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복의 비밀 사각사각 책읽기 2단계 시리즈 5
스테판 마르샹 지음, 김주경 옮김, 이브 칼라르누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하하하. 일단 웃고 시작해야겠다. 그림책과 동화의 경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판형의 책이다. 글이 그림책 만큼 적은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동화를 대하듯 마음 먹었다가는 어느새 끝나버리는 그런 책이다. 이제 막 그림책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동화로 넘어가기 직전의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내용이 너무 재미있다. 아니 재치있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한 아이가 한여름에 스키복을 입고 나타났다면 어떨까. 아마 초반의 상황은 어느 나라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가타부타 변명도 하지 않으니 아이들은 더욱 놀려대겠지. 처음에는 테오가 무척 소심한 아이라서 아이들에게 마냥 당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나중에 발표할 때 보니 그렇지도 않다. 다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당장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것 뿐이다.

테오네 선생님은 참 영리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기회가 맞아 떨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슬기롭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그날 요즘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주제로 글을 쓰라고 하니 말이다. 테오에게 무슨 일이 있는데 그것을 교육과 연결시켜 상황을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글쓰기가 미리 예정되어 있던 것도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발표할 시간이 되자 모두들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하는 모습에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분명 동화책이라 그림의 비중을 많이 두지 않았을 텐데도 꼼꼼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역시나 웃게 만들었던 것은 마지막에 있는 한 마디 말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테오 반에 오셔서 방금 테오 아빠가 '잠옷을 입고' 학교에 왔다갔단다. 여기서 굳이 잠옷을 입고 왔다는 말은 들어가지 않아도 되건만 앞뒤 상황이나 극적 구성을 위해 들어감으로써 모든 것을 단번에 이해하게 만든다. 즉 그냥 밋밋하게 넘어갈 테오의 상황을 부각시킨 셈이다. 게다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말이다. 작가의 위트에 반한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가 숨어 있는 어린이 문화유산 답사기 1 - 개정판 어린이 인문교양 12
이형권 지음, 김태현 그림 / 청년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요즘 역사 관련 책이라면 어린이 책이건 어른 책이건 가리지 않고(물론 출판된 책 전부를 읽는 건 아니다.) 읽고 있다. 왜 진작 이렇게 역사에 흥미를 갖고 공부하지 못했을까 한탄을 하면서.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나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 아이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접근하기도 하고 여러 사실을 엮어서 관련지어 설명하기도 하지만 아이는 그저 공부로만 받아들일 뿐이다. 아마 나중에 스스로 흥미를 갖고 책을 읽으며 나와 똑같은 후회를 하지나 않을런지.

하지만 그래도 나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직접 역사 현장을 다녀오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는 점일 게다.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듣기만 한 것과 유적지를 직접 다녀오고 나서 듣는 것은 차이가 있더라고 이미 증언을 해 준 바다. 그 말을 듣고 고무되어 더욱 열심히 데리고 다니려고 하지만 그 역시 쉬운 것은 아니다. 요즘 잠시 주춤한 상태였는데 이 책을 보니 안 가 본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역사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마찬가지로 유적지에도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것의 과학적 근거를 따지면 할 말이 없지만 사실에 시간이 덧대어 지면 환상적인 이야기로 변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딴지 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유적지에 얽힌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부제에도 있듯이 꼭 알아야 할 문화유산이기에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읽으니 재미있다. 또 이미 가 본 곳은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것이 마치 바로 오늘 다녀온 느낌이다. 특히 이야기가 끝나면 나오는 '알고 보면 더 재미있어요' 코너는 현지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것처럼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동안 유적지를 답사할 때 어른용 책을 내가 읽고 가서 설명해 주곤 했는데(아시다시피 그럴 땐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어 난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는 이 책을 미리 읽고 가거나 들고 가야겠다. 어린이를 위한 문화유산 길잡이 책을 만나서 반갑다. 물론 이미 나와있던 책의 개정판이지만 전에 나온 책을 만날 기회가 없었으니 더욱 반가울 수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 공예 - 나무로 빚은 예술
손영학 글 / 나무숲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책에 나와 있는 나무로 만든 장을 딸에게 보여주자 반응이 신통찮다. 구식이라 싫다나. 그러고 보니 나도 예전에는 이런 종류의 것에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요즘에 나오는 장롱에 비해 단순하고 색도 다양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무로 만들어진 고가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요즘의 만들어진 문양의 가구가 아니라 나무결이 그대로 살아있는 무늬의 자연스러움과 단아함에 마음을 빼앗겼다. 또한 단순하면서도 쓰임새에 꼭 맞게 만들어진 것을 보면 자연과 함께 살아간 조상들의 마음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게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까.

어쨌든 나무 공예에 관한 책은 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런데 형식이 약간 다른 이 책을 보니 다시 감동이 인다. 자신만의 편지지를 만들어서 쓸 수 있도록 문양이 새겨진시전지판, 멋드러지게 만든 편지꽂이 고비,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의 독서대인 서견대가 있다는 것이다. 항상 고상하고 위엄있게(?) 서안(이나 경상)에서 책을 보는 줄 알았는데 서견대라고 하는 것을 이용하기도 했단다. 장식이 화려하고 세련된 것이 지금의 독서대와는 차원이 다르다고나 할까. 게다가 휴대용도 있었단다.

사랑방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 안방에서 만나는 나무 공예 등 집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 공예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사진과 함께 설명이 잘 되어 있어 머리에 잘 들어온다. 또한 부분부분 자세한 설명까지 들어있어 나무 공예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비록 지금 아이들이야 이런 것을 멋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겉만 보고 판단해서 그런 것일 게다. 이렇게 차근차근 알아가다 보면 우리 나무 공예의 멋을 알게 되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쟁이 낸시와 예쁜 강아지 국민서관 그림동화 89
제인 오코너 글, 로빈 프레이스 글래서 그림, 김영선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보라색 표지에 화려하게 치장을 한 여자 아이가 그려져 있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는 요란하고 정신없어 보이는 아이다. 그러나 나와는 정반대인 딸이 보기에는 '멋을 아는' 아이다. 항상 취향의 차이 때문에 티격태격 하는 모녀가 책에서도 여전히 시각차이를 드러낸다.

그런 딸이 책을 읽다가 혼자말로 '맞아 맞아'라고 한다. 도대체 뭔 이야기에 그리 공감을 하느냐니까 '우리 집에서 나만 혼자 멋쟁이라서 가끔 힘들다'는 낸시의 말이 딱 맞는단다. 맙소사. 지금 딸은 6학년이다. 물론 멋을 알고 한창 관심있는 나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림책을 보며 너무나 공감을 하기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딸은 종종 그림책을 보고 자지러지게 웃기도 하고 완전히 공감하기도 한다. 하긴 어른인 나도 그러는데 아이가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겠지.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난 단순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집안도 꾸미는 건 절대 안한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자마자 리본이 한가득이고 레이스가 온천지다. 한마디로 정신 사납다. 이게 바로 낸시의 취향인 것이다. 낸시는 똑같은 말이라도 멋지게 말할 줄 알고 남들보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서 어디서든 튀는 그런 아이다. 그럼 부모가 그러냐? 절대 아니다.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이다. 만약 내 딸이 없었다면 어떻게 저런 부모에게서 낸시 같은 아이가 태어났을까 무척 의심했겠지만 이미 경험을 하였기에 그런 의심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건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가만 보면 낸시 옆집 아주머니가 낸시와 취향이 비슷하다. 요란한 옷을 입고 집안도 온통 리본과 레이스로 꾸미는 것이 똑같다. 문제는 강아지도 그렇게 꾸몄다는 것이다. 그 셋이 차를 마시는 장면은 과히 압권이다. 공주과 아이들이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장면이다. 그러다 다음 장에서 낸시 엄마 아빠가 나오는 장면은 갑자기 너무 평범해져서 이게 같은 그림책 맞나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그 두 집의 차이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낸시가 진짜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물색하던 중 옆집 아주머니네 개를 잠시 돌봐 주기로 한다. 왜냐하면 낸시가 키우고 싶어하는 개와 엄마 아빠가 키우고 싶어하는 개가 (취향의 차이 만큼이나)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개의 살림살이를 잔뜩 싣고와서 키워보지만 물놀이도 못하고 공 물어오는 것도 못하는 그야말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보기만 해야 하는 강아지였다. 결국 낸시는 자기에게 맞는 개는 그런 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른 종을 택한다. 예쁜 것보다 개성 있는, 아니 별난 개가 좋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화려하게 꾸미는 것을 포기하진 않았다. 별난 것을 시키면서도 옷은 둘 다 화려하게 입었으니까. 그래도 전보단 훨씬 수수해졌다.

낸시의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표정의 변화를 보는 재미도 한 몫 한다. 기운 빠져서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걷는 모습이란... 멋진 글과 매력적인 그림이며 톡톡 튀는 이야기라는 뒤표지 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4
김평 지음, 이김천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조상에게 감사하기 위해 햇곡식으로 갖가지 음식을 장만하던 한가위는 평소에 먹지 못하던 맛있는 음식들을 맛보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러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길 바라는 마음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지금이야 먹을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친지들이 모이는 것에 의미를 두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먹을 것이 많기 때문에 기다려지던 명절이었다.

달에 살고 있다고 믿었던 옥토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추석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처음 거둬들인 곡식을 대문에 매달아 풍년을 기원했다는 올게심니는 생소한 이야기였다. 하긴 몇 해 전에 올게쌀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은 있지만 그 올게가 '일찍 나는' 곡식에 붙이는 말인 줄은 몰랐다.

온 친척이 모여 마당에서 화덕불 피우며 전 부치는 모습, 탁 트인 마루에서 송편을 빚는 모습 등은 오랜만에 본다. 지금은 특별히 한옥집에 가야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런지. 음식을 이웃과 나눠먹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이고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송편 만드는 모습도 보인다. 밖에서는 귀뚜라미가 가을을 알려주고 있을 것이고... 

추석날 아침에 새로 마련한 옷을 입고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는 모습, 그리고 저녁에 먼저 달맞이를 하기 위해 동산에 올라가는 모습, 동네를 돌며 놀이패가 돌아다니는 모습 등은 예전(불과 20여 년 전 우리 동네도 이랬다.)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지금이야 도시화가 되어 마을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져서 점점 보기 힘든 모습이다. 저자는 우리의 전통 모습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나보다. 그림이 눈길을 확 잡아끄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파란 계열의 색상은 눈길을 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