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왓? 1 쇠똥구리는 왜 똥을 좋아할까? WHAT왓? 자연과학편 1
이상배 글, 백명식 그림 / 왓스쿨(What School)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웬만한 곤충은 봤는데 이상하게 쇠똥구리는 본 기억이 없다. 없어서 못 본 건지, 그때는 아예 관심이 없어서 보고도 지나친 건지 모르겠지만 기억에 없다. 아무리 관심이 없다 해도 땅강아지를 본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정말 없었나 보다. 그래서 이상하게 쇠똥구리는 내게 신기한 곤충으로 각인되었다. 

전에는 그냥 이름이 재미있어서 그런 곤충이 있나 보다 했지만 아이가 워낙 곤충에 관심이 많아서 함께 책을 읽다 보니 쇠똥구리에 대해 웬만큼은 안다. 그런데 알을 낳은 후 겉을 흙으로 파서 바르는지는 몰랐다. 이런 걸 보면 곤충은, 아니 자연은 참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행동에 그냥은 없다. 모두 깊은 뜻이 있다. 

왓스쿨이라고 해서 여러 분야의 책을 새로 펴내나본데 이건 그 중 자연과학편이란다. 동화 형식으로 세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 안에 지식이 들어있다. 그래서 새로운 지식을 아는 재미도 있지만 약간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든다. 초등 저학년이 동물이나 식물에 대해 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려는 의도라면 방향은 맞겠지만 뭔가 약간 허전하다. 하지만 저학년 대상의 자연과학책이 대부분 이것과 비슷한 걸 보면 이게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에겐 권리가 있어! 다섯 걸음 학교 1
알랭 시셰 글.그림, 김현경 옮김 / 톡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동의 인권을 간단명료하게 이야기하는 책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 읽었던 어린이 인권에 대한 책들이 스쳐지나간다. 어린 나이에 식구들을 돌보기 위해 일을 해야했던 어느 아이의 이야기, 고된 노동이 힘들어 도망치다가 잡혀간 이야기 등이 생각난다. 물론 그것들은 실화가 아니라지만 아무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다. 엄연히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있건만 그게 모두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게다가 아이티는 얼마전에 일어난 대지진 때문에 부모를 잃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얼마나 많아졌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고 아프면 치료 받을 권리도 있고 배고프지 않게 먹을 권리도 있다는데 영양 부족으로 고통받는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가 2억 명이 넘는단다. 게다가 5살~14살 어린이 중 노동하는 어린이가 1억 5천명이란다. 이 밖에도 권리에서 벗어난 아이의 숫자가 나오는데 그렇다면 과연 제대로 권리를 누리고 사는 어린이가 얼마나 된다는 것인지.

이 책은 어린이가 보면 무척 좋아할 만하다. 부모에게 '이것 봐!'라며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이야기해준다. 권리란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며 내 권리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말이다. 한 면에 어린이가 누릴 권리가 어떤 것이 있는지 큼지막한 글씨로 나와서 눈에도 잘 들어온다. 그나저나 이 책을 접한 어린이라면 그 아이는 어느 정도 어린이 인권을 보호받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부모가 자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 문제는 어린이에게 이런 권리가 있다는 것조차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일부 어른이다. 따라서 어린이가 읽는 것만큼 어른도 읽어야한다. 그래야 어린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뒷표지의 "아이와 어른이 꼭 함께 읽어야 할 책!"이라는 프랑스 어느 신문의 글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똥 과학 박물관 꿀꺽! 맛있는 과학 4
김재은 지음, 서현 그림 / 구름사다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아이들이 유난히 관심이 많아서인지 똥에 대한 책이 꽤 있다. 검색해 보니 제목에 '똥'자가 들어간 것도 아주 많다. 그런데 똥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도 꽤 된다. 그렇지만 모두 동일하게 접근하지 않는다. 하긴 그래서 책 보는 재미가 있다. 같은 주제라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다루고 있는 내용이 약간씩 다르니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코끼리 똥으로 종이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태국에서는 그렇게 만든 종이를 사용한단다. 그럼 나무를 그만큼 베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다. 무심코 책을 펼쳤는데 코끼리 똥으로 만든 책갈피가 들어 있었다. 처음엔 그냥 책갈피인가보다 했다. 아이는 처음엔 어떻게 '똥'으로 종이를 만드냐며 못 믿는 눈치다. 그래서 일단 어림짐작으로 설명을 해주니(나중에 책을 보니 다행히 틀리진 않았다.) 냄새 날 것 같다며 두 손가락으로 살짝 집는다. 헌데 나중에 책갈피가 없어진 걸로 보아 슬쩍 가지고 갔나 보다. 

똥과 관련된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는 책이다. 똥으로 건강을 알아보기도 하고 화장실의 변화와 함께 원리를 설명해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미있는 건 다양한 동물 똥을 알려주는 것과 똥과 관련된 독특한 동물의 습성이다. 코알라가 어렸을 때는 엄마의 똥을 먹는다는데 얼핏 생각하면 지저분한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지혜가 숨어 있다. 갓 태어난 코알라에게는 유일한 먹이인 유칼립투스 잎을 소화시킬 수 있는 미생물이 없기 때문에 그 미생물을 전달해 주는 방식인 것이다. 이렇듯 자연에서는 무의미한 것이 하나도 없다. 

깊이 있는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흥미롭고 상식을 늘릴 만한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책 한 권을 읽고 새로운 사실을 얼마나 많이 알았는지 모른다. 지저분할 것 같지만 전혀 지저분하지 않은 똥 이야기, 아니 오히려 유익한 똥 이야기 책이다. 처음 보는 출판사인데 꽤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똥에 대한 책을 보고 리뷰를 쓰려는데 갑자기 비슷한 책을 꽤 많이 봤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그것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리뷰 쓰는 것을 미루고 우선 똥에 관련된 책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특히 어린이책에서는 똥에 관련된 책이 유난히 많은데 인간의 본능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창작으로 접근한 책도 있지만(사실 이것은 너무너무 많아서 정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인다.) 그 보다는 과학적으로 접근한 책을 살펴봐야겠다.

1. 똥 과학 박물관

이 책을 보다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처음 보는 출판사의 책인데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동물의 똥에 대해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똥을 처리하거나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도 나온다. 또한 태국에서는 코끼리똥으로 종이를 만들기도 한단다. 너무 깔끔한 오소리는 그것 때문에 여우에게 집을 빼앗기기도 한단다. 여우가 의도적으로 오소리 집 주변에 똥을 여기저기 누면 오소리가 냄새를 참지 못하고 집을 떠나는 것이다. 반면 자기의 똥을 먹는 동물도 있다. 그렇다고 지저분한 동물이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거기에도 다 지혜가 들어있다. 내용이 깊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흥미를 끌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되어 있다.

2. 화석이 된 흔적 똥
 
전에 이 책을 읽고 썼던 리뷰를 인용한다.

보통의 화석은 처음부터 중요하게 여겨졌으나 똥화석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처음부터 거기에 주목하고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른들은 질색을 하지만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는 주제인 똥.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시기를 연구하고 생활을 유추하는 하나의 학문임을 당당히 밝힌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이미 다 알고 있는)이야기를 펼쳐갈 거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몰랐던 내용이다. 즉 똥화석을 점잖은 말로 표현하면 분석(糞石)이란다. 한자를 보니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 알려주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리고 똥화석을 비롯해 발자국이나 알 같은 것은 흔적 화석이라고 한단다. 이렇게 처음부터 예상을 빗나간 내용으로 흥미를 끌었다. 

여기서는 똥화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야기하기도 하고 똥화석으로 알 수 있는 것에 대해 설명도 한다. 게다가 각 장의 끝에는 똥화석 전문가를 한 명씩 소개하고 있어서 귀한 정보가 되었다. 사실 똥화석이 있으면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하건만 이렇게 똥화석 전문가라고 이름붙일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다. 하긴 고기생충학자도 있다는데, 뭐. 이런 많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지금 많은 것을 즐기고 누리는 것일 게다. 여하튼 너무 당연한 생리적 결과물인 똥화석을 통해 이렇게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주변에 무심히 지나칠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상식'을 다시금 깨닫는다.

3. 야! 발자국이다

한창 세밀화(원래 이 단어는 잘못되었다며 어떤 명칭을 쓰던데 잊어버렸다.)가 대세일 때 나왔던 책이다. 동물의 똥을 직접 보는 것처럼 그려져 있어 무척 흥미로웠다. 게다가 모임에서 행사를 할 때 출판사에서 이 실물 자료를 전시해줘서 아주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하얀 눈이 내린 겨울산에서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의 흔적을 따라가면서 만나는 똥도 보여준다. 육식동물인 여우는 가끔 잡아먹은 초식동물의 털이나 뼈도 나온다는데 정말 그랬다.

4.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책.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안 보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다. 어느 학교에서는 6학년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책이란다. 단순히 똥을 싼 범인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각 동물의 똥 모양을 너무 정확히 표현했다. 염소 똥을 까만 새알 초콜릿 같은 염소똥이라고 했던가? 그 새알 초콜릿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그걸 먹어 본 사람이라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5. 똥 냄새 나는 책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니, 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똥에 대한 이야기로 끝난다. 그야말로 다양한 동물의 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

고양이나 개, 비둘기에 대한 것은 주변에서 많이 보니까 그렇구나하고 넘기지만 공작이나 뱀의 똥 이야기는 새롭다. 그러고 보니 뱀은 똥을 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건만 보는 것만으로도 징그러워 그 외의 것은 생각하질 않았던 것이다. 방귀 냄새에 비해 오히려 똥 냄새는 구수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는 스컹크나 뉴질랜드에만 사는 키위새에 대한 것 등 미처 생각지도 않았던 동물의 '똥'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뼈까지 씹어 먹기 때문에 똥이 하얗다는 하이에나, 먹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달팽이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똥이 마려울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와 안 나올 때 어떻게 하면 되는지까지 이야기한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그거'에 대한 이야기군. 덕분에 여기에도 전부 '그거' 이야기밖에 없다. 내 참, 리뷰가 이렇게 똥 이야기만 하긴 처음이네. 그래도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는 책이다.

6. 지렁이가 흙똥을 누었어

이 책은 지렁이 똥에 대해서만 나오지만 그래도 똥을 과학적으로 다룬 책이라 끼워줬다.

이 책은 나오기 전에 그림 작가인 이태수 작가로부터 지렁이 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더욱 궁금했다. 작가가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옮겼는데 그 전에 이 책의 그림을 어느 정도 그려놓았었다고 한다. 그런데 시골로 가서 살펴보니 지렁이 똥이 아주 다양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그림을 다시 그렸단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적 감수성이 없는지라-특히 시는 더욱 더-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의미하는 바를 깨달은 게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 아마도 아이 키우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끊임없이 자문할 때였던 것 같다. 아니면 야생화에 빠져서 도감을 필수품처럼 들고 다니던 때였나? 이름의 의미에 대해 가장 많이 인용할 때가 야생화의 이름을 알 때와 전혀 모를 때의 차이로 설명을 해서 마치 내가 그런 경험을 한 것처럼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인생에 대해 조금은 깊게 생각할 때였다. 물론 그 전에도 시가 가지는 의미는 '알고' 있었다. 그야말로 알고 있었을 뿐이다. 어떤 사실을 알고 있는 것과 내가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예를 들어 많은 물리법칙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확장시켜 적용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그 시도 내게 그랬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의미가 내게 다가왔을 때의 기분이란. 

그 때의 기분은 마치 이 책에서 트리샤가 어느 순간 글을 읽고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 머릿속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다고 하는데 내가 그랬다. 그냥 어느 순간 시의 의미가 내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이 책을 봤을 때 <꽃>이 생각났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할머니는 이름을 지어주기를 좋아하지만 모든 것에 이름을 지어주지는 않는다. 자기보다 오래 사는 것들에게만 이름을 지어준다(그러다 보니 거의 무생물이다). 심지어 곧 떨어질 것 같은 문에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전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오래 살다 보니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차츰차츰 떠나는 것을 보고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아 그런 것이다. 일종의 자기 방어인 셈이다. 

어느날 강아지가 찾아오지만 할머니는 밥을 줄지언정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돌려보낸다. 그렇게 여러 달이 지난 어느날 갑자기 강아지가 보이지 않자 할머니는 강아지를 찾아나선다. 그러나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 순간 할머니는 깨닫는다. 친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고 해서 자신에게 남겨진 게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름을 떠오리는 순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온갖 추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한다. 러키라는 이름을. 물론 그 후로 강아지와 함께 산다. 

이름이 단순히 어떤 것을 명명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면서 누군가가 먼저 떠났다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 이야기는 초등 4학년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 판형이고 글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할머니는 주로 어떤 것에 이름을 붙여주었어?"

"자기보다 오래 사는 것에."

"왜 그랬을까?"

"자기보다 먼저 죽으면 슬프니까."

아이는 의외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사실 책을 많이 읽었던 큰 아이에 비해 둘째는 만화책만 보는지라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말주변은 왜 그리 없는지. 그래서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그 부분을 직접 보여주려고까지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만 다른 친구는 아직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인용하진 못하기 때문(어렸을 때 몽골에서 왔다.)에 약간의 설명을 해줬다.

또 둘째는 강아지를 처음 키울 때 생각이 났는지도 모른다. 갓 태어난 강아지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때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이 죽을 때였으니까. 지금도 가끔 강아지를 보며 죽을 때를 생각하며 두려워한다. 그러니 할머니 심정에 충분히 공감이 갔나 보다.

"그럼 할머니가 나중에 강아지를 기르기로 한 이유는 뭘까?"

"먼저 죽더라도 완전히 잊혀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강아지도 꼭 자기 보다 먼저 죽는다고 이름을 안 붙일 필요는 없으니까."

뭐, 대충 이런 의미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두 녀석에게 자기에게 이름이 없다면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더니 무시당하는 기분일 것 같고 쓸쓸할 것 같단다.

이렇게 간단하게 첫 번째 수업을 마쳤다. 남자 아이라 그런지 표현력도 부족하고(그런데 맘 잡고 쓸 때 보면 아주 못 쓰지는 않는다.) 글 쓰는 것도 어설퍼서 그냥 두면 안되겠다는 경각심에 시작한 수업이다. 이제부터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야지. 너무 부담주지 말고 재미있으면서도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방식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