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산타에게 선물을 준 걸까? 미래그림책 88
앙투완느 귈로페 글 그림, 박정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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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거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선물 감추기가 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흐지부지 됐던 것 같다. 아니, 작년에는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며칠 전에 크리스마스 선물 뭐 해줄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큰 아이에게 퉁을 줬다. 그런 것 이제 없다고. 그랬더니 둘째가 대뜸 '그럼 엄마 아빠가 선물 주는 게 맞는 거네?'한다. 진작 알고 있지만 확실하게 듣고 싶었던 것이다. 올해는 선물을 줘야 하나. 아직 모르겠다. 사 주자니 질문에 확실한 답이 되는 것 같아 싫고 안 해 주자니 다른 아이들은 선물을 받는데 우리 아이들만 못 받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 년 중 딱 하루만 일하는 산타 할아버지. 물론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서 계속 신경을 써야 하니 이런 말을 들으면 서운할 것이다. 그러면 말을 바꿔서 이 책에 있는 표현처럼 산타클로스에게 가장 '중요한 하루'라고 해야겠다. 그 날인 크리스마스이브 밤에 산타는 아주 바쁘다. 선물을 포장하는 거야 당연하고 거기에 더해서 일기 예보도 살펴야 한다. 예전에는 무조건 떠났던 것 같은데 많이 발전했네. 산타의 집에서 가까운 북극부터 온 세상을 도는데 심지어는 항해 중인 배에도 다녀간다. 그렇게 아주 바쁘게 돌아다니다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산타. 아무도 없는 집에 쓸쓸히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무언가가 놓여 있다. 바로 선물. 누가 보낸 걸까?

산타가 활동하는 시간이 밤이라서 그런 건지 배경은 온통 까만 색과 흰색이다. 간혹 선명하게 들어가는 색상을 제외하면 흰색 바탕에 까만 실루엣이거나 까만 바탕에 흰색 실루엣이라서 마치 그림자극을 보는 것 같다. 별다른 색상 없이도 이렇게 차가운 밤을 표현하다니. 게다가 산타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다가 마지막에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것을 보면 독자도 따라 웃게 된다. 지금까지 산타 할아버지만 생각했지 그 산타에게도 엄마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항상 산타는 어린이들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베푸는 존재로만 여겼는데 이 책이 산타도 누군가로부터 사랑과 선물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더불어 그 한 마디에 웃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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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그림자 - 오스트리아 문학 다림세계문학 31
로베르트 클레멘트 지음, 함미라 옮김, 마리아 라이베버 그림 / 다림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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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이 책의 시대적 배경이 노예무역이 성행하던 때라는 착각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요즘이라는 것을 되새겨야 했다. 순간적으로 지금은 이런 것이 사라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현재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암담해지기도 했다. 그렇다. 이것은 옛날의 모습이 아니라 바로 요즘의 모습이다.

지금도 아프리카의 곳곳에서는 내전이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평상시에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로 여겨진다. 솔직히 나도 소말리아가 내전으로 인해 조각조각 나눠졌다는 것을 안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에 동원호 피랍사건이 있을 때 알았으니까. 이처럼 우리와 관련있는 어떤 사건이 발생해야 그제서야 조금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잊혀지고 만다. 그곳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무슨 일을 겪는지는 가끔 기억할 뿐이다.

내전을 피해 죽음을 무릅쓰고 망명을 하는 사람과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외국에 가서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하는 사람들. 이것은 비단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도 예전에는 그렇게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지금은 반대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으니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셈이다.

사라와 아버지 지아드가 나머지 가족을 잃고 나서 결국은 나라를 버리고 희망의 땅 유럽으로 망명을 위해 떠나지만 그곳에서 반갑게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또 유럽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험난하던지. 배 안에서 죽을 뻔한 고비를 여러 번 넘긴 후에야 간신히 유럽 땅을 밟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난민 수용소에서의 비참한 생활을 견딘 후에 간신히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그들이 그 삶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다. 마치 예전에 노예들이 잡혀 와 노동을 하는 것과 다른 것이 별로 없다. 그들에게는 제대로 된 숙소도 없고 먹을 것도 없으며 요구할 권리조차 없다. 거기서 일을 해서 돈을 모은다 해도 어느 세월에 원하는 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우리는 떳떳한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이용해서 노동을 착취하고 심지어는 병들거나 다쳐도 제대로 된 치료조차 해주지 않는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비록 이 책에서는 한 나라를 지칭하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라와 지아드에게는 새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 읽으면서 끝부분을 먼저 읽고 싶었다. 만약 그들에게 계속 불행이 닥쳤다면 아마 그냥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난민들이 사라와 지아드처럼 행복한 결말을 맺지는 않는다는 점일 게다. 아, 이런 것들이 언제쯤 사라질까. 아니, 과연 사라질 날이 있기는 할까. 세상에는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 왜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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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왕 룽산 마음이 자라는 나무 18
창신강 지음, 김재영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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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단편의 맛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단편이 훨씬 쓰기 쉬운 작품인줄 알았다. 왜? 짧으니까. 이렇게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습관은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정반대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로는 단편을 보는 눈이 달라졌음은 물론이다. 

대개 책을 읽으면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까지 전부 읽는 버릇이 있는데(그러면서 작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또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정보도 얻곤 한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그저 단편들과 짧은 작가소개로 만족해야 했다. 처음엔 단편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제서야 단편인줄 눈치챘다.

사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드러나지 않거나 드러내지 않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더 많은 질책과 풍자가 있으리라 기대했다. 남들 앞에서는 모범생이며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학생이지만 가식적인 행동을 할 필요가 없는 친구들 앞에서는 이기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을 보며 그들의 행동을 꾸짖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일 게다. 원래 결말을 확실하게 지어주는 것보다 어정쩡하게 끝내는 것이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진정으로 가족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되는 이야기, 천방지축 이기적인 손녀를 길들이는 할아버지의 이야기 등 각각의 이야기에서 뭉클한 그 무엇이 느껴진다. 특히 작가는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가끔은 불친절하다 싶을 만큼 자기에게 도취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독자도 이야기에 도취되어 확실하지 않은 무언가를 움켜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역시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책 속 이야기에 선뜻 공감하거나 빠져들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어떤 잘못을 했는지 모르지만 사람을 채찍으로 때리고 강제노동을 시키는 장면 등은 참 낯설다. 때로는 중국의 옛날을 이야기하는 듯한 이야기도 있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낯선 이야기들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만나는 것일 게다. 중국을 무대로 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지청 즉 지식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그들의 문화에서 그것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를 읽는 것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국의 문화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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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사진에 박히다 -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대 문화사
이경민 지음 / 산책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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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대개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알고 있고 변화에 민감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그저 존재한다는 것만 의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사진이란 그저 지금 내가 찍는 것만 생각했기에 사진의 역사나 사진관의 역사에 대해서는 궁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언젠가는 있었겠지 하는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의 시작 부분에서는 사진관을 누가 처음 차렸는지를 여러 자료를 보여주며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료가 누군가에게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한다. 

만약 내가 감회에 젖어 지금 하드 디스크 용량이 기가를 넘어 테라까지 언급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예전에는 하드 디스크도 없이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만 있었다고 이야기한들 나와 같은 감흥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 여기에서 사진의 역사를 열심히 설명하지만 그 보다는 사진 뒤에 숨어 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지식에 더 관심있어 했던 나 같은 사람은 처음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덮을 즈음에는 사진을 볼 때 단순히 보여지는 것만 봐서는 안되며 그 뒤에 숨어 있는 의도와 당시의 문화를 함께 읽어야 함을 깨닫는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지금도 반드시 주민등록증에 사진을 넣어야 하고 여권에는 더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한 사진을 넣어야 하는만큼 사진은 언제부턴가 개인은 감시하는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일을 겪으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그것을 무작정 부정할 수도 없다. 그것이 권력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든 어떻든 간에 이미 그것은 당연하게 생각하도록 세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근대가 시작됨과 동시에 바로 식민지로 들어서는 바람에 많은 것을 잃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스스로 법을 만들 여유도 없이 일본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으니까.

안중근 사진이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안중근의 애국심에 초점을 맞춰서 그 사진을 보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데 사용한 반면 일본인은 그것을 반대하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본보기로 생각하고 있었단다. 이렇게 하나의 표상에 대해서 각기 다른 해석이 존재하고 각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의 사진은 무조건 겉에 보이는 것으로만 해석하고 판단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거듭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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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봉 이광희 선생님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1 10살부터 읽는 어린이 교양 역사
박은봉 외 지음, 김경옥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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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용 책을 보고 반해서 선물도 하고 수시로 들춰보곤 했다. 그런데 거기에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역사를 배우는 아이에게 유익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만 읽어야 한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읽은 것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곤 했다. 그런데 아무리 설명을 잘 한다고 해도 내게서 한 번 걸러지는 것이므로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는지, 내가 제대로 설명은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어린이용 책이 이렇게 나왔으니까. 게다가 내용이 많았던 것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려나 걱정했는 머리에 쏙쏙 들어오도록 대화 형식으로 꾸며서 읽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다. 

처음에 이 책을 읽고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잘못 알고 있었나 새삼 깨달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신나서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는데 마침 역사를 배우고 있어서 그 부분이 나왔다. 그런데 이 책에서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내용으로 나와 있어서 아이가 내게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참 난감했었다. 오죽하면 선생님께 문의를 하기까지 했을까. 결론은 아직은 정설로 인정을 못 받았기 때문에 교과서에 있는 그대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옛이야기에서도 많이 나오는 온달과 평강 공주에 대한 역사적 근거를 대며 이야기하고, 원효대사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의 일화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도 이야기한다. 또한 어쩌면 아이들이 가장 충격받을지도 모르는 문익점의 목화씨에 대한 이야기도 실은 그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붓두껍에 목화씨를 숨겨서 몰래 들여왔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당시 정황으로 보건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원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 과장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고증없이 받아들여서 잘못 전해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잘못되었다는 부분에서 그쳤다면 약간은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대단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라니 그럴 수밖에. 그러나 이 책에서는 비록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과장되고 변할 수도 있지만 문익점이 목화씨를 가져왔다는 사실 자체는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원효대사도 어떤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는지 모르지만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변하지 않는 의의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이 아직 많은 학자들로부터 정설로 인정받지 못했기에 교과서에까지 반영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배우는 것과 알고 배우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리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앞으로 아이들이 이끌어 갈 시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역사란 단순히 과거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재해석될 가능성이 있고 변화 가능하며 현재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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