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홉스 리바이어던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11
손기화 글, 주경훈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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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철학자들이 쓴 책들을 읽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항상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진작 이런 책을 읽었더라면, 그랬으면 공부를 지루하게 하지 않고 삶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으로 받아들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하긴 그 당시엔 이런 책이 있지도 않았고 철학 관련 책은 전공자나 특별한 사람들만 읽는 것인 줄 알았으니 말해 무엇하나. 그야말로 이런 책에 대한 갈증이 없었으니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였다고나 할까.

성서를 제대로 읽지도 않았고 세계사를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기에 서양 철학이나 문학을 접할 때는 난감하다.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지식을 총동원해서 읽어야 하니 때론 꼬이기도 한다. 이미 여러 방식으로 나온 홉스의 리바이어던(비록 나는 읽지 않았지만)을 이번에는 만화로 만날 수 있다. 진작에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을 본 적이 있기에 만화라도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안다.

최초의 사회계약론자라고 일컬어지는 홉스. 주로 군주정치를 옹호했지만 무제한적인 권한을 휘두르는 군주제가 아니라 시민이 부여한 권한내에서 통치하는 이른바 서로의 계약에 의한 군주제를 이야기했던 것이다. 그러니 군주제를 찬성하는 왕당파로부터는 왕의 권한을 전부 인정해 주지 않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배척당하고 반대로 의회파로부터는 왕의 권한을 너무 많이 인정한다는 이유로 배척당한다. 어디 그 뿐인가. 종교의 부패와 타락을 정확히 인식하고 강하게 질책하면서 종교 관련자들로부터도 배척당한다. 때론 죽음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였단다.

홉스가 주장했던 것들을 읽고 있으면 때론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시대착오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17세기에 이런 것을 주장했다는 점은 분명 시대를 앞서간 것이다. 간혹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정말 17세기에 주장했던 이야기가 많나 싶을 정도였다.

형식은 만화라지만 코믹스러운 장치만 들어 있는 그런 종류의 만화가 아니라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내용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고전을, 그것도 철학 관련 고전을 저자의 책 그대로 읽으면 청소년 뿐만 아니라 나 같은 성인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고백한다. 그러기에 이렇게 누군가가 설명해 주는 형식이 내겐 딱 맞는다. 간혹 어느 말풍선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몰라 헤매거나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데 많이 생략되어 있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시대를 넘어서 지금 읽어도 전율을 느끼는 게 바로 고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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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내 동생은 거북이
오진희 글,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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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숙제처럼 남겨졌다는 동생 진욱이 이야기를 여기서 드디어 꺼낸다.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선 분명 행복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남들이 아무리 어떨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그저 추측일 뿐 당사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진욱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단한 집념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 하게 되었다니 다행이다. 물론 단순히 행운이 저절로 굴러온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다. 작가의 말이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다.

아들이 꼭 있어야만 했던 그 시절에 딸이 셋에 거기에 막내는 장애를 가졌으니 주위에서 보는 시선이 얼마나 따가웠을까. 그러다가 넷째로 아들 쌍둥이를 얻었으니 얼마나 귀여웠을까 짐작이 간다. 우리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동생이 태어났을 때 아빠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딸을 차별한 것도 아닌데 그러셨으니...

얼마 전에 엄마가 웃긴 이야기 하나 해준다며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내가 어렸을 때인데 엄마가 나를 혼냈다고 아빠가 나와 동생을 업고 집을 나갔었다고 한다. 문득 짱뚱이 아빠가 술을 자주 마시자 급기야 엄마가 집을 나간 이야기를 보니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물론 상황은 다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지 않을까. 온 가족이 사랑으로 어려움을 헤쳐가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오진희라는 작가가 있는 것일 게다.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힘든 상황을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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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사랑하는 울 아빠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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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아버지라는 말이 나오질 않아서 어른이 된 지금도 난 아빠라고 부른다. 시골에서 풍족하지 못한 삶이었지만 마음만으로는 무엇이든 다 해주려 노력하셨던 아빠를 생각하면 잘해 드려야지 마음먹었다가도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어느 순간 잊고 만다.

짱뚱이가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부족한 때였기에 엄마는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아둥바둥 하므로 다정다감한 모습보다는 야단치는 모습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아빠에 대해 좋은 추억이 많은 것은 당연하겠지. 여기서도 대개 엄마는 짱뚱이를 야단치고 아빠는 그런 짱뚱이를 감싸는 역할로 주로 나온다. 그래서 아빠가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일 게다.

천방지축 말썽만 부리던 짱뚱이도 동생이 생기자 그 자리를 본의 아니게 동생들에게 내준다. 게다가 동생들은 남자 쌍둥이니 얼마나 극성 맞을까. 가난한 추석이지만 온 식구가 도란도란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모습이나 마당 한켠에 자그마한 꽃밭을 만들어 항상 꽃을 가꾸는 모습은 경제적 풍요가 꼭 정신적 풍요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아마 그런 정신적 풍요가 있었기에 이런 푸근한 글을 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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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소년 미로, 바다를 보다 마음이 자라는 나무 17
알렉스 쿠소 지음, 아이완 그림, 윤정임 옮김 / 푸른숲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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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책이다. 페이지 하단에 파스텔 톤의 그림이 있어서 마치 시화집을 연상케 한다. 배너 크기의 그림이 이렇게 분위기를 바꾸어 놓다니. 그리고 미로가 볼로에게 이야기하는 부분은 다른 색으로 되어 있어 그것도 눈에 띈다.

제목에서도 나타났듯이 미로는 앞을 못 본다. 그렇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에 불행해 하지 않는다. 훨씬 악조건에서 태어날 수도 있는데 자신은 적어도 그렇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런 미로도 남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대할 때는 무척 불편해한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미로가 장님이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만큼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생활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스스로 앞을 못 보는 게 답답하다고 이야기할 때만 독자는 '아차, 그랬지'라며 미로의 상황을 기억해낼 뿐이다. 이것은 아마도 작가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싶어서 넣어둔 장치가 아닐까 싶다.

미로가 친구 뤼카와 니노와의 생활이 주를 이루면서도 거기에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팔로쉬 할아버지. 미로는 친구들과 함께 있지 않을 때는 주로 할아버지와 함께 있다. 특히 할아버지와 배를 타고 나가 낚시를 하는 일은 미로에게 결코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그 후에도 셋의 행동이나 이야기에는 항상 팔로쉬 할아버지가 들어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노쇠한데다 다친 데가 잘 낫지 않아 양로원으로 들어가고 그 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온다. 그 집에는 소녀도 있다.

그렇다. 소녀. 미로에게 소녀는 그냥 소녀가 아니라 첫사랑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마음을 의지했던 팔로쉬 할아버지 집에 이사 온 소녀 륀이 미로의 첫사랑으로 다가오고, 할아버지와 배를 탔던 곳으로 가서 할아버지와 작별하고 바로 그곳에서 새로운 누군가를 맞이하는 것이... 이제 미로는 팔로쉬 할아버지 대신 륀에게 마음을 열어보임으로써 자신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 그렇게 미로는 성장하는 것일 게다.

프랑스 작가답게(뭐, 내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택스트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 명이 말을 하면 다음 사람은 한 발짝 더 나아간 말을 하는 듯한 묘한 대화는 나머지를 독자가 알아서 이해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순차적인 구성과 사건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에 익숙한 청소년들이라면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읽고 나면 조금씩 여운이 밀려들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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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 물구나무 그림책 71 파랑새 그림책 71
송창일 지음, 이승은.허헌선 인형, 이상혁 사진 / 파랑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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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에 이 책을 처음 보았다. 원래 사람이란 간사해서 여름엔 겨울이 좋을 것 같고 겨울엔 여름이 좋을 것 같은 법이니 이 책을 보자 얼마나 겨울이 그리웠는지 모른다. 춥다는 느낌보다 시원할 것만 같았으니까.

습관적으로 책을 읽을 때 작가 소개부터 본다. 그런데 글 작가가 생소하다. 표지 안쪽에 나온 작가 소개는 인형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보아 글 작가는 아닌데... 실은 처음에는 부부사진 중 한 명이 글 작가인줄 알았다. 그런데 뒤에 나와있는 소개를 보니 이 일제 강점기에 소년조선일보에 실린 글이란다. 그래서 생소했구나. 별다른 행적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고 한다.

30년대를 배경으로 한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것일까. (뒷부분을 보니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만든 것이라고 한다.)온종일 눈이 내린 마당에서 놀고 있는 두 소년의 모습과 한복을 입고 상을 들고 가는 엄마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고드름이 달려 있는 초가집은 요즘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즉 어린 시절에 겪어 보지 않았다면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장면이다.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 내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책이 되어 버렸다.

솥이 걸려 있는 부엌 아궁이에서 숯을 꺼내 눈사람의 눈과 입을 만들고 나무 조각으로 코를 만드는 형제의 모습이 다정하게 표현되어 있다. 게다가 대화체가 많아서 생동감도 느낄 수 있다. 담벼락에 매달린 시래기가 특히 눈에 띈다. 아마 요즘 아이들은 이게 뭔지도 모르지 않을까. 

줄곧 같은 눈높이에서 보았기 때문에 인형이 꽤 클 것이라 생각하며 보았는데 뒷부분에 인형 만드는 모습과 작업실 모습을 보니 정말 작다. 집도 작고 인형도 작고... 그러니 소품들은 얼마나 작을까. 이걸 일일이 손바느질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어휴, 감탄하기 전에 걱정이 앞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좋아서 한 일일테니 그 정도야 즐거움이고 보람이겠지. 오랜만에 보는 인형 그림책에 푹 빠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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