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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아저씨와 폴 아저씨 ㅣ 알맹이 그림책 12
만다나 사다트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9년 7월
평점 :
세상은 다른 사람이 함께 살기 때문에 더 재미있다고 했던가. 그러나 때로는 다른 사람도 내 맘 같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모두 똑같은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면... 그러면 재미없을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그러면 발전이라는 것도 없을 테고. 세상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니까.
처음에 나오는 폴 아저씨의 집을 보면 '우와' 소리가 절로 난다. 굳이 '모든 게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글을 읽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을 보고 편안함과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의 사람이라면 답답함과 차가움을 느끼지 않을까. 무엇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정확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물건들이라니. 난생 처음 편지를 받았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친구도 없나 보다. 하긴 이 정도로 결벽증이 있으면 친구 사귀는데도 얼마나 까다로울까 짐작이 간다.
그런데 잘못 배달된 편지 때문에 폴 아저씨의 인생이 바뀐다. 그 편지는 바로 이름이 똑같은 옆집 아저씨의 것인데 그 집에 편지를 갖다 주러 가 보니... 좀 심할 정도로 어질러져 있다. 오죽하면 깔끔한 폴 아저씨가 펄쩍 뛸 정도일까. 그림이 정말 재미있다. 펄쩍 뛰는 장면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게다가 깔끔한 폴 아저씨는 모습도 깔끔하다. 지저분한 폴 아저씨는 모습도 정신 없다. 집은 말할 것도 없다. 놀라는 것이 이해가 간다.
지저분한 폴 아저씨가 아파서 누워 있으니 깔끔한 폴 아저씨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픈 폴 아저씨를 돌보고, 당연히 집안을 정리하는 것이지. 쓸고 닦고 설거지 하고. 그런데 이 시인 폴 아저씨도 외로운 사람인가 보다. 누군가가 자기를 챙겨주는 것이 처음이라니.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집, 보기 좋다. 고마운 마음을 나타내고자 시인 폴 아저씨는 마음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감동 받은 깔끔이 폴 아저씨는 자기도 모르게 시인 폴과 그의 친구들을 초대하고 만다. 그야말로 얼떨결에.
뒤에 어떻게 될지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깔끔한 폴 아저씨네서 사람들이 웃고 먹고 노느라 집은 엉망이 되었고 둘은 친구가 되었으며, 더욱 중요한 사실은 서로 중용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지나치게 깔끔했던 한 집은 적당히 깔끔하고, 아니 쬐금 지저분하고 지나치게 지저분했던 집은 적당히 깔끔해 졌으니까. 그리고 둘은 친구가 되어 행복하게 잘 살지 않았을까. 그러나 마지막까지 둘의 다른 점은 어쩔 수 없다. 한 명은 물고기를 잡고 있고, 또 다른 한 명은 물고기를 살려주고 있으니. 그래도 이처럼 다른 점을 인정하고 함께 한다면 더욱 즐겁고 행복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