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의 여름 레인보우 북클럽 13
줄리 존스턴 지음, 김지혁 그림, 김선희 옮김 / 을파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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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을 볼 때 의외로 캐나다 작가의 작품을 만나기 힘들었다. 영어권인데도 우리는 미국만 생각했지 캐나다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에 만난 캐나다 작가의 성장 소설이다. 

책을 읽을 때는 독자가 경험했던 것들도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한다. 경험했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가 쉽고 공감도 잘 가는 반면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을 다루는 내용이라면 머리속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공감하기가 힘들다.  

내겐 이 책이 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동네에 자그마한 저수지는 있었지만 이 책에서처럼 커다란 호수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해하는데 애먹었다. 특히 배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기 때문에 대충 짐작만 할 뿐이다. 이처럼 내 경우는 바다나 호수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 참 난해하다. 또 책 읽는 속도도 다른 책보다 느리다. 

그래도 프레드와 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최대한 상상하며 읽었다. 커다란 호수가 있고 거기에 기름으로 가는 배가 있으며 노를 젓는 배도 있다. 정말 낭만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프레드와 어니, 톰, 베시는 방학이며 한 달간 외가에서 보낸다.(우리 애들도 학교 다니기 전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일주일도 힘들다.) 특히 남자들은 그 기간동안 내내 야영생활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전통이라고나 할까. 이 아이들이 자라면 추억거리가 얼마나 많을까 싶어 마냥 부럽다. 

이야기는 이제 열여섯 살이 된 프레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프레드는 말을 더듬는다. 나머지 세 남매는 안 그런데 프레드만 그런다. 아버지는 그런 프레드에게 실망하고 그런 것을 느끼면 프레드는 더 위축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외가에서 보내는 동안 프레드는 외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여러 모로 성장한다. 첫사랑의 시련도 맛보았고 언제나 위엄있게만 느껴졌던 아버지의 참모습도 발견했으며 아버지에게 대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반항의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고집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는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곳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속으로 계속 상상했다. 그럴수록 그곳의 모습은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 헌데 시대적 배경이 1900년대 초라서 지금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서 이런 경험이 전무한 요즘의 청소년들이라면 어떨까 싶다. 과연 나처럼 머리 속으로 연상이 될까. 그 보다는 문명과는 동떨어진 프레드 일행의 생활과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캐나다의 아름다운 호수와 산이 멋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작 책을 읽는 독자는 얼마나 공감할런지. 사건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의 감정을 묘사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은 좋은데 약간 지루한 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책이 기억에 오래 남기는 한다. 문득문득 어느 장면이 떠오르곤 하지. 조금만 참고 읽는다면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가슴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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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과 아홉 형제 - 중국 옛이야기, 개정판
아카바 수에키치 글 그림, 박지민 옮김 / 북뱅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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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야기다. 권선징악의 내용,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거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 등 옛이야기에 있어야 할 대부분의 요소가 다 들어있다.  특히 마지막에 나오는 '그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까지.

우리와 같은 문화권인 중국의 옛이야기라서 그런지 내용이 참 많이 비슷하다. 하긴 문화권이 다르더라도 비슷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이 내용과 비슷한 우리 이야기에는 뭐가 있더라. 어떤 이야기는 형제가 다섯 명인 것도 있고 또 어떤 이야기는 형제가 아니라 다섯 명의 친구가 나오기도 한다. 다섯 명의 능력도 각각의 이야기가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고 완전히 똑같지도 않다. 그래서 때로는 이야기가 혼동되기도 한다. 특히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할 때는 더욱 헷갈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옛이야기의 매력이 아니던가. 

여기에는 아홉 명의 형제가 나온다. 아홉이라니 좀 많다. 게다가 이름을 외우는 것은 애초부터 포기했고 능력도 워낙 많아서 기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름을 보면 대충 무슨 능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으니까. 

쌍둥이 아홉 형제가 못된 임금을 혼내주는 이야기, 그것도 굉장히 통쾌하게 혼내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큰 일을 해낸 것처럼 느낄 것이다. 불속에서 있어도 전혀 뜨꺼워하지 않고 높은 곳에서 떨어트려도 아무 걱정없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임금이 강물 속으로 휩쓸려가서 [이]족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았다니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다. 

<수호의 하얀 말>의 그림 작가가 그림을 그린 책이라 특히 보고 싶었던 책이다. 이 작가는 중국에 관심이 많았나 보다. 특히 몽골족에. 물론 몽골과 중국은 별개의 나라지만 한때는 같은 나라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마치 유목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는 그림 속에서 커다란 이야기를 찾을 수는 없으나 재미있는, 우리와 비슷한 중국의 옛이야기를 만난 것에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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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양반 - 권정생 선생님이 남북 어린이에게 남긴 이야기 2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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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권정생 선생님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신념에 따라 생활하신 모습이 그를 더욱 떠올리게 한다. 정말 소박하게 낮은 곳을 바라보며 살았고 물질적 풍요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분. 솔직히 내 성격상 권정생 선생님의 책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는 못했다.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소재에 귀가 솔깃했기 때문에 한결같이 하나의 주제(대개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지, 아마)를 관통하는 그의 글은 자칫 고루하게까지 느껴지곤했다. 하지만 하나만은 분명하다.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인간의 진정한 삶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는구나라는 것.  

이 책은 출판사에서 남북 어린이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옛이야기를 기획한 것 중 하나란다. 그리고 그러한 옛이야기를 권정생 선생님이 쓰신 것이고. 비록 어떤 사정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만 출판되었다지만 언젠가는 북한의 어린이도 이 이야기를 함께 읽을 날을 기대해본다. 그런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여기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원래 옛이야기가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듯이 두 개의 이야기가 모두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으니 마치 이야기가 전해질 때마다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여기 나오는 옛이야기는 기존의 옛이야기 이론으로 보자면 약간 빗나간다. 대개 주인공은 착하거나 꾀가 많고 전체적인 내용은 권선징악인데 반해 <똑똑한 양반>에 나오는 게으른 총각은 영리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다. 다른 사람을 속여서 필요한 것을 얻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재복 아동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요즘 아이들이 지나치게 경쟁에 내몰려서 빈둥거리는 시간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한 작가가 어린이를 대신해서 어른에게 얘기해 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뭐 해석이야 어쨌든 이 책을 읽는 어린이는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지 않을 것이다. 그냥 꾀가 많다거나 똑똑하다고 느끼겠지. 언제나 앞서 걱정하고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따지려는 어른이 문제라니까. 여하튼 그냥 재미있는 옛이야기 두 편을 만나는 재미와 더불어 재치있는 그림도 만나는 재미를 '느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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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 아자드! 미래그림책 96
에리카 팔 글.그림, 해밀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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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참 안타깝다. 아직도 아동 학대나 노동력 착취, 인권 침해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데 어찌 안타깝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대할 때 '그 나라는 후진국이니까'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이다. 우리도 한때는 어린이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시절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 나라도 아직 어린이에 대해 제대로 된 생각을 갖지 않아서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아라비아의 작은 마을에 사는 고아 소년 아자드는 나이 많은 삼촌과 살고 있다.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다. 그런데 아자드가 축구 골대에서 물구나무 서는 것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그 남자는 아자드를 돌보는 삼촌에게 가서 아이를 유명한 낙타 기수로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삼촌은 흔쾌히 승낙한다. 하긴 친부모도 가난 때문에 자식을 팔아넘기는 판에 조카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아자드는 낙타 기수로 훈련받는다. 물론 아자드에게 놓인 것은 혹독하고 비인간적이며 고단한 날들이다. 그래도 아자드는 낙타의 도움으로 지옥같은 곳에서 도망쳐 나와 사막의 마음씨 좋은 방랑자들과 함께 살게 되지만 현실에서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어린이 책에서 아동 노동력 착취를 다룬 내용은 이처럼 희망적으로 끝맺지만 현실은 모두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행복하게 끝나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아픈 것일 게다. 어쩌면 행복한 결말은 모두의 희망사항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런 책이 어린이 인권 신장에 조금아니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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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해가 떴습니다
장경혜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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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는 순간 대개 노래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워낙 익숙한 구절이라 보자마자 바로 그 노래가 생각났지만 설마 했다. 아마 그 노래에서 영감을 얻어 어떤 이야기를 전개하겠지 했는데 진짜 그 노래다. 지금도 어린 아이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많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 들은 건지 내 아이가 어렸을 때 들은 건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원래 이 노래는 일어나서 학교에 가는 과정을 노래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쾌하고 밝다. 어린 아이가 아침에 얼마나 일어나기 싫을까. 그러니 이런 노래로라도 흥겹게 일어나서 준비하고 학교에 가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가 뭔가 이상하다. 속지에 엄마가 아주 마른 아이의 손을 잡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테두리를 진하게 그리고 다른 색은 쓰지 않아 좀 투박해보이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보던 그림과 다른 독특한 맛이 느껴진다. 어쩌면 서울동화일러스트레이션 대상 수상작이라니까 더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좀 난해한 감도 없지 않았다. 

'등근 해가 떴습니다.'하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림에서 그림이 헷갈린다. 책을 처음 읽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제야 알겠다. 사실 그냥 봤을 때는 가족이 여러 명인가 보다 했다. 엄마도 있고 누나도 있나보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엄마가 일어나서 눈을 비비고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하품을 하며 세수하러 가는 모습이 한 면에 모두 그려져있다. 이런 식의 그림이 뒷부분에도 나온다.(그런데 뒤에 있는 그림에서 엄마가 가방을 들고 나가는 그림과 책을 읽어주는 부분은 어느 것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다. 다음 장에서 엄마가 계속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보아 다 읽어준 후에 나가는 것을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아이 옆에서 책을 읽어주고픈 마음을 표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노래 가사가 바뀔 때마다 누워 있는 아이가 그에 맞춰 움직인다. 또한 텔레비전에서도 똑같이 움직인다. 다만 텔레비전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있게 먹고 준비하는 대신 책 속의 아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두 엄마가 해준다. 이 이야기는 근육에 힘이 없어지는 병에 걸린 일곱 살 소년의 이야기다. 그래서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 뒤에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싸함이 있다. 그래도 마지막에 해바라기가 만발한 곳에 아이와 엄마가 행복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니 조금은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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