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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평점 :
그림책 중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 <나그네의 선물>이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한참 전에 모임에서 그 책을 이야기하자 한 명이 마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야기랑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사실 그 때는 그 이야기를 읽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 비슷하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작품을 직접 읽어보니 무엇이 비슷한지 금방 이해가 갔다. 이렇듯 고전은 단순히 과거에 씌어진 작품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며(물론 그 작가가 톨스토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는지는 모른다.) 이어내려오는 것인가 보다.
톨스토이의 다른 작품집에서 표제작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내용이 온전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이 기억력. 그런데 희안한 것은 읽으면 그제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는 점이다. 그러니 다시 읽어도 완전히 새로 읽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혀 생소한 이야기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
어쨌든 읽었던 작품도 있고 처음 읽는 작품도 있는 이 단편집을 읽으며 현재를 생각했다. 솔직히 예전에 톨스토이의 생가 사진을 보고, 또 그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읽고 선입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 부유하니까 아무 걱정없이 글을 쓸 수 있었겠지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책상에만 앉아서 노동자를 이야기하고 현실의 모순을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여기에 있는 단편들을 읽으면서는 나도 모르게 현재를 대입하며 읽었다. 이 글이 씌어진 것이 언제인데. 그렇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는 말이 되는 셈이다. 때로는 비유적으로 때로는 직설적으로 현실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나도 모르게 속도가 빨라지고 한숨이 나온다. 특히 <지옥의 붕괴와 부흥>이라는 이야기는 어쩜 현재와 그리도 똑같은지. 그 글을 읽는 순간에는 현재의 작가가 현재의 세태를 비판하기 위해 쓴 글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톨스토이의 이야기에 공통으로 흐르고 있는 기독교적인 사상이 그 이야기에서는 상당히 비판적으로 다뤄진다. 물론 사상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간이 어떻게 이용하는가를 아주 신랄하게, 그리고 정확하게(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비판한다.
솔직히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종교적이라서 처음엔 그다지 빨려들지 않지만 조금만 읽다 보면 톨스토이의 작품이 왜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이해가 될 정도다. 특히 그가 말로만 민중을 외치지 않고 실천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기에 더 그럴 것이다. 비록 현실의 벽에 막혀서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치 성화를 보는 듯한 그림은 몇 점 안 되지만 정성이 느껴진다. 적어도 삽화라고 대충 그리지 않은 것이 느껴져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