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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은 괴물 ㅣ 별난 가족 그림책 1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지음, 박정연 옮김, 기욤 드코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영원한 라이벌이라는 형제. 그 형제관계에 대한 책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 풀기 힘든 난제임이 분명하다. 큰 아이 친구들은 대부분 동생이 있는데 딱 한 명만 동생이 없는 막내란다. 그래서 간혹 이야기하다가 동생이 얼마나 짜증나는 줄 아느냐며 동생인 친구에게 말하고, 대신 그 막내인 친구는 오빠가 얼마나 귀찮은 존재인 줄 아느냐며 실랑이를 한단다. 친한 친구인데도 그럴 때는 의견이 갈리는 것을 보면 형제관계란 어떤 것인지(부모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동생이 있는 큰 아이 입장에 맞는 책이지만 동생인 둘째에게 읽어줬다. 만약 큰 아이가 읽었다면 분명 맞장구를 치며 읽었겠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물어뜯고(젖 먹는 것도 큰 아이가 보기에는 엄마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밤에는 늑대로 변해서 잠도 못 자게 하니 괴물이 따로 없다. 그런데도 엄마 아빠는 뭐가 좋은지 항상 동생만 보면 싱글벙글이다. 어쩌다가 엄마를 괴물로부터 지켜주려해도 야단만 맞으니 미르티유의 마음이 어떨까.
그렇게 괴물이 자라서 마침내 뱀 단계를 거치고 공룡 단계로 가자 엄마 아빠의 관심이 더 공룡에게 집중된다. 결국 미르티유는 늑대처럼 울부짖고 뱀처럼 기어다니며 공룡처럼 쿵쿵댄다. 이런 걸 퇴행이라고 한다지. 동생이 태어나면서 모든 사랑이 자기를 떠날 때 흔히 보이는 행동인 퇴행을 여기서는 재미있게 표현했다. 그리고 그 순간 괴물이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날린다. 누나라고. 그 다음부터는 동생에 대한 미움은 사라지고 드디어 함께 놀 만한 상대로 인정한다. 지금까지 혼자 노느라 심심했을 테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동생이 태어나서 큰 아이가 겪는 심경변화를 재미있으면서도 정확하게 그리고 있다. 작은 판형에 그림도 명확한 선이 없는 어정쩡한 그림이지만 또한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졌다. 동생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책이다. 대신 동생에게는 누나나 형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