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어라 떨어져라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15
이미애 엮음, 송교성 그림, 권혁래 감수, 박영만 원작 / 사파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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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끈따끈한 책을 2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지금 2학년들은 지난 해, 그러니까 걔들이 1학년 때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도서실 수업을 했기 때문에 유난히 정도 많이 들었다. 작년에도 1학년들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를 했는데 그때는 2학년들에게 치여서 뒤쪽에 밀려나 듣다가 나중에는 가끔씩 듣는 정도여서 실제로 책은 많이 읽어주지 못했었다.

 

  그러다 올해는 아예 학년별로 날짜를 달리해서 읽어주기로 했다. 1학년은 화요일, 2학년은 수요일, 이런 식으로. 작년 2학년들은 책을 읽어주는 도중에 싸우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얘들은 아주 조용하다. 게다가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은 아이가 있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가 용이하다. 먼저 제목을 들려주며 무슨 이야기일거 같냐고 물어보니 잘 모르겠단다. 한 아이만 비슷하게 유추한다. 사실 이와 비슷한 옛이야기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나 보다. 하기야 아직 두꺼운 책을 읽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집에서 책을 읽어주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드디어 읽어주기 시작. 못된 주인 때문에 머슴살이를 하고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들이 더 안타까워한다. 아이들이 머슴이 무엇인지 아는지 묻고 싶었으나 처음부터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여가며 읽으면 이야기의 흐름에 방해될까봐 묻지 않는 이상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일했는데 얻은 거라고는 꽁보리밥 한 사발에 된장 한 종지가 다였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한숨까지 쉰다. 그러다 귀신이 나오는 장면에서 잠시 멈칫한다. 뭐, 귀신이 무섭지도 않은데. 머슴은 단지 바람을 막고 돗자리를 둘러친 것뿐인데 무덤 주인은 오히려 고마워하니 다행이다. 나중에 이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뽑은 아이들이 꽤 있을 정도였다.

 

  결국 귀신한테 받은 종이로 주인집에 가서 멋지게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더 신나한다. 특히 주인 영감이 놀라서 똥을 싸는 장면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책 읽어 주기가 다 끝난 뒤에도 달려들어 그 장면 어디있냐고 물어본다. 마지막에 옛이야기가 으레 그렇듯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대'하며 별 생각없이 책을 덮는데 아이들이 그런다. 머슴이 귀신들과 술 먹고 있다고. 그래서 다시 그림을 보니, 정말 머슴이 귀신에게 술을 대접하고 있다.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제 진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나 보다. 오랜만에 모든 아이들(그래봤자 11명이지만)이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어 주는 나도 무척 즐거운 책 읽기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읽어준 경험으로 보아 옛이야기는, 그것을 알고 있든 모르든 집중도가 상당히 높았다. 이래서 옛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전해지는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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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kg 마음이 자라는 나무 29
비르기트 슐리퍼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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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딸이 이 책을 보더니 얼른 집어든다. 딸의 목표도 45kg이니까. 그러면서 그 몸무게는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란다. 그랬나? 하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라도 목표치가 45kg이라는 사람들이 몇몇 있는 걸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워낙 마른 사람들은 차라리 뚱뚱한 게 낫다고, 마른 건 저주라고까지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면 모두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 대한 동경이 있는 듯하다. 사실 나도 살이 많이 빠진 적이 있는데(결코 다이어트를 했던 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나갈만큼 나간다.) 몸무게가 지나치게 적게 나가면 쉽게 지치고 피로해진다는 걸 알기에 무리하게 살 빼는 일이 그닥 바람직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우리 집에도 둘이나 있다. 남편과 딸-이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물론 그 중 상당수는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지만 말이다. 넬레도 끊임없이 몸무게에 신경쓰며 음식을 조절한다. 기름진 음식은 먹지 않고 야채와 과일을 주로 먹으며 따라서 패스트푸드도 먹지 않는 바람직한 식습관을 갖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이야기가 줄곧 넬레의 목소리로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는 넬레가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이라는 사실을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중에 기름기가 흐르는 음식을 안 먹는다거나 드레싱이 듬뿍 뿌려진 샐러드를 안 먹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 그것에 비추어 보면 넬레가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몸무게에 집착하고 음식을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다시 토하는 걸로 미루어 보통 사람들의 다이어트와는 조금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

 

  거식증. 간혹 유명한 배우가 거식증에 걸려서 뼈만 남은 모습으로 다이어트의 부작용에 대해 말하는 걸 본 기억이 난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뿐 거식증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이번 기회에 거식증에 걸린 사람들의 심리 상태나 증상 등을 간접체험하기를 기대했다. 원래 소설의 기능 중 하나가 간접체험이니까. 그러나 이야기가 내가 생각한 것과는 약간 다르게 전개된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넬레의 시선에서 보여지는 것들 위주로 전개되다 보니 거식증의 증상인지 아니면 그냥 과하게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의 증상인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가 넬레를 객관적으로 관찰한 '사실'을 꼬집어 주었으면 좋으련만. 뭐, 라르스가 그 역할을 하긴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솔직히 거식증에 걸린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궁금했었는데 그에 대한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해 아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거식증이란 원래 음식을 먹고 싶어도 몸에서 거부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먹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생기는 것인지 궁금했단 얘기다. 넬레가 음식을 안 먹으려고 하는 행동을 보면 먹고 싶지만 참는 것으로 여겨지니까. 여전히 나는 그 맛있는 음식을 두고 왜 안먹는지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이니 그 상황이 머리로는 이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줄어들길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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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 마녀의 수리수리 약국 - 제1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김소민 지음, 소윤경 그림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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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들은 얼른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반면 어른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원래 사람이란 과거의 향수에 사로잡히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는다고 하지만 막상 그 시절로 가거나 돌아간다고 해서 그리 만족할 것 같진 않다. 그런데 만약 진짜 바라는 것처럼 어린이가 어른이 되지는 않지만 어른의 몸과 어린이의 몸이 바뀐다면 어떨까.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바로 그런 황당한 소재를 가지고 어린이의 마음을 대변한 동화가 바로 이 책이다.

 

  원래는 마음이 약하고 순한 주인공 동동이 얄미운 동생 묘묘를 곯려주고 싶어서 영혼이 바뀌는 캡슐 약을 얻었지만 정작 약을 먹은 건 아빠다. 그래서 아빠와 영혼이 바뀌어 버린 이후의 일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그렇다고 무조건 재미만을 좇지 않는다. 어른의 세계를 엿보며 아빠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아빠에게 부인이 생기는 일에 일조를 하게 된다. 물론 처음에 아빠 대신 아빠의 모습을 한 동동이 선을 보러 나갔을 때는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외양만 어른일 뿐 생각과 음식 취향은 어린이라는 표를 팍팍 내지만, 나중에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에게나 진심이 통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아빠가 결혼을 하도록 만든다.

 

  어린이는 순간적으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예전과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어른도 부단한 노력을 해야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동동은 너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솔직히 동동이 너무 어른스럽다. 전적으로 아빠의 문제에 매달려 해결하니 말이다. 동화에서는 주인공의 내적 변화, 즉 성장을 이야기하는데 동동은 어떤 면에서 성장했는지 선뜻 잡히지 않는다. 영혼이 바뀐다는 사실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동동의 문제는 중간에서 사라진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이 생각났다. 거기서 렝켄은 전형적인 어린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 아빠가 작아지자 처음에는 마냥 좋아하지만 결국 자기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된다. 그렇다고 그런 일을 겪은 후에 착한 모습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엄마 아빠가 작아지면서 생기는 일에 많은 부분 이야기가 할당되지만 그 안에서 렝켄의 내적 변화를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즉 재미와 의의, 내지는 문학성을 다 만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글쎄, 재미는 있는데 동동의 내적 변화는 잘 모르겠다. 다만 아빠로 변신한 동동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민숙자 아줌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동동의 기특함을 느꼈다고나 할까. 물론 그래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마녀가 나오길래 외국 동화가 생각나서 둘을 잠시 비교해 봤을 뿐이다.

 

  무슨 무슨 상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정된 어린이 문학에 주는 상은 대개 고학년 동화나 그림책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청소년책도 포함된다. 그런데 유독 저학년 동화를 대상으로 하는 상은 없었던 듯하다. 상들이 특정 연령대의 책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지만 수상작들이 대부분 고학년 동화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저학년 책과 고학년 책을 따로 나눠서 시상하기도 한다. 이 출판사만 보더라도 황금도깨비상이 고학년 동화와 그림책  부문은 봤어도 저학년 동화 부문은 못 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비룡소 문학상'이라는 이름의 저학년 동화를 대상으로 하는 상이 제정되었다는 소식이 마냥 반갑다. 사실 저학년 동화는 고학년 동화에 비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고 말한다. 자칫하다가는 너무 유치하다는 소리를 듣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무겁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라서 말이다. 즉 재미와 문학성을 두루 갖추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국의 저학년 대상 동화책에서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더 나아가 '비룡소 문학상'이 저학년 동화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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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꼭지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최재숙 글, 김홍모 그림 / 보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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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연을 그다지 많이 날리지 못해서 연 날릴 때의 '맛'을 잘 모른다. 다만 예전에 모임에서 방패연을 만드는데 대충 만드는 게 아니라 상당히 정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그때 만들었던 방패연이 상당히 유명한 분이 만든 것이라서 비율이 꼭 맞았다지, 아마. 여하튼 그냥 네모난 모양에 가운데 구멍-이걸 방구멍이라고 한단다. 바람에 찢어지지 말라고 뚫는 것으로 과학적인 장치란다.-이 있는 연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길이를 맞춰야 한다고 해서 만드는데 꽤 오래 걸렸었다. 그렇게 만든 연을 시골에서 직접 날려봤는데 날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줄을 풀었다 감았다 하는 시점을 잘 잡아야지 안 그러면 연이 곤두박질치고 만다. 생각 같아서는 마냥 풀기만 하면 잘 올라갈 것 같은데 실제 해보니까 그렇지가 않더라는 얘기다.

 

  솔거나라에서 이번에는 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나처럼 방패연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이걸 보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할아버지 집에서 지낸 현이가 입학하면서 드디어 엄마와 함께 살게 되었다. 현이는 엄마랑 살게 되어 기쁘겠지만 할아버지는 얼마나 쓸쓸할까. 모르긴 해도 현이는 지금이야 엄마 생각으로 기쁘지만 곧 할아버지가 그리울 게다.

 

  여하튼 할아버지는 애타게 엄마를 기다리는 현이를 위해 연을 만들어주기로 한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연 만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봐서 아는데' 그냥 대충 만들어서 되는 게 아니다. 대접을 엎어서 방구멍을 만들고 눈대중으로 살을 붙이는 것으로 봐서 보통 할아버지가 아니다. 방에 걸려있는 다양한 연을 봐도 그렇고.

 

  방패연의 구멍으로 오려낸 동그라미를 위에 붙이면 그게 바로 꼭지연이 된단다. 그리고 아래쪽을 어떻게 칠하느냐에 따라 이름을 붙이고 옆에 갈기처럼 붙이면 다른 이름이 붙는다니, 이름짓기 참 쉽다. 현이는 꼭지에 엄마를 그려서 엄마꼬지연이 되었다. 원래 연이란 소원을 빌며 날리는 의미가 있으므로 현이도 연을 날리며 엄마가 그걸 보고 빨리 데리러 오기를 바란다. 연을 날리는 동안에는 비록 잊더라도 가장 즐거운 순간이 지나면 문득문득 엄마가 생각날 것이다. 뒷표지를 보면 결국 엄마가 와서 반갑게 뛰어가는 현이를 만날 수 있다.

 

  연을 만들면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는 할아버지와 손자. 그 푸근함 속에서 독자는 방패연과 각종 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글이 약간 길게 느껴졌으나 연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다 보니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연을 날린다. 하지만 문방구에서 사다가 꼬리만 붙여서 날리는 가오리연이 대부분이다. 여건이 된다면 조금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방패연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원래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법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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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인의 마음, 신라인의 노래 - 이야기와 함께 만나는 향가의 세계 진경문고
이형대 지음, 신준식 그림 / 보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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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 향찰, 이두. 얼마만에 들어보는 단어인가. 학교 다닐 때 무작정 외웠던 것들이라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당시에 선생님께서 그것들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분명 설명을 해주셨을 텐데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단어'밖에 없다. 그러면서 진작 이런 것들의 의미와 함께 그에 따른 설명과 뒷이야기도 해줬더라면 훨씬 재미있고 기억도 잘 했을 거라는 생각만 한다. 정작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말이다. 그러니 요즘 아이들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에는 그러한 정보를 오로지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면 요즘은 이런 책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으니 기억할 가능성이 조금 더 많다는 점이다.

 

  신라인들이 불렀다는 향가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면서 그 뒷이야기와 의미까지 설명해 주니 이해하기가 쉽다. 만약 그렇지 않고 4구체나 8구체, 10구체의 향가만 덜렁 읽는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알 리가 없지 않을까. 게다가 세월이 많이 흘러서 당시의 사료가 많지 않아 전문가도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일반인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원래 노래든 이야기든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대단한 의미를 숨기고 있는 법이다. 주몽신화가 그렇고 단군 신화가 그렇듯이 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향가를 접하면서도 그 안에 그런 의미가 들어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원가>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왕이 신하를 잊어서 섭섭해 하는 마음을 드러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은 그 안에 왕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모종의 계획이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하고, <모죽지랑가>에서는 죽지랑의 인간됨을 찬양하는 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거기서 화랑의 지위하락을 읽어내기도 하니 역사란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다. 원래 역사에서 일식이나 월식은 변고를 의미하고 더불어 역모나 반란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처럼 향가에서도 그런 것을 읽어낼 생각은 못했다. 단순히 향가를 분해하며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그 안에 숨어 있는 역사적 사실까지 들려주니 이래저래 도움이 되었다. 다만 하나의 향가에 그 향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들어 있어서 헷갈리기도 했으나 익숙해지자 여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 그것도 괜찮았다.

 

  향가가 원래는 노래로 불렸으나 사료가 남아 있지 않아 복원하기가 불가능하단다. 문득 그 시대에 어떻게 불렸는지 몹시 궁금하다. 언젠가는 당시의 가락으로 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무형의 역사에 대해 이처럼 아쉬웠던 적이 없는데 이상하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이고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게 더 많아지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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