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와 정글의 소리
프레데릭 르파주 지음, 이세진 옮김 / 끌레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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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한다. 그래서 한 때는-물론 어렸을 때지만-추리소설을 찾아 읽기도 했다. 그런데 꼭 추리소설이라고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마치 추리소설처럼 긴박감과 사건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도 있다. 마치 이 책처럼 말이다. 글쎄, 이 책을 추리소설이라고 하기는 뭣하다. 주인공 미카가 성장하는 이야기와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누구인지 몰라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보면 그러한 요소도 들어있다는 게 확실하다. 

미카는 태국인이지만 프랑스로 입양되었다. 지금까지 입양이라고 하면 왜 우리나라 아이가 외국에 입양되는 것만 생각했을까. 분명 다른 나라 아이들도 입양될텐데 말이다. 어쨌든 미카는 단란한 가정에서 잘 지내지만 밖에서 친구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크게 방황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하지만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까지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아빠의 직업은 심리 상담사다. 하지만 직업을 잃은 시점에서 남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공감해 줘서 힘을 갖게 하는 그 직업이 자신에게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게 된다고나 할까. 게다가 미카의 먼 친척이 태국의 땅을 유산으로 남겨줬다는 편지를 받은 참이다. 단, 그 땅이 일반 주거용 땅이 아니라 정글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아빠와 세 아이는 정글을 답사하러 간다. 설령 그곳에서 살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보기는 해야할테니까. 그리고 그때부터 이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문명화된 삶을 포기한 채 정글에서 문을 닫게 된 코끼리 캠프를 다시 열기 위해 준비한다. 마치 무슨 숙명인 것처럼. 그러면서 미카가 누군가에 의해 죽을 뻔하기도 한다. 아빠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가려 하지만 이제 아이들은 아빠에게 기대기만 하는 예전의 아이들이 아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줄도 알고 자신들의 앞날을 개척할 줄도 안다. 그만큼 그곳에서 지내면서 내적으로 성숙해졌다. 그와 동시에 형식적인 사랑이 아니라 진짜 보듬을 줄 알고 걱정하는 가족의 사랑도 확인한다. 

미카가 태국인 특유의 능력을 타고나서 렉으로부터 모종의 수업을 받는다. 게다가 렉은 참 묘한 사람이다. 이곳에 있지만 없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객관적인 것 좋아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동양적인 사고의 범주에서 보자면 그다지 이상한 것도 아니다. 물론 그래도 미카의 능력이 신기하고 심지어는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신비한 능력을 타고나서라기 보다 마음을 열고 자연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어쨌든 어찌어찌 사건은 해결되고 캠프는 성공적으로 개업을 시작했으며 온 가족이 정글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다. 모든 것이 혼합된 이야기 같지만 결국 성장과 사랑을 이야기하는 가슴 뭉클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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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열두 살 동규
손연자 지음, 김산호 그림 / 계수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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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한다. 지리적인 거리야 무척 가깝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심리적인 거리가 특정한 경우에 더 멀게 느껴질 뿐 그 외의 것에서는 그다지 멀어보이지 않는다. 이미 젊은이들은 일본 음식과 문화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지 않던가. 하긴 예전에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를 거쳤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다만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잊지는 말아야겠지. 그러기 위해서 지금의 아이들은 그다지 반기지 않는 이야기라도 꾸준히 나와야 하는 것일 게다. 

사실 나도 그런 것을 겪은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암울했던 시대를 이야기하면 쉽게 공감하기 힘들다. 그 이면에는 너무 아픈 이야기가 많아서 피하고 싶은 면도 없지 않아 있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힘들게 오로지 목숨을 잇기 위해서 살아가는 삶을 읽는 것도 힘들고 약탈자의 수탈에 힘없이 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읽는 것도 힘들기 때문에. 그러나 힘들다고 무작정 피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를 인정하고 제대로 알아야만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니까. 

그나마 이 책은 긍정적인 마무리를 하고 있어 마음이 조금 편하다. 비록 동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억울하게 돌아가시고 넉넉하던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서 결국 만주로 도망치지만 그곳에서 세 식구가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행복한 결말처럼 보인다. 워낙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모진 일을 많이 겪고 가족과도 만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니 말이다. 물론 동규 아버지도 마지막에 다른 곳으로 떠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동규도 아버지 뒤를 이어 작은 힘이나마 보태니 어찌 뿌듯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그곳으로 이주했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를 알고 있기에 동규네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해방되기 5년 전, 특히 더 심한 수탈이 행해지던 그 시기를 살아가던 어느 한 가정의 이야기. 적어도 민족적 자존심은 지키고자 애쓰는 할아버지와 나머지 식구들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희망을 본다. 아무리 힘들던 시기라도 개구쟁이 열두 살의 동규는 딱 그 나이의 아이답게 말썽도 부리고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성장해서 이제 더 이상 철부지 동규가 아니라 의젓한 청년으로 거듭난다. 그러면서 조금씩 현실에 눈 뜨고 나라가 처한 현실을 바로 본다. 아니면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하면서 성장했다고 하는 편이 나으려나. 어쨌든 암울한 시대를 잘 묘사하면서도 너무 가라앉지 않게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뒷표지에 있는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되찾아 주신 이 나라'라는 마지막 말에 눈길이 멎는다. 동규 아버지처럼 이름도 남기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해 가면서 노력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일 게다. 비록 독립을 순수하게 우리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라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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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셈 마법에 걸린 나라 : 자연수와 곱셈 기초잡는 수학동화 1
팜 캘버트 지음, 웨인 지핸 그림, 박영훈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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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수학동화가 붐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 대개는 전집이었고 간혹 단행본으로 나오기도 했다. 전집을 사기는 그렇고 해서 단행본으로 몇 권 구입했던 기억이 난다. 헌데 문제는 아이 나이보다 너무 수준이 높은 책이라서 정작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이야기로 읽었던 기억 또한 난다. 

이 책도 수학동화다. 특히 곱셈을 다룬다. 그런데 분수의 곱셈도 나오기 때문에 일종의 나눗셈도 나오는 셈이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의 아이들이 읽으면 적당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줄거리가 재미있어서 비록 곱셈에 대해 알지 못하더라도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책의 역할을 할 것이다. 

왕자의 열 번째 생일에 나타나 다짜고짜 왕자를 내놓으라는 난쟁이 이야기는 마치 <룸펠슈틸츠헨>을 연상시킨다. 그 뿐 아니라 여러가지 옛이야기가 섞여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어쩌면 그래서 더 친숙한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또 그렇기에 왕자가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몰입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면 거기에 집중하느라 정작 수학문제에는 관심이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적당한 재미와 수학적 흥미를 적절히 배합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왕자가 직접 난쟁이에게 따라가겠다고 하고 그곳에서 꾀를 써서 돌아오고 나중에는 모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지혜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한 편의 근사한 이야기가 된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쉽게 해결하지만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않을까. 아마 호기심 많고 책 내용을 따라하기 좋아하는 아이라면 이 책을 읽고 당분간 자연수나 분수의 곱셈을 입에 달고 다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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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독서 치료사 - 책으로 습관을 변화시키는
김현태 지음, 김명호 그림, 강승임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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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독서치료 강의를 들을 예정이다. 독서치료라는 말이 쓰인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 효과에 대한 것은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특히 모임에서 책을 읽어주면서 나누는 많은 이야기들은 책 속에서 본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겪은 이야기들이라 더욱 생생하다. 아이들에게(물론 어른들도 그렇다.) 책이란 단순히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길을 안내하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독서치료가 아닐런지. 

그렇다고 이 책을 독서치료를 위한 방법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은 나도 처음에는 그런 종류의 책인줄 알았다. 이 책은 책을 아주아주 좋아하는, 그래서 먹기까지 하는 어느 아저씨가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책을 매개로 그 아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즉 독서치료사가 되어 아이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게으른 어린이가 부지런하기 위해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지, 끈기가 없는 어린이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은지 등을 알려준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의 상태를 보고 이런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아이의 상태를 파악한 후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수 있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그와 더불어 처방전을 써준다. 그 처방전이 바로 해당 주제에 맞는 책 목록인 것이다. 

책을 먹는다는 설정이 말도 안 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처럼 느껴진다. 여러가지 마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마법이 전혀 생뚱맞거나 억지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의사 선생님(즉 아저씨)이 이야기를 하나 해 주자마자 바로 뉘우치는 아이들이 더 어색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주제별로 책을 묶어 놓아서 그 책을 찾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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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 작은 곰자리 8
신자와 도시히코 지음, 오시마 다에코 그림,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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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면서도 경쾌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반복구조와 점층법을 사용했다. 그래서일까. 다음 이야기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그다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일본 그림책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기기도 한다. 헌데 그 일본의 느낌이라는 것이 낯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친근감이 간다. 아무래도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가보다. 

유치원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 그 넓은 운동장 중에서도 왜 하필이면 같은 장소를 두고 미래는 꽃밭을 만들고 싶다고 하고 산이는 진흙으로 공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일까. 다른 곳도 있건만 왜. 하지만 아이들은 꼭 그런다. 안 놀던 장난감도 다른 친구가 놀면 괜히 갖고 놀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산이와 미래가 화를 내며 서로 양보하지 않겠다고 싸우는 장면은 너무 재미있다. 싸우는 장면에서 즐거워하면 안 되겠지만 둘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웃지 않을 수 없다. 

둘을 중재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결국 다 같이 꽃밭을 만든 모습에서는 이제 감탄사가 나온다. 어머, 어쩜 이렇게 예쁜 꽃밭을 만들었을까하고 말이다. 어른이 흔히 생각하듯 네모나거나 동그란 모양의 꽃밭이 아니라 거북이 모양의 독특하면서도 멋진 꽃밭. 

아이들이 각자 하나씩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다른 친구의 도움을 받기도 하는 이야기는 유치원이라는 공동체 생활의 즐거움과 방식을 은근슬쩍 이야기한다. 실컷 놀고 먹고 거기다가 씻기까지 하는 아이들. 그러나 모든 일은 어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아이들끼리 해결한다. 그러면서 남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기도 할 테지. 단순한 그림책이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강제로 전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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