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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아빌루 -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화영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지금까지 '문학'과는 거리가 멀었던지라(앞으로도 그다지 가까워질 것 같지는 않다.) 매년 노벨문학상이 발표되어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아니, 한때는 그런 책들을 읽어 보려고 시도한 적도 있었으나 그리 쉽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동문학에는 관심도 많고 관련도 있어서 그와 관련된 상을 받은 책은 가능한 한 읽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본의 아니게 노벨상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니라 역시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책이다. 르 클레지오의 소설 <사막>에 들어 있는 이야기 중 아주 작은 하나를 멋진 그림과 함께 펴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가 쓴 어린이책을 본 적이 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빛은 물과 같단다>라는 책이 기억나는데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책인지 아니면 그의 책 중 어느 한 부분을 발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어린이들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책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해 따로 쓴 것이 아니라 그의 소설 중 어부 나망과 랄라의 이야기 중 한 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어린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이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여졌던 것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었다.
배를 수리하기 위해 송진을 끓이는 나망이 랄라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들어있어 두 개의 이야기를 읽은 셈이다. 밖의 이야기는 해가 넘어가는 사막의 모습과 어울리면서 차분하고 느리게 전개되고, 안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서정적으로 흘러간다. 처음에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발라아빌루 새로 변한 청년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감동하며 읽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은 다음에는 밖의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서 무언가 연결되어 있는 듯한 나망과 랄라의 모습도 기억에 남고 해가 넘어가는 사막에서 이제 서서히 자신의 본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인간의 모습이 연상되곤 한다.
사실 처음에 책장을 휘리릭 넘겼을 때 글씨가 꽤 많아서 걱정을 했는데 조금씩 읽어갈수록 그런 걱정을 언제 했나 싶다. 아이들 책이 그들의 생활을 묘사하고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책도 있어야 하지만 이처럼 감성을 자극하고 불확실한 뭔가가 잡힐 듯 말 듯한 책들도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거기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사실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하진 못하겠다. 그래도 이런 작품을 어린이들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다행 아닐까. 어린이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거나 억지로 꿰어 맞춘 책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