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합성을 밝힌 과학 휴머니스트 우장춘 살아 있는 역사 인물 1
김근배 지음, 조승연 그림 / 다섯수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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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에 대해 과장되거나 잘못 전해진 이야기들이 꽤 있다. 문익점에 대한 것이라던가 김정호에 대한 것 등이 그렇다. 그런데 거기에 우장춘에 대한 것도 꼭 넣어야겠다. 씨 없는 수박이 사실은 우장춘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런데도 우장춘 하면 대개 씨 없는 수박을 먼저 떠올린다. 이제 사람들에게 너무 각인이 되어 있어서 그냥 웃고 만다. 

올해가 우장춘 서거 50주년이 되는 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집에 우장춘에 대한 다른 책이 있었지만 읽지 않았기에) 우장춘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개인적인 관심도가 낮기도 했겠지만 한편으론 여러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우선 아버지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무리에 속했다는 것이 그랬을 테고, 어머니가 일본인, 그것도 그다지 힘이 없는 일본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부인도 일본인이었으니까. 

우장춘이 일본에서 돌아올 때 대단히 환영했고 좋은 연구 환경을 만들어줬다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이용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를 출국하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장춘이 아버지의 나라를 위해 대단한 애국심을 갖고 있었다는 말을 퍼트린 것도 어찌보면 그를 이용한 사람들(주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겠지.)이 만들어낸 말일 게다.  

이 책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어 객관적인 사실을 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대개 인물 이야기, 그것도 일제침략기 때 활약한 인물을 다루면 개인에 촛점을 맞추기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루려고 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었다. 다만 가끔 추측형 어미를 씀으로써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를 끌고 가려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이가 읽는 책이라면 어른 작가가 그 정도의 견해는 피력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  

솔직히 나도 잘 몰랐던 우장춘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창 우리 농업에 대해 생각을 하던 차에 만난 터라 우장춘이 너무 대단하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농업을 거의 필요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현 시점이 너무 안타깝다. 농업은 절대 포기하면 안 되는 것인데도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가치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현실이 답답하다. 이럴 때 우장춘 같은 사람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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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의 자전 소설 올 에이지 클래식
이미륵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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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동화를 함께 읽을 때 언급된 책이었지만 미처 읽지 않고 지나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현재 할동하고 있는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옮긴이의 말까지 다 읽고 나니 뭐랄까, 부쩍 친근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뭐 그런 느낌이 든다. 우선 독일어로 쓰였던 작품이라는 것과 처음에 전혜린이 우리나라에 소개했다는 점 등이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다 읽고 나서 오히려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 부쩍 생긴 경우라고나 할까. 

작가 이미륵은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한다. 하긴 그런 사람이 어디 이미륵 뿐이겠는가만 어쨌든 이 책은 처음 펴냈을 당시 독일에서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는 이 책을 번역해서 봐야하는 것이다. 우리 작가의 책이지만 독일어로 쓰였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외국 작품을 읽는 듯한 느낌이 약간 든다. 

20세기 초를 무대로 한 외국 작품을 읽으면 비록 생활은 넉넉하진 않지만 한가롭고 자연적인 삶을 동경하며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은 그런 느낌보다는 가슴 찡하거나 안타까움이 더 많이 느껴지곤 한다. 처음에는 내가 외국을 동경해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다. 외국의 경우는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에(적어도 그것을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들은 것도 아니기에) 그들의 아픔은 배제한 채 겉에 드러난 것만 생각한다. 반면, 동시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당시가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 그들의 삶이 머릿속에 훤히 그려지기 때문에 비록 겉으로는 아름다운 장면을 이야기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즉 그들의 아픔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겉이 아름답다고 어찌 아름답게만 느껴질까. 이게 바로 외국 작품과 우리 작품을 바라보는 차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별로 안 들었다. 물론 주인공인 작가의 어린 시절을 되도록이면 객관적으로 그리려고 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번역이라는 과정도 무시할순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오히려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쓰인 책도 있구나하고 말이다. 내가 이미륵이라는 작가에 대해 잘 몰라서인지 작가의 생각이 조금 더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떤 커다란 외적인 사건에 대한 것은 그렇다쳐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서조차 때로는 지나치게 객관적인 자세를 취해서 작가에게 깊이 다가가질 못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헌데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으려나. 약간 걱정이 앞선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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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 매직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2
줄리아 엘 사우어 지음, 오승민, 공경희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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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나도 같이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사실 난 안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시력도 안 좋은데 안개까지 끼면 그나마도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인 취향도 한몫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안개가 꽤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안개가 자욱하게 낀 날 산책을 나간다면? 비록 아는 길이라도 약간 무섭기는 하겠다. 그러나 그레타는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 그래서 특별한 아이라고 하나 보다. 그레타네 가문에는 그처럼 안개를 좋아하는 아이가 하나씩 있는데 이번에는 그레타가 바로 그 아이다. 전 세대의 아이는 바로 그레타의 아버지였고. 

그레타는 안개가 끼면 뭔가에 홀린 듯 안개 속으로 무작정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맑은 날에는 결코 보지 못했던 마을을 발견한다. 말하자면 안개가 현실과 판타지를 가르는 구분선인 셈이다. 원래 미국에서 이 책이 씌어진 지는 꽤 되었단다. 어쩐지 배경이 현대 같지는 않더라. 그리고 판타지 형식이 전형적인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더라니. 

초창기 판타지 작품들(특히 미국의 작품들)에서는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고 이상하다거나 단순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어른도 판타지 세계를 인정해 주고 때로는 그 어른이 어렸을 때 다녀오기도 했기에 공감해 주는 점이 좋다. 그레타의 아버지가 말로는 하지 않지만 눈빛이나 간단한 질문으로 그레타에게 암시를 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망설이는 그레타에게 용기를 줌으로써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준다. 그리고 결국 그레타는 열두 살 생일을 기점으로 성장하게 된다. 어린 시절은 가슴 속에 추억으로 간직한 채. 

비록 시대적 배경이 공감하기 힘든 때라지만 내용에서는 괴리감을 많이 느끼지는 못했다. 아마도 내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자연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요즘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공간적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이 연상이 될런지. 어려서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야 이런 것을 읽으면 그림이 그려질 텐데. 아니, 적어도 안개가 끼면 그레타의 그 마음을 어렴풋이라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바로 간접경험이라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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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 사계절 1318 문고 56
박채란 지음 / 사계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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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 때 들른 휴게소에서 호박꽃처럼 커다란 꽃이 피어있는 화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다. 나무가 상당히 커서 이름을 슬쩍 보았다. 엔젤트럼펫. 어디선가 들어보긴 한 것 같은데 그런 경우가 워낙 많으니 고민해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딸이 그 이름을 보더니 그런다. 이거, <목요일, 사이프러스에서>에 나왔던 거잖아. 그제야 생각났다. 맞다, 그랬구나. 어쩐지 낯익더라했지. 그리고 다시 표지를 보니 그 그림이 나와 있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그림이. 유난히 식물 이름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던 책이었지. 

한창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딸은 이런 책만 있으면 얼른 먼저 가지고 가버린다. 게다가 창작을 좋아하니 이런 책이 딱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선 한 마디 한다. 이야기에 우연이 너무 많았다고. 당시는 내가 안 읽었던 터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약간의 선입견을 갖고 책을 읽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셋이 한 가지 공통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그렇다고 친해지지도 않는다. 다만, 앞으로 친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할 뿐이다. 공통의 목적이라고 했지만 다시 세분화해 들어가면 각자 원하는 것은 또 전혀 다르다. 죽는 것을 일종의 모험으로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하다가도 이러다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들이 따라할까봐 살짝 걱정되기도 한다. 원래 부모란 별 것 아닌 것까지도 걱정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럴 만도 하지 않을까. 

그러나 다행인 것은 셋 모두 그 소동을 계기로 오히려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물론 본인이 안전요원이라고 끝까지 우기는 하빈이의 삶이 어찌될지 불안하지만 마지막에 하빈이가 아파서 약간 이상해졌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야 모두 안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하빈이가 셋의 소동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 셋이 서로 다른 친구를 위해 실질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만큼 스스로의 삶과 행동에 책임을 갖게 되었다고나 할까. 

청소년 소설이 지나치게 현실만 그려서 깊이가 없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무거워서 쉽게 접근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약간의 깊이가 있으면서도 요즘 아이들이 겪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만 여전히 피상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듯해서 읽고 나면 깊은 울림이 덜 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 우연이 좀 많긴 하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경우도 있지만 언제나 모든 일이 위기상황 없이 잘 처리되어 긴장감이 떨어진다. 너무 친절한 설명도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한 요인이다. 때로는 중간중간 사실을 던져 놓아 독자가 그것들을 연결하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괜찮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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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 2009.10 - 창간호
수학동아 편집부 엮음 / 동아사이언스(잡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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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동아 예비호를 보았는데 드디어 창간호가 나왔다. 수학을 무조건 공식을 외우고 거기에 대입해서 푸는 것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만났던 잡지라 더욱 관심이 갔었다. 아직도 우리가 배웠던 방식으로 공부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은데 뾰족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음은 있으되 여건이 안 되었다고나 할까. 수학자에 대한 책이나 재미있게 원리를 알려주는 책을 찾아서 읽게 해보았지만(책은 참 좋은데) 아이가 그닥 재미있어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수학동아는? 물론 내 마음에 쏙 든다. 중1인 아이는 재미는 있는데 조금 어렵단다. 그 심정 이해한다. 나도 시사지를 처음 접했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어 흥미가 떨어지는 경험을 했으니까. 그러나 꾸준히 보니 이제 너무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이런 잡지도 꾸준히 보면 나중에는 훨씬 재미있고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다. 어떤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약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 때와 아무것도 모를 때 받아들이는 속도는 현저히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흥미도도 다르다. 그러기에 이 잡지를 꾸준히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이번 창간호에서는 우선 동물에게서 수학을 찾는다. 피타고라스가 푹 빠졌다는 오각형의 황금비율 이야기부터 동물에게 나타나는 띠무늬나 점무늬의 비밀은 무척 재미있다. 왜 어떤 동물은 띠무늬이고 어떤 동물은 점무늬일까. 또 몸은 점무늬인데 꼬리는 띠무늬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아, 그래서였구나. 정말 신기하다. 

그리고 나오는 특집코너의 첫 번째 제목을 보자마자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딸이 처음 중학수학을 배울 때 x의 의미를 몰라 헤매던 생각이 났다. 나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별다른 설명없이 사용했는데 딸은 아예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들으니 전혀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왜 이처럼 추상화시키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물론 지금은 잘 알고 있다. 다행히도. 

여기 나오는 내용을 일일 소개하자면 끝이 없다. 아, 하지만 이것만은 꼭 말하고 싶다. 작은 박스에 나오는 '수학에 푹 빠진 사람들' 이야기. 대개 이런 경우 수학자만을 생각하는데 과학자, 음악가, 논리학자(뭐, 당시는 철학자이자 논리학자이자 수학자가 많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가 수학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간략한 에피소드 형태로 이야기해 주는데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런 게 재미있으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거, 이제부터 나도 차근차근, 꾸준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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