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배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바라 에런라이크는 취재하여야 하는 대상들과 적당한 안전 거리를 둔 채, 사실은 아니지만 그럴듯해보이는 사실들과 사실이지만 적당한 왜곡을 뒤섞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타입은 아니다. 그녀는 이른바 일을 죽어라고 하지만 여전히 빈곤의 늪에 빠져 있는 '워킹 푸어' 계층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직접 워킹 푸어가 되어 그 한가운데에 뛰어들기로 한다. 즉 현재까지의 자신의 삶을 버리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낯선 도시로 가서 웨이트리스, 청소부, 판매원 등으로 일하며 최대한 버텨보기로 한 것이다. 결과는 예상했던 것처럼 신통치 않다. 임금은 거의 바닥이었고, 근무환경은 열악했으며, 생활환경은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고, 결국에 길게는 서너달, 짧게는 몇 주를 버티지 못하고 다시 새로운 도시로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물론 이 책 <노동의 배신>에서 저자의 성공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아니 어떠한 의미에서는 중요할 수도 있다. 저자는 여러모로 좋은 조건에 속했으니까. 그녀가 버티지 못했다는 사실은 다른 여러가지를 시사한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들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들 '워킹 푸어'의 생활에서 어떠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가.

이러한 저자의 체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이러한 일을 열심히 하지만 생활의 영위가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에서 문제거리, 일종의 위협이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그 위협은 실제적인 위협과 정신적인 위협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다시 이 실제적인 위협은 다시 두 가지의 문제, 주거의 문제와 예기치 못하는 사태의 문제로 살펴볼 수 있다. 저자가 이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을 하기 위해 새로운 도시에 가게 되면 늘 하게 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주거공간을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직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구할 수 있는 직업의 수준에 따라 구할 수 있는 주거의 형태가 달라지는 가장 큰 이유 외에도, 주거공간과 직업공간이 얼마나 떨어져있는가, 주거의 공간이 얼마나 불편한가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저임금 노동자에 있어서 주거의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는가는 매우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이며, 늘 위협이 되기도 한다. 다른 나머지 실제적인 위협은 예기치 못하는 사태에 대비하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문제이다. 실제로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은 소득의 거의 전부분을 주거비와 식비 등으로 소비해야만 이어질 수 있는데, 이것에는 예를 들어 의료의 문제나 이혼, 갑작스런 해고, 사고, 범죄 등으로 일어나는 급작스러운 부수적인 비용이 전혀 고려될 수가 없다. 더구나 이러한 것은 대부분 노동자의 수입보다 훨씬 큰 비용부담을 초래하는 바, 저임금 노동자들은 이러한 돌발사태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것 못지 않게 문제가 되는 것은 정신적인 위협과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구직을 하는 순간에서부터, 일을 하는 모든 부분에 걸쳐서 회사나 관리자들에 의해 일어나는 심리적 굴욕감, 모욕감은 일상화의 단계에 이르며, 이것은 단순히 특정 관리인의 특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보다 큰 시스템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저자가 볼 때 구직 시에 이루어지는 심리검사나 약물검사 등은 실제로 일할 만한 사람을 골라낸다는 실제적인 이유에서 이루어진다기 보다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낮은 위치를 파악하게 하고, 심리적으로 회사에 복종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다 큰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런 심리적인 모욕감이나 굴욕감은 직업활동 시에만 사람을 짓누르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걸쳐서 이런 저임금 노동자들을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들',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로 보는 풍조가 만연되어 있고, 여러 다양한 시스템으로 구별해내고 있으며, 심지어는 이들의 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의 종사자들마저도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즉 가난은 거의 순전히 이들의 잘못, 즉 일종의 범죄와 같이 다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 바바라 에런라이크의 이야기들이 가지는 몇 가지의 함정이 있다. 즉 우리가 이것이 바로 저임금 노동자들이 가지는 진정한 실상이라고 완전히 믿어서는 안되는 몇 가지 함정 말이다. 예를 들어 그것은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먼저 첫 번째는 저자 자신이 밝혔듯, 저자는 중년의 여성이라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간 꾸준한 건강관리로 일단 신체가 건강한 편에 속했으며, 가사노동이나 가족에 대한 부양에 따로 에너지를 쏟을 필요도 없고, 다른 여러 귀찮은 상황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속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주거의 문제에서만 봐도, 저자는 다른 많은 저임금 노동자와 달리 혼자서 지내는 비교적 여유로운 주거공간에 머무를 수 있었다(물론 범죄의 위협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두 번째는 저자가 마지막 후기에서도 밝혔듯, 이 체험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의 미국, 그러니까 닷컴 버블의 마지막에 들어서 있던 미국의 경제호황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즉 저자의 경험에서도 비추어 볼 때 당시는 여러 저임금 일터에서 일할 사람을 많이 모집하던 시기였으며, 저임금일망정 노동의 유연성은 분명히 지금보다는 더 있던 시기였다. 세 번째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는데, 저자의 심리상태는 분명히 실제의 저임금 노동자와는 다르리라는 점이다. 이것은 저자가 이 체험을 대강 했다는 의미도 아니고, 보다 더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저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저자에게는 그 심리적 무력감은 사실 거의 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긋지긋한 쳇바퀴말이다. 즉 저자에게는 이것이 언젠가 끝이라는 믿음, 그 믿음을 가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해도, 이미 그것을 의식하는 데에서 만들어지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이 믿음의 강도는 아마도 다를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내가 이 심리적 무력감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하는 말도 아니다.) 다르게 말해서, 이 책에는 저자의 세 도시에서 세 번의 다른 경험이 나와있는데, 사실 진정한 문제는 책에 집필되지 않은 그 이후일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이 마지막 한계에 봉착했을 때 저자는 다른 도시로 옮기거나, 혹은 그만두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오면 되지만, 다른 저임금 노동자들은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이러한 함정들은 이 이야기들에 우리가 무엇인가를 더 덧붙여야만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그 사실은 예를 들어 왜 이런 상당히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뭔가 행동을 보이거나, 연대하지 않는가, 혹은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가, 라는 질문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이것에는 저자가 여러 분석을 하고 있지만, 사실 한 가지 힌트가 될만한 이야기들이 있다. 앞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각각의 실험 장소에서 떠날 때 선택한 동료 몇 명에게 자신의 정체를 '커밍아웃' 했을 때 그들의 반응이 깜짝 놀랄만큼 실망스러웠다고 이야기한다. 그 중 제일 재미있었던 반응은 "그렇다면 다음 주 저녁 근무에 나오지 않을 거라는 말이에요?"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이야기가 뭔가 시사해주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즉 그들의 관심사는 어떤 노동에 대한 문제점의 파악 혹은 그 문제를 바탕으로 한 대안의 모색 같은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나오지 않음으로서 다음 주에 새로운 동료를 만나거나, 본인의 일이 많아질 것이라는 사실인 것이다. 이것은 물론 저임금 노동자들이 시야가 좁거나, 자신만을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 환경에서 '서바이벌'하는 것이며, 현재의 어떤 시스템이 그들에게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몰아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저자의 '사람들을 빈곤하게 만들고 계속 그렇게 만드는 짓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 '정부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나 길에 나앉은 극빈자들을 제도적으로 괴롭히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 '그들이 원한다면 더 나은 임금과 더 나은 노동 환경을 얻기 위해 조직을 결성한 권리를 주자'는 것 등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은 미국에서나 우리환경에서나 여전히 멀고도 험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것은 분명히 쉬운 싸움은 아닐 것이다.

........................

한 마디 더 덧붙인다면, 이 책 <노동의 배신>은 쉬운 이야기 접근 방식과 그녀의 시니컬한 유머들로 술술 읽히는 책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책을 덮고, 이 책이라는 것의 작동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물론 이 책의 타겟은 저임금 노동자들이라기보다는 명백히 중산층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자들에 가깝다(물론 우려를 담아 말해두건대, 분명 이것에는 상당수 내 편견이 들어가 있으며, 동시에 나는 이 두 그룹을 구분지으려는 의도로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자신의 책을 많은 이 책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과 같은 워킹 푸어들이 읽어줘서 기쁘다고 말했지만, 저자가 묘사한 생활대로라면 이들의 생활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모험으로 느껴진다. (물론 이 말에도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그들에게는 이 책이 흥미로울까. 매일매일 최저임금을 받으며, 관리자들의 감시와 모욕, 전 사회적인 굴욕을 견뎌내며(애써 의식하지 않으며) 하루하루를 이어나가는 것을 묘사한 이 이야기가 흥미로울까. 혹은 분노하게 될까, 잘 모르겠다. 반면 나는 책이 흥미롭고 저자의 문체도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저자의 이 시니컬한 유머들 - 그의 상당수는 자신의 중산층 이상 계급의 허위를 자각하는 데에서 나온다 - 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이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고 때로는 분노를 느낀다는 이 사실이 나의 어떤 계급과 연관되는 것인지, 혹은 고등교육 이상이라는 학력과 연관되는 것인지, 역시나 확신하기 어렵다.

(누군가가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 시간들에) 워킹 푸어의 체험을 담은 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혹은 읽을 만한 책이라고 블로그에 끄적거린다,는 이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니, 아마도 이 덧붙인 이 모든 이야기가 나의 허위를 드러내는 것 같다. 그것은 적어도 확실하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거핀 2012-08-28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정된 날짜보다 '역시나' 하루 늦었네요. 알라딘 서평단 담당하시는 분과 대장님에게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아이리시스 2012-08-28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운동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책'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잖아요. 영화도 물론이고! 황홀하게도 읽고 싶게 생기긴 했지만, 읽고 쓰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에 저도 한 표요!

적어도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같네요, 이 리뷰를 보니까.

이제 비가 오는 것 같네요. 문 닫으러 가요^^

맥거핀 2012-08-28 16:12   좋아요 0 | URL
뭐 잘사는 사람들은 스케일이 다를지 몰라도, 못사는 사람들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책에 있는 내용으로만 본다면 어떤 부분은 한국이 낫고, 또 어떤 부분은 미국이 낫고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도토리 키재기같고, 거기서나 여기서나 가난한 사람이 무시받고 하는 것은 비슷한 듯 싶어요.

이제 아래동네는 좀 나아졌나요? 좀 있다 나가야 하는데 걱정되는데..

2012-09-0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장노동을 하면서 절망에 빠졌던 시몬 베유가 생각나네요.
어쨌거나 뭐라 말하기가 좀 그런 리뷰예요. 내가 저만큼의 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서?! 맥거핀 님이 이런 글을 읽고 쓰는 자신의 행동을 허위라고 딱 잘라 말해서? ^^;; 여튼 이 세상 살기가 무척 힘드네요. 모두 모두.. (여기엔 나도 들어가요..ㅋ)

맥거핀 2012-09-06 00:25   좋아요 0 | URL
위에 아이리시스님도 이야기하셨지만, 노동에 대한 얘기들을 하는 것이 좀 어렵죠. 뭐 예전에 대학 때 집회에서 '철의 노동자' 같은 노래들을 부를 때 느끼던 어떤 감정들이랄까요. 저도 당연히 들어갑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런 세상살이의 문제에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많나요? 잘 모르겠네요.

2012-09-06 08:11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런 이들이 많은지 적은지도 모르고, 그냥 처해진 환경에 살고 있는 게 우립니다. 진짜..ㅎㅎ -세상이 정확히 뭐가 몇 퍼센트로 구성되었는지 정말 몰라요~.

맥거핀 2012-09-06 21:52   좋아요 0 | URL
나이 좀 더 먹으면 알 수 있을까요? 별로 희망적이지 않은게, 나이 많은 먹은 사람들 중에 어떤 사람들 하는 짓거리를 보면...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 몇 가지가 궁금하기는 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들. 뱀파이어라는 것은 왜 탄생되었는가(왜 발명되었는가), 왜 특히 최근에 들어 뱀파이어들은 각광받고 있는가, 뱀파이어가 마늘, 햇빛 등에 치명적인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뱀파이어는 왜 하필이면 박쥐로 변신하는가, 뱀파이어는 왜 늙지 않는가(도리어 젊어지는가), 뱀파이어는 피를 그렇게나 마셔대는데, 왜 그렇게 늘상 창백한가. 즉 내 질문은 '뱀파이어의 양상'에 관계된 것이라기 보다는 그 '기원'이나 '이유'와 관계된 것인데, 요하임 나겔의 이 책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그리 마땅한 해답을 주고 있지는 못하다. 이 책은 뱀파이어의 기원이나 존재가치에 대해 고찰하는 책은 아니고, 그것을 다른 여러가지 것들과 연계하여 설명하는 책도 아니다. 즉 이 책은 문학, 미술, 음악, 오페라, 뮤지컬, 영화 등에서 나타난 뱀파이어의 여러 다양한 존재양상들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일종의 '뱀파이어 백과사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며, 수많은 예술작품들 중에서 뱀파이어의 '정수'만을 다루고 있는 것들을 일별하여 잘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뱀파이어 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위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내 관심은 그런 존재의 양상이라기보다는, 존재의 이유나 기원에 관계된 것이므로 이 책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몇 가지 이유에 대해서 추측해보기로 한다. 책에 나온 이야기들에 따르면 뱀파이어의 기원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여러 여자 악령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낙원에서 추방당한 신생아를 잡아먹는 여자악령인 릴리트나 소년들의 피를 갈망하는 라미아, 복수의 여신들 에리니에스, 밤중에 나타나 몰래 동침하는 수쿠부스 등이 그러한 것들인데, 이는 죽은 자들이 되살아난다는 중세의 미신들과 결부하여 점점 뱀파이어라는 존재로 발전하게 된다. 물론 흥미로운 것은 이 기원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드라큘라 백작과 같은 남성 흡혈귀가 아니라, 여성형 악령들이라는 것인데 이는 아무래도 반 기독교적인 것으로서 남성 중심의 사회에 대한 위협, 남성 중심의 세계관에 대한 이면으로서 설계된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이러한 기독교적 믿음이 제시하는 남성 중심적 세계의 안정을 유지시키기 위해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뱀에게 유혹당한 이브)을 끊임없이 인식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들에게 구원이란 남성들에게보다 엄청나게 멀리 있는 것, 남성들에게 복종하여야만 구원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확고히 할 필요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한편으로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는데, 그것은 이러한 여성형 악령들의 출현이 에로스나 타나토스와 결합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이러한 악령들은 괴상하고 혐오스럽게 그려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때로는 매우 아름답고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고, 이는 또한 한편으로 남성들의 이중적인 심리와도 연관되기도 한다. 즉 위험하다고 여겨질수록 그 매혹의 강도가 더해진다는 묘한 역설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늘 성립하게 마련이고(모든 팜므파탈의 그 위험성의 강도와 매력의 강도는 정비례한다), 따라서 거의 모든 (여성형) 악령들은 극도로 위험해서 매혹당하지 않아야 하지만, 동시에 기꺼이 매혹당하고 싶은 존재로서 그려진다. 즉 이것에는 성적인 것에 대한 매력(에로스)과 죽음에 대한 유혹(타나토스)이 비슷한 비율로 결합되어 있는데, 이는 물론 남성의 경우에만 성립되는 역설은 아니다. 이는 현대에 들어와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은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가지는 위험은 최대한 제거되고, 그것의 매력만이 최대한 강조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즉 (죽음이 그다지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예전보다) 종교가 가지는 구원의 힘이 상당히 약화되고, 현세의 삶이 중시되는 현재에 이르면 죽음의 근처에 머물러있는 뱀파이어로서의 위치가 아니라, 도리어 영원한 젊음의 상징으로서 뱀파이어의 능력들이 중심에 위치하게 되고, 뱀파이어들은 거의 슈퍼히어로와 비슷한 위치를 점한다. 즉 중세에는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 예를 들어 늙지 않음, 변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 날 수도 있음 등에서 그 죽음의 그림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현재에 들어서는 도리어 이것이 부러운 슈퍼히어로적인 능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피부마저도 창백하고 으스스한 피부가 아니라, 하얗고 깨끗한 피부로 받아들여진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최근에 들어 뱀파이어에 대한 어떤 각광들의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마늘과 박쥐에 대해서는 책에서도 그다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십자가나 성수, 햇빛에 대한 위험은 반 기독교적인 것으로서 어느 정도 이해되는 반면, 마늘이나 박쥐는 조금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다. 단편적인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마늘은 그 생경한 맛과 향 때문에, 박쥐는 동굴에서 산다는 특징과 검은 색, 날카로운 이빨 등의 형상이 뱀파이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을 것이다.)

뱀파이어에 대한 부분보다도 도리어 이 책을 읽고 새삼 생각하게 된 것은 모든 음악과 미술, 영화, 문학 등의 예술작품들은 당대의 습속과 지식, 사상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별로 새로울 것 없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잉글랜드와 트란실바니아를 오가는 육로와 수로에 대한 상세한 묘사들이 덧붙여져 있는데, 이는 1897년이라는 당대의 지리학적 관심과 문명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 있고, 또 이 소설은 흡혈귀라는 비과학적인 사실이 이야기의 원천이면서도 이야기의 내용에는 당대의 정신병리학과 범죄학의 최신사실들이 큰 비중으로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현재와 가까운 시기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인데, 예를 들어 책에 나온 1994년 닐 조던 감독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보면 이야기 자체는 200년을 아우르는 이야기이지만, 여기에는 1980년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이르는 미국의 경제호황의 쾌락주의적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아마도 이의 상징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뱀파이어 레스타(톰 크루즈)가 모는 빨간색 무스탕 컨버터블일 것이다). 그런만큼 이 책 <뱀파이어, 아직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뱀파이어를 다룬 예술들이 당대의 현실을 어떻게 반영하며 변화해 왔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의 기회를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덧 1.
그래서 나도 당대의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간단한 뱀파이어 이야기의 줄거리를 써본다. 장르는 <안녕 프란체스카>의 뒤를 이은 풍자시트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짧은 리뷰라 뭐 지면이 많이 남기도 하고. (...)

뱀파이어들이 공공연하게 출몰하는 근미래의 우리나라. 뱀파이어들의 자잘한 범죄들(이 시기의 뱀파이어들이 저지르는 것은 절도 등의 범죄들이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뱀파이어들은 더 이상 인간의 피를 빨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피는 혈색을 좋게 만드는 피 성형, 각종 환경호르몬의 영향이 있는 음식들을 주식으로 먹은 탓으로 변해버려, 뱀파이어들이 마시게 되면 죽게 되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들은 특수처리된 정제된 피를 주기적으로 먹어야만 하는데 그것은 매우 비싸다)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뱀파이어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뱀파이어 진압 작전에 나선다. 그러나 무자격 신부들을 용역으로 투입하고, 초강력 마늘탄 등의 사용으로 진압 과정에서 뱀파이어들이 죽음에 이르는 등의 문제가 거듭되자 여론은 급속히 나빠지고, 마침 이 때 한 진압현장을 다루는 뉴스에서 우연히 아름다운 어린 소녀 뱀파이어의 모습이 찍히는데, 인터넷에서는 이 소녀는 스타가 되고, 급기야 소녀의 가족들은 TV 토크쇼에 출연하게 된다.  

소녀의 가족은 TV에 출연하여 그간 어렵게 살아왔던 여러 이야기를 밝히는데, 쉬운 농장일이라고 찾아갔더니 알고보니 마늘농장이었던 사연, 나무막대기 두 개만 붙이면 되는 단순노동이라고 해서 일하러 갔더니 십자가 제조 공장이었던 사연, 너희들은 원래 밤에만 일하는 종족이니 야간알바비를 주간알바비로 책정하여 지급하겠다는 악덕 편의점주의 이야기 등이 시청자의 심금을 울린다. 또 한편으로 이들 가족이 시킨 피자에 몰래 마늘 소스를 뿌리고, "뱀파이어가 마늘을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며 변명한 피자가게 알바녀가 '뱀파이어 마늘녀'로 불리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한다. 여론이 뱀파이어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흐르자 정부는 곧 태도를 바꿔서 이것도 다문화 정책의 일환이라며 뱀파이어들에 대한 진압을 멈추고 뱀파이어를 법의 테두리 안에 살게 하겠다고 공표한다.

그러나 관심도 한 때 뿐이고, 이들 뱀파이어 가족을 비롯한 뱀파이어들은 곧 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되는데, 정부는 '뱀파이어 자격 시험'을 치러 합격을 한 뱀파이어들에게만 정제된 피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뱀파이어들은 멸종 위기에 몰린 자신들을 '뱀파이어 특별 보호법'으로 희귀종으로 지정하여 보호해 달라고 하지만, 너희들이 이 사회에 기여한 게 뭐냐며 묵살당한다. 뱀파이어들은 다시 길거리에 나와 각종 알바를 하지만 돈은 모이지 않고, 급기야는 정제된 피가 가득있다는 트럭을 습격하지만, 그 트럭에는 인기가수 싸이코가 '뱀파이어 스타일'이라는 곡을 가지고 '피 흠뻑쇼'라는 공연을 할 때 쓸 가짜 피만 가득 담겨 있었던 일 등의 각종 사건을 겪는다. 결국 뱀파이어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인간과의 결전을 준비하고, 대통령 및 모든 정부 각료들, 국회의원들을 모두 물어 그들을 모두 뱀파이어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즉 뱀파이어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최후의 계획.

치밀한 계획 끝에 청와대와 국회에 잠입한 뱀파이어들은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모두 그들의 손아귀에 넣고 그들은 승리의 환호성을 울린다. 시트콤의 마지막 장면은 드디어 대통령의 목에 이빨을 넣고 그들의 피를 빨아내려는(물론 삼키지 않아야 한다) 뱀파이어 대장과 흥분과 기대감에 차서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뱀파이어들. 그러나 이게 무슨 일인가? 아무리 빨아도 피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놀란 뱀파이어 대장은 급한 마음에 다른 정부각료들이나 국회의원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지만 그들 중 어느 누구에도 피가 나오지 않는다. "아...나랏님들이 피도 눈물도 없다는 옛말이 거짓이 아니었구나..."를 내뱉으며 긴 탄식을 내뱉는 뱀파이어 대장과 망연자실한 주위의 뱀파이어들을 비추며 시즌 1 마무리.


덧 2.
개인적으로는 이 음악을 들으면서 이 리뷰를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괜찮은 블랙 메탈, 데쓰 메탈 그룹인 'Cradle of Filth'의 곡 중에서 하나. 책에 어울리도록 그들의 1996년도 앨범 <Vempire or Dark Faerytales in Phallustein>에서 뽑아봤다.

Cradle of Filth - Queen of Winter, Throned (with lyrics)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hining 2012-08-27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여기서 뭐하고 계신겁니까! 어서 충무로로 가세요!
아니면 시나리오를 씁시다! 맥거핀님은 여기서 이러고 있기엔 너무 아까워요_-
덧글이 너무 재밌어서 저 막 낄낄거렸어요.

지금 밖은 엄청난 강풍이 불어요. 문이 덜컹거리고 나무가 휠듯이 움직입니다.
뱀파이어보다 호러영화보다 무섭네요. 내일 신디는 보러 가지 않으시는게 좋으실 듯 합니다ㅠ

맥거핀 2012-08-28 01:45   좋아요 0 | URL
네..아는 충무로 감독 있으시면 소개 좀..ㅋ 마음 같아서는 제가 만들어서 찍고 싶은데 아무래도 돈이 좀 들거 같아서요. 제가 작품성은 쥐뿔도 없는데, 쓸데없이 비싼 배우나, 촬영스타일을 고집하는 스타일이라..

거기 부산이죠? 뉴스에서 보니까 아랫동네는 점점 후달리는 느낌이던데, 서울은 아직까지는 후덥지근하고 뭔가 먼바람 소리만 살짝씩 들리는 수준..뭔가 바다에서 거대한 고질라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의 느낌이랄까요. 할게 아무것도 없는데, 왠지 마음만 불안한 상황.

Shining 2012-08-28 11:39   좋아요 0 | URL
이런 폭풍같은 날씨에도 깨알같은 유머를 날려주시는 맥거핀님 덕분에 오전이 즐겁네요, 감사합니다(꾸벅).

충무로의 아는 감독은 없고(독립영화 감독님이라도 괜찮을까요?)어떻게.. 연출부라도 소개를...ㅎㅎ

여기 부산 아니에요^^ 서울이 아닌 건 맞지만요ㅎㅎ 아침에 거의 바람에 밀려서 나왔어요; 지금은 눈 앞에 나뭇잎들이 가로로 날라가요; 간판이랑 유리, 특히 조심하세요ㅠ 그럼 살아서(?) 뵈요 :)

맥거핀 2012-08-28 16:15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암튼 늘 깨방정과 오지랖이 문제군요. 근데 저는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믿게 되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아무튼 제 오해를 너그러이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근데 진짜 미스테리하긴 한데..왜 그렇게 믿고 있었지..)

아이리시스 2012-08-28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 마늘녀ㅋㅋ 인기가수 싸이코ㅋㅋㅋ
자, 이번에는 시즌2 차례입니다ㅋㅋㅋㅋ

저는 외국에 와 있는 건지,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오는데요. 나무야 뭐 원래 항상 흔들리는 이파리소리가나서....^^ 내일은 가지 마세요! 아, 그 광대 감독 영화 보셨습니까?^^

맥거핀 2012-08-28 01:49   좋아요 0 | URL
아..사실 시즌 2와 시즌 3의 구상도 다 해놨는데, 그건 시즌 1의 성공을 봐서...암튼 최대한 B급, 아니 C급스럽게..ㅋ

위에 Shining님고 그렇고, 아이리시스님도 권하시고 해서, 낼 영화를 과감히 취소했습니다! 근데 그 광대 감독 영화가 낼 그 영화라는..^^ 그런데 놀라운 건 취소하면서 보니 매진인 거 아니겠어요. 저는 엄청나게 취소표들이 쏟아졌을 줄 알았는데, 아직 매진이라니..아...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열정은 나 따위는 댈 게 아닌듯.

아이리시스 2012-08-28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은 부산이고 샤이닝님은..어디사는지 몰라요!! 만약 부산이면 왜 지금까지 저도 부산이에요, 라고 안했지, 몹쓸 신비주의자잖아요.. 샤이닝님, 나 삐졌어.. 변명해봐요!!

맥거핀님, 그 광대 감독 영화가 낼이에요? 근데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검색해서 들어가보니까 아는 사람도 아니고 아는 영화도 하나도 없었어요 orz 태풍이 오는데 영화제는 강행한답니까!

Shining 2012-08-28 11:46   좋아요 0 | URL
제가 아무리 몹쓸 신비주의자라지만(인정합니다;;) 부산 살았으면 얘기했을 거에요. 전 훨씬 작은 도시 살아요, 그러니까 만날 독립영화 못 본다고 징징대잖아요ㅎㅎ 아이님 삐지지 마셔요ㅠ

자, 맥거핀님 어서 해명을! 제가 아이님한테 미움받지 않게 확실히 책임 져주셔요 :)

와 근데 이 날씨에도 매진이라니(아직 서울은 덜 심해서 그런가요;). 진정한 영화광들이시구나, 나라면 진작 취소했을텐데_-;;

맥거핀 2012-08-28 16:18   좋아요 0 | URL
네..아무튼 모든 것은 저의 믿을 수 없는 뇌의 능력 때문입니다. 그러니 Shining님을 미워하지 마시고 저를 미워하세요.;; 제가 아이리시스님은 저번에 들어서 부산이라고 확실히 기억하고 있는데..

근데 막상 취소해놓고 나니 조금 아쉽긴해서, 아직 살짝 고민을 하고있기는 합니다..저같이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지 취소표가 하나씩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하고 있네요..그 영화가 확실히 좋다고 하면 고민 안하겠으나, 영화도 잘 모르겠고..

아이리시스 2012-08-30 22:17   좋아요 0 | URL
저도 샤이닝님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을..하면서도..맥거핀님이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기 때문에.. 어쨌든 어디 사는 게 중요한 건 아닌 걸로..

그건 어차피 상관이 없는 거니까요 :)

광대도 안 보러가실거면서 태풍온 날 어디가셨던 거예요?;;
제 생각에도 영화인(?)들은 정말로 광기가 있는 듯해요. 피프오는 사람들도 보면 저는 정말로..뭐..타지인들이 훨씬 많더라고요. 영화 보러 다른 도시 가는 사람은 많지만 저는 생각도 안해본 일이라서.. 아, 물론 칸에 가는 건 생각해봤는데..(뭐라는 건지..)

맥거핀 2012-09-04 16:36   좋아요 0 | URL
답글이 많이 늦었죠? 태풍도 다 지나가고, 9월도 오고 했는데, 여전히 비가 오네요. 최근에 이사하느라고 거의 며칠 다른 거 신경쓸 틈이 없이 지냈습니다. 일단 급한대로 서평단 추천도서만 올려놓고 다른 할 말들은 또 천천히 해야죠. 있다가 글 읽으러 가죠.^^
 

1.

최근에 몇 권의 책을 샀다. 일반서점에서도 샀고, 온라인으로도 샀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도 구매했다. 곧 이사를 가야할 상황이라 있는 짐도 줄여야할 상황인데, 자꾸 책 짐만 늘어나고 있으니 문제는 문제다. 여러 권의 책 중에서 가볍게 짬짬이 읽고 있는 책은 중고서점에서 산 <내 인생의 영화>라는 책이다.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문화계쪽)이 선정한 각자 나름의 '내 인생의 영화'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묶은 책인데, 예전에 <씨네21>에서 연재될 때 조금씩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한데 모아 읽으니 꽤 새롭고, 이 사람이 이런 영화를 선정했네, 싶은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소설가 배수아 씨는 심플해서 무시무시했던 영화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을, 시트콤의 대부 김병욱 PD는 <월하의 공동묘지>와 <흐르는 강물처럼>을 내 인생의 영화라고 꼽았다. (이 두 영화의 유일한 공통점은 제목이 일곱자라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이 두 개의 영화는 김병욱 시트콤의 이질적인 두 개의 필수적인 요소의 결합, 특징 있는 캐릭터와 기묘한 슬픔의 결합을 연상시킨다.)

 

읽다보니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의 영화가 아니라, 내 인생의 영화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데, 여러 영화가 스쳐 지나가는데 딱히 이거다 싶은 영화는 없다. 아니 그것을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라고 말해야하는 것일까, 삶의 기억할 만한 순간 속에서 우연히 스쳤던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라고 말해야하는 것일까(예를 들어 여자친구와의 첫 데이트에서 보았던 영화같은 것),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다만 기억할 수 있다면 말이다). 어쩌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어쩌면 '내 인생의 영화'라고 불릴만한 영화를 만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아직 나에게는 '내 인생의 영화'를 만날 기회가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대단한 행운이 아직 남아있다고 믿고 싶다.

 

2.

올림픽이 끝났다. 어쩌다보니 올림픽을 화면보다는 뉴스로 더 자주 접했는데, 올림픽 기간의 언론은 일종의 자기분열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올림픽에서 메달의 가치는 어떠한 것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태연하게 메달리스트들이 앞으로 받게 될 포상금이나 여러가지 혜택에 관해 면밀하게 조사한 리포트를 늘어놓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었으며, 올림픽은 전세계인의 축제, 지구촌의 화합의 장이라고 말하면서, 재빨리 경기에 진 상대편 나라의 언론이나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며시 조롱조로 늘어놓는 것이 그들의 몫이었다. (즉 한 경기에서 이겼을 때 우리는 승리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상대방의 소위 '멘붕'을 즐긴다. 반대의 경우라면 그러므로 당연히 패배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이어진다. 이 비난의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게 '멘붕'이 오게 만들었다는 것. 나를 '기분나쁘게' 만들었다는 것. 나를 기분나쁘게 했으니까, 너는 욕을 먹어라, 이 얼마나 저열한 이야기인가. 동시에 언론들이 이를 '성숙치 못한 반응'이라며 매도할 때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 미성숙을 누가 부추기고 있는지.) 물론 이런 자기분열은 그리 새로울 것은 못된다. (예를 들어 '진품명품'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돈으로 살 수 없는 문화재의 가치 어쩌구 한 다음에 바로 그 물품의 가격을 매긴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그들의 명대로라면 '화합의 장', 그러나 실상은 (그들의 태도로 비추어 볼 때) '준전시체제'가 우리 머리 속의 다른 무엇인가를 작동시키는 모양이다.

 

확실히 올림픽이라는, 나라의 대표 선수들을 내보내놓고 벌이는 총성없는 대리전은 우리 안의 다른 무엇인가를 작동시키기는 한다. 그 중의 하나는 예를 들어 집단방어의식 같은 것이 아닐까. 예전 미국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계인 것이 밝혀졌을 때 이상한 사죄의 논리같은 것이 빗발쳤었다. 그 때 누군가가 이는 한국인의 집단방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글을 썼었는데, 올림픽에 대한 몇몇 특이한 반응들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배드민턴의 져주기논란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번 배드민턴 경기에서 져주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져주기로 인해 좋은 경기를 관람할 권리를 관객 및 시청자들이 놓치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에 관계된 다른 선수들이 경기진행상에서 피해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과도한 비난에는 때로 다른 것들이 스며들어가 있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 나라 망신을 시켰다, 는 식의 논리가 그것이다. 올림픽이라는 국가 간의 경쟁에 한 국가집단으로서의 사고는 어느 정도 피할 수 없겠지만 이런 것은 조금 지나친 것이 아닐까. 이런 것에 현 정부에서 늘 강조하는 '국격'같은 것에서 풍겨나오는 구린 냄새가 연상된다면 내가 지나친 것일까.

 

3.

개인적으로 올림픽에 대해서 흥미로웠던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올림픽을 둘러싼 언론들의 반응이나 담론들은 근대적인데 비하여(그래서 '근대올림픽'이라고 불리는지도), 경기에 대한 부분들은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 같다. 이번 올림픽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거의 모든 경기에 전자적인 판정, 비디오 판정 같은 것이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격이나 펜싱, 육상, 수영과 같이 기계장치에 의존해왔던 스포츠들도 그렇고, 그간 인간 심판의 판정에만 의존해왔던 레슬링, 하키, 태권도 같은 종목들에도 비디오에 의한 판정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 이는 어떤 경계선상에 놓여 있다는 느낌이다. 즉 인간심판이 비디오를 보고 자신의 판정을 수정하는 현재의 형태는 필연적으로 점점 인간심판을 배제시킬 것이고, 언젠가는 완전히 전자적인 장치만으로 모든 스포츠의 판정을 내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인간 심판이 먼저 판정을 내리고, 비디오를 보고 판정을 수정하는 현재는 그 과도기의 어떤 중간지점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궁금해지는 것은 그 먼 미래가 되면, 그 때는 오심논쟁이 사라질 것인가라는 부분이다. 그 때가 되면 그 전자장치의 조작여부를 가지고 오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그러므로 신아람 선수 사건은 일종의 전조인 것이다.) 하루키던가 다른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새롭게 나타난 편리함은 늘 부수적인 다른 불편함을 야기시킨다고. 아마 판정의 기술은 현대적이 되어도, 그 판정의 기술을 보는 우리는 근대적이므로 (새로운 형태의) 오심논쟁은 또 이어질 것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이 올림픽 영상들의 미학적인 부분이다. 엑스포와 마찬가지로 올림픽은 근대적인 경쟁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기술적으로는 늘 새로운 발전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은 예를 들어 중계기술의 발달과도 관련이 되는데, 그것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다른 많은 관련된 부분, 예를 들어 영화같은 것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 이번 올림픽에서 인상에 남는 장면 중의 하나는 단연 양학선 선수의 체조 경기에서 보여준 두 개의 시점을 고속카메라로 이어붙이는 장면일 것이다. 기존의 슬로비디오가 시간의 한계를 보는 이에게 극복하게 해주었고, 여러 시점에서 다양하게 한 순간을 촬영한 분할화면이 공간의 한계를 보는 이에게 극복하게 해주었다면, 이 장면은 동일한 시간의 두 개의 이질적인 시점을 느리고 부드럽게 이어붙임으로써 시공간의 한계를 보는 이가 단번에 극복하도록 해주었다. 즉 그 장면을 집안에서 관람하는 시청자들은 현장성이라는 특권을 포기하는 반면에,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이한 체험을 할 특권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새로운 기술의 체험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의 체험만이 아니라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에 대한 체험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기존의 단순한 화면이 아니라 새로운 화면을 통해서 우리는 '양1' 기술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3D로 인해 우리가 새롭게 얻게 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기술은 미학을 이끌고, 미학은 기술을 성찰(반성)하게 하여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불러낸다.

 

4.

그러고보니 최근에 영화에 대해 거의 이야기를 못했다. 사실 본 영화가 거의 없는 탓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몇 개의 영화는 챙겨보긴 했다. <도둑들>도 봤고, <다크나이트 라이즈>도 봤고, 그 사이에 <락 오브 에이지>도 봤다. <도둑들>과 <락 오브 에이지>는 비슷한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다. '케이퍼 무비'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또 그런 식으로 광고했던 <도둑들>에서 가장 기이한 점은 그 '케이퍼'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일단 나를 비롯한 많은 관객들이 기대했던 것은 그 다양한 캐릭터들의 적절한 조화, 그 손발이 딱딱 맞는 환상의 앙상블 아니었을까. 그러나 막상 가장 중심되는 '도둑질'은 그 예고편(미술관의 유물을 훔치는 초반 씬)의 도둑질만도 못했다. 지루한 금고따기와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영웅본색식 총질이라니(뭐 달화 형님은 멋졌다). 반면 <락 오브 에이지>는 자신들이 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어느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 뮤지컬 영화에서 복잡한 심리게임이나 예상을 뒤엎는 반전 같은 것은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유치한 스토리나 뻔한 이야기가 더 좋을 수도 있다. 문제는 춤과 노래다. 춤과 노래는 얼마나 어깨를 들썩거리게 하고, 얼마나 따라부르게 만들며, 얼마나 떠나간 옛사랑을 떠올리게 하는가. 적어도 <락 오브 에이지>는 자신의 주종목에서만큼은 최소한의 몫을 해낸다. 물론 락 넘버들이 워낙 좋은 탓이지만. 극장 안에서 'More Than Words'가 울려퍼지는데 안 따라부를 재간이 있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대해서는 그 전편들을 복습해보고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전편들의 기억이 가물거린다. 라스 알굴 이야기도 <배트맨 비긴즈>에서 좀 봐야할 것 같고..다만 베인에 대해서는 좀 실망하긴 했다. 아이맥스로 결국 보지 못한 것도 아쉽고...)

 

그래서 나름 마음을 먹고 '시네마디지털 서울(CINDI)' 영화제의 영화 몇 편을 예매했다. 무엇보다도 기대되는 것은 아오야마 신지의 <도쿄 공원>. 라울 루이즈의 개막작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홍상수의 단편이나 아핏차퐁의 단편들도 기대가 된다. 늘 이럴때는 일보다는 의지나 체력이 더 큰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의지를 다지는 의미로 글을 남겨둔다.

 

5.

배가 고파서 뭔가를 더 쓰지를 못하겠다. 김밥천국에서 먹은 음식이 거의 꺼져가는 모양이다. 김밥천국의 음식은 딱 김밥천국스럽다. 그러니까, 음식모양새도 뭔가 어설퍼보이고, 다 먹고나면 왠지 배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인데, 먹다보면 의외로 먹을 만한 맛이고 느낌도 나쁘지 않지만, 여력이 있다면 다른 것을 먹는 것이 낫겠다라고 느껴지는 맛이랄까. 책으로 치자면, 저자의 이력도 신통치 않고, 책 디자인도 1980년대 풍인데 읽다보면 의외로 재미가 있는 책이지만, 그래도 구입안하고 서점에서 읽어서 다행이야, 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랄까.

 

아까 올림픽을 대하는 언론들의 자기분열에 대하여 말했지만, 정작 자기분열이 오는 것은 내가 아닐까. 잠이 오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인데, 이야기는 가장 중요한 그것을 빼고 전혀 중요하지 않은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다. 자기분열은 전혀 다른 별개가 아니라, 대부분 다른 하나를 가리기 위해 나머지 하나가 만들어지니까. 이 글도 다른 하나를 가려 잠을 자기 위함이지만 이상스레 정신만 맑아진다. 그래도 잠을 자둬야만 하겠지. 뱃속의 김밥천국도 이제 문을 닫았고, 시간은 4시를 향해서 가고 있으니.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2-08-18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1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22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 맥거핀님은 아직 '내 인생의 영화'를 만날 기회를 남겨두고 있는 대단한 행운을 가지고 있으신 듯 하네요. 딱 떠올라야, 내 인생의 영화니까! (저도 아직 기회가 있어요~)
근데 태어나서 본 첫 영화, 첫데이트 때 본 영화들도 궁금하네요~?^^
<내 인생의 영화>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내가 인상적이었던 건, 포르노를 탐닉한 감독이 의외로 많더라는 것. 하드 고어 무비도 그렇지만... (기억이 맞나 모르겠네요.)

올림픽 방송의 자기 분열.. 재밌네요. 근데 말씀하신 집단 방어 의식도 그렇고, 좀 싫어요. 진짜 이런 게 창피하다니까요. 내 소속이..(근데 이것도?!)

전 <도둑들>의 그 삐걱거림이 좋았어요. 장르에 충실하지 않고, 감독이 하고 싶은 거 막 다 넣은, 그 B급무비같이 지 멋대로인 것. 그러면서 또 어떤 면에선 완전히 웰메이드이죠~. 여튼 저에겐 <도둑들>이 두 번 보고픈 오락영화였지요.

여튼 잠이 안 오는 밤은 늘 글을 쓰는 걸로 합시다~~.ㅎㅎㅎ (늘 재밌게 쓰시니까~)

맥거핀 2012-08-24 01:22   좋아요 0 | URL
늘 글을 읽고 이렇게 성실하게 댓글을 달아주시는 섬님이 계시니 글을 쓸 재미가 나는군요.^^

포르노나 하드고어 같은 것들이 아무래도 충격적으로 인상에 남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요? 내 인생의 영화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저도 처음본 제목없는 비디오 같은 것은 잘 기억하고 있어요.ㅎ 태어나서 처음본 영화는 아니지만, 처음 극장의 기억이 제대로 나는 것은 어머니 따라가서 본 구니스, 람보 동시상영관이었는데요.(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동네 재개봉관이었던 듯..람보2였던 것 같아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구니스만 보고 나와야 하는데 저희 어머니가 워낙 액션 같은 걸 좋아하시는 터라 넋을 놓고 람보를 보셔서 저도 같이 봤던 기억이 나네요. (첫 데이트 영화는 비밀로 해두지요.^^)

근데 올림픽이 특별히 유별나긴 하지만, 우리 방송 혹은 우리 사회의 자기분열은 새로울 것도 아니어서요. 예를 들어 오늘 글샘님인가 글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 사회의 힐링 열풍에 대해서 말이죠. 저는 '힐링, 힐링하는 거 보면 참 우리 사회에 다친 사람들이 많나보다'하는 시니컬한 쪽이었는데, 생각해보면 좀 웃기긴 해요. 그 다친 게 다 무엇 때문인지..맨날 1등 어쩌구, 경쟁 어쩌구 하니까 사람이 다쳐 나가는게 아니겠어요. 근데 그걸 바로잡을 생각은 안하고, 이제 다쳤으니까 힐링..하는 게 좀 웃기긴해요. 뭐 그런 것도 자기분열이라면 자기분열이죠.

아..그거 좋은 표현입니다. 삐걱거림. 영화가 좀 삐걱거리긴 하죠. 뭐 섬님 말씀대로 그게 좋은 측면도 있고, 좀 아닌 부분도 있긴 한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최동훈 감독이 B급 지향보다는 말그대로 잘짜인 웰메이드를 좀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도둑들>이 일종의 선물세트를 지향한다면 추석때 급조해서 파는 싸구려 종합과자선물세트가 아니라, 확실한 한우선물세트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 능력도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구요.

요새 그럼 다시 도시로 복귀하신 모양이네요. 도시 생활은 어떤가요? 좀 도시가 삭막하기는 하죠. 새벽 가까운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늘 삭막한 기분이 들어요. <올드보이>에서 커다란 개미가 지하철에 있던 씬이 생각이 나요. 늘.

2012-08-2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맞아요. 최동훈 감독은 비급 영화 장기인 감독이기보단 웰메이드를 잘 할 감독이라고 저도 생각해요. 근데 이번에 자신감과 열정이 넘쳤던 걸까요?ㅎㅎ 다음 번엔 웰메이드로 잘 뽑힌 영화를 만들어 주려나?! 싶기도 하네요..
(한우선물세트..ㅎㅎㅎ)

저의 도시 생활은 삭막하고 붐비는 출퇴근이 없어서, 쾌적하고 좋네요. 농사일에 비하면 이 따위 직장일이야 다 노는 겁니다. 모두 같이 노는 거라니까요!ㅎㅎ -그러니까 도시 생활의 여유와 쾌적을 즐기고 있다는 말..^^

맥거핀 2012-08-26 17:49   좋아요 0 | URL
아..그것 참 다행이군요. 출퇴근이 없는 생활이라면 훨씬 낫죠. 아마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생각할텐데, 출퇴근이 직장 생활의 한 5분의 1, 어쩌면 그 이상을 잡아먹는 것 같아요. 아무튼 직장생활도 뭐 그정도라시니 참 어떤 의미에서는 부럽군요. 어디 가서나 잘 적응하시는 섬님이 대단한걸까요...

Shining 2012-08-2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저 왔습니다(굽신굽신). 이렇게 재밌는 글도 안 읽다니, 전 대체 뭐하고 지냈나 싶습니다, 저 없을 때 이런 흥미진진한 글 날리시기에요?(뻔뻔합니다ㅋ) 맥거핀님 삼일에 한 번 씩은 잠 안오시면 좋겠다, 이런 글 자주자주 읽게_-*(매일 그러시면 건강 해치니까 삼사일에 한 번ㅋ)

자기분열, 올림픽, 언론 모두 공감합니다. 섬님에게 답글 달아드린 바로 윗 글에 '힐링'도 그렇구요. 저도 비슷한 생각은 하는데 저는 왜 맥거핀님처럼 조리있게 글을 못 쓰죠_- 그저 공감한다는 말만 날립니다.

저 책 몇 년 전에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내 인생의 영화'는 모르겠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있겠지만 그건 '곰곰이 생각해보면'이라서요. 좋아하는 영화와 나를 꿰뚫은 영화는 다른거니까요.

신디에선 영화 많이 보셨나요? 결국 라이즈를 아이맥스로 보시지 못해 저도 안타갑네요. 오호 통재라ㅠ

맥거핀 2012-08-26 17:55   좋아요 0 | URL
옛날에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한 것 같은데, '내 인생의'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영화나 음악 같은 걸로는 너무 약한 거 아니냐고 그러더군요. 근데 저는 도리어 인생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은 있거든요. 예전에 군대에 있을 때 첫 휴가나왔을 때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은 거에요. 우리 동네에는 당시 베스킨라빈스도 없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버스 타고 가서 먹고왔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우리 누님이 얘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지? 하고 측은한 눈길로 보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니 뭐 내 인생의 영화라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아마도 죽기 전에 한 번은 만나겠지요. Shining님도 언젠간 아마 만나시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디에서는 몇 개의 영화를 보고 간단히 메모를 해두긴 했습니다만, 언제가 되어서야 기록에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아직 페막작 하나가 화요일에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태풍 크게 오면 안갈참..;;) 일단은 서평단 리뷰도 아직 밀려있는 참이라..다크나이트도 뭔가 기록을 남겨두어야 하는데..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특집의 나날들이다. 우리나라와 세계는 올림픽 특집, 인터넷은 티아라와 애국심 특집, 홈쇼핑은 '물건은 같지만, 이름만 바꾸기' 특집, 영화는 다크나이트와 도둑들 특집, TV 프로그램은 여름 특집과 매주 반복되는 다양한 특집들. 각종 특집 속에 특별한 생각 없이 상식으로 처리되어야 할 중요한 일들이 그야말로 스페셜하게 무시되는 것이 영 마음이 쓰리기는 하지만, 나도 이 특집에 숟가락 하나 올려본다. 이름하여 '밀어드리기' 특집(...). 이번 서평단 추천 도서는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 중에 아주 주관적 기준으로 밀어드리고 싶은 책을 골라본다. 규칙은 단 하나. 오늘 다른 분들 추천페이퍼에서 처음 본 책들만 대상으로 한다는 것.

 

 

 

폭력에서 전체주의로 - 카뮈와 사르트르의 정치사상 / 에릭 베르네르 / 그린비

 

nunc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누구나 평등한 좋은 세상을 지향한다고 만들어진 사회였던 소련의 폭력적인 현실을 놓고 벌인 카뮈와 사르트르의 논쟁을 다루는 책이다. 책은 이 논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논쟁에 내재된 카뮈와 사르트르의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까지 나아가는 듯 하다. 이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와 관련한 문제는 nunc님의 말대로 그저 과거의 것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 유광수 / 웅진지식하우스

 

빨간바나나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는 가족이 때로 무섭고 지긋지긋한 것은 요즘의 일만은 아닌 모양이다. 하기는 현대와 달리 가족이 훨씬 중심에 있던 사회이자, 때로 한 인간의 활동 범위가 오로지 가족 뿐이었던 옛날이 어쩌면 더 끔찍한 일이 많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토스터 프로젝트 - 맨손으로 토스터를 만드는 영웅적이고도 무모한 시도에 관하여 / 토머스 트웨이츠 / 뜨인돌

 

비의딸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그러니까 이것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맨손으로 재료를 '채취해서' 토스터를 만드는 얘기다. 물론 그게 꼭 토스터일 이유는 없다. 냉장고일 수도 있고, TV일 수도 있고, 비행기일 수도 있다. 다만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갈 뿐. 중요한 건 토스터가 아니다. 중요한 건 그 과정과 그 과정들에서 제기되는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의문들이다. 처음의 인류는 자연에서 도구를 창조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었을까.

 

 

다시 쓰는 서양 근대 철학사 - 우리의 눈으로 본 철학사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 오월의봄

 

드림모노로그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예전에 비슷한 철학개론서들은 몇 번 본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별로 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우리나라의 젊은 철학자들이 우리의 시선으로 서양 근대 철학사에 대해 새롭게 살펴본 책이라고 하니 다시 기본적인 개념들을 공부하고, 최근에 제기된 새로운 시각들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 피에르 바야르 / 여름언덕

 

더불어숲님이 추천해 주신 책 중에서 한 권. 솔직히 책 소개를 읽어도 약간 아리송하기는 하다. 예를 들어 책 소개에 보면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고, 불륜에서부터 절도와 살인에 이르기까지 생의 특정 순간에 특정 장소에 있었다고 꾸며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적절히 처신하는 실천적인 방법들까지 조언하며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향해 나아간다'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것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무슨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문학 작품이 자신이 묘사하고 있는 세계와 장소와 맺는 관계에 대한 것이라니 그건 흥미로울 것 같다. 모든 문학은 결국 그 세계의 어느 곳에도 있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니까.

 

 

 

덧.

서평단 추천 도서를 정하려고 그간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몇 권의 책을 골라 이리저리 재보고 있던 중에 문득 꼭 이렇게 안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고르려던 책들의 상당수는 선정될 확률이 거의 없는 책들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괜히 이 책들을 추천하려다 전혀 원치 않던 책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느니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 중에서 골라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밑에는 내가 고르려던 책들.

 

 

 

 

 

 

 

 

 

 

 

 

 

 


댓글(12) 먼댓글(1)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연 2012-08-0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밀어주기 특집..ㅎㅎ 정말 밀어주기 특집으로 괜찮으시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맥거핀님이 직접 고르신 책들도 괜찮다고 여겨지는데.. 이게 아무리 추천을 많이 받아도.. 너무 비싸면 또..ㅎㅎ 출판사에다가 담당자님이 직접 협상을 하는 방식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비싸면, 또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도 출판사 사정이 안좋으면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풋. 그러니깐 어떤 책이든 설령 추천이 별로 안되더라도 뽑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아래 책들도 괜찮지 않을까..요?

맥거핀 2012-08-05 23:47   좋아요 0 | URL
대장님 더운 날씨에 잘 지내시나요? 네..뭐 사실 어떻게보면 가연님이 말씀하신 것과 동일한 이유입니다. 이 추천이라는 게 뭐랄까..최근에 와서는 많이 추천된다고 해서 될 확률이 상당히 낮은 것 같아서요. (아마 최근 인문쪽은 계속 그래왔던 걸로 아는데..아닌가요?) 그러니까 추천이라는 게 이미 제 손과는 별개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이랄까요.

뭐 그러니 아무튼 계속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들을 읽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럼 차라리 좀 더 적극적으로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 중에서 골라보자, 하고 탄생된 것이 이 페이퍼입니다.^^ 그리고 뭐 위의 책이나 아래 책이나 제가 아직 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고, 위의 책들도 나름 심사숙고해서 골랐으니까요. (사실 이렇게 쓴다고 괜히 시간이 더 걸렸네요.) 저로서는 후회없는 선택입니다.ㅋ

쓸데없는 잉여짓으로 생각해주세요.ㅋ

아이리시스 2012-08-0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 맥거핀님 진짜 웃겨요ㅋㅋㅋ

맥거핀 2012-08-05 23:48   좋아요 0 | URL
웃기기라도 했으니 다행이군요.^^

프레이야 2012-08-06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밀어주기 특집!! 좋은걸요.ㅎㅎ 더위를 날리는 페이퍼에요.^^
가족기담과 여행하기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 저도 땡겨서
밀어드릴 수 있으면 함께 밀어드리고 싶어요. 숟가락 하나 얹기 ㅎㅎ

맥거핀 2012-08-07 16:51   좋아요 0 | URL
네..조금이라도 썰렁함을 드렸다면 만족합니다.^^
이런 여름에는 사실 딱딱한 책들은 눈에 잘 안들어와요. 에세이 팀이 부럽군요. 저도 읽고싶은 에세이 많은데..날씨가 정말 더워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기도 싫을 정도네요.;;

2012-08-06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의 서문과 컨셉도 재밌고 아이님과의 댓글도 웃겨요.
신간 추천도 '특집'화할 수 있군요. 흐흐흐

그러고보니, 안 될 거 뻔한 내 꺼 추천하느니, 남들 추천 중 내가 읽고 싶은 거 추천해서 차선책의 확률을 높이는 편이 낫겠군요.

맥거핀 2012-08-07 16:55   좋아요 0 | URL
뭐 그러나 특집은 원래 한번으로 족한 거라서, 다음번에는 원래 컨셉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원래 추천하려던 책 중에서 도리어 한권쯤 될듯한 분위기? 흐흐흐..)

시골은 여름나기가 어떤가요? 왠지 시골은 저녁에 평상에 누워 수박먹으면 더위가 다 끝날 것 같은 이미지...(이렇게 말하면 개콘에서 하는 개그처럼 "오해하지 마라. 우리도 에어컨 튼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2012-08-14 08:40   좋아요 0 | URL
평상은 없지만 이웃집에서 준 수박을 먹으며, 아주 뜨거웠던 8월의 초의 열흘 정도 빼고는 시원하게 지냈어요. 물론 낮에 뜨거운 햇빛 아래 밭에서 일할 때는 더위를 피할 길 없었지만.. ("오해하지 마라" 하고 싶었지만..ㅎㅎ)
이제 시골생활도 막바지입니다. 이번 주말에 내려가요.
게다가 오늘부터 3일간 인천, 서울 다녀오고 하면 이제 밭일에선 손 뗐다고 봐야죠.. 그러니 진짜 시골 생활은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어요~~.

맥거핀 2012-08-17 03:58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시골생활이 이제 끝이군요. 시골은 가을철이 제일 좋을텐데 조금 아쉬우실지도 모르겠네요.^^

Shining 2012-08-07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가단 할 때 생각나네요^^ 처음에는 의욕있게 페이지도 다 열어보고 설레면서(?) 선정되길 기다렸는데 점점 내가 고른 책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고.... 두 번째 할 때는 다른 분들이 거의 고른 후에 페이퍼를 썼었거든요. 비정한 현실에 탄복_-

더워요 맥거핀님. 전 자동차도 안 타고 스프레이도 안 쓰니 에어컨은 조금 틀래요-_ㅠ

맥거핀 2012-08-09 15:19   좋아요 0 | URL
근데 거의 보면 모두가 원하는 1순위의 책보다는 2순위나 3순위의 책들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현실상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기도 하겠습니다만, 어쩌면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걸지도 모르겠구요. 근데 책 탓할 것도 없는게 요즘에는 거의 모든 게 무의욕중이라..책은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보고, 영화는 거의 보지를 못하고 있네요. 날씨도 날씨지만 마음상태가 역시 중요해요.^^

으헉..그러고보니 저는 지구온난화의 거의 주범격..-_-
 
[어쩌다사회학자가되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사회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물론 뭔가를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말하는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그렇듯 사회학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당연하게도 지금도 잘 모른다.) 처음에 가고 싶었던 과는 신문방송학과였는데, 그건 왠지 더 자유분방한 학생들이 가는 과라고 생각했고, 가장 무엇보다도 점수가 모잘랐다. 그래서 사회학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문학 쪽은 원래 잘하는 편이 못되었고, 사학과 같은 쪽은 재미있어 보이나 취직이 잘 안된다 그러고, 심리학 쪽은 취향이 아니고, 경제학이나 경영학 쪽은 평소에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뭐 사회학이 괜찮겠네,라고 생각했다. 뭐 잘 모르지만, 사회에 대해서 일단 전반적으로 어느정도 알게되지 않겠어, 나중에 신문방송학 쪽과도 연계해서 공부할 여지도 있을테고. 그래서 점수가 커트라인에 대롱대롱 걸렸지만, 호기있게 원서접수 첫째날 '사회학과'라고 쓰여진 원서를 들고 갔다. 그러나 이미 첫째날 사회학과는 경쟁률 1이 넘어 있었고, 나는 그만 자신감을 잃고는 체육관 바닥에 주저앉아 '사회학과'를 벅벅 지우고는 다른 과를 적어넣었다. 아직 1이 넘지 않은 조금은 더 만만해 보이는 과를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판이었다. 마지막날 최종 확인한 경쟁률은 사회학과는 그 숫자에서 크게 변동이 없었고, 내가 지원한 과는 6대1이 넘어 있었다. 모두들 나처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이후 내 인생에서 사회학이 거론될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노 사회학자의 유머스러운 지적 모험의 여정이라니. 사회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될 뿐만이 아니라, 뭐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유머러스한 글쓰기에 대해서 배우게 되겠지.

 

그러나 이것도 오판이었다. 일단 이 책에 나온 것만 보자면 사회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 수가 없다. 책의 저자 피터 버거가 책 중간중간에 늘어놓는 사회학에 대한 단편적인 부분들이 있다. "사회학자는 어떤 종교적인 현상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그 현상의 실증적인 양상은 탐구할 수 있다.(p.91)""사회학의 분석적인 부분은 당연히 '가치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그 실제 적용은 좀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도덕적으로 정당하다." 이런 부분만 놓고 보면 사회학의 임무는 어떤 사회현상이 좋다 나쁘다의 가치판단을 가지지 않고, 그 현상만을 탐구하되, 다만 그에 대한 적용, 즉 그 사회현상을 이야기하는데는 인간주의적 관점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사실 이 '인간주의'라는 말이 가지는 허구성을 우리는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다. '인간적인 사회'라는 것은 대체로 어느 특정의 관점을 정당화시키는 수사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는 것을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모든 대선 후보들이 내미는 '인간 중심'이라는 슬로건 말이다.) 책에 나오는 예를 하나 들어보면 그는 그의 책 <현실의 사회적 구성>에 나오는 부분들과 구성주의의 영향에 대해 밝히며 자신은 구성주의자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때의 시대정신이나 분위기, 실제로 일어난 경향을 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음 집필의도를 봐줄 것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그런 사회적 사실들은 우리의 바람과 무관하게 발견될 수 있는 확고한 현실성을 가진다.(p.126)" 즉, 사회학적으로 봤을 때는 중요한 것은 그의 본래의도가 아니라,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은 것처럼 보이는 그 사실 자체일 것이다.

 

물론 그가 사회학자로서 그런 의도(입장)와 사실의 문제를 구별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그도 당연히 어떤 것에 대해 입장을 가지고(그것이 설혹 '인간적'이라는 모호한 입장이라도), 모든 사실에 대해 발언할 수 있다. 그는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중 시민권'이라는 개념이 유용하다. 사회과학자는 두 개의 모자를 쓴다. 그는 특정 분석 규준을 충실히 지켜야 하는 학문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도덕적인 고려를 해야만 하는 정치 공동체의 구성원이기도 하다. 그 두 모자는 상당히 다르다. 특정 진술을 할 때는 어떤 모자를 쓰고 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서 정직하게 알려줘야 한다. (p.281)"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맞는 말은 본인은 잘 지키지 않는 것 같다. 그는 어떤 모자를 쓰고 했는지 잘 알려주지도 않을 뿐더러, 때로는 일부러 모자를 바꿔서 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는 '성장의 신화(자본주의)'와 '혁명의 신화(사회주의)'를 모두 거부한다고 주장하였다가, 동아시아를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을 바꿔 '성장의 신화'는 지지하되 '혁명의 신화'는 거부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달리 말해 성장의 신화는 대체로 경험적으로 타당한 약속을 제시한다. 반대로 사회주의 혁명은 약속을 이행하는 법이 없다.(p.176)" 반박할 수도 있는 주장이나 묻고 싶은 것은 그게 아니다. (예를 들어 두 가지 질문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이것이 동아시아 사회를 정말 면밀히 관찰한 후에 나온 지적인지, 또 하나 성장의 신화가 경험적으로 타당한 약속을 제시한다고 했는데, 이 '경험적으로'라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만 그의 이런 주장이 과연 사회학자로서 얘기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지지하는 개인적 신념에 따른 정치적인 주장인 것일까,라는 것이 궁금할 뿐이다. 그는 이것을 사회학적인 연구로 인해 도달한 결론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그가 가진 그간의 개인적 신념을 보면 그 개인적 신념과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즉 그는 과연 어떤 현상에 대한 탐구로서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일까? 설혹 그렇다고 해도, 책에 나온 논거들로는 이는 너무 재빠른 단정이 아닌가. (그가 책에서 사회학 입문 과정에서 암기한다고 말한 유명한 '토머스의 금언'이 떠오른다. '만일 우리가 어떤 상황이 실재한다고 규정하면, 그 때문에 그 상황은 실재하게 된다.')

 

잘 모르겠다.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이는 어떤 오해인지도 모르겠다. 그 오해를 풀기 위해 그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보고 싶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책의 대부분은 그가 지은 저술을 짧게 요약하고, 그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과 그들과 자신의 관계와 그들의 간단한 약력을 늘어놓는 것으로 채워지고, 뭔가 생각이 좀 나온다 싶으면, 그가 재미있다고 주장하는 유머들 혹은 일화들로 모호하게 마무리된다. (그러나 이 유머들은 참 재미가 없다. 그는 심지어 유머에 관련한 책도 저술했으니 그 이유를 잘 알 것이다. 그에 따른다면, 우리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의 나이든 사회학자가 내뱉는 유머를 재미있어한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이 책은 피터 버거의 책으로 쓰는 긴 이력서 같다. 책을 통해서 그가 저술한 책의 목록들과 그가 여행한 나라들, 그의 동료 연구자들, 그리고 그의 대학 재직이력은 자세히 알게 되지만, 그것 뿐이다. 이력서는 말 그대로 저자의 이력을 말해줄 뿐, 그의 생각까지 말해 주지는 못한다. 즉 이 책을 통해서 그의 이력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게 되지만, 사회학에 대해서는 알게 되는 것이 거의 없다. 물론 어떤 한 사람의 이력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은 흥미로울 수 있다. 이 책의 제목대로 그것이 어떤 '지적 모험'이라면 더구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지적 모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는 모험을 할 마음 같은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모험이란 무릇, 여기저기 깨질 각오를 하고 이곳저곳에 부딪히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처음부터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어디에 심하게 부딪힌 적도 없고, 그러므로 깨진 적도 없다. 물론 깨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 입장이 욕먹을 것은 아니며 중도 보수라는 그의 입장이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 (보수 반동이라면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겠지만.) 다만 자신의 반대입장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계속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며, 이것이 사회학에서의 올바른 태도라고, 사회학적 당의를 씌울 때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는 이 두 가지 관점, 그러니까 정치적인 관점과 사회학적인 관점을 시종일관 흩트려 놓기 때문이다. 그는 뉴욕과 보스턴과 미국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회학자로서 유럽과 중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그곳의 사태를 보고 있는 것이지, 그가 말한대로 객관적인 입장에 서 있는 때가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정말 아이러니한 점 중에 하나는 그가 사회학자이면서도 사회운동에 알레르기를 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금연 운동이나 페미니즘 혹은 대중집회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그가 애정을 보내는 자본주의라는 것도 어찌 보면 거대한 사회운동 중의 하나가 아닐까. 즉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회운동과 아닌 사회운동을 구분하여 그것에 애정어린 분석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필요이상으로 비판이 길어진 듯 하다. (날씨와 LG야구 때문이다.) 피터 버거는 자신의 책에 달린 서평을 꼼꼼이 들여다보는 편인 것 같기는 하지만, 그가 어느 촌구석 인터넷서점에 달린 이 글까지 읽어볼 확률, 그리고 그것을 읽고 어떤 나이든 사회학자가 자신의 입장을 수정할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하므로 조금 더 생산적인 얘기로 글을 끝내도록 하자. 사회학을 지망하고자 했으나 잘 지워지지 않는 지우개로 체육관 바닥에서 지망하는 과를 바꿔야 했던 사람, 그래서 사회학에 대해 뭔가 알고자 했던 사람, 혹은 최소한 뭔가 유머러스한 글쓰기에 대해 배우고자 했던 사람에게는 비추. 대신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미국에서 대학교수, 학자라는 지식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곳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 혹은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학자인 척하고 싶은 사람들. 이 책은 적어도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사회학적 분석보고서는 된다. 다만, 하나 주의할 점은 이 책은 진짜 학자가 되는 법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진짜 학자가 될 수 있도록 생각하는 법 대신에 자신의 저술과 자신의 학문적 업적과 자신의 뛰어난 동료들과 자신의 훌륭한 박사과정 학생들을 독자들에게 최대한 거부감을 덜 느끼게 하며 나열하는 법 정도는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 정도면 학자라고 하기에 충분하다(고 믿어지는 세상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거핀 2012-07-24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신 알라딘관계자분과 가연님께 감사드립니다.;; 발암야구 LG야구 때문에 생각보다 비판적인 글이 되었네요..(5회 역전당한 후 TV끄고 빡쳐서 쓴 글..;;)

아이리시스 2012-07-25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구나. 그럼 일반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유익하지 못한 책이네요. 사실 사회학자(라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가 사회학을 공부해야만 되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원래 그 분야가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하고 관심 가져야 하고 그러니까.. 법대 나온 친구가 있는데 친구는 항상 공부를 잘했으니까 당연했거든요. 법대나 의대는..근데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막상 들어가보니까 난 법대말고 사회학과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고. 거기 더 관심이 많더라고.

맥거핀님도 사회학과..라니.. 제 인생의 최대 반전은 제가 이과반이어서 화학공학과에 갈 수도 있었다는 거예요, 푸핫 :) 당시엔 교차지원이란 게 있었고 저는 이과,문과 구분없이 막 지원했었어요. 내가 잘하는 거나 체질은 문과쪽이 맞는데 전 이과반에서 '글 잘쓰고 말 잘 하는 공대생'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ㅋ

LG는 맨날 지고있나봐요ㅋㅋㅋ

맥거핀 2012-07-26 02:20   좋아요 0 | URL
화학공학과라고 하시니, 뜬금없이 배수아씨가 생각이 나네요. (제가 알기로는 이대 화학과 나오신걸로..) 글잘쓰는 공대생 그거 괜찮겠네요. 영화 <은교>에서 서지우가 공대생이라는 게 일종의 컴플렉스처럼 작용을 한 것도 생각이 나구요.

근데 예나 지금이나 사실 뭘 공부하고 싶은지 거의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에 가지 않나요? 막상 공부해보면 이게 아니다 싶은 경우들도 참 많고..요새는 뭐 어렸을 때부터 많이 준비하고 간다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하긴 그래도 뭔가를 '공부하러' 간다는 것은 그나마 좀 나은 케이스 같기도 하구요.

LG는요. 유명한 말이 있어요. DTD라고.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인데, 즉 초반에 순위가 높아도 언젠가 꼴찌 근처에서 놀게 된다 이말이죠. 근데요. 요새는 한 게임 내에서도 DTD를 실천해요. 역전당하기 위해 초반에 점수를 따요.ㅠㅠ 늘 재미있는 야구를 하기는 합니다. 근데 문제는 우리편보다 상대편이 늘 더 재밌다는 게 문제죠.


Arch 2012-07-2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은건 제목과 카피에 낚여 실망한 흔하디 흔한 경우 중 하나예요. 머릿말은 재미있었는데 50쪽까지 읽다가 지쳐버렸어요. 혹시나해서 다른쪽도 읽어봤는데 역시나. 작가가 어떤 성향이고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고 싶은 맘도 안 생기더라구요. 이야기는 단편적이고 유머도 없었으며 말 그대로 '긴 이력서'에 그치고 말았어요.

사회학에 관심이 있다면 '상식의 배반'을 추천합니다.

맥거핀 2012-07-26 02:25   좋아요 0 | URL
아..Arch 님도 비슷한 감상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사실 리뷰들보면 이 책에 대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근데 저도 초반보고 조금 마음이 상해서, 뒷부분을 읽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어요. 때려치고 싶었지만, 머 그래도 명색이 서평단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데, 다는 읽어야 할 것 같아서..그러길래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셨는지..쩝.

말씀하신 책 읽어봐야 겠군요. 저랑 비슷한 감상이신데 추천을 해주시니 더 신뢰가 가네요.

Shining 2012-07-2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이 리뷰. 가독성도 높고 내용도 탄탄하고. 역시 맥거핀님의 글쓰기는...-_ㅠ

저는 신방과에요, 더 자유분방한 사람은 아니지만ㅎㅎ 별 생각없이 택했는데 다니는내내 이보다 더 (제게) 맞는 과를 찾았다는 느낌음 없어서 그럭저럭 잘 다녔던 것 같아요. 과 생활은 안했지만 학과에서 배우는 과목들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그래서, 맥거핀님은 무슨 과였는지 물어도 됩니까?+_+ (저렇게 말씀하시니 궁금해서요!)

맥거핀 2012-07-30 22:41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신방과. 저는 아직도 신방과에 대해서는 똑똑하고 샤프하고, 반질반질한(?) 이미지가 있어요. 뭐 당연히 신방과에도 이런저런 사람이 있겠습니다만, 사람은 아무래도 자기가 하려다 못한 것에 대해서는 환상이 있는 법이긴 한 모양.

저는 교육학 전공입니다. 늘상 이렇게 말하곤 하죠. XX교육과 아니구요, 그냥 '교육학과'요. (뭐 그런건 현재의 저에 대해서 하나도 말해주지 못하니까요. 얼마든지 말씀드릴 수 있죠.^^)

꽃도둑 2012-07-3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 님, 글쓰기가 일대 전환을 맞으신 것 같은데요....
너무 까셨어요... 어디 두고보자 하고 쓰신 글 같아요.,ㅋㅋㅋ
(물론 원인제공은 날씨와 야구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회학의 또 다른 관점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량적인 방법론에서 조금 비껴나 있어 한결 부드럽고 유연했거든요. 이런 사회학자도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맥거핀 님 리뷰 읽으면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나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다시 책을 후벼파야 될 것 같은 우울한 예감이 드네요.,ㅡ.ㅡ

맥거핀 2012-07-30 22:47   좋아요 0 | URL
사실 저는 꾸준히 까왔..(...)
글쎄요. 뭐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이런 시각도 있으면 저런 시각도 있는 법이니까요.^^ 저는 사실 사회학에 대한 기초가 거의 없는 편이라 정량적인 방법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대충 통계적인 방법을 쓰는 것으로 이해하긴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그의 반대편에 있을 정성적인 방법이 궁금한데 그에 대해서도 책에 제대로 설명이 나온 것인지 좀 의문이에요. 저자의 시각이나 방법론을 좀 자세히 들어보고 싶은데 뭐 좀 얘기할라치면 일화나 유머로 빠지는 통에 저자의 생각이 뭔지 어렴풋해요. 단지 그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중도 보수주의자이다..정도? 사회학에 대해서 그가 추구하는 방법론이나 시각을 잘 알 수가 없어서 비판적이 된 부분도 있구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날씨와 야구 때문입니다.^^ 날씨가 진짜 덥기는 많이 덥죠? 여기도 심한데, 남녘은 더 심할 것 같기는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