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선택 - 스펜서 존슨
스펜서 존슨 지음, 이지현 엮음, 전병준 그림 / 청림아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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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가 무수히 쏟아져나오고 있는 요즘, 사실 나는 그런 책을 별로 읽지 않는다. 그런 류의 책에 있는 말들이 다 맞긴 하지만 읽고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지는 것을 반복하기에 어쩌면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이에게까지 안 읽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먼저 어떤 책이 있으니 사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워낙 창작 분야만 좋아해서 이런 책을 안 읽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매 순간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우리. 그런 선택은 비단 어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도 항상 선택을 하며 생활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습관이 달라지는 것 아닐까. 브라이언의 경우도 시험 공부와 야구 경기 중에서 처음엔 시험 공부를 선택했지만 다시 야구 경기를 선택함으로써 시험도 못보고 야구에서도 지고 말았다. 단순히 경기에서 진 것으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브라이언은 브라이언대로 친구들에게 화가 나고 섭섭한 마음을 떨쳐버리질 못한다. 마찬가지로 친구들도 시험 공부를 하다 말고 온 브라이언에게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원망한다. 잘못된 선택 때문에 모든 사람이 불편해진 것이다.

실제로 이런 비슷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자주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은 둘 다를 놓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런 실수를 줄일 수 있을까. 누구든지 실수는 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실수라고 넘길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는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알려주고자 한다. 실수를 했다고 거기에 연연해서 다른 일에까지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매번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서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현재의 선택은 분명 과거의 어떤 선택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일 테고 마찬가지로 현재의 선택은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야기가 다분히 작위적이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을 알려주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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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
미카엘라 먼틴 지음, 홍연미 옮김,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 토토북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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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든 아이든 하지 말라는 것은 더욱 하고 싶은 법이다. 그러니 이 제목을 보고도 책을 열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꼭 열어보라고 하는 것보다 더 적극적인 제목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을 보자마자 아이들이 얼른 펼쳐든다.

사실 겉표지를 봐도 어느 정도 그림의 특성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책을 여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소개부터 글씨가 지금까지 보아오던 책과는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림은 또 어떤가. 아이들이야 무척 좋아할만한 그림이지만 정리된 것을 좋아하는 어른이라면 눈동자가 자기도 모르게 커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몰랐지만 책을 다 보고 다시 앞장을 보니 그게 바로 책 만드는 장면인 것이다. 아마 처음에는 놀라서 어질러진 것에만 신경을 쓰느라 그냥 지나쳐서 알아보지 못했나보다. 그렇게 본문을 들어가면 이제는 혼날 각오를 해야한다. 우리의 주인공 돼지가 제목을 못 보았느냐고 야단을 친다. 뭐, 사람의 심리가 그런 걸 어쩌라고. 근데 돼지의 설명을 들으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그럼 진작 그렇게 말을 하던가.

뒤죽박죽인 단어들을 조합해서 멋진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 돼지를 방해했으니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혼자 있어야 글이 잘 써진다면서 그래도 여전히 독자에게 말을 건다. 그래놓고는 빤히 보고 있어서 글을 쓸 수가 없다질 않나, 왜 아직도 여기 있냐고 화를 낸다. 내 참...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는지 뒤죽박죽이던 단어들을 잘 조합해서 멋진 글을 만들어낸 돼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마지막까지 독자를 웃음짓게 만드는 여러 장치들 때문인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작년에 이 책을 둘째 반에 가서 읽어줬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찾아오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봤던지 새책이 일주일 만에 헌책이 되어 돌아왔다. 아무렴 어떤가.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다는 증거인데. 아무리 책을 멀리하는 아이들이라도 이 책은 안 열어보고 못 배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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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 작은 곰자리 5
신자와 도시히코 지음, 오시마 다에코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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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도 느꼈던 것인데 일본 어린이책 중에는 유독 친구와 관련된 책들이 많다. 그냥 가볍게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개념을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왕따 문제를 다루는 것까지 참 다양하다. 그리고 그런 책들이 유독 많이 번역되어 나오는가보다. 문화가 비슷하니 우리 아이들도 다른 나라 아이들의 일이라고 생각질 않을 테니까.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다고 할 수 있는 유치원. 그래서 누군가는 배울 것은 모두 유치원에서 배웠다고 하지 않던가. 유치원 아이들의 생활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보며 웃지 않을 수 없다. 어쩜 아이들 생활과 마음을 이렇게 정확히 표현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아직은 남의 입장을 잘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행동으로 옮기는 아이가 많다. 미래와 산이도 마찬가지다. 교실 안에 있는 그림책이건만 서로 자기만 보려 한다. 게다가 미래는 그림책의 주인공이 자신의 친구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없다고 억지주장을 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산이가 아니다. 책장에 있는 그림책은 모두 자기 친구라며 대상을 확장시킨다. 이렇게 둘이 서로 싸우는 모습은 차라리 귀엽기까지 하다. 특히 점층법을 써가며 주장하는 장면과 급기야 말문이 막힌 상태에서 눈에서는 불꽃이 이는 장면은 얼마나 웃기던지.

그러나 보기에도 똑똑한 도희가 와서 삼단논법으로 산이와 미래는 친구임을 멋지게 증명한다. 와우, 유치원생이 그 어려운 삼단논법을 어찌 알까. 여하튼 아이들은 거기에 맛들이고 이젠 원장 선생님까지 친구로 만들어 버린다. 거기서 끝나면 재미없지. 결국은 모든 것을 친구로 만들어 버린다. 역시 아이들은 뭘 가르쳐주면 응용도 잘 한다니까.

단순한 그림과 간략한 글이 명쾌하다. 친구라는 것을 단순히 사람에게 맞추지 않고 노래나 하늘처럼 주변에 있는 모든 것으로 확장한 점이 돋보인다. 그런데 왜 등장인물을 한국이름으로 바꿨을까. 예전에는 우리식 이름으로 바꿨다가 요즘에는 그 나라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었는데... 아무리 비슷하다 해도 일본 작가의 책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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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스를 타지 마시오 보름달문고 28
고재은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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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적인 것을 몹시도 싫어하는 성격 때문인지 아이들에게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려 한다.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처럼 부당한 것이 또 일을까. 그런데 가끔은 나도 아이들에게 그런 권위를 행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아마 그것을 한번 사용하면 자꾸 사용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되도록이면 맛을 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좀 심하긴 하지만 보통의 아빠들과 그다지 다르지도 않은 준수 아빠의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태도와 속으로만 안타까워할 뿐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 결국 아이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 엄마. 만약 준수 엄마가 전업주부였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방패막이가 되어주었을까. 글쎄, 어쩌면 남편의 권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직장을 다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 때문에 준수와 준기는 할머니 집에 있다가 저녁에 집에 오는 길에 동생 준기를 잃어버리자 동생을 찾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이상한 버스에 타면서 준수의 판타지행이 시작된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동생을 잃어버리는 큰 사건이 발생하면 어찌되었든 모두가 힘을 합쳐 찾아보는데 준수네는 그런 보통의 가정이 아니다. 그래서 아이 혼자 어떻게든 동생을 찾아보리라 결심하는 것이겠지. 

아빠의 권위에 짓눌려 아이가 자신의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것도 그렇고 아이의 말을 차분하게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엄마도 그렇고 이 가정은 외형적으로는 정상으로 보일지라도 결코 정상적인 가정이 아니다. 과연 이것이 책 속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가볍게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어린이 책에서 그려지는 대개의 부모 모습은 준수네 부모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만큼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겠지. 그럼, 여기서 잠깐 내 모습은 어떨까 뒤를 돌아보고...

어른의 말은 무조건 들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준수가 동생을 찾아 나서면서 당당하게(아직 완전히는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면서 차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현실로 돌아와서 그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복종만 했던 아빠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리라.

판타지 속에 들어갔던 일이 나중에는 꿈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걱정하며(그럼 얼마나 김빠지겠는가.) 읽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 어른의 권위와 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말 환상적인 판타지로 버무린 멋진 책이다. 우리의 판타지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 책이기도 하다. 다만 마지막에 준수가 강해져서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엄마가 갑자기 남편에게 당당히 맞서는 장면과 미래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들이 모두 얽히고 설킨 부분이 헷갈리다 못해 모호한 감이 없지 않지만 대단한 책이다. 

저자가 현직 초등학교 교사라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교사가 쓴 작품들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다. 뭐랄까. 교사들이 쓰는 책들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썼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책은 진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진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라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암튼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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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 라면 교양 2
하승우 지음 / 뜨인돌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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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남편과 어떤 이야기 끝에 우리나라가 모병제가 되면 많은 것이 변화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 남자들이 향유하는 문화의 대부분은 바로 군대와 관련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끝까지 이어져 결국 나이가 들면 더욱 견고해진다. 아무리 나이가 많은 어른이라도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마치 어제 일인양 눈을 반짝이며 생생하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내 아버지에게서도 보았으니까. 남자들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바로 군대 이야기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가장 황금 같은 시기를 억울하게 군대에서 보냈다는 동병상련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정식 군대가 아닌 대체 복무를 한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것이겠지. 마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사람 대하듯이 말이다. 처음엔 신의 아들이 아니고 어둠의 자식이라서 좌절하고 비통해 하다가도 군대라는 통과의례를 거치고 나면 오히려 신의 아들들이 설 자리를 잃는 이유를 설명한 부분은 정말 통쾌했다. 아무래도 난 여자라서 그런 남자들의 심리를 미처 몰랐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현재 우리의 많은 문화가 군사문화에서 나왔다는 것은 모두 알 것이다. 특히 학교의 모습을 보면 작은 군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는 게 많다. 지금은 많이 자율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것은 사실이다. 애초부터 군사정권이 오래 집권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군사정권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그것은 아마도 그런 국민일수록 자신들의 의지대로 휘두르기에 훨씬 편하고 수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렇게 훤히 알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그런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패배주의와 타성에 젖어 주저앉는 것은 비겁한 짓이며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그래서 행동하는 지식인을 지향하고자 한단다. 아, 내가 우리 사회에 꼭 있었으면 하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사실 나 같은 일개 시민이 정부 정책에 아무리 반대를 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잘못을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저 힘 없는 한 사람일 뿐인 것을. 그럴 때는 지식인이 나서서 무언가를 해주어야 하는데, 특히 언론이 나서서 이야기하면 파급효과가 크겠지만 아시다시피 현재의 언론에 그런 것을 기대할 수가 없기에 이런 지식인이 나서서 큰소리로 이야기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군대가 없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시 우리는 아직 대치중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마도 오랫동안 세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국방비를 계속해서 늘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이야기하듯이 상대가 무기를 산다고, 아니면 더 좋은 신식 무기로 무장할까봐 우리가 먼저 선수쳐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런 것은 결국 서로를 파멸하는 길이라는 사실이 뻔하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의 현실은 그렇다. 현재의 통치자들은(아마 통치자들은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는, 군대를 다녀와서 복종에 익숙한 시민들이어야 관리하기 훨씬 편하니까.

남편도 남자라면 무조건 군대를 갔다와야 한다고 생각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은 변했다. 어쩌면 내 아이가 언젠가는 군대를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이 아깝고 불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군대가 지금의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가 되지 않을까. 적어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관대했으면 좋겠다. 실은 나도 전에는 그 사람들에 대해 그다지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았으나 그들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또 이 책을 읽어보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저자에게 설득당한 것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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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03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당선작이네요~~ 축하합니다! ^^

봄햇살 2008-09-0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느 것이 당선작인지 몰랐지 뭡니까.ㅋ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