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온 이야기들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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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은 참 낯설다. 여기서 '낯설다'는 말의 의미는 작가를 잘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표현 방식이 기존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그래서 볼수록 자꾸 새로운 것이 보인다. 이 책 역시 여러 이야기가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것을 생각해 낼 수가 있지. 

사람들이 어떤 일에 대해 급하게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면 물소가 방향을 알려준다는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정말 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 의문을 갖고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다음 장을 넘긴다. 그러나 거기에는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아주 특이한 교환학생 에릭에 대한 이야기. 글에서는 단순히 교환학생이며 에릭이 하는 질문에 모르겠다거나 그냥 원래 그런 거라고밖에 할 말이 없단다. 그러나 그림을 보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 왜 맨홀의 모양은 그런 모양인지, 글자는 왜 이런 모양인지 질문하니 그럴 수밖에.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 궁금했던 것이다. 이렇듯 그림과 글을 함께 봐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곱씹어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뿐이다. 환상적인 그림과 독특한 소재, 그리고 덤덤하게 무심한 듯 풀어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다른 세계로 들어가 있음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길로 가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은 막다른 골목을 만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막다른 낭떠러지를 만나기는 했다.  

보통의 그림책인줄 알고 펼쳤다가는 숨가쁘게 오로지 글자만 읽을지도 모른다(내가 그랬다). 원래 한 번 잡은 책은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대개의 독자라면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읽은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속에서 조금씩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다. 참 이상한 것은 처음에 숨가쁘게 읽었더라도 다음에 다시 책장을 펼치면 그 이야기가 모두 생각난다는 점이다. 이 작가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이 느껴진다. 이 책도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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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엄마 팥쥐딸 미래아이문고 10
박현숙 지음, 이승현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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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새엄마=나쁜사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새엄마는 나쁘게 나온다. 그리고 초창기 영화에서도 그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었던 것으로 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새엄마가 원래는 친엄마를 의미한다는 분석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왜 새엄마가 나쁘게 그려지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솔직히 내 자식도 키우다보면 화나고 미울 때가 있는데 남의 자식이라면 오죽할까. 또 아이 입장에서도 친엄마라면 아무렇지도 않을 일이 새엄마이기 때문에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반대다. 제목을 보며 짐작하겠지만 아주 좋은 새엄마와 반대로 지독하게 못된 딸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새엄마가 생긴다는 것은 새로운 엄마가 생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빠를 빼앗기는 것을 의미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아들을 빼앗아간 것으로 인식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런지. 

여하튼 하수가 새엄마를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을 딱 아이들만큼의 눈높이로 그리고 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고 생선집 아줌마가 새엄마라고는 더더욱 말하고 싶지 않은 하수. 그러나 눈치 없는 아줌마 때문에 참관수업 날 모든 사람 앞에서 하수 새엄마라는 것이 밝혀지고 만다. 그런데 참관수업 때 참여한 엄마를 소개하는 학교가 있던가?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자칫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누구의 부모가 왔는지 소개하지 않는다. 작가가 너무 극닥적으로 몰고 가기 위해 억지를 부린 것은 아닐런지.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며 결국 하수는 새엄마를 받아들인다. 새엄마도 어렸을 때 하수와 똑같은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마 새엄마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하수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수가 새엄마와 가까워지는데 할머니(새엄마의 엄마)도 한 몫한다. 그리고 친엄마가 방해꾼 역할을 하기도 하는 등 구성이 드라마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린 독자는 팥쥐처럼 못되게 구는 하수를 보며 때로는 하수에게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심했다고 평가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책에 빠져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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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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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이라는 이름은 몰라도 완득이는 알 정도로 2008년 한 해 돌풍을 일으켰던 작가가 펴낸 두 번째 청소년 소설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읽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원래는 어린이 책 먼저 냈는데 지금은 어째 청소년 책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여하튼 '김려령'이라는 이름보다 '완득이의 작가'로 더 잘 알려진 그녀의 책을 만났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며 가슴이 답답했다. 특히 작가의 말을 읽으며 더 답답했다. 아니, 작가는 평범한 삶을 살지 않는 사람이 하는 거라는 누군가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 작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기에 작가의 아픔이 결코 작지 않았다는 심증을 굳힌다. 

이런 책을 읽으면 중학생들이 모두 고위험군처럼 여겨진다(그러나 다행인 것은 일부에서만 그렇다는 점이다). 어디선가 지독하게 왕따를 선동하는 아이가 있고, 누군가는 거기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천지처럼 그런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오싹하다. 그런 순간 만큼은 완전히 책 속에 몰입해서 현실로 착각하곤 한다. 그래서 가슴이 조마조마하기도 했다가 열이 올라 얼굴이 벌게지기도 한다. 특히 요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더할 것이다. 

이야기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한다. 또한 화자도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가끔은 정신 없고 가끔은 헷갈리지만 나중에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하나씩 연결고리가 이어질 때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만약 행복한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구성했다면 쾌감을 느낀다고 할 법한데 여기서는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아픔이 더 크다. 심지어는 작가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하필이면 왜 이렇게 아픈 주제를 선택해서 마음껏 감동하지도 못하게 하느냐 말이다. 

화연이의 교묘한 거짓말-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고 상대를 곯리는 모습. 여기서는 이것을 우아한 거짓말이라고 표현했다-을 보며 참 무서운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천지는 왜 그런 화연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을까. 식구들에게 하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나 정말이지 아이들 사회에서 친구끼리의 묘한 신경전은 어른이 충고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남의 경우라면 이러쿵 저러쿵 조언해주기 쉽지만 막상 자신과 관련된 일이 되면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데 화연이 천지에게 하는 행동도 무섭지만 천지 엄마도 결코 보통 사람은 아니다. 모든 것을 우연인 것처럼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지만 알고 보면 화연이네 동네로 이사간 것도, 화연이 엄마네 가게에 자꾸 가는 것도 계획적인 것이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가족들하지만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화연마저 죽을까봐 뒤를 쫓는 모습이. 말로는 '천지 때문에' 죽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화연을 용서했기 때문은 아닐런지. 

김려령 특유의 톡톡 튀는 말투와, 앞뒤로 왔다갔다 하지만 그 안에 규칙이 있어 한 순간에 '갑자기' 이해가 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자살한 딸의 엄마를 우울하게 그리지 않는 것이 큰 특징이다. 엄마의 대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식을 잃은 엄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씩씩하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자리잡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론 천지가 털실뭉치를 다섯 개 만들고 그 안에 편지를 써서 고마운 사람과 미운 사람에게 줬다는 방식이 너무 낭만적이라 괜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개인의 특성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모두 다르므로)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기우 같지만 실제로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게 바로 그냥 문학을 바라보는 사람과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아닐런지 모르겠다.

을 만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는데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시치미 떼는 모습을 보니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편으론 천지 엄마가 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딸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아 답답했는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니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했구나하고 말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만지의 깊은 속에 가슴 찡했다. 비록 화연이 가해자이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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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학교 - 제10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5
전성희 지음, 소윤경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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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대체로 너그러운 부모라도 절대 용납하지 않는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내 주변을 보면 그렇다. 그런데 그런 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의 배경이 바로 그런 학교다. 그것도 아주 우수한 학생을 뽑아서 소수 정예로 운영되는, 그야말로 특목중이다. 전액 국가에서 부담하는데다가 학교 시설은 모두 최고다. 게다가 학년별로 다른 섬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학년과 마주칠 일이 없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 알고 있는 그런 학교다. 거짓말을 가르친다는 점만 제외하면 혹 할만한 학교 아닌가.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전혀 새로운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작가는 은근히 현실을 꼬집는다. 

지금까지 어린이 책은 개인의 고민이나 가족간의 문제 또는 친구간 문제를 다루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사회의 모습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정확하게. 어른들이 얼마나 모순된 행동을 하는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문가들은 어떤 속임수를 쓰는지 묘사하는 글을 읽다 보면 그 정확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판적인 것만 묘사하는냐면 꼭 그렇지 않다. 그 중간중간 인애와 나영이, 도윤이 각자의 고민과 방황이 녹아있다. 만약 비판적인 부분만 있었다면 어린이 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인류가 발전하게 된 것이 바로 호기심 때문이라고 했던가. 만약 인애와 나영이, 도윤이(준우도 있지만 역할이 크지 않다.)가 왜 자꾸 사람이 쓰러지는지 궁금증을 갖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들도 그냥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물론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캐내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는 우연히 벌어진 일 때문이었지만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면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문득 영화 <아일랜드>가 생각난다. 주인공이 다른 클론들과 달랐던 점이 바로 호기심을 가졌다는 것이었고 결국 탈출해서 클론이 아닌 인간으로 살게 되지 않았던가. 

대개 주변의 이야기를 피상적으로 나열하던 기존의 책과 달리 여기서는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한다. 거짓말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인생을 은근슬쩍 이야기하기도 한다. 남을 속이면 결국 모두 상처를 받는다. 또한 자신을 속여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여러 사건을 통해 그런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중간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의사 아저씨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 인물의 등장과 퇴장을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개연성 있는 퇴장은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잘못 읽었나. 그리고 교육헌장을 틀어주는 장면, 이게 얼마만에 보는 문구인가.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헌장(물론 거짓말 부분은 빼고)이 초등학교 모든 교과서 앞에 씌어 있었다고 이야기하면 한 마디 하지 않을까. '헐~'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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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리 아셰트클래식 1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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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오자마자 딸을 붙잡고 나 혼자 신나서 이야기했다.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 책인줄 아느냐, 이 사람이 공상 세계를 얼마나 잘 그리는 줄 아느냐,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지은 원저자다라며 그야말로 혼자 신났었다. 내가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때의 감동이 밀려왔다. 어느 곳이든 거침없이 항해를 하던 노틸러스호와 냉철하고 지적인 은둔자 네모 함장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 외의 것은, 글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는 '기억'밖에는. 

예전에 읽었던 책을 왜 다시 읽느냐, 그것도 어른이 되어서라고 묻는다면 몇 가지 대답이 준비되어 있다. 우선 완역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예전에 보았던 책은 그다지 두껍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즉 많이 축약되었다는 얘기다. 되도록이면 완역을 보아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터라 주저없이 선택했다.(그런데 꼭 완역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약간 들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딸에게 강력히 권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도 잘 모르고 흥미가 없는 물고기 종류가 어찌나 나오는지.) 

그리고 또 하나는 예전에 읽었던 것이라도 다시 읽으면 느낌도 다르고 기억에 남는 것도 다를 것이니 청소년기에 읽는 책과 어른이 되어 읽는 책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또, 어린이 청소년 책을 읽어야하는 '일' 때문이기도 하다. 확실히 그때와 지금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당연하지만. 읽으면서 과연 이런 부분이 있었던가 싶은 장면이 있는가 하면 제목을 대면 바로 연상되는 장면도 있다. 또한 읽다 보니 생각나는 장면도 있다. 기억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기억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와 관련되었거나 관심 있는 것, 동경하는 것은 더 잘 기억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그냥 흘려버리는 기억의 특성 말이다. 아마 한참이 지나면 바닷속에서 만난 동물과 식물에 대한 것은 여전히 내 기억속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나와는 별로 상관없는 것이고 관심도 흥미도 없는 분야니까. 

그러나 네모의 태도와 지적인 모습, 노틸러스호의 대단한 성능, 그리고 아로낙스 박사는 여전히 기억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추가된 부분이 있다. 콩세유의 모습이다. 동물을 완벽하게 분류할 줄 알지만 오로지 이론적인 것 뿐이고 실물은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실소를 짓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의 교육현실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지만 어찌나 자세하고 정교하게 묘사와 서술을 하는지 읽으면서도 과학정보책을 읽는 것으로 착각하곤 했다. 물론 예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다. 그만큼 그 때는 과학이나 주변 상식에 관심도 없을 뿐더러 무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쥘 베른은 인기있는 작가였으나 동료들에게 인정받는 작가는 아니었다고 한다. 마치 베스트셀러인 책이 작품성이 뛰어난 책은 아니듯이. 그러나 쥘 베른이 당시엔 인정을 못 받았다 해도 그의 책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을 보면 좀 헷갈리기도 한다. 

완역이라는 말에 선뜻 집어들었지만 사실 쉽지 않은 책읽기였다. 특히 내가 관심없는 물고기를 자세하게 설명할 때는 그냥 글자만 읽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나도 이런데 나보다 더 관심없고 상식이 부족한 딸이 과연 이것을 참고 읽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읽고 나면 확실히 여운이 남는 책인데. 여하튼 완역을 읽어서 뿌듯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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