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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 수집가 맥스 ㅣ I LOVE 그림책
케이트 뱅크스 지음,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12월
평점 :
생각지도 못했는데 좋은 책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특히 생소한 작가라는 선입견으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때는 좋은 책을 만났다는 기쁨과 함께 새로운 작가를 알았다는 기쁨도 누릴 수 있다. 이 책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무언가를 수집한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나 나와는 그다지 상관없는 일인지라 처음에는 그저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뒤에 가서는 멋진 아이디어에 나도 따라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과연 맥스는 무엇을 모은 것일까.
맥스의 형은 우표 수집이 취미다. 취미라는 말을 들으니 예전에는 그렇게 하나를 정해서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던 때가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가 대중화되고 언제부턴가 손으로 쓰는 편지가 귀해지면서 자연히 우표를 사용하는 경우도 줄어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우표라는 말조차 생소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지금은 우표가격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맥스의 형은 우표를 모은다.
맥스의 또 다른 형은 동전을 모은다. 자기 나라의 동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동전이 있다. 크기도 가지가지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어느 것은 테두리가 오톨도톨 하기도 하고 어느 것은 매끄럽기도 하다. 각 나라마다 동전에 새기는 문양이 다르니 그것을 모아 놓으면 근사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어린 맥스에게는 얼마나 멋지게 보였을까. 그래서 두 형에게 하나만 달라고 하지만 보기 좋게 거절 당한다. 이럴 때 어린 아이들은 두 가지 유형의 행동을 한다. 하나는 형이 안볼 때 형의 수집품을 갖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형들을 흉내내는 것이다. 만약 전자를 택했다면 결과는 뻔하다. 형과 싸우거나 부모님에게 혼나는 것, 아니면 둘 다이거나. 하지만 맥스는 다행히 후자를 택했다.
드디어 맥스는 낱말을 모으기로 결심하고 신문과 잡지에서 낱말들을 모은다. 물론 두 형은 맥스의 행동에 코웃음을 친다. 아니, 사실 나도 낱말을 어떻게 모은다는 것인지, 모아서 무엇에 쓰겠다는 것인지 회의적이긴 했다. 그런데 맥스는 모두의 비웃음을 멋지게 잠재운다. 낱말들을 단순히 모아 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했던 것이다. 바로 낱말들을 이리저리 합치고 바꾸고 뒤집어서 멋진 문장을 만들었던 것. 그렇게 만든 문장은 합쳐져서 근사한 '이야기'가 된다. 그것을 보고 형들도 어느새 함께 문장을 만들며 놀고 맥스에게도 자신들의 수집품을 선뜻 내어주기까지 한다.
맥스가 여기저기서 수집한 낱말을 조합해서 문장을 만드는 장면을 보니 아이들과 이런 놀이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단순한 문장을 만들었다가 점점 살을 붙여가다보면 언어실력이 몰라보게 늘겠다. 물론 책을 꼭 그렇게 교육적인 측면에서 봐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 좋은 아이디어라서 따라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맥스가 만든 문장은 단순히 글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장에 따라 그림도 그려진다. 아마도 아이들 머릿속에는-꼭 알려주지 않더라도-그런 그림들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작가 소개를 잘 읽어보면 헌사가 왜 그렇게 씌어졌는지 알 수 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아이 이름이 공교롭게도 똑같이 맥스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