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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7
알렉스 쿠소 지음, 아이완 그림, 윤정임 옮김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참 예쁜 책이다. 페이지 하단에 파스텔 톤의 그림이 있어서 마치 시화집을 연상케 한다. 배너 크기의 그림이 이렇게 분위기를 바꾸어 놓다니. 그리고 미로가 볼로에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다른 색으로 되어 있어 그것도 눈에 띈다.
제목에서도 나타났듯이 미로는 앞을 못 본다. 그렇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에 불행해 하지 않는다. 훨씬 악조건에서 태어날 수도 있는데 자신은 적어도 그렇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런 미로도 남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대할 때는 무척 불편해한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미로가 장님이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만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생활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스스로 앞을 못 보는 게 답답하다고 이야기할 때만 독자는 '아차, 그랬지'라며 미로의 상황을 기억해낼 뿐이다. 이것은 아마도 작가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싶어서 넣어둔 장치가 아닐까 싶다.
미로가 친구 뤼카와 니노와의 생활이 주를 이루면서도 거기에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팔로쉬 할아버지. 미로는 친구들과 함께 있지 않을 때는 주로 할아버지와 함께 있다. 특히 할아버지와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일은 미로에게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그 후에도 셋의 행동이나 이야기에는 항상 팔로쉬 할아버지가 들어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노쇠한데다 다친 데가 잘 낫지 않아 양로원으로 들어가고 그 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온다. 그 집에는 소녀도 있다.
그렇다. 소녀. 미로에게 소녀는 그냥 소녀가 아니라 첫사랑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마음을 의지했던 팔로쉬 할아버지 집에 이사 온 소녀 륀이 미로의 첫사랑으로 다가오고, 할아버지와 배를 탔던 곳으로 가서 할아버지와 작별하고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맞이하는 것이... 이제 미로는 팔로쉬 할아버지 대신 륀에게 마음을 열어보임으로써 자신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 그렇게 미로는 성장하는 것일 게다.
프랑스 작가답게(뭐, 내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택스트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 명이 말을 하면 다음 사람은 한 발짝 더 나아간 말을 하는 듯한 묘한 대화는 나머지를 독자가 알아서 이해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순차적인 구성과 사건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에 익숙한 청소년들이라면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읽고 나면 조금씩 여운이 밀려들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