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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가 필요해! ㅣ 미래그림책 98
아델하이트 다히메니 지음, 하이데 슈퇴링거 그림, 유혜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친구는 상당히 중요한 존재이자 내적 외적인 갈등의 시작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을 들어가거나 학교에 입학하면 우선 공부보다 친구관계를 더 걱정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한)어렸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커도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된다. 하긴 어른이 되어도 친구 관계(이 때의 친구란 단순히 나이가 같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더 복잡해져서 신경쓸 일이 늘어난다. 그러니 어렸을 때부터 친구 관계를 잘 이끌고 유지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어린이 책 중에서는 유독 친구 관계를 다룬 책이 많다. 웬만한 이야깃거리는 다 나왔을 법한데도 여전히 새로운 내용의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다양한지 짐작이 간다. 이 책도 제목만 보아도 친구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친구끼리는 사이좋게 지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주장만 너무 해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하면 기존에 나와 있는 책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즉 이 책은 친구를 이야기하는 방식이 약간 색다르다. 또한 그래서 좋다.
함께 잘 놀다가도 금방 토라지는 것이 어린이들의 특성이다. 또 그랬다가 언제 싸웠냐는 듯이 잘 노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여기 나오는 개, 돼지, 고양이, 생쥐, 염소, 수탉 친구들도 지금 서로 안 좋은 상태다. 괜히 짜증내고 트집 잡으며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른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상대방이 생트집을 잡는데 좋은 말이 나갈 리 없다. 게다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친구에게까지 불똥이 튄다. 급기야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로 한다.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의미지만 여기서는 진짜 만든다. 지푸라기와 털실 등으로.
드디어 친구가 다 만들어지고 여섯의 동물들은 잔뜩 기대하며 새 친구를 바라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래서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새 친구에게 해주지만 여전히 말이 없다. 그러는 사이 다른 친구의 모습을 새로운 눈으로 보기 시작한다. 전에는 시끄럽게 울기만 하는 줄 알았던 닭이 멋진 자장가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고, 게으름뱅이로만 알았던 돼지가 벼룩을 귀신같이 잡는다느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차츰 깨닫는다. 그들에게는 굳이 새로운 친구가 필요없다. 이미 그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재미있으니까.
친구와 티격태격하다가 그래도 지금의 친구가 가장 좋고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식상한 주제를 가지고도 이처럼 생활 속에서 흔히 겪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신선한 소재로 풀어갈 수도 있구나를 새삼 느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미 나올 만한 소재는 다 나와서 새로운 이야기가 없을 것이라는 그간의 생각을 무색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