국 최신 자료만 저장된다. 한계다.
원래는 그곳에서 직접 책을 들고 찾아보는 장면을 찍어야 하건만 사진도 내가 찍어야 하고 책도 내가 찾아봐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집에서 다시 찾아보는 수밖에.
들꽃은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으나 꽃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잡초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 눈에 띄기가 힘들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땅을 들여다보면 많은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비록 보고 돌아서면 다시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관심을 갖고 있으니 언젠가는 익혀지겠지. 어쩌다 이 책을 두고 밖에 나갔다가 혹여 공원에라도 가게 되면 책 생각이 간절하다. 앞으로 내 필수품 1호가 바로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