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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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과 이름이 바뀌었지. 언제부턴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동생이 다니는 과가 정재승 교수가 있는 과라는 걸 알고 나서 더 관심이 갔던 게 사실이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말이다. 물론 동생도 같은 랩이 아니라 별 상관이 없다. 이번 주말에 동생을 만났기에(그러고보니 꽤 오랜만에 만났네.) 물어봤더니 얼마전에 바뀌었단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어렸을 때는 정말 당연한 것을 물어보고 엉뚱한 질문으로 사람을 곤혹스럽게 한다. 그러나 점점 커 갈수록 그런 질문을 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모두 현실적인 인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는 이유는 주위의 어른 때문일 수도 있고 문화적인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처럼 상상력이 제한 받는 나라도 드물지 않을까. 혹자는 그래서 우리에게는 대단한 판타지 작가도 없고 과학도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상상력을 펼칠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런 질문을 대학생들에게 했다고 한다. 그것도 대부분 정확한 결론을 중시하는 과학 전공자들에게. 모르긴 해도 처음 저자가 '꿈꾸는 과학'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을 때 얼마나 황당했을까. 웬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그것도 과학도인 카이스트 교수님이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에게도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결과물만 읽고 있는 우리도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처음엔 물론 황당한 생각이라고 치부했었다.)라고 감탄하니 함께 토론하고 결과를 이끌어 갔던 당사자들의 기분은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황당한 질문을 던진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될 수 없는지를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들어 조목조목 설명하고 만약 가능한 것이라면 어떤 면이 가능한지를 꼼꼼하게 짚어준다. 그랬기에 질문은 황당한 것이었다 쳐도 결론에 가서는 어떻게 이런 질문에서 이렇게 과학적 결과가 나왔을까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카더라'통신이 전하는 괴담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엉뚱하고 기발하며 놀라운 상상의 세계다. 에필로그를 읽으니 그들의 고뇌도 느껴지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던 시간이었음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과학이라는 것은 특정 계층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그렇게 되도록 애써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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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 힘찬문고 51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김라합 옮김, 에듀아르트 슈프랑어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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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룬 파우제방이라면 문제의식을 갖고 글을 쓰는 작가로 알고 있다. 핵문제나 환경문제에 관한 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문제제기를 할까. 비록 제목에 하느님이라는 신을 언급하지만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이 책에서 신을 직접 거론하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교가 없다보니 더욱 낯설 수밖에.

모처럼 수업이 한 시간 일찍 끝나서 여유가 생긴 니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담벼락의 그림을 구경하다가 길에서 고양이가 트럭에 차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어린 나이에 그런 끔찍한 장면을 목격했으니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사실 어른이라도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라면 그 자리를 서둘러 피했겠지. 그러나 니나는 간신히 목숨이 달려 있는 어미 고양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옆에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도 있고. 그러면서 하느님이 있다면 고양이를 다치지 않게 했어야 한다고, 아니 적어도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마 니나도 속으로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고양이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것을. 만약 정말로 고양이가 살아난다면 그것은 기적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일 것이다.

새끼 고양이를 그대로 두고 올 수가 없어서 끝까지 보살피겠다고 얼떨결에 맹세를 한 니나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엄마가 무지무지 싫어할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약 신이 있다면 엄마가 고양이를 키우도록 허락할 것이라는 기대도 은근히 했겠지. 그러나 세상 일이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엄마는 결사 반대를 했고 니나는 어미 고양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마를 떠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어린 꼬마에게 집을 떠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뻔하다. 니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재워달라고 하지만 그 어느 곳도 마음 편하게 있을 만한 곳은 없다. 게다가 이상하고 나쁜 사람들까지 만나니 엄마가 더욱 그립다. 그래도 새끼 고양이를 지키기 위해, 어미 고양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다. 비록 나중에는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고 하며 엄마에게 돌아가지만 어쨌든 자신과의 약속은 지킨 셈이다. 고양이를 지켰으니까.

사실 신을 그다지 믿지 않는 나로서는 이렇게 어린 아이가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마땅한 답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정말 이럴 수 있을까. 이건 아마도 카톨릭이나 기독교가 널리 퍼지고 생활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게다. 우리 아이들은 약간 괴리감을 느낄 것도 같다. 이런 걸 바로 문화의 차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아마도 우리나라 아이들은 신과 관련된 니나의 질문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고양이를 키우느냐 못 키우느냐와 니나의 모험과 방황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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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 미국을 제대로 보기 위한 가치 있는 가정들 라면 교양 1
김준형 지음 / 뜨인돌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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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교양이란다. 이름이 참 재미있다. 무슨 뜻일까 의아하지만 제목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사실을 가정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세계 최강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고. 이것은 즉 현재 미국이 세계 최강이라는 얘기다. 아마 그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미국에 우리는 상당히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게 현실이고. 물론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 전적으로 강자와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각 장마다 만약이라는 전제 하에 시나리오를 이야기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어느 부분에서는 꼭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전쟁 때 미국은 일본으로부터 생체 실험에 관련된 자료를 넘겨 받는 대신 전범 재판을 형식적으로 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아니었나? 오히려 당시에 일본은 우리를 영구 식민지로 지배하기 위해 미국과 물밑접촉을 했다고도 한다. 

미소 냉전체제가 서로 공생하기 위해,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는 것 또한 이미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다만 소련의 힘이 미국이 이야기했듯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었다니 약간 의외였다. 또한 집권자들이 반공정책을 얼마나 적절히 이용했는지도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선거 때만 되면 북풍을 일으키곤 했으니까. 뭐, 우리는 아직도 어떤 것에 시민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할라치면 북한의 위협을 핑계 삼아 유야무야 시키곤 하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마냥 속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보다 미국이 자국의 남아도는 무기를 팔기 위해 툭하면 북한의 위협을 흘리는 것이 더 문제다. 그러면 보수 언론은 그걸 엄청 크게 보도해서 불안을 조성하고 결국 무기를 사는 것이다. 언제까지 그런 술수에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이미 알고 있다시피 국가간에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미국은 절대 우리를 모른체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예전에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해 줬는데 그러느냐라며 핏대를 세운다. 과연 순수하게 우리를 위해서 그랬던 것일까. 그건 절대 아니다. 미국은 아니 어떤 나라든 자국의 이익이 없는데 순수하게 인간적인 차원에서 목숨을 걸어가며 도와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아직도 환상에서 못 벗어나니 답답하다.

저자는 결코 미국과 등을 돌리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미국의 정책에 맹목적으로 따르지는 말자는 것이다. 서서히 우리도 미국으로부터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닐까. 군사력의 독립도 그 중 하나라고 본다. 당장 힘들고 시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미국에게 의지해야 한단 말인가.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들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당신이 저를 지켜주세요라고 하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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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전자 - 어른이 되기 전에 먼저 펼쳐보는 세상 그루터기 1
안도현.엄홍길.안도현 외 지음 / 다림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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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쓴이들의 쟁쟁한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런 이름들이다. 이거 어린이용 책인데 너무 무거운 이야기만 하는 거 아냐라는 선입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아무리 살펴봐도 동화작가는 한 명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책을 읽는 순간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흔히 현재 어느 정도 위치에서 소위 성공했다고 할 만한 사람들은 언제나 낭만적이고 만족스런 삶을 살았을 거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시련도 없었을 것이고 만약 시련이 있다 해도 멋지게 극복했을 거라 믿는다. 물론 극복을 했고 더 좋은 기회로 활용했다는 말은 맞지만 우리가 생각하듯이 언제나 당당하게 맞서 싸웠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너무 좌절해서 포기하고 싶은 경우도 있고 비겁하게 슬쩍 피한 적도 있지 않을까. 어차피 사람이란 모두 비슷하니까.

세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모두 다른 사람이 각자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서 각각의 글들이 전혀 새로운 느낌이었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을 때는 현재 아이들에게 직접 이야기 해주는 투로 전개되는데 그 다음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잔잔한 수필이다. 지금은 자신의 분야에서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는 사람들도 한때는 어려움을 겪었고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으며 좌절과 방황했다는 것을 과장이나 미화하지 않고 보여준다. 

다만 글쓴이들이 모두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라 그런지 어린 시절을 이야기할 때 현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를 해서 과연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가 약간 걱정이긴 하다. 하긴 직접 그 상황을 겪지 않았다고 공감할 수 없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가족에 대한 것을 읽으면서 나도 괜히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어쩌면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읽으며 더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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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뇌가 쑥쑥 자라는 우리 아이 첫 미술수업
필립 르정드르 지음, 김희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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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딸도 한때는 만화 비슷한(다리는 가늘고 긴데다가 얼굴은 조막만한) 그림을 지겹도록 그렸다. 제발 그런 그림 말고 다른 그림 좀 그리라고 해도 조금씩 다르다며 절대 멈추지 않는 것이다.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어려울 것 같지도 않은 그림을 매일 그것도 틈만 나면 그리는 것을 보고 한심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딸을 인정해준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인의 둘째(당시 일곱 살)가 남자 아이인데도 불구하고(이 고정관념!) 옷 갈아 입히는 인형을 엄청 좋아하는데(물론 지금은 안 그런다.) 한번은 신데렐라를 그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 엄마보고 그려달라고 했는데 못 그리겠다고 하자 옆에 있는 나에게까지 차례가 온 것이다. 일단 연필을 받아들고 딸의 그림을 생각해 가며 얼굴을 그리고 몸을 그리려는데, 웬걸... 이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장에다 다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딸 그림과 같은 모습은 절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분명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그제서야 알았다. 아, 이거 딸이 그리는 게 보통 실력으론 되는 게 아니구나! 난 어렸을 때도 그런 류의 그림은 전혀 그려보질 않아서 그처럼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런 나였기에 지금도 누군가가 그림 좀 그려 달라고 종이를 내밀면 강하게 손사래를 친다. 예전에 위에서 말한 딸이 어렸을 때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김충원이 그림 그리는 방법을 보여주는 코너가 있었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그것만 하면 얼른 달려와서 따라그렸던 기억이 난다. 왜? 나중에 딸이 그려달라고 하면 그거라도 보고 그리려고. 이 책을 보니 문득 그 때가 생각난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랬겠는가.

아주 간단한 도형으로부터 멋진 동물이 탄생하는 신비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렇게 쉽고도 간단한 방법이 있단 말야? 띠지에서도 이야기하듯이 세모, 네모, 동그라미만 그리다가 이런 그림이 탄생한다면 아이 자신도 놀라지 않을까. 물론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정형화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그림 그리기를 가르치면 창의력이 떨어지고 말 거라고. 하지만 그건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언제나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글 쓰는 것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글을 베끼면서 습작을 한다잖은가.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그림 그리는 방식을 따라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겨서 스스로 다른 방식으로 그릴 생각을 하리라고 본다. 어찌보면 이 책은 아이들에게도 필요하겠지만 부모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 같은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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