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엄마 아빠를 버리고 싶어 미래아이문고 7
발레리 다이르 지음, 김이정 옮김, 이혜진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한창 사춘기인 딸은 가족보다 친구를 더 좋아한다. 가끔 어른들이 없는 곳에서 친구들끼리만 살고 싶다는 이야기도 한다. 지금 요 또래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은 '어른들'인 셈이다. 아마도 그런 어른들에게 어쩔 수 없이 의지해야 하고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서의 자신이 더 못마땅한지도 모르겠다. 어른을 싫어하지만 생존을 위해 그들에게 의지해야 하는 점이 자존심 상한다고나 할까. 그런 아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서운하고 화도 난다. 하지만 딸도 알고 있다. 지금은 아무리 어른을 싫어한다해도 본인도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라는 것을. 또 우리가 하는 것 같은 행동을 자신도 하게 되리라는 것을. 그나마 다행이다.

이 책의 화자인 릴리를 보니 딱 우리 딸을 보는 것 같다. 때로는 어른들을 시큰둥하게 바라보고 오히려 자신이 보호자인 양, 세상을 초월한 사람인 양 행동하고 가끔은 한심하게도 생각한다. 또, 어른들의 울타리를 벗어나서 혼자 있고 싶어하는 것도 똑같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부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족의 테두리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 된다는 마지막 장면까지 똑같기를 바란다. 릴리는 그 결론을 한 달 동안 휴가를 보내면서 얻었던데 딸은 얼마나 걸리려나.

읽는 내내 혼돈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처음부터 일부는 상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릴리가 휴게소에서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마찬가지로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개와 함께 생활하는 것은 릴리의 상상일 뿐이라니 가벼운 마음으로 릴리의 상상에 동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 릴리의 일기가 부모에게 들키고 화가 나서 돌아오는 장면에서는 감쪽같이 속았다. 이번에는 결국 진짜로 릴리가 부모를 떠났구나, 드디어 일을 냈구나 싶었다. 일기에서는 부모가 버렸지만 이제는 릴리가 부모를 버린 것이라는 생각에 한편으로 고소하기까지 했다.(분명 나도 부모인데 왜 릴리 편을 들고 있는 거지?)

그런데, 결정적으로 한방 먹었다. 특히 마지막 일기인 "모든 것이 다 거짓말이다."라는 한 문장에 완전히 뒤통수 맞은 것이다. 읽으면서 도대체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릴리의 작품인지 구별이 되지 않아서 잠시 헤맸다. 그러나 그런 방황은 독특한 구성이라는 반증이므로 즐겁기도 했다. 조금은 까칠하고(그림에서도 까칠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도도하고 영악한 릴리가 포근하고 사랑스러운 릴리로 되돌아왔듯이 우리 딸도 그렇게 될 날을 기다린다. 그럼 혹시 속으로 릴리처럼 생각하는 거 아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낱말 수집가 맥스 I LOVE 그림책
케이트 뱅크스 지음,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각지도 못했는데 좋은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특히 생소한 작가라는 선입견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때는 좋은 책을 만났다는 기쁨과 함께 새로운 작가를 알았다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이 책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무언가를 수집한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나 나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인지라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에 가서는 멋진 아이디어에 나도 따라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과연 맥스는 무엇을 모은 것일까.

맥스의 형은 우표 수집이 취미다. 취미라는 말을 들으니 예전에는 그렇게 하나를 정해서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던 때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대중화되고 언제부턴가 손으로 쓰는 편지가 귀해지면서 자연히 우표를 사용하는 경우도 줄어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우표라는 말조차 생소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지금은 우표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맥스의 형은 우표를 모은다.

맥스의 또 다른 형은 동전을 모은다. 자기 나라의 동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동전이 있다. 크기도 가지가지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어느 것은 테두리가 오톨도톨 하기도 하고 어느 것은 매끄럽기도 하다. 각 나라마다 동전에 새기는 문양이 다르니 그것을 모아 놓으면 근사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어린 맥스에게는 얼마나 멋지게 보였을까. 그래서 두 형에게 하나만 달라고 하지만 보기 좋게 거절 당한다. 이럴 때 어린 아이들은 두 가지 유형의 행동을 한다. 하나는 형이 안볼 때 형의 수집품을 갖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형들을 흉내내는 것이다. 만약 전자를 택했다면 결과는 뻔하다. 형과 싸우거나 부모님에게 혼나는 것, 아니면 둘 다이거나. 하지만 맥스는 다행히 후자를 택했다.

드디어 맥스는 낱말을 모으기로 결심하고 신문과 잡지에서 낱말들을 모은다. 물론 두 형은 맥스의 행동에 코웃음을 친다. 아니, 사실 나도 낱말을 어떻게 모은다는 것인지, 모아서 무엇에 쓰겠다는 것인지 회의적이긴 했다. 그런데 맥스는 모두의 비웃음을 멋지게 잠재운다. 낱말들을 단순히 모아 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했던 것이다. 바로 낱말들을 이리저리 합치고 바꾸고 뒤집어서 멋진 문장을 만들었던 것. 그렇게 만든 문장은 합쳐져서 근사한 '이야기'가 된다. 그것을 보고 형들도 어느새 함께 문장을 만들며 놀고 맥스에게도 자신들의 수집품을 선뜻 내어주기까지 한다.

맥스가 여기저기서 수집한 낱말을 조합해서 문장을 만드는 장면을 보니 아이들과 이런 놀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단순한 문장을 만들었다가 점점 살을 붙여가다보면 언어실력이 몰라보게 늘겠다. 물론 책을 꼭 그렇게 교육적인 측면에서 봐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 좋은 아이디어라서 따라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맥스가 만든 문장은 단순히 글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따라 그림도 그려진다. 아마도 아이들 머릿속에는-꼭 알려주지 않더라도-그런 그림들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작가 소개를 잘 읽어보면 헌사가 왜 그렇게 씌어졌는지 알 수 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아이 이름이 공교롭게도 똑같이 맥스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년별곡 푸른도서관 2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나무. 대관령 삼양 목장 입구에 가면 작은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 고목이 된 주목이 있다. 긴 세월을 버텼을 그 나무를 보며 참 오래 살았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정말 우리의 역사를 전부 보고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에 한편으론 경이로우면서도 순탄지 못한 우리네 역사가 생각나서 한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하다. 왜 '했다'가 아니라 '하다'라는 현재형 표현을 썼냐면 그 당시에 느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책을 읽고 나서 느꼈기 때문이다.

멋스런 그림과 가을의 낙엽을 연상시키는 황토색의 표지, 게다가 뭔가 역사적인 냄새가 풍기는 제목을 보고 기대에 부풀어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아뿔싸. 갑자기 시로 시작을 한다. 처음에 시를 인용하는 책을 꽤 보았으니 그런 것이겠지하며 다음 장을 넘겼는데 계속 시가 나온다. 혹시나 하고 주루룩 훑어 보니 전부 시다. 그렇다면 시집인가. 원래 시와는 안 친한데 큰일이군. 그래서 일단 덮었다. 아무래도 이 책은 큰 마음을 먹고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다음날 다시 읽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그 감동을 간직하고 싶어 바로 다음에 읽을(정확히 말하자면 읽어야 할) 책을 잠시 미뤘다.

언젠일지 모르는 궁에서 후궁의 딸로 태어난 주인공. 아마도 어느 나라가 쇠락해 가는 중이었나보다. 주인공은 호위무사와 함께 간신히 궁을 빠져나와 아무도 모르는 산속에서 산다. 그리고 호위무사와 사랑을 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백 일이라고 하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호위무사는 왕을 구하러 떠나고 공주는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결국 주목이 되어 다시 돌아올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 백 일을 사랑하고 천 년을 기다린 셈이니 너무 가혹한 운명이다. 하지만 주목은 전혀 불평하지 않는다. 그 사이 새 나라가 건국되는 것도 보고 나라를 빼앗기는 것도 보았으며 전쟁이 나는 것도 본다. 천 년의 세월 동안 나라의 흥망성쇠를 다 경험한 것이다.

고향인 시골에도 야트막한 산꼭대기에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거기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그다지 크지도 않은 나무건만 그 나무를 베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병이 나거나 죽는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적인 교육을 받은 나는 그 말을 그냥 흘려들었지만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잠시 들었다. 아니, 그 나무도 그랬구나라고 생각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또한 동네 당산나무인 느티나무가 800년(30년 전에도 수령이 800년이라고 했다.)이 넘었다고 하니 그 나무도 그 안에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겠구나. 가끔 그 나무를 보며 고려시대에 심은 나무라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들곤 했었다. 나는 지나쳤던 그러한 감정을 저자는 이렇게 멋진 서사시로 풀어냈다. 아, 이래서 작가는 따로 있는 거구나. 외국의 어린이책 중 뉴베리 상을 받은 <모래 폭풍이 지날 때>라는 서사시가 있다. 그 책을 읽으며 우리에게는 왜 이런 책이 없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 없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 종합선물세트 메타포 10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황윤영 옮김 / 메타포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원래 예전부터 현실적이었기에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예 관심갖지 않았다. 그래서 또래 친구들이 연예인에 열광할 때도 심드렁했으며 선생님을 좋아할 때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었다. 마찬가지로 결혼을 한 이후로는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지 않았다. 일부러 안 읽었다기보다는 관심이 없으니 자연스레 멀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신시아 라일런트라면 일찌기 <그리운 메이 아줌마>를 읽으며 어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잡아냈을까 감탄했던 기억이 있기에 관심없는 주제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다 읽고 난 후 지금은 당연히 읽기를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아직도 사랑이라는 것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어주고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종합선물세트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사랑이라고 하면 주로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기 전에 거치는 것쯤으로 인식하는데(그래서 이미 나랑도 상관없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여기 여덟 개의 이야기들이 말해 준다. 그리고 사랑이란 이루어지든 깨지든 둘 중 하나로 인식되는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즉 여러 종류의 사랑이 골고루 나온다는 뜻이다.

상대방과는 전혀 상관없이 혼자만 사랑을 하는 경우가 있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말도 못하고 지나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뒤늦게 찾아온 꿈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또한 노년의 보다 성숙하고 완숙미가 느껴지는 사랑이 있도 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슴 뭉클하고 슬프고도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마지막 이야기였다. 정말 원하지 않는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시킬 생각인 사람들이 뱃속의 아기에게 이토록 사랑을 쏟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보기 드문 경우일지 모르나 이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싶다. 다양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했다. 그리고 나의 삭막한 감정이 조금이나마 회복된 것 같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뛰엄이 노는 법 책꾸러기 7
김기정 지음 / 계수나무 / 200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아이들이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제대로 놀아보지 못한다는 말 아닐까. 물론 어른이 보기에는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맨날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이건 아마 '논다'는 말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어린이들은 밖에서 땀을 흘리며 놀아야 진짜 논다고 생각하고 어른들은 공부하는 시간 외에는 모두 논다고 여기고 있으니까. 사실 땀 흘리며 노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가 진짜 노는 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런지. 그럼 박뛰엄이 노는 법을 알려준다니 살짝 엿들어야겠다.

박뛰엄이 아이인줄 알았더니, 그래서 이름을 그대로 썼더니만 99살 할아버지란다. 99살 할아버지가 섣달 그믐날 밤에 증손자에게 편지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먹이 엄마인 손녀가 다녀가자 문득 주먹이가 생각나서 편지를 쓴다지. 아마도 주먹이 엄마는 할아버지에게 주먹이가 매일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 친구들을 괴롭힌다며 하소연을 것이다. 그러니 할아버지가 큰 마음 먹고 장문의 편지를 쓰는 것이겠지.

어떻게 해서 박뛰엄 할아버지가 평생을 놀며 행복하게 살았는지, 또 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하며 은근히 증손자에게 삶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만약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이나 종류를 기대했던 아이들이라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일을 하는 것도 일종의 즐거움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다만 하기 싫어서 억지로 하면 놀이가 아니라 노동이지만 심고 가꾸고 거둬들이는 것에 재미를 붙이면 그것은 아주 즐거운 놀이가 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이야기의 내용은 조금 작위적인 면이 보여서(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이 읽는 것을 감안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을 것이다.) 흥미가 떨어졌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방식도 괜찮을 것 같다. 그나저나 작가의 말도 하나의 이야기처럼 감동적이고 재미있어서 두 편의 글을 읽은 기분이다. 아, 그리고 각주를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서 신선했다. 보통 동화책에서는 각주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학술적인 딱딱한 각주가 아니라 재미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