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귀신이 산대요! - 저학년 중앙문고 93
헬레나 브로스 지음, 크리스텔 뢴스 그림, 최정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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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학교마다 괴담 한 두 가지씩은 꼭 있었다. 특히 학교는 공동묘지를 없애고 만든 경우가 많아서 더 그랬을 것이다. 또 화장실이 재래식이라 더 무서웠을 테고.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있을까. 아이에게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예전과는 많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학교에 귀신이 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학교라는 공간은 예나 지금이나 어느 정도 공포를 갖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내일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시리와 로바는 얼마나 설렐까. 곧 싫어할 것이 틀림없는 수학과 글쓰기 등 모든 것이 기대되니 말이다.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는 비케의 형 알렉스를 따라 학교를 둘러보는데 알렉스는 계속 겁을 준다. 뭐, 원래 남자아이들은 짖궂은 법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동생들을 놀리던 알렉스마저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과학실에 귀신이 산다고 놀리던 차에 때마침 거기서 해골을 보게 되었으니 오죽 놀랐을까. 결국 과학 기자재를 보고 오해한 것으로 밝혀졌고 시리와 로바, 비케는 즐겁게 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종종 내용보다는 그 나라의 환경에 감탄하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 책도 그렇다. 하긴 복지가 잘 되어있고 교육도 이상적이라는 스웨덴이니 오죽할까만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학교 가기 전에 미리 급식도 먹어보고 선생님이 다정하게 환영하는 모습이나 교장 선생님이 돌아다니며 입학 축하 선물(그것도 아이스크림)을 주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아이들도 부러워하지 않을까. 우리의 초등학교 입학식과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난 왜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학교란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내용과는 상관없는 이런 것에 더 끌리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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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 테오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17
질 티보 글, 주느비에브 코테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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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작가소개를 보니 <마티유의 까만색 세상>을 쓴 사람이란다. 시각 장애인이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한 책이었지, 아마. 그럼 이 책은 무엇에 관한 내용일까. 이 작가의 또 다른 책인 <네 잘못이 아니야, 나탈리>라는 책도 평범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은연중에 다른 사람이 외면하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소재를 다루는 작가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던 터라 이 책도 일반적인 아이들의 행동을 다룬 책은 아닐거라 짐작했다. 

그리고 읽고 나서 역시 내 짐작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다. 예전에 살던 앞동네에서 교통사고가 있었다. 커다란 트럭이 후진을 하는데 그 뒤에 아이가 신발끈을 묶고 있었고(하필이면 거기서), 그 사람은 아이를 보지 못했고 결국 사고가 났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죽은 아이와 그 아이의 부모도 안 됐지만 그 운전수가 어찌나 안됐던지.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먼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그런 사고에 대한 이야기며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형을 사고로 잃어버린 테오는 깊은 슬픔에 잠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저씨, 형을 죽게 만든 아저씨가 너무 밉다. 어찌 안 그럴까. 가족은 모두 사고 이후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한다. 그래서 중반까지 슬픔에 쌓인 가족의 무거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서로 각자의 슬픔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다. 

그러나 나중에 사고를 낸 아저씨의 집을 찾아가 여자 아이가 하는 이야기는 가슴 찡하다. "우리 아빠도 오빠의 형을 죽게 했다는 것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 오빠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면 죽은 사람은 모두 네 명이야."라는 말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다른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충분하고 정확하다. 결국 테오도 아저씨를 미워한다고 해서 슬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니, 오히려 아저씨를 마음 속으로 용서하고 나니까 슬픔이 줄어든 것 같다고 한다. 

그 후로도 테오 가족은 형을 생각하고 슬픔에 잠기기도 하지만 이제 슬픔에서 서서히 벗어나 평범하게 살기 시작한다. 물론 가끔 형을 생각하면 보고 싶고 슬프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한다. 화가 나는 마음과 용서하게 되는 과정을 긴 설명없이 적절한 대화와 기분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만나 상대방을 이해하는 부분이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진정한 용서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사고로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가 읽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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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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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속에서 살다가 가끔 이렇게 나를 위한 소설을 읽으면 한동안 멍하다. 주로 비소설류만 읽다가 이러한 소설은 가끔 읽어서인지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타리에이 베소스는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자랑하는 작가란다. 생전에 노벨상 후보에 세 번이나 올랐다니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이 작품을 쓰면서 고립감과 거대한 자연의 모습을 느끼기 위해 산에서 은둔생활을 했다하니 단순히 책상에 앉아 펜으로만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책을 읽기 전에 겉표지 그림을 보면 전원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그러나 다 읽고 나면 왜 이런 곳에서 살게 되었는지, 왜 자그마한 배가 호수에 덩그마니 떠 있는지 알겠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그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본 독자는, 그래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줄곧 마티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에 나도 모르게 마티스와 동일시된다. 그러면서 가끔은 헤게가 조금만 더 동생에게 신경을 써 주었으면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하지만 무조건 헤게만 탓할 수 있을까. 마흔이 될 때까지 동생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으니 누나로서 할 만큼 했다. 그래서인지 마티스의 결심보다 남아 있는 누나가 느껴야 할 슬픔에 더 가슴이 아프다. 분명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을 할 테니까. 어쩌면 그러한 것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그냥 마티스가 호수 속으로 가라앉는 것에서 끝냈기 때문에 독자는 더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감수성이 풍부한 마티스는 멧도요새의 암시를 알아채지만 메마르고 감수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는 그러한 마티스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애먹었다. 마티스는 왜 자꾸 멧도요새에 집착하는 것일까. 하긴 멧도요새뿐만 아니라 마티스와 헤게 나무에도 집착하는 것을 보면 일종의 강박증은 아닐런지. 아니면 지적 수준이 어린아이 정도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뒤에는 감수성이 보통 사람 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야 나무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걱정하던 마티스의 이야기가 하나의 복선은 아니었을까를 문득 깨닫는다. '마티스의 아름다운 방황을 담은 걸작'이라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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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기가 막혀 - 순진한 개를 미치게 하는 50가지 고민
스티브 더노 지음, 정숙영 옮김, 박대곤 감수 / 부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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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내 손에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분명 책을 봤는데 읽으려고 하면 남편이 가져가고, 내가 먼저 읽겠노라 찾아놓았더니 그 다음은 딸이 가지고 갔던 것이다. 결국 딸이 가지고 간 날 저녁에 내가 먼저 읽겠노라 다시 찾아왔다. 읽다 보니 딸의 행동과 똑같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이야기를 해줬더니 그래서 자기가 이 책을 안 읽기로 했단다. 찔리는 이야기가 많아서. 

얼떨결에 강아지를 키우면서 우왕좌왕 했었다. 가지고 온 다음 날 응급실에 가질 않나, 대소변을 잘 가렸었는데 여행가느라 잠시 친정에 맡겨 놓았더니 퇴행하질 않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또 외출했다 돌아오면 온 곳에 영역표시를 해놓아서 그걸 닦느라 고생하기도 했다. 결국 작은 철창을 사서 나갈 때는 그곳에 가두는 것으로 일단락지었다. 

책을 읽으며 내내 드는 생각이 우리가 강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키웠구나하는 것이었다. 또한 강아지를 위한답시고 한 행동이 모두 잘못된 행동이었단다. 만약 지금 강아지를 다시 키운다면 훈련도 잘 시키고 제대로 키울 텐데. 이런 말은 흔히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하는 말이 아니던지. 결국 결론은 하나다. 아이 키우는 것과 강아지 키우는 것은 공통점이 너무 많다는 것. 

차 안에서 통구이가 되겠다는 하소연을 보며 뜨끔했고(여행을 갈 때 두고 갈 수가 없어서 데리고 가면 어쩔 수 없이 차 안에 둬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참만 예뻐한다는 이야기를 보며 어쩜 이리 똑같을까를 연발했다. 마침 시골에 태어난 지 몇 개월밖에 안 된 강아지가 있는데 아이들이 그 강아지만 예뻐하던 참이었다. 물론 원래 키우던 강아지는 샘을 엄청 냈다. 

개는 사람과 함께 살려면 반드시 복종 훈련을 시켜야 한고 절대 침대에서 함께 자면 안 된다는데 우리는 둘 다 그렇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 훈련을 시키려니 말을 들을 리도 없고. 훈련 전문가에게 데려가면 되겠지만 그냥 이대로 살기로 했다. 아파트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우리나라와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미국의 환경이 달라 그런 부분이 약간 공감이 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구성이 재미있고 하는 이야기마다 우리 이야기 같았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비록 나처럼 그간의 행동이 후회되겠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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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모두가 친구 14
조나단 빈 지음, 엄혜숙 옮김 / 고래이야기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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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정사각형의 판형에 낯선 작가의 그림책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 작가 소개를 볼 즈음에는 벌써 이 작가의 다른 책이 궁금하다. 조나단 빈은 이 책으로 2008년 샬롯 졸로토 아너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북 상을 받았으며 그 밖에도 여러 목록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라고 의문을 가졌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 그러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면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사람이라면 절대 공감하지 못할 장면이 펼쳐진다. 엄마는 옥상에서 빨래를 널고 아이는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 옆에는 까만 고양이가 앉아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평화로운가. 

밤이 되어 온 식구가 자러 들어간다. 아이도 자려고 노력하지만 잠이 안 오는 모양이다. 엄마 아빠의 숨소리도 들리고 남동생과 여동생의 숨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문득 살짝 열려 있는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눈을 감고 그 바람을 느끼는 아이의 모습이 화면 가득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읽는 이도 무심결에 숨을 들이킨다. 

아이는 바람을 따라 베개랑 이불이랑 담요을 가지고 어딘가로 올라간다. 이불을 질질 끌며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에서 비록 아이 얼굴이 눈만 살짝 찍혀 있는 그림이지만 낑낑대며 올라가는 표정을 읽을 수 있다.아마도 뒤로 한껏 젖혀진 아이의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바람을 따라 간 곳은 바로 옥상이다. 그리고 거기서 바라보는 풍경은 잠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분명 도시 한가운데라고 했건만 그림은 머나먼 곳을 향해서인지 한적한 자연만이 있을 뿐이다. 복잡한 도시라도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음을 작가는 두 화면 가득 보여준다. 그리고 편안하게 잠을 자는 아이 옆에 앉아 있는 엄마의 모습은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 글 어디에도 엄마가 어떻게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독자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이를 따라 올라갔지만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엄마의 모습과 잠 든 후에 아이 옆에서 가만히 지켜주는 그림은 그 어떤 설명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건물은 의미가 없어지고 산과 강만이 유의미하게 다가오도록 조금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그림과, 더 높은 곳에서 온전히 자연을 느끼는 그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여름 밤에 잠이 안 오는데 밖에 나갈 형편이 안 된다면 이 그림책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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