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신 고학년 책가방 동시 -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엮음, 오동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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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토끼를 기르자고 성화를 했었다. 집안에서 토끼를 기르다니 말도 안 된다며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자 아이들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께 조르기 시작했다. 결국 두 분은 장날 시장에서 토끼를 한 쌍 사오셨다. 처음에 게약은 아이들이 외가에 갈 때마다 토끼밥을 주기로 하고 길렀는데 웬걸. 처음 며칠만 토끼를 들여다보더니 그 다음부터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결국 토끼 밥은 온전히 외할아버지 차지가 되었다. 그렇게 불어난 것이 지금은 50여 마리가 넘는다. 

들에서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오신 날도 어김없이 토끼 밥을 챙겨주신다. 밥 주는 거 귀찮다며 팔아야겠다고 하신 게 벌써 일 년도 넘었다. 문득 김녹촌 시인의 '못 파는 토끼'라는 시를 읽는데 어쩜 그리 우리 아버지 같은지. 아버지가 밥을 주면서 토끼와 이야기하시는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가을이면 겨우내 먹일 토끼밥을 장만하시고 새끼를 낳으면 다른 사람이 볼까봐 토끼장을 가려주곤 하신다. 그러니 어찌 쉽게 팔 수 있을까. 

여기에 있는 시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자연과 관련된 것들이 참 많다. 만약 밖에 나가서 놀지도 않고 오로지 공부만 하는 아이가 이런 시를 읽는다면 과연 얼마나 공감할까. 시를 한 편 읽고 위에서 내가 느꼈던 저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우리 아이들만 보더라도 경험해 보지 않은 것을 공감할런지 의문이다. 그러기에 충분히 보고 몸으로 부딪치며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인가 보다.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은 결국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그러니 집안에서 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느낄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줘야겠다. 그래야 이런 시를 읽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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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신 중학년 책가방 동시 -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엮음, 우연이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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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은퇴한 섬진강 시인인 김용택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읽히면 좋을, 또는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동시를 묶어 놓았다. 오랜 세월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생활을 이해해 주고 고스란히 받아준 선생님이니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동시를 뽑았을 것이며 아이들에게 힘이 될 만한 동시를 가려냈을 것이다.  

흔히 동시는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도 힘든 일이 있고 상처가 있으며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을 테니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도 중요하리라 본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겨울이라 은근히 눈이 기다려져서인지 오은영의 함박눈 지우개라는 동시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냥 눈이 오는 모습을 그리고 있나보다라며 읽어내려가는데 마지막에 가서 '아, 이런 게 바로 시구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뭔가가 확 달려든다. 눈이 쌓이는 모습을 보고 길을 지우고 나무를 지운다고 표현하다가 갑자기 마음의 상처도 지운다는 그 말. 대개 눈이 오면 아름답다고 느끼는 데 반해 이 시인은 거기에서도 상처를 지우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뭔가 맺혀 있나 보구나.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가 생각나는 듯하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못하겠다. 그런데 시는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절실히 느낀다. 아이들에게 시집을 읽으라고 하면 잘 안 읽을 것이 분명하니 오늘부터라도 잠들기 전에 여기에 나오는 시를 몇 편씩 읽어줘야겠다. 며칠 하다가 잊고 있었던 시 읽어주기를 다시 해봐야겠다. 비록 당장은 의미가 다가오지 않더라도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의미가 다가오는 경험을 아이들도 느끼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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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선생님이 챙겨 주신 저학년 책가방 동시 - 섬진강 작은 학교
김용택 엮음, 조민정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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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이 괜한 말이 아님을 실감한다. 처음에 어린이 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있었는데, 특별히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틈 나는 대로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강연을 듣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래도 내가 꽤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어린이 책이 아닌 다른 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인데 그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만약 내가 어린이 책이 아니라 시나 소설을 몇 년간 꾸준히 읽고 토론을 했더라면 상당한 지식을 갖추게 되지 않았을까. 이렇듯 그 순간순간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지나가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상당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시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하기에 시만 나오면 일단 위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시에 대해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위와 같은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럼 시도 많이 보면 나중에는 두렵지 않겠지. 

그래서 한때는 아이들에게 시를 매일 저녁마다 읽어주려고 노력한 적도 있으나 작심삼일이었다. 또 어느 때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시를 찾는 게 어려워서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다. 그런데 김용택 선생님이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만한 동시를 골라서 풀이까지 꼼꼼이 챙겨 넣은 시집을 엮었단다. 그렇다고 시를 분석하거나 해설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시에 어울리는 김용택 선생님의 감상을 짤막하게 적어 놓았다. 마치 시와 수필을 동시에 읽는 듯하다. 그 중 이 시집은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그렇다고 저학년만 읽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원래 시라는 것이 읽어야 할 나이가 잇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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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먹고 맴맴 - 조상의 슬기와 얼이 담긴 전래동요 처음어린이 1
김원석 지음, 정승희 그림 / 처음주니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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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동네에 사용하진 않지만 사용 가능한 우물이 있었다. 꽤 깊어서 들여다보며 만약 빠지면 어떻게 될까 걱정하던 기억이 난다. 이가 빠지면 "앞니 빠진 금강새 우물 앞에 가지마라"라는 전래동요의 노랫가락을 들으며 항상 그 우물을 떠올리곤 했다. 또한 빨래줄이나 고추 말뚝에 앉아 있는 잠자리를 잡을 때면 부르던 노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손으로 직접 잠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잠자리채로 쉽게 잡는다. 그러니 노래가 필요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우물이 사라졌으니 이가 빠져도 노래를 부를 필요가 없어졌다. 그럼 그런 전래동요는 이대로 사라지는 것일까. 가끔은 안타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에게 가르쳐줄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전래동요란 어울리는 때가 있는 법인데 그냥 들려주려니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전래동요를 매개로 한 이야기가 있다면 어떨까. 전래동요도 알고 그에 얽힌 이야기도 함께 읽으니 절로 이해가 될 것이다. 지금의 어른들은 어렸을 때 대부분 들어봤음직한 동요들이기에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며 노래를 불러줘도 좋겠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가 전통을 경험한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승되느냐 아니면 단절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전래동요가 이미 많이 사라지고 의무적으로 교과과정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아이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있는 것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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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옥에 숨은 과학 역사와 문화가 보이는 사회교과서 3
서지원 지음, 문수민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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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우리 옛것이 그립고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을 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게 나이를 먹는다는 증거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보다는 진정한 우리 것의 가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새 친근하게 느껴지고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냥 이루어진 것은 없으며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음을 발견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마루가 있고 부엌이 있으며 마당이 있는 집이었으나 지금은 일부러 찾아다녀야 한다. 살기는 편해졌는지 모르나 편함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희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흙집에서 살 때는 건조해서 긁적이는 일 절대 없었으며 여름이라도 마루에 누워 있으면 서늘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그 당시는 마당보다 마루가 높은 것이 그냥 그렇게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니 전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습기를 막아주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또 곤충들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한옥의 요모조모를 뜯어보니 무엇 하나 그냥이라고 넘길 것이 없다. 그만큼 과학적이며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다.  

지금이야 기술이 발달해서 창문만 닫으면 밖에서 나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찬 공기도 들어오지 않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습도를 조절하기 위해 가습기를 틀어야하고 시멘트와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유독성 공기를 없애기 위해 청정기를 틀어야하며 여름에는 밖의 온도는 올라가든 말든 안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튼다. 그러고 보니 자연적인 것은 점점 사라지고 인위적인 것이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지지 않을까. 

작년에 아이들과 한옥(안동의 수애당)에서 묵었던 적이 있다. 일부러 한옥을 찾아갔었다. 문을 닫으면 다른 사람들과 단절되는 보통의 숙소와 달리 방문을 닫아도 마당에서 나는 소리가 다 들려서 다른 사람들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물론 그때는 찾느라고 헤매다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말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때의 추억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 듯하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옥에서 직접 잘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서. 그러기에 이와  같은 한옥에 대한 책을 봐도 전혀 낯설어 하지 않는다. 점점 우리 것이 사라져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게다가 이 책은 시간여행을 가는 것도 열차를 타고 가는 일반 여행의 하나로 설정해서 그다지 억지스럽지 않다. 또한 이야기 중간중간 들어있는 정보는 한옥 뿐만 아니라 전통 집에 대한 자료가 모두 있어서 아주 유용하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우리 것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글쎄, 어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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