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양되던 날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4
프란츠 요제프 후아이니크 글,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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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육아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녀적에는 아이들 버릇없이 구는 꼴을 못 보고 속으로 꽤 욕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절실히 깨닫는다. 남들이 보기엔 버릇없어 보이는 행동일지라도 내가 보기엔 귀엽고 당차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며 만약 예전의 나였다면 어떻게 보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나와 남편은 아직 성숙한 인간이 못되어서 그런지 내 자식이라도 화가 날 때는 정말 밉다. 그럴 때 둘이 이야기한다. 우린 결코 남의 자식 못 키울 거라고...

우리나라에서는 입양이 아직도 먼 이야기다. 워낙 혈연을 중시하는 민족이라서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그나마 요즘 공개입양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씩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만 내가 자신 없기에 남에게도 실천했으면 하는 마음을 품지 못한다. 단지 실천하는 사람들이 대단히 용기있고 성숙한 사람이라고 칭찬할 수밖에. 

그리고 간혹 아이를 입양해서 쉬쉬하며 키우다가 나중에 아이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좌절하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끝까지 진실을 감추는 것도 옳은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아이가 받을 충격을 무시할 수도 없는 참으로 난해한 문제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처럼 아예 어렸을 때부터 아이에게 진실을 이야기해 준다면 어떨까.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이가 집에서만 머무는 시기가 지나고 단체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본인은 아무렇지 않아도 주위의 시선이 그리 너그럽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순수해서 처음부터 그런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 다만 어른들이 은연중에 갖는 선입견이 아이에게 전달되어 세습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 책을 보며 이 가족은 참으로 건강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를 그대로 인정해 주고 서로를 '발견'하게 되어 좋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다. 점점 불임부부가 늘어가는 추세에서 꼭 자기 아이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이지만 그래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점을 내가 아이 키우면서 느꼈다. 그러나 이렇게 토마스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물어볼 수 있고 대답을 할 수 있으려면 우선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본다. 이건 결코 개인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이런 책을 보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면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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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쉽게 찾기 Outdoor Books 9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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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젠가부터 길가의 꽃이 의미있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계속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것인데 그걸 자각한 게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동네에 있는 들꽃에 유난히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이제서야 난다. 그러나 어려서는 꽃 이름을 알고자 생각도 해본 적이 없기에 어른이 되고나서 이미지로 꽃을 찾곤 한다. 가끔은 그렇게 기억 속에 있는 꽃을 찾기 위해 하염없이 야생화도감을 뒤적이기도 한다.

봄과 여름에는 여행을 다닐 때 야생화도감을 가지고 가려 '노력'한다. 그러나 짐이 많아지면 그 중 가장 안 쓸 것 같은 것 내지는 다른 가족들에게 관심을 덜 받는 것부터 내려놓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야생화도감이다. 일단 두께가 꽤 되니까. 하지만 이 책을 만나고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왜냐. 작은 가방에도 쏙 들어갈 정도의 두께와 무게밖에 안 되니까.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 책은 언제나 가방안에 있게 되었다.

모처럼 강화도로 여행을 갔다. 올들어 처음 여행이니 많이 참았다. 마니산에 오르는 중에 주위에 웬 꽃이 엄청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마치 잎은 둥글레 같기도 한데 꽃은 아닌 것 같고... 정확히 알지를 못하니 답답할 뿐이다. 마침 이 책을 차에 두고 와서 찾아볼 수도 없고 어찌나 아쉽던지. 그러다가 오후에 전등사에 갔는데 거기서 또 그 꽃을 보았다. 그때는 이 책을 꼭 챙긴 터라 남들이 보건 말건 길가 꽃 옆에 앉아 책을 뒤졌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다.

전등사에서 선원보각 올라가는 곳에 있는 꽃. 찾아보니...

 큰애기나리란다.

그런데 그 옆에 다시 어떤 꽃이 눈에 익다. 그러나 역시 이름은 도저히 모르겠다. 할 수 없이 찾아보았으나 흰색 꽃에는 없다. 혹시나 하고 녹색쪽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거기에 나온다. 바로 둥글레. 뿌리를 차로 끓여 먹는 그 둥글레다. 이건 전에도 산에서 많이 봤던 것인데 새로운 하나를 알면 전에 알았던 것은 잊어버려서 결국 최신 자료만 저장된다. 한계다.  

원래는 그곳에서 직접 책을 들고 찾아보는 장면을 찍어야 하건만 사진도 내가 찍어야 하고 책도 내가 찾아봐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집에서 다시 찾아보는 수밖에. 

들꽃은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으나 꽃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잡초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 눈에 띄기가 힘들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땅을 들여다보면 많은 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비록 보고 돌아서면 다시 잊어버리기 일쑤지만 관심을 갖고 있으니 언젠가는 익혀지겠지. 어쩌다 이 책을 두고 밖에 나갔다가 혹여 공원에라도 가게 되면 책 생각이 간절하다. 앞으로 내 필수품 1호가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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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부란이 서란이가 왔어요 희망을 만드는 법 1
요란 슐츠.모니카 슐츠 지음, 황덕령 옮김 / 고래이야기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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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공개입양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나보다. 물론 그들은 연예인이기에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대개 쉬쉬하며 아이를 키운다. 혹여 아이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엇나갈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향 동네에 아들만 넷인 집에서 딸을 입양해서 애지중지 키웠는데 나중에 본인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집을 나가버린 일이 있었다. 아마 본인도 자신의 부모님이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지 알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어렸을 때부터 혹은 처음부터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아보인다.

스웨덴으로 입양된 쌍둥이 아이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아니 그들을 입양한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이 책은 단순히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 진정 그들의 사랑이 느껴졌으며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뒷부분에 나오는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과 행복이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의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꾼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입양을 많이 한다. 물론 얼마전에는 입양한 사람들의 나쁜 행동이 드러나서 충격을 주긴 했지만 그 모습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여기서처럼 이렇게 좋은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 책은 '희망을 만드는 법'시리즈 첫 번째 책이란다. 경쟁만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함께 사는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고자 마련한 시리즈란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출판사도 아닌 신생 출판사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취지를 가지고 만드는 책이다. 너도나도 이익만을 좇아가는 요즘 세태에 비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이런 출판사가 많아지고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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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양산이 날아오를 때 창비아동문고 240
알키 지 지음, 정혜용 옮김, 정지혜 그림 / 창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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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고정관념이 하나 있다. 꼭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이 책과 연결시켜 보자면 한 가지가 떠오른다. 서구의 가정은 평등하며 여자를 많이 배려해 준다는 생각.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남존여비가 철저하게 뿌리박혀 있고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남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고-많이 나아졌다지만-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위와 같은 나의 생각은 그야말로 고정관념일 뿐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열 살 소녀 레프티는 공부에 열의도 있고 뭐든지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데 아버지는 딸은 공부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진작부터 못박는다. 대신 항상 형편없는 성적표를 가지고 오는 쌍둥이들에게는 굉장한 기대를 건다. 그러기에 레프티의 쌍둥이 동생들이 공부쪽으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을 것 같은 성적표를 가지고 왔을 때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 사라졌다고 한탄을 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1940년대의 상황이라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즈음한 시기다. 레프티네 위층에 사는 프랑스인 마르쎌 아저씨가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했다는 소식에 모든 관심사를 끊고 오로지 고국의 소식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정이 많고 현명한 마르쎌은 레프티네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만사를 제쳐 놓고 도와준다. 그런 이웃이 또 있을까.

아이들은 아무것도 아닌 양산을 단지 몰래 빼내오기 위해 그토록 오랜 기간 공을 들인다. 할머니가 이야기가 시작할 때 즉 처음 양산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 양산을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중간에서도 양산은 어떤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산 이야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개구장이 아이들의 아슬아슬한 장난에 온통 신경을 쓰고 읽는다. 그러다가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양산이 의미있게 다가오고 아이들의 순수함과 순진함 때문에 지금까지의 말썽으로 인해 미웠던 마음들이 싹 가신다. 그리고 마지막 할머니가 나오는 부분에 가서는 잠시 어리둥절한다. 갑자기 왜 할머니가 나올까. 그만큼 처음에 할머니가 나왔던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쌍둥이 동생들의 기가 막힌 말썽들 때문에.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을 한 아빠가 혹시나 바뀌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여기서 이야기의 중심은 그게 아니었다. 또 많은 시간을 그렇게 살아온 아빠가 금방 변한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일 테고. 그러기에 다른 부분을 바꾸도록 한다. 바로 레프티 자신 말이다. 레프티는 이제 권위에 맞서 어느 정도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보이면서 조금씩 성장해 간다. 특히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그 외의 것은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 빅토리아를 레프티 친구로 설정하면서 대비를 이루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모두 독자가 느끼길 바랄 뿐이다.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있는 이야기와 미운 짓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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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걸어오는 소리 창비아동문고 241
알키 지 지음, 한혜정 옮김, 이금희 그림 / 창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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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문학에서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기는 쉽지 않다. 우리도 요즘은 그런 문제를 다룬 책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특정한 사건을 주제로 한 것이지 전반적인 문제를 다룬 책은 보질 못했다(5.18이나 4.3사건을 다룬 책은 있으나 군부독재를 다룬 책은 아직 못 보았다. 하긴 아직도 독재를 했던 사람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는 시점에서 그런 책이 나오리라고는 기대도 않는다). 참 민감한 부분이 바로 정치분야다. 그래서 현재 학생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에게 정치와 종교 문제는 절대로 다루지 말 것을 부탁받는다.

이 작가의 책 중 <니코 오빠의 비밀>이라는 책에 대해 상당히 관심이 갔으나(정치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고 하기에) 어찌어찌 하다보니 아직 읽지 못했다. 그런데 혼자 생각컨대 그 책 못지 않게 이 책도 정치색을 띠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1890년대 러시아를 다루고 있는데 어떤 특정한 사건을 다룬다기 보다 부패한 권력자들 때문에 고통받는 서민들의 모습과 그에 맞서 싸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어느 시대나 한 시대가 끝나갈 즈음의 모습은 비슷하다.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시기도 마찬가지다. 계층간 격차가 심해지고 권력자들은 사치를 일삼고 자신의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리하는 모습, 또한 의식있는 사람들이 나서서 억압받고 핍박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결국은 혁명을 일이키는 전형적인 모습이 펼쳐진다.

읽는 내내 싸샤의 아버지가 혹시라도 혁명에 깊이 개입했다가 붙잡혀가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다. 아무래도 독자는 온 마음을 주인공이며 화자인 싸샤에게 대입하며 읽으니까.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솔직하다. 싸샤의 아버지는  아픈 사람이라면 누구나 치료해 줄 수 있지만 권력에 대항해서 나설 만큼 용기 있지는 않다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싸샤의 아버지가 비겁한 것은 아니다. 계급을 가리지 않고, 아니 어쩌면 오히려 계급이 높은 사람보다는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가고, 위험을 무릅쓰면서 혁명에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변 분위기가 그래서였을까. 싸샤는 자기도 모르게 마음 속에 불의에 저항하는 힘을 길러간다. 각각의 인물들이 개성이 강하지만 읽어내려가다 보면 모든 인물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무네이 무네비치 선생님을 전과자라고 그토록 싫어했던 두냐가 나중에는 결국 그의 석방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인간미를 느낌과 동시에 위트가 느껴졌다. 일종의 반전이라고나 할까. 또한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가치관을 형성해 가는 아이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다. 열 살짜리 딸에게 진실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멋있다. 이렇게 좋은 사람 주변에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짓밟는 친구가 없으라는 법은 없다. 만약 싸샤의 아버지 주변에 모두 좋은 사람들만 있었다면 오히려 평면적인 지루함이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바노비치와 같은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비록 먼 옛날의 이야기지만 언제나 유효한 이야기다. 그러기에 지금 이렇게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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