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들썩들썩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록연필의 시 5
신형건 글,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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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읽히기 위해 어른이 쓴 시를 동시라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어야 할까. 어떤 시인은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을 수수하면서도 담담하게 노래하기도 한다. 또 어떤 시인은 예쁜 마음을 갖게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시를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신형건 시인은? 내가 보기엔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내려고 한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름다운 말로 정서적 느낌을 노래한 시도 있지만 내겐 이상하게도 현실을 노래하는 시가 가깝게 다가왔다.

편식을 하는 아이를 묘사하면서 콕콕 집어 먹다가 입이 황새처럼 늘어났다는 이야기. 그러나 단순히 그 시만 있었다면 웃지 않았을 것이다. 입이 뾰족해져서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보고도 먹지 못하는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그림이라니. 또 싫은 소리하는 사람 입을 향해 리모컨 전원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하는 부분은 괜히 찔린다. 마치 아이들이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쥐똥나무, 개구멍, 도둑고양이의 이름을 보고 억울하겠다고 하는 말과 함께 그려져 있는 플래카드는 또 어떻고.

시인들은 참 대단하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재치있는 말로 옮겨 놓으니 말이다. 그것도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 만드는 단어들로... 엘리베이터에 기대지 말라고 하는 스티커를 보고,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 팻말을 보고 또 나무를 꺾지 말라는 표지판을 보고 이렇게 멋지고 마음에 콕 박히는 시를 지을 수 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무엇이든 아름답게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삐딱한 마음만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 시들을 읽고 있으니 때론 후련하고 때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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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랑 흑구랑 책읽는 가족 2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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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첫 창작 동화집.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썼다고 하니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게다가 그 당시는 우리나라의 어린이책 시장이 활성화 되지 않은 시대였기에 이런 책이 더 귀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 책이 개정되어 다시 나왔다. 그것도 김재홍 화가의 그림으로.

단편들이 대부분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그러나 그 안에 녹아 있는 감성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 봐왔던 이야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물꼬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일이라던가 멍석을 깔고 마당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 등은 그림이 없어도 내 머리에서는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자전거를 사기 위해 열심히 염소를 키우지만 정이 들어서 차마 팔지 못하는 이야기인 표제작을 비롯해서 부모님이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바람에 할머니집에 맡겨진 영아가 시골 생활을 멋지게 시작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 마지막 이야기까지 모두 잔잔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들이다. 조용하고 어렵지만 정이 묻어나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요즘 도시에서 사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시골의 정서, 자연의 정서를 느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가 없으면 그 시대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찌 알겠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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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새 우는 밤 반달문고 25
오시은 지음, 오윤화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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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이 책을 자정이 되어서야 읽기 시작했다. 아이들 책인데 무서워봐야 얼마나 무섭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그런데 이게 의외로 오싹하다. 특별히 형체가 있는 귀신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겪었을 법한 그런 느낌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든다던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머리털이 쭈뼛하는 경험을 대부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가만히 읽고 있으면 이건 귀신에 대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서로 혼자인 아이들이 얼떨결에 한 조로 될 때부터 뭔가 조짐은 보이기 시작했다. 다 끼리끼리 조를 만들어 모였는데 거기서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 각자 이유가 있고 생각이 있지만 어쨌든 다른 아이들로부터 배척당한 것은 틀림없다. 그렇게 따로국밥이었던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움직이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무섭게(?) 펼쳐진다.

언제나 일 등만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남의 말은 무조건 반박하고 보는 범생이 승민이, 톡톡 쏘는 말투로 친한 친구들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 조의 유일한 여자 나영이,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창수, 아무런 잘못도 없이 왕따가 되어버린 영호 이렇게 넷이 한 조가 되어 담력 훈련을 떠난다. 

둘째 학교에서도 지난 여름에 뒤뜰야영을 했는데 거기서 담력 훈련을 했었다. 몇몇 엄마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산속이나 바위 위에 앉아 있기도 했고 숨어서 발목을 잡기도 했었다. 아이들은 조별로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아예 아무 것도 듣지 않겠다는 듯 구호만 외치고 가던 아이들도 있었다. 당시는 몰랐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때 아이들이 굉장히 무서웠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날 비가 부슬부슬 내린 밤이 아니었던가.

여하튼 그렇게 떠난 담력 훈련에서 네 아이들은 길을 잃는다. 서로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단합도 안 되는 조였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물론 실제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미리 가야할 길을 만들어 놓으니까. 길을 잃은 아이들은 역시나 서로 남 탓을 하며 가다가 어떤 할머니를 만난다. 아마도 그 할머니는 영험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분인 것 같다. 할머니가 아이들의 자초지종을 듣고 있다가 데려다 줄 테니 기다리라고 한 사이 아이들은 이야기꽃을 피운다. 귀신 이야기.

세 아이가 귀신을 보았던 이야기를 해도  범생이 승민이는 절대 믿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이 조금씩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 갈 때에도 승민이는 선뜻 무리에 끼어들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적극적으로는 아니어도 함께 웃으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이들은 그동안 상대방을 이해할 생각도 하지 않았으나 가까이서 이야기해 보니 모두 똑같은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또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고 남에게 어떻게 비추는지를 다른 친구의 신랄한 비판(주로 범생이 승민이와 까칠한 나영이가 그 역할을 했다.)을 듣고 깨닫는다.

어려움을 함께 겪은 사람들은 더욱 친밀함이 생긴다고 한다. 아마 창수와 영호도 이젠 서로 친구가 되어 더이상 외로워하지 않겠지. 나영이는 친한 두 친구에게 돌아가서 불완전하더라도 셋이 단짝이 되었을 테고, 승민이는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아이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네 명의 친구들은 서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겠지.

귀신 이야기라는 것을 매개로 외로운 아이들이 친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무서운 이야기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약간 쏠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작가의 말에서도 친구에 대한 이야기보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내가 친구 관계에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읽었기 때문일까. 그나저나 그림이 오싹해서 읽으면서도 되도록이면 그림을 보지 않으려 무지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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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 - 서양과 조선의 만남
박천홍 지음 / 현실문화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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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해냈다는 뿌듯함이 앞섰다. 장장 800페이지(주석을 제외하면 조금 안 되지만)가 넘는 책을 읽어냈다는 뿌듯함. 그러나 솔직히 내용이 남는다고는 이야기하지 못하겠다. 수많은 인물의 이름과 직책들을 읽다 보면 정작 내가 지금 무엇을 읽고 있나를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생소한 직책들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그쪽에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헷갈릴 것 같다. 솔직히 전문가의 해석이나 평가가 들어있는 것을 기대했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읽고 나니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지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많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외국의 배가 출몰하던 시기를 대충 조선 후기로만 알고 있었다. 자세히 다룬 적도 없었거니와 쇄국정책을 이야기하고 개항을 이야기할 때만 잠시 언급되어서 정말 그런 줄 알았다.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란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였다.

외국의 배가 우리나라 해안에 닿았을 때는 당연히 그 마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물론 하멜이 제주도에 닿았을 때 주민들과 말이 안 통해서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훨씬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과 만났을 것이라는 점은 생각질 않은 셈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국가적으로 외국인과 거래하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배척했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그동안 읽었던 탐험에 대한 책이 생각난다. 그것들은 주로 서양인의 눈에 비친 원주민의 생활이라서 미개하다느니 초라한 행색이었다느니 하는 식의 서술이었다. 대개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 남미 등의 나라였기에 나도 모르게 그들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었는데 마찬가지로 서양인은 우리를 같은 식으로 묘사했다. 그렇다면 역시나 그들은 우리를 미개하고 궁핍한 생활을 하는 민족이라고 생각했을 것 아닌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도 했다.

외국인들은 일지나 여행기 형식으로 자유로운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는 글들이 많으나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것들은 대부분 관에서 주관한 문서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외국의 것이 재미있고 다양한 반면 우리의 것은 딱딱하고 형식적이어서 기초적인 것 외에 다른 것은 알아내기가 힘들다. 또한 규격화된 질문지 형식의 문답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것만 보아도 우리가 얼마나 형식을 중시하는지 알겠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개인의 창의력이 집단의 횡포에 묻히는 경우가 많은 것은 아닌가하는 확대해석까지 해보았다. 게다가 외국의 배가 나타나기만 하면 거의 대부분 담당자가 문초를 당했다는 사실은 참 어이없다. 과연 중앙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하여,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한 것은 아닐런지. 지금과 너무 닮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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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단짝 파랑새 사과문고 65
이미애 지음, 이선민 그림 / 파랑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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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자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러니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단짝을 만든다. 남자들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도 같이 가는 단짝의 존재 아닐까. 처음엔 여럿이 어울리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두어 명으로 압축이 되고 그렇게 단짝이 탄생한다. 물론 그 사이에 결별도 하고 화해도 한다. 은비와 유경이처럼.

선머슴 같으나 그런 성격 때문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유경이와 천상 여자처럼 생기고 옷도 그렇게 입는, 어찌보면 공주과인 은비가 단짝이 될 수 있으려나 내심 의아했다. 제목이 그러니 당연히 결론이야 그렇게 나겠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느니 자신과 다른 모습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느니 하는 진부한 이야기를 했더라면 읽고 나서 좀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유경이의 내면이 잘 드러나 있어서 아이들이 남을 이해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점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마음도 넓고 자잘한 일에는 신경쓰지 않는 대범한 아이로 비추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여느 여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질투와 시기로 가득 차 있음을 알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채고 그것을 인정하며 더 나아가 극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경이와 은비의 단짝이 되는 과정보다 유경이가 자신과 싸우는 모습에 더 많은 애착이 간다. 중간중간 은비의 입장에서 서술이 되기도 하지만 유경이처럼 애착이 가진 않는다. 아마도 은비는 유경이를 무조건 해바라기 하는 입장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2002년에 나왔던 책을 이번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단다. 그간 문체나 구성이 많이 변화했음을 느끼기도 했다. 커다란 사건 없이 이어지는 것이 조금 단조롭고 인물이 대부분 평면적이어서 책을 덮으며 안도하는 느낌은 적었지만 요 또래 여자 아이들의 마음을 잘 포착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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