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선생님 다산천자문 2 - 사람의 도리와 사회생활
이덕일 지음, 김혜란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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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는 인연이 없는 관계로 한때는 애를 먹었다. 학교 다닐 때 전공 관련 책은 괜찮은데 교양이나 교육학 책은 웬 한자가 그리 많던지. 당시는 한자를 그다지 중시하지도 않았고 학교에서 시험 보기 위한 것만 간신히 외웠으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지금은 신문도 한자가 거의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하지만 답답할 때가 있다. 특히 읽는 것은 어느 정도 되는데 쓰려고 하면 가물가물 하는 것이 도저히 모르겠다. 그래서 한자 공부를 하려고 책도 사 놓았으나 책꽂이에서 꺼내지도 않은 채 그대로 있다. 

큰 아이가 어렸을 때 가장 먼저 공부한 것이 한자였다. 막 한글을 떼고 나서 한창 공부에 목 말라 할 때 마주친 게 바로 한자 학습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쓰는 것이 많아지자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하기 싫단다. 그래서 그만 둔 것이 지금까지다. 이제는 한자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도 알기에 차마 강제로 시키지는 못하겠다. 아이의 고충을 너무 많이 이해해줘도 안 되는데... 

어쨌든 아이가 이제 한자의 필요성을 서서히 느끼고 있다. 당장 학교에서 배우니 어쩌겠나. 그렇다고 무작정 천자문을 처음부터 하자니 엄두가 안 난다. 또 솔직히 그렇게까지 할 생각도, 자신도 없다. 그런데 이런 천자문 책을 만났다. 다산 천자문이라고 되어 있길래 다산 정약용 선생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했더니 아무 의미없이 나열된 천자문 배열을 다산 선생이 연관된 뜻을 가진 글자끼리 모아서 만든 것이란다. 그 천자문을 저자가 조금 다듬어서 세 권짜리로 펴낸 것이 바로 이 책(이것은 그 중 2권)이다.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을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된 뜻을 가진 글자 네 개를 모아 외우니 훨씬 의미있게 다가온다. 물론 나는 아이들에게 외우는 건 아직 무리라서 여러 번 읽어보기만이라도 하게 할 요량이다. 

한자는 중국의 글자라고 하지만 이미 우리 글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아니 꼭 필요하다. 간혹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한자의 뜻을 이야기하는 게 이해가 훨씬 빠를 때가 있다. 우리말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한자도 장점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말의 상당 부분을 한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자를 당연히 알아야 한다. 어렵다고 무조건 피하기만 하려는 아이들에게 이 책으로 재미있게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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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미래 창작 그림책 2
권태성 지음, 박재현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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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그림을 보더니 강아지 눈동자가 없단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부러 안 그렸나보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책을 다 읽은 다음에야 왜 그랬는지 알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책을 보니 앞부분에서는 분명 강아지 눈동자가 있다. 그것도 아주 예쁜 까만 눈동자가. 즉 눈동자를 안 그린 이유가 시력을 잃은 것을 표현한 것이다. 

강아지가 주인공으로 강아지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처음에 주인님이라고 불렀던 남자가 자신을 버리고 나서 어떻게 생활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독자들도 오로지 강아지 입장에서 볼 수밖에 없으니까. 강아지를 예뻐하는 주인 남자는 쭈쭈를 사랑하지만 결혼하면서 부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쭈쭈를 버린다. 나이도 많은데다가 시력까지 잃어서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어쩌면 남자는 부인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쩜 그리 무책임할 수가 있을까. 산책 나갔다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버리다니. 두 페이지 가득 그려진 넓은 길에서 서 있는 작은 강아지 그림은 막막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결국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데 누군가가 데리고 가서 키운다. 새 주인을 만난 것이다. 새 주인은 시력을 잃었다고 강아지를 버리는 그런 사람은 아닌가 보다. 그러다가 하루는 지하철에서 옛 주인의 냄새를 맡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행복한 냄새가 나니 그것으로 됐다고. 비록 옛 주인은 쭈쭈를 못 보았어도 잘 지내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됐다고. 쭈쭈는 그나마 새 주인을 만났으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길에서 떠돌이 개로 살아간다면 정말 괜찮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새 주인을 만나는 개보다 떠돌이로 살거나 동물 보호소에서 있다가 안락사하는 개가 훨씬 많을 것이다. 과연 그 개들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런지.   

작가는 실제로 동물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길에서 버려져 있는 개를 보고 데려올 형편이 못 되어 그냥 돌아선 미안함을 담아 이 책을 썼다니 말이다. 점점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는 요즘, 어려서부터 책임감을 가지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들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 아이들이 컸을 때는 그런 일들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래서 이런 그림책이 필요한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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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괴물 미래그림책 93
대니 슈니츨린 지음, 이도영 옮김, 빌 마이어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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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과목 중 하나가 바로 수학이다. 아마도 그만큼 중요한 과목이라 더 신경을 쓰고 잘 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어 하는 것일 게다. 수학을 그렇게도 싫어하고 힘들어하던 딸도 이제 나이가 드니 그래도 다른 과목보다는 똑 떨어져서 좋단다(증명 나오면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가겠지만). 너도나도 힘들어하는 수학을 재미있어 하는 것은 고사하고 왜 해야하는지 이해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아이들은 알기나 할까. 아마 이 책의 주인공처럼 직접 경험을 하면 왜 수학을 해야하는지 알게 되지 않을런지. 물론 진짜 수학괴물이 나타난다면 지레 겁 먹고 도망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주인공 꼬마는 수학 숙제 때문에 잠도 못자고 고민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수학 숙제 좀 대신 해달라고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까. 그런데 마침 어떤 괴물이 나타나서 주인공을 꼬드긴다. 서명만 하면 수학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면서. 이 쯤이면 뭔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리라는 것쯤은 알지만, 주인공이 당연히 서명하리라는 것 또한 안다. 그 후로 주인공은 수학 숙제건 시험이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문제는 선생님이 직접 보는데서 문제를 풀라고 한 것이다. 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니 선생님도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창피를 당하고 온 주인공은 원래대로 돌이키려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애초에 서명한 계약서에 있는 항목을 불러주며 돈을 내란다. 간신히 여기저기서 돈을 모으고 모자라는 돈이 얼마인지 직접 계산해 가면서 수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그래도 주인공은 직접 겪어 보았기에 이제는 어려운 문제가 나와도 절대 수학 괴물을 부르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가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살아가면서 수학이 쓰이는 분야를 이야기하면 그 사람들만 배우면 되지 않느냐고 억지를 부린다. 생활하면서 수학을 직접 적용하고 놀란 경험이 있다면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을 텐데. 이 책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그러나 모두가 수학 괴물을 만날 수는 없으므로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어야겠지. 수학을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할 조짐이 보이는 아이(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지만)에게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좀 친근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힘들어도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 않을까. 뭐, 꼭 그렇게 거창한 것을 느끼진 못하더라도 재미있게 읽으면 그림책의 역할은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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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추송웅 - 말과 몸짓으로 이야기하다 예술가 이야기 1
안치운 지음 / 나무숲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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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사람 기억을 못 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는다. 특히 연예인과 관련된 것을 기억하지 못해 딸이 이야기가 안 통한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다. 아마도 관심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추송웅이라는 이름을 들었어도 잘 몰랐다. 게다가 연극에 대해 문외한이다시피 하니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가 추상미가 딸이라는 문장을 읽으니 어렴풋이 기억나는 듯도 하다. 그래, 예전에 배우 추상미가 나왔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그러면서 추송웅 딸이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서 잊어버린 것 뿐이겠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연극배우로 활동했던 인물이기에 그쪽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관심이 있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특히 지금도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는 배우는 모르는 경우가 많지 않던가. 가끔 연극을 하던 배우가 텔레비전이나 영화로 활동하면 그제서야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니까. 물론 진정 연극을 즐기는 사람들은 연극 배우에 대해 많이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추송웅의 연극 인생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니 그가 연극에 얼마나 많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겠다. 배우는 하나의 배역을 맡으면 그 인물에 몰입하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하지만 추송웅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배역을 위해 몇 개월씩 오로지 그것만 생각한다니 그는 진짜 연극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너무 짧은 생을 살았다. 마흔 다섯이라니. 게다가 준비할 틈도 없이 그렇게 갑자기 떠나버렸으니 주변 사람들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또 연극계에 얼마나 큰 손해인가. 하지만 그는 떠났어도 그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과 추억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연극 배우는 개성있게 생긴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좋게 말해서 개성있는 것이지 대중매체에 나오면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추송웅도 그런 인물이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 눈이 사시라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은 아픔이 있고 나중에 수술을 해서 고쳤다지만 눈에 띌 정도로 외모가 뛰어났던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는 노력으로 그 모든 것을 극복했다. 아니 어쩌면 그는 외모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열정과 노력만이 그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짧지만 열정적으로 살다 간 배우 추송웅은 참 멋진 삶을 살았던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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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엉차! 땅에 집을 짓자꾸나 우리나라 바로알기 14
김미혜 지음, 최은미 그림, 장명희 감수 / 대교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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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 이사 온 후 아이가 친구 집에 갔다 와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사는 친구 집에 처음 가봤다며 신기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네 살 이후로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게다가 주변도 모두 아파트라서 친구 집도 결국 아파트였던 것이다.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기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난 나대로 지금까지 아이가 아파트가 아닌 곳은 간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아차 싶었다. 내게는 당연한 것이 벌써 아이에게는 신기한 것이 되었단 말인가. 

요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집의 형태는 아파트가 아닐까 싶다. 이제 초가집이나 기와집은 민속촌이나 특별한 곳을 찾아가야 볼 수 있는 집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밖에 어떤 집이 있을까. 우선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움집이 있다. 그리고 굴피집과 너와집이 있다. 특히 너와집의 경우 톱으로 나무를 쪼개면 안 되고 반드시 도끼로 쪼개야 된다고 한다. 톱으로 쪼개면 나무결이 상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비가 샐 수 있기 때문이란다. 굴피집은 이십 년쯤 자란 나무를 이용해야지 안 그러면 너무 얇거나 너무 억세서 못 쓴단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집의 종류에 대해 알려준다. 그러나 집의 의미와 집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형식으로 지었는지 두루 이야기해 준다. 그 뿐이 아니다. 따스한 아랫목에서 이불 펴놓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구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밥상 들어오면 밥 먹는 곳이고, 거기에 이불을 펴면 잠자는 곳, 마찬가지로 손님이 오면 그곳에서 손님을 맞았다며 지금과는 달랐던 방의 기능을 이야기한다. 기능이 분리되고 구역이 나뉘어진 현대의 구조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의 집과 옛날 집을 보며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함께 존재하는 법이니까. 다만 추억이 아련히 떠오를 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설명글로 하지 않고 시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책과 다르다. 또, 그래서 독특하고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단순히 집의 구조나 종류, 의미 등을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이런 애잔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도 시와는 친하지 않은 나조차도 시였기 때문에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정도다. 게다가 뒷부분에는 우리나라의 여러 집에 대해 자세하게 사진을 곁들여 보여주고 있어서 나에게는 추억을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아이들에게는 전통 집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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