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좀 내버려 둬 - 제7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초등 개정교과서 국어 5-1(가) 수록 미래의 고전 12
양인자 외 7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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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학년 단편동화를 읽은 지가 꽤 되었다. 그래서인지 무척 재미있다. 아, 단편동화의 맛이 이런 것이었지. 그동안 다른 장르의 책을 읽느라 잠시 잊었다. 게다가 새로운 작가상 수상작들이라 그런지 하나하나에 푹 빠져서 읽었다. 

일시적 함구증(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겠다.)에 걸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알바를 한다는 첫 번째 이야기부터 재미있는 소재이면서 전혀 엉뚱하지도 않아 바로 책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재원이가 말을 하지 않는다는 설정은 특별할 게 없지만 그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도록 부탁한다는 설정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다 우연히 재원이의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이 뭉클하다. 

또 치매에 걸린 할머니 때문에 벌어지는 웃지 못할 사건을 다룬 세 번째 이야기는 어떤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 속에서도 가족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치매에 걸린 노인을 뒷바라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쩜 이렇게 능청스럽게 유머를 섞어 놓았을까 감탄하며 읽었다. 끝까지 능청을 떨어서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도 혼자 실실 웃었다. 

다양한 작가의 특색만큼이나 주제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양하다.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 등 웬만한 주제는 다 들어있다. 그래서 읽는데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중 골프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서 골프를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는 시대를 읽을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소재는 발견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어린이 책을 읽다 보면-어디선가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부모의 패턴이 항상 동일하다. 공부 잘하고 매사에 똑 부러지지만 대신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가 등장하면 뒤에 반드시 헬리콥터 엄마가 있다. 반면 문제 행동을 일삼고 학교에서도 내놓은 아이는 부모가 방관자이거나 한부모 가정이다. 현실에서 꼭 그렇지는 않을 텐데도 이야기속에서는 항상 같은 구조가 반복된다. 여기서도 유진이는 전자에 해당되고 채민이는 후자에 해당된다.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들인만큼 앞으로는 고정된 프레임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프레임으로 이끌어 가는 이야기를 만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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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요 책 봐라
말리카 도래 글.그림, 이호백 옮김 / 재미마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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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윤곽선에 단순화된 그림. 그리고 크기에 맞고 때에 따라 달라지는 책의 용도가 재미있게 펼쳐진다. 커다란 덩치들에게는 커다란 책이, 꼬맹이에게는 키에 맞게 아주 작은 책이 필요하다. 때로는 울리기도 하고 겁나게도 하지만 그래도 좋은 책. 

배경은 과감히 생략한 채 등장인물만 가운데에 덩그러니 놓고 책은 입체로 만들었기 때문에 마치 진짜 책을 읽고 있는 듯하다. 사실 이런 식의 입체북은 북아트에서 종종 사용되는 방식인데 이렇게 책으로 나오니 새롭다. 게다가 가장 큰 특징은 모두 펼치면 한 장으로 되어 있다는 점. 그래서 한 면은 겉표지와 붙어 있지만 한 면은 떨어져있다. 처음엔 책의 형태가 똑바르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고정되지 않아서였다. 

다양한 책의 크기와 용도를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는 '너만을 위한 요 책'을 보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니 그건 바로 요 책이다. 선명한 색상과 특징만을 잡은 다양한 동물들을 보면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다지 특별한 것 같지 않은 책이지만 재미마주에서 처음 펴내는 번역서라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책이란 글자를 읽기 위한 것도 있지만 이처럼 형태가 다른 것을 접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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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티는 다 알아 그림책은 내 친구 20
애널레나 매커피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 논장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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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척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아이들도 금방 알아챈다. 비록 이름은 모르더라도 '무슨 책 쓴 사람' 아니냐고 한다. 이 책도 그림, 특히 인물을 보면 알 수 있다. 겉표지의 그림은 마그리트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앗, 그러고보니 구름 중 하나는 구름이 아니라 나비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볼 때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마지막에서 날아가는 나비의 얼굴이 커스티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커스티가 상상하는 세계가 나오고 다음엔 커스티가 처한 현실이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커다란 침대에 누워서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커스티가 처음에 나와서 예쁜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다음 장의 커스티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엄마와 아빠가 커스티를 위해 갖가지 음식을 차려놓고 이벤트를 열어주는 상상의 세계와 달리 현실에서 아빠는 실업자에 엄마는 힘겨운 삶을 산다. 

학교에서도 커스티는 틈만 나면 상상의 세계로 빠져든다. 특히 노라가 괴롭힐 때는 더욱 더. 어찌보면 커스티는 상상의 세계로 도피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커스티에게 왕심술을 부리지만 전혀 개의치 않으며 오히려 노라가 이상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다. 결국 그런 노라가 뻥 터지고 만다. 커스티의 방에 있는 그림을 보면 머리 모양이 노라와 닮았다. 그만큼 커스티에게 노라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글에서는 그냥 커스티는 다 알고 있을 뿐이라고만 말한다. 무엇을 알고 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책 소개글에는 커스티가 상당한 몽상가이며 나중에는 다정하게 느껴질 것이라는데 난 오히려 그 반대였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힘든 현실을 자신이 바꿀 힘이 없기 때문에 상상 속으로 빠져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마지막도 난해하다. 어떤 결론을 낼 수 없는 일이긴 하겠지만 솔직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또 중간중간 나오는 알파벳은 뭘까. 앤서니 브라운은 워낙 그림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찾느라 별별 궁리를 다 해보았다. 그런데 도무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사람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눠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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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야생동물 병원입니다
최협 지음, 김영준 감수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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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는데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다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는데도 이건 단순히 생각해서 쓴 책이 아니라 직접 경험했던 일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처럼 감정이 느껴질 리가 없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철원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 기관을 찾아가 그곳에서 두어 달을 함께 보냈다고 한다. 어쩐지. 그림 하나하나, 글 한 줄 한 줄이 생생하더라니.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파도 답답한데 사람과 교류도 없는 야생동물이 아프면 얼마나 답답할까. 아프다고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도 아니니 아픈 동물들을 직접 찾아다녀야 할 것 아닌가. 단순히 아픈 것이라면 그나마도 나을 것이다. 사람으로 인해 다치고 병든 모습을 볼 때 얼마나 안타까울까. 보는 나도 안타깝다. 

황조롱이 깃을 이식하는 과정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이렇게 이식해 준 황조롱이가 이제는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있겠지.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일은 단순히 그들을 치료해주는 것뿐만 아니라 먹이도 시기에 맞춰 필요한 양만큼 줘야 하고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도 해줘야 하는 등 대충 넘길 일이 하나도 없다. 그날그날의 상태는 물론이고 먹은 양까지 꼼꼼하게 기록해놓아야 한다니 보통 정성이 아니다. 

책을 읽다 야생동물을 위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에서 한참 눈길이 멈췄다. 애완동물을 버리지 않는 것부터 산에서 큰 소리치지 않는 것 등 당연한 것 같지만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이다. 그나마 요즘은 산에서 야호를 외치는 사람이 줄어들긴 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산에 가면 으레 야호를 외쳐야만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들렸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야생동물을 위한 병원이 별로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야생동물을 구조하러 다니는 사람을 보고 별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단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로서 그들에게 주는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게다가 야생동물이 대부분 인간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이잖은가.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야생동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게 된다면 그들이 나중에는 야생동물 보호에 관심을 갖고 조금씩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런 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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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터 걸 푸른도서관 35
이은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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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중학생들의 생각과 생활을 어쩜 이렇게 정확히 포착했을까 싶었다. 지금 중학생인 딸 이야기로 치환해서 읽어도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사실 처음엔 단편모음집인줄 모르고 첫 번째 글을 읽으며 한창 외모에 관심 갖는 딸을 생각하며 현실이가 과연 살을 뺄 수 있을까, 엄마가 재혼하면 아빠와 생활하면서 어떻게 적응할까 궁금해하며 다음 장을 넘긴 순간 뭔가 이상했다. 이건 하나의 장이 끝났을 때의 분위기가 아니잖아. 그랬다. 이건 여기서 끝나는 거였다. 공부도 그저 그렇고 외모도 그저 그런데다가 요즘 사람들이 보기엔 뚱뚱하기까지 한 주인공의 생활을 따라다니며 살펴본 결과 지금 여기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을 알았다. 아, 그래서 이름도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상담자원봉사 나가는 곳 선생님이 그러신다. 요즘 애들 보면 참 불공평하다는 걸 느낀다고. 공부 잘하는 애들이 예쁘고 음악도 잘하고 미술도 잘 한다고. 문득 어디선가 보았던 만화도 떠오른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잘못하면 그냥 들어가고 못하는 애가 걸리면 맞는 그림이. 아무리 공정한 세상이라 우겨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가장 다가왔던 이야기는 바로 연예인을 우상으로 여기며 쫓아다닌다는 두 번째 이야기다. 딸이야 그 정도는 아니지만 특정 팬클럽에 가입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걸 보면 세나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딸은 직접 쫓아다니는 건 시간낭비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천만다행으로. 어른이 보기에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일부의 모습이 미화되어서 그렇지 사실은 그들도 보통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청소년들에게는 그런 게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아니, 말로는 알고 있다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의 허상을 보여주는 이야기, 그러니까 어른들이 꼭 필요로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거봐, 연예인들이 팬 앞에서는 감사하다 어쩐다 하지만 뒤에서는 오히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잖아라고 말이다. 한편으론 청소년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했다기보다 어른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는 제공했을 것이다. 그런데 딸은 그래도 우리 누구누구는 이렇게 겉다르고 속다르게 행동하지 않을 거라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아동청소년 문학에 등장하는 인물은 정형화되어 있는 듯하다. 공부 못하고 학교에서 문제아로 통하는 인물은 집안 형편이나 환경이 안 좋다. 반면 공부 잘하는 인물은 부모가 극성맞게 통제하고 끌어가는데 아이는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며 친구도 별로 없다는 식의 공식 말이다. 세 번째 이야기인 야간비행에 나오는 예령이도 후자의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때로는 진짜 욕심이 있어서 스스로도 열심히 하고 성격도 괜찮으며 부모가 뒷바라지도 잘 해주는 아이도 있지 않을까. 하긴 그러면 굳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필요가 없겠지만. 어쨌든 예령이는 엄마의 극성으로 특목고에 합격(추가합격이지만 합격은 합격이다는 게 엄마의 생각이다.)했지만 자신의 의지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런 부모가 많이 있고 거기에 순응하는 아이들 또한 많이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것이 아이에게 결코 좋지 않은 것이라는 걸 알지만 그렇게 부모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서 끝까지(여기서 끝이라는 말은 좋은 대학을 의미한다.) 잘 하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선택은 각자가 하는 수밖에.

딸의 아슬아슬한 사춘기를 겪은 것이 글의 소재가 되었다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럼 그렇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건 그냥 객관적으로 보여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와는 달리 직접 그 안에 들어가서 겪었던 것들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고. 마지막 기러기 아빠 이야기를 읽으며 가족의 해체와 누구를 위한 생활일까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냥 안타까웠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사회적으로 접근해서 할 말이 많은 것들이지만 너무 뻔한 이야기라 넘어가야겠다. 다만 네 개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만 청소년들이 잘 들어줬으면 좋겠다. 각자의 삶은 누가 대신 설계해 주는 것도 아니고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 가장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나머지 문제도 조금씩 길이 보인다는 점을 부디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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