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것을 보고 장차 드러날 것을 안다.

   見微知著(견미지저)

 

은나라 말기의 현자였던 기자(箕子)는 주() 임금이 귀하디귀한 상아 젓가락을 식사 때 사용하는 것을 보고는 그가 상아로 만든 젓가락을 사용했으니 틀림없이 옥으로 만든 잔을 사용할 것이고, 옥으로 만든 잔을 쓴다면 틀림없이 먼 곳의 진기하고 괴이한 물건들을 차지할 생각을 할 것이다. 수레와 말 그리고 궁실도 점점 이렇게 되어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라며 은나라의 멸망을 예언했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견미지저이다(오태백세가에는 견미이지청탁見微而知淸濁으로 약간 다르게 나오지만 뜻은 한가지다). ‘미세한 것을 보고 장차 드러날 것을 안다는 뜻이다.

 

직관은 이렇게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고, 바닷물이 짠지는 한 점만 찍어 맛보면 된다. 바닷물을 다 마시고도 어떤 맛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 성어는 한나라 원강(袁康)이 지은 월절서(越絶書)에도 보이는데 그러므로 성인은 미세한 것이 드러날 것을 알고, 처음을 보고 끝을 안다고 했다라고 하여 후반부에 도시지종’(睹始知終)이란 네 글자가 첨가되었다. ‘도시지종은 흔히 견시지종(見始知終)으로 많이 쓴다.

 

사기38 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

 

 

* 도판은 기자.

 

 

 

 

중국사의 오늘 :

13831(동한 순제 영화 32월 을해)

수도 낙양 및 금성(지금의 감숙성 난주 서북)농서(지금의 감숙성 임조 남쪽)에서 지진이 있었다. 금성과 농성 두 군에서는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현상이 있었는데 이 지진은 지동의(地動儀)로 관측되었다. 이는 인류 역사상 때맞추어 정확하게 지진을 관측한 최초의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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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이하(李賀, 790~816)*

 

동풍 불어오니 눈 안 가득 봄빛이라,

꽃무리 흐드러진 성안 우거진 버들 시름겹기 그지없네.

깊은 궁궐 대숲에선 바람이 이는데,

비취색 새로 입힌 옷깃 물처럼 깨끗하네.

비 온 뒤 바람에 흔들리는 혜초는 백 리도 넘게 이어지고,

따스한 안개는 구름 몰아 하늘과 땅 가득 채우네.

군장을 차려입은 궁녀들 긴 눈썹 가볍게 쓸고,

흔들리는 깃발 따라 늘어서 성안 길이 떠들썩하네.

곡강에 풍기는 향기 스러질 줄 모르고,

배꽃 쏟아져 내린 정원은 가을 풍경처럼 변했네.

 

 

* 도판은 이하.

 

 

 

三月

 

東方風來滿眼春

花城柳暗愁殺人

複宮深殿竹風起

新翠舞矜淨如水

光風轉蕙百餘里

暖霧驅雲撲天地

軍裝宮妓掃蛾淺

搖搖錦旗夾城暖

曲水飄香去不歸

梨花落盡成秋苑

 

 

* 당나라 때 천재 시인으로 당나라와 황실의 후예이자 두보의 먼 친적이기도 했다. 낭만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염세적인 시를 많이 남겼다. 속세에서 뜻을 얻지 못하고 27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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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은 기 때문에 생긴다.

   百病生於氣(백병생어기)

 

당나라 때의 의학서인 소문(24)은 가장 오랜 의학서의 하나로 전설 속의 황제(黃帝)와 의사 기백(岐伯)의 문답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중 한 대목으로 만병의 근원이 기()라는 이 구절이 눈에 띤다. 이 대목을 좀 더 보면, “노여워하면 기가 올라가고, 기쁘면 느려지고, 슬프면 약해지고, 두려우면 떨어지고, 추우면 모이고 …… 생각이 많으면 기가 뭉친다는 등 아홉 가지 기의 부조화와 그에 따른 증상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란 체내의 정기를 가리킨다. 이 체내의 정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각종 병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 기가 현대 의학에서는 무엇에 해당하는 걸까? 현대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는 스트레스가 어쩌면 여기서 말하는 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문(素問) 거통론(擧痛論)

 

 

 

 

 

중국사의 오늘 :

기원전 202

유방(劉邦)이 항우(項羽)와의 5년에 걸친 초한쟁패(楚漢爭覇) 끝에 이날 황제로 즉위했다. 역사에서 말하는 서한 왕조가 정식으로 출범한 것이다.

 

 

 

 

* 도판은 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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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 지방의 개들은 해를 보면 짖는다.

   蜀犬吠日(촉견폐일)

 

오 지방의 소들은 더위를 싫어해서 달을 보고도 태양인 줄 착각하고는 숨을 헐떡거린다는 오우천월’(吳牛喘月)이란 고사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사천성을 중심으로 한 촉 지방의 개들은 해를 보면 짖는다고 한다. 이 지역은 해가 나는 날이 드물기 때문에 해가 반짝 나면 온 동네 개들이 다 나와 해를 향해 짖는다. 지역이든 사람이든 흔히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 마련인가 보다. 우리나라 제주도는 기후 관계상 겨울에 눈 구경을 잘 못하는데, 눈이 한번 내리면 다들 좋아하긴 하지만 자동차 운전 때문에 다들 걱정을 한다. 살짝만 내려도 거북이 운전이다. 이렇듯 자연환경이나 풍습이 다르면 그에 따른 생활 방식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차이가 흥미롭기도 하다.

 

답위중립론사도서(答韋中立論師道書)

 

 

 

 

 

중국사의 오늘 :

1121227(송 휘종 선화 329)

1120년 말에 터진 방랍(方臘)의 농민 봉기가 전국적인 규모로 커지자 휘종(徽宗)은 이날 진압을 명령하는 조서를 내렸다. 4월 방랍은 포로로 잡혔고, 가을에 처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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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면 문사에 충분히 능통하다.

   三冬足文史(삼동족문사)

 

한나라 무제 때의 문장가이자 풍자와 해학의 대가인 동방삭은 황제에게 올린 자기소개에서 열셋부터 겨울을 세 번 보낼 때까지 공부해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문사에 능통하게 되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삼동족문사는 이후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거나 학업에 뛰어난 성취를 보인 경우를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이 고사는 훗날 많은 시인묵객(詩人墨客)에게 영감을 주었고, ‘삼동’(三冬), ‘삼동족용’(三冬足用) 등과 같은 적지 않은 파생어를 탄생시켰다. 동방삭의 자기소개에서는 그의 자부심 내지 오만함이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유머러스했던 그의 기질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어쨌거나 삼동족문사는 열심히 공부해서 학업에서 볼 만한 성취를 이룬 경우를 말한다. 시간이 길든 짧든 그동안은 최선을 다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한서』 「동방삭전(東方朔傳)

 

 

 

 * 도판은 동방삭.

 

 

 

 

 

중국사의 오늘 :

1069226(북송 신종 희녕 22월 경자)

신종(神宗)이 왕안석(王安石)을 참지정사로 삼고 제치삼사조례사’(制置三司條例司)를 설치하여 변법(變法)을 주도하도록 했다. 레닌으로부터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라는 찬사를 들었던 왕안석의 변법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도판은 왕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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