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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들아, 자연사박물관에 가자! ㅣ 공룡엄마의 과학 수업 1
김성화.권수진 지음, 하민석 그림 / 창비 / 2010년 3월
평점 :
지금까지 알이라고 하면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생명은 있으되 생명체로 취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동화에서도 여간해서는 알을 의인화하는 경우를 거의 못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우선 독특했다. 공룡 엄마가 알을 데리고 자연사박물관에 가서 고생대부터의 자연을 설명하니까. 처음엔 그림을 안 보고 글자만 읽다가 도대체 알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싶어서 자세히 관찰했다. 그런데 별 것도 없다. 그냥 알에 팔 다리를 그렸을 뿐이다. 하지만 알을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해서 그들이 학교에 다니고 엄마와 놀러다닌다고 생각하니 괜히 웃기다. 이렇듯 어린이책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이야기할 때 더 재미있게 여기는 법이다.
엄마 오리부리공룡(마이아사우라를 이렇게 부른다.)이 자연사박물관에 가서 우선 찰스 다윈의 진화부터 설명을 한다. 거기서 찰스 다윈의 일생을 간략하게 훑어준 다음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탐험하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생대는 박물관에서 자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목소리'가 있고 어느 곳에는 연구하는 학자가 있기도 하다. 물론 모두 동물이다. 용암과 화산을 이야기하면서 바위의 역사를 알려주고 모래가 생기는 과정을 통해 자연은 순환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당연한 것인데도 이렇게 이야기로, 그리고 때로는 시로 들려주니 새삼 자연의 경이가 느껴진다. 바위가 부서져 자갈과 모래가 되고, 그 모래가 진흙이 되었다가 결국 굳어서 다시 바위가 되는 자연의 순환.
그러고 보면 여기서는 인위적인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더 경이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몇 만 년의 시간 단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그러면서 생물의 멸종에 대한 경각심도 잊지 않는다. 이미 사라진 도도새와 그 외의 다양한 동물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을 공중에서 보내고 산란기 때만 땅에 내려앉는다는 앨버트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인간의 욕심에 불끈 화가 치솟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억지로 이야기하지 않고 느끼게 한다.
처음엔 엄마 공룡이나 박물관의 누군가가 설명하는 부분이 꽤 길어 지루할 것 같았는데 조금 읽다 보니 들려주는 이야기속에 절로 빠져들어 지루한 줄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고 자연을 중심에 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오리부리공룡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연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감탄할 줄 모른다면, 과학 공부는 따분한 거란다!" (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