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아브르 - Le Ha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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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동화적인 기적, 혹은 (이 세상에 나올 수 없는) 기적적인 동화. 그러나 그 동화에 마음이 움직이질 않으니..기적은 스크린 위에만 있다고 (나는) 믿고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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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12-0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네큐브 1관과 2관의 분위기는 흡사 천국과 지옥이었다. 2관에서는 유머가 가득한 기적의 동화가 상영중이었고, 1관에서는 음울하고 세기말적이고 분열적인 수난극(혹은 수태고지극)이 상영중이었다. 한쪽은 사람들로 가득했고(맨 앞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끊임없이 웃음이 넘쳐흘렀으며, 영화를 보고서는 훈훈한 정담이 쏟아져나왔고, 무엇보다도 따뜻했다. 그보다 훨씬 넓은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표정들은 굳어있었으며, 어떤 아저씨는 영화가 마친 후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이거 돌아이 아니냐는(유 헤드 빙빙) 포즈를 지어보였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추웠다. 지독스럽게 추웠다.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나는 도리어 따듯한 천국을 지나고 나와, 그 추운 지옥에서 이상한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니............................................변태인가.

아이리시스 2011-12-0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저라면 1관에..^^ 따뜻이고 뭐고 방 구들장에서 군고구마랑 찐빵, 오뎅탕 같은 거 먹으면서 영화 보는게 제일 기적스럽다니까요, 히히.

그럼 저도 변태인가.. 그러니까 맥거핀님은 2관에 갔다가 실망하신 거 맞죠?

맥거핀 2011-12-10 00:41   좋아요 0 | URL
괜히 꼬아서 썼네요.(이렇게 문장을 써서 안된다는 전형적인 문장되시겠습니다.;;)
영화를 보기전에 생각했어요. 예정은 2관의 <르아브르> 이후에 1관의 <아멘>이었는데, 이걸 순서를 바꿔야 하는 거 아닐까. <아멘>으로 뭔가 시험에 든 다음, <르아브르>로 깨끗하게 치유, 뭐 이런 식으로요.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여러가지 고려했을 때 도저히 시간을 맞출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일종의 "각오"를 하고, 두 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2관의 따스한 관객들 사이에서 외톨이가 되어 "아..나만 이 영화가 썩 와닿지 않는걸까"하고 생각하다가, 1관에서 예상치 못하게 "그래도 영화라는 게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네, 단지 그런 이야기일 뿐이죠.^^

2011-12-0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맥거핀 님같은 관객이 있어서, 1관 수태고지극의 감독이 위안과 희망을 얻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빨리 `수태고지극` 리뷰를 올려 주세요! ^^

맥거핀 2011-12-10 00:45   좋아요 0 | URL
네..가능하면 열심히, 별거는 없겠지만, 리뷰를 남겨보겠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1관의 감독(김기덕 감독)이 얼마나 "자신의 영화를 보아줄 누군가"를 열망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겠어요. 그러니 섬님도 여력이 되신다면 언젠가 관람을..^^
 
아멘 - Ame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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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진리, 확실하다 혹은 이루게 하소서의 뜻. 이 영화는 둘 중 어느 쪽인가. 영화에서 자꾸만 영화밖의 다른 것을 말하게 될 때....슬프면서도 여전히 그가 무엇인가 찍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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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2-0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그가 무엇인가 찍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 하는 건 맥거핀님인거죠? 감독이 하면 큰일날 것 같은데..( ..)

맥거핀 2011-12-10 00:35   좋아요 0 | URL
아..애매한 문장을 썼네요.(100자로 줄이다 보니까요.) 물론 접니다. 그냥 제가 소소히 안도하는 중이죠.
 
숏컷 - Short Cut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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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상영시간이 짧아도 매우 지루한 영화가 있고, 상영시간이 길어도 꽤 흥미로운 영화가 있다. 영화 <숏 컷(Short Cuts)>이 바로 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 여러개를 오려붙인, 미국 LA의 아홉 커플(여덟 쌍의 부부와 한 쌍의 모녀)이 거의 동등한 비중을 가지고 등장하는 3시간 7분 짜리 영화이다. 이 영화는 그 제목이 의미하는 바대로 무수한 숏 컷들의 끊임없는 이어붙이기로 영화가 전개되는데,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이 영화는 고유의 리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동시에 그 모든 등장인물들을 관객의 뇌리에 고스란히 남겨놓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별 특이한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는 어떠한 플래시백이나 과도한 점프를 사용하지 않으며(즉 영화는 이 아홉 커플의 현재의 시간을 무심히 쫓아간다. 다만, 회상씬은 없지만, 등장인물의 대화로서 이루어지는 회상은 있다. 뒤에 또 이야기하겠지만, 이 대화들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과도한 카메라워크를 허용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이들에 대한 차가운 관찰자적 시선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이 영화의 놀라운 리듬감은 그 숏 컷과 숏 컷들이 붙여지는 순간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몇 가지 장면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웨이트리스 도린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니건 부부의 어린아들 케이시를 차로 친다. 아이는 별로 다친 것 같지 않지만, 병원에 데려다주겠다는 도린을 뒤로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집에 돌아와 갑자기 급격한 이상 증세를 보이며 피니건 부인이 따라준 우유를 마시지 않고 긴 잠에 빠진다. 컵에 가득 따라져 있는 우유를 클로즈업하며 컷의 마무리. 컷의 연결은 TV속 재난에 대한 위험을 이야기하는 공익(보험?)광고로 이어진다. 화면 속 우유컵이 탁자에서 쓰러지며 우유가 바닥에 쏟아진다. 이 화면은 도린의 집에서 도린의 남편 얼이 보고 있는 것인데, 얼은 아이에게 큰 사고를 입힐 뻔했다는 도린의 말을 시큰둥하게 들으며, 오로지 그것을 경찰이나 누군가가 보지 않았다는 것에만 안도한다. 또다른 장면. 첼리스트 여자가 농구를 한참 한 다음 옷을 모두 벗더니 갑자기 수영장에 뛰어든다. 그리고 마치 죽은 듯이 물에 떠 있다. 그것을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딸(첼리스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재즈여가수 어머니는 그녀에게 뻔한 수법(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수법)을 쓰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는 수영장 청소부 제리가 있다. 그리고 컷의 연결. 한 여자가 나체로 물 속에 죽어 있다. 그리고 이것을 계곡에 낚시를 하러간 스튜어트 일행이 발견한다. 이 장면들은 이 영화의 대표적인 연결 장면들이다.

예를 든 첫번째 장면과 두번째 장면은 모두 시각적으로 장면이 연결된다. 피니건 부인이 따라준 우유컵과 광고 속 가득담긴 우유컵, 그리고 수영장에 죽은 듯이 떠있는 나신의 여자와 죽어서 계곡에 떠있는 나신의 여자 시체. 그러나 이 연결들이 단순한 시각적인 연결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의미적으로 볼 때 이 장면들은 이 등장인물들의 망가진 영혼들을 드러내주는 역할을 한다. 사고를 당한 케이시의 컷 이후에 곧바로 그에게 해를 입힌 도린과 얼의 컷을 붙임으로써, 이들, 특히 얼의 추악한 진짜 속내를 드러내보인다. 두번째 장면도 마찬가지다. 수영장에 들어간 여자와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이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어머니, 그에 이어지는 컷은 계곡에서 나신의 시체를 발견한 낚시꾼들이다. 이들의 행동은 어떨까. 그것은 익히 예상이 가능하다. 이들은 이 시체를 물에서 꺼낸다거나, 경찰에 신고할 생각을 하지 않고, 태연하게 술을 마시고, 그 물에서 물고기를 잡는다(즉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놀라운 편집의 예술은 이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장면들은 모두 의미망 아래 층위에서 작동하며 일종의 복선의 구실을 함으로써 표층의 의미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첫번째 장면에서 우유는 광고 속에서 모두 바닥에 쏟아진다. 이것은 결국 이 영화에서 케이시가 처하게 될 운명을 암시한다. 두번째 장면에서 수영장에서 나신으로 시체처럼 떠 있는 여자 첼리스트, 그리고 이것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제리. 이것은 이 여자 첼리스트가 닥치게 될 앞으로의 일을 말해줌과 동시에, 제리의 미래까지도 보여준다. 동시에 그 계곡 속의 여자에게 닥쳤던 범죄(성폭행)가 무엇이었는지 관객이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두 가지 장면을 예로 들었지만, 이 영화에서의 무수한 컷과 컷의 연결에는 이러한 장면들이 많다. 즉 이 컷의 연결은 세 가지 층위에서 작동을 하는데, 그것은 시각적인 컷과 컷의 연결이 하나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역(逆)의 의미망 발생이 하나고, 그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잠재된 욕구와 미래의 운명을 암시하는 연결이 하나다. 이 영화 <숏 컷>의 지속적인 리듬과 의미의 발생에는 바로 이 컷과 컷의 연결, 즉 로버트 알트만의 놀라운 편집 감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실로 정교한 기술이며, 놀라운 감각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이렇게 짧은 컷으로 이루어진,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교과서같은 편집이며, 전범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후에 이 영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말해지는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도 결코 도달하지 못한 리듬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두 영화의 유사성은 마지막의 예기치못한 재난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 <매그놀리아>에서 마지막 예기치 않은 개구리비가 쏟아졌듯이 이 영화에서는 마지막 예기치 않은 지진이 발생한다. 어쩌면 예기된 재난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장률의 <중경>과 같이 폭발 직전의 욕망들이 끊임없이 누적된다는 인상이 있다. 아무튼 예기되었건, 예기치 않았건 간에 재난 그 자체보다는 재난 이후의 모습이 더 흥미롭다. 처음 이 지진이 발생할 때는, 시작부터 성적타락과 도덕적 해이가 가득한 추악하고 위선적인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등장인물들에게 일종의 징벌로서 이 지진이 발생했다고 생각하게 되지만, 이 지진은 그들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들에게 지진은 진도 7인지, 진도 8인지에 대해 논쟁하게 하는 한낱 흥미거리일 뿐이며, 도리어 어떤 범죄를 덮어주는 좋은 기회일 뿐이다. 그것은 아마도 이 지진에 대한 리포팅을 영화 내내 가장 엉망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헬기조종사 스토미가 하는 것으로 상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들의 존재가 재앙 그 자체는 아니었을까. 영화의 시작은 유럽 파리떼의 습격을 리포팅하는 TV뉴스와 그들을 박멸하기 위해 헬리콥터로 뿌려지는 살충제들이다. 이 TV뉴스는 과장되어 있으며, 이들(파리)의 박멸을 일종의 전쟁과 거의 같은 급에 놓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파리와의 전쟁을 영화 시작부분에 이야기하면서도, 영화 중간에 파리 코빼기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박멸하여야 될 파리는 무엇일까. 이 등장인물들의 집 지붕으로 쏟아지는 살충제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들 자체가 박멸되어야 할, 즉 유럽에서 온 재앙(미국인들)은 아니었을까. 영화 속 살충제를 뿌리고 차례로 내려앉은 헬리콥터들이 마치 파리처럼 보였던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영화 내내 수많은 대사를 지껄인다. 때로는 너무 많이 지껄여대 이제 그만 좀 닥치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그 수많은 대사들은 거의 대부분 아무 의미가 없거나 음담패설이거나, 누군가를 욕하는 말들일 뿐이다. 발화는 끊임없이 이루어지지만, 그것은 서로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화가 아니다. (이것은 그들이 자주 보는 TV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에게는 유달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TV를 보는 씬들이 자주 배당된다. 그들이 무엇인가 바보 같은 대사를 하거나 바보 같은 행동을 저지를 때면 어김없이 TV가 틀어져 있다. TV는 과장되어 있고(파리에 대한 리포팅처럼), 거의 대부분의 경우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도리어 아이들을 상대로 한 만화들이다. 앞에서도 말한 컷과 컷의 연결에서 등장인물들의 위선적인 행동을 보여준 이후 연결되는 컷들이 TV 속 만화(코믹스)인 경우들이 있는데, 그것은 이유가 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하며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플래시백은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영화에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회상이 있는데, 이 회상은 반드시 말하는 자의 숨김이나 듣는 자의 외면으로 끝난다. 즉 회상은 결코 과거에 대한 반성을 불러오지 않는다. 그 과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 불가해했던 과거를 애써 외면함으로서 현재의 추악한 자신으로만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누군가의 죽음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영화 속 가장 불가해한 일은 파리떼의 습격도 지진도 아닌, 케이시의 죽음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끝내 케이시는 조금은 어리둥절한 죽음에 이른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삶은 그렇게 불가해한 일로 가득차 있고 역설적인 일로 가득하다. 이 영화는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역(逆)의 컷으로 계속 이어진다. 또 영화 전체적으로 보아도 그러한 면이 있는데, 영화 속 위선으로 가득한 병든 영혼들 속에서도 그나마 가장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사람을 찾자면, 웨이트리스 도린이다. 그러나 이 도린은 결국 영화 속에서 가장 중대한 잘못(케이시의 죽음)을 저지른 사람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 불가해한 역설로 가득한 세상을 보여준다. 그것은 전체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각 등장인물들 하나하나에서도 그렇다. 대부분의 인간은 겉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동시에 위선과 위악을 가득 담은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결코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현재만을 보고, 현재만을 생각할 뿐이다. 그것을 이 영화 <숏 컷>은 어떠한 회상도 없이 느리게 그들을 관찰하면서 붙여나간다.

우리는 단지 현재의 '숏 컷'만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떻게 붙여질지는 우리 자신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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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 마지막 문장, 멋진데요?!

맥거핀 2011-12-06 16: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민망하네요.ㅎ

Shining 2011-12-06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양한 영화를 보시는군요. 맥거핀 님의 리뷰는 언제나 놀랍지만 가끔은 영화 목록만 훑어도 감탄할 때가 있답니다^^; 저는 편협한 성격이라ㅠ 이게 잘 안 고쳐지네요ㅠ

맥거핀 2011-12-06 23:39   좋아요 0 | URL
요즘에 여러 자잘한 영화제들도 많고, 여러 좋은 기획들도 많아서, 좋은 영화들을 볼 수 있는 루트는 점점 늘어나는 편이지요.(뭐 하다못해 집에서 볼 수도 있구요.) 근데 뭐 영화는 많아도 시간이 잘 안받쳐주니..ㅠㅠ 알트만전 같은 경우에도 시간을 맞추다보니 보고 싶던 영화는 못보고 다른 영화들만 보고 왔네요.
근데 뭐 저도 편협한 건 마찬가지라..액션물이나 블록버스터 같은 것은 또 잘 안보네요.^^;

아이리시스 2011-12-0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말씀하셨을 때 훑어보다 이 영화에 관심이 갔는데 보셨군요. 저는 이제 영화 볼 때 100분 이상은 집중을 못하겠어요. 초딩의 집중력ㅋㅋㅋ

저 사진 한 장이 맥거핀님 글의 많은 부분을 상상가능하게 합니다. 사진이 막 시끄러워요, 으하하^^

맥거핀 2011-12-06 23:47   좋아요 0 | URL
아..저 장면은 영화의 거의 마지막이에요. 마구 떠들던 인물들이 잡담은 이제 그만이라는 식으로 레몬을 한입씩 깨무는 장면입니다. 알트만의 위트라 할수도 있구요. 뭐 인생의 신맛좀 보라는..;
100분의 집중력이면 뭐 슈퍼초딩인데요.^^ 저도 요즘에는 한 120분이 넘어가는 영화면 시작부터 약간 긴장을 해요. 뭐 이렇게 아예 긴 영화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요. 중간에 졸리면 자자 이런 식으로.^^

아이리시스 2011-12-08 01:33   좋아요 0 | URL
상업영화 아닌 그래도 <영화>란 걸 좋아한다 말하려면 100분은 초딩 집중력 맞아요. 하하하. 100분은 다들 집중하고 견디잖아요. 마음을 비우는 방법 좋겠군요. 끝까지 꼭 봐야한다는 강박이 그렇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맥거핀 2011-12-09 00:34   좋아요 0 | URL
사람이란 참 웃긴게, 뭐 어떻게든 참고 버텨야지...하면 대체로 잠이 오니까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아무리 해도 안되는 영화도 있어요. 저는 예전에 <엑스맨> 볼 때 극장에서 3번인가 4번인가 자다가 깨다가를 반복한 적도 있어요. 그것도 짧게 그런거도 아니고 한 20분 보다가 한 5분 자다가 깨고, 그리고 다시 정신차려서 한 20분보다가 또 졸고..제가 `맨`나오는 영화를 워낙 안좋아하기는 합니다만..;
 
플레이어 - The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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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에도 급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이 영화를 보고나온 헐리우드 제작자들의 표정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하기는 찔리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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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12-01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자라는 것은 결국 B급일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는데도, 이 영화에서 늘 이야기되는 8분이 넘는 롱테이크 오프닝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된 S급의 영화인지를 알게 된다. 거대한 연극무대에 번갈아 밝혀지는 조명을 연상시키는 이 오프닝의 유려한(그야말로 유려한) 카메한 워크에 내재된 그 정교한 계산들. 이 계산들은 이곳이 단지 기의가 없고, 기표만이 떠도는 허위의 공간임을 관객들에게 바로 인식시킨다. 모든 것은 오로지 누구누구 식의, 누구누구 영화에 나왔던 한 장면이라는 식으로만 이야기되는 곳. 자신이 누구인가를 밝히는 것은 오로지 자신과 관계된 다른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만 가능한 곳이 바로 이곳 할리우드라는 것을 말이다.

맥거핀 2011-12-01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긴 할리우드만 그런 곳이겠는가. 하다못해 영화리뷰를 쓰는 것에서도 기표만 떠도는 글들이 있다. 이 영화의 이 장면은 어떤 감독의 어떤 영화의 어떤 장면을 연상시키고, 이 장면은 다른 영화의 다른 감독의 다른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식의 이야기만 가득한 리뷰.(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적당한 감독을 선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키 카우리스마키나 코스타 가브라스 등 이름은 들어봤으나 많이 보지는 않았을듯한 감독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 이름이면 금상첨화.) 그런 리뷰들에서 가장 궁금한 점은, 그 장면이 실제 그 장면과 비슷한지는 둘째로 놓더라도, "과연 그게 칭찬이 되는가"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소설가에게 당신 문체가 참 이문열스러워요..라고 말하면 그 소설가가 좋아할까.

맥거핀 2011-12-01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그렇고 이 알라딘 영화 정보는 도대체 어디 것을 퍼왔는지..이 영화의 주연이 그레타 스카키와 셰어? 아니, 저렇게 메인포스터에도 떡하니 버티고 있는 팀 로빈스 형님은 어쩌고..그러다 로빈스 형님한테 혼나.
 

FTA 국회 비준 후 일주일. 깔 때 까더라도 뭔가 좀 읽고난 후에 까야겠다는 생각에, <시사IN>과 <한겨레21>를 구매해, 관련기사를 꼼꼼이 읽고 있다. 원래 <주간조선>과 <주간동아>도 같이 읽을 예정이었는데, 신문도 그렇고 주간지도 그렇고, 관련기사가 놀랄만큼 적다(농담이 아니라, 현재 <주간조선>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는 아예 'FTA'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 최루탄 투척이나, 향후 정국에 대한 기사는 약간 있(었)지만, 정작 FTA가 무엇이고, 그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사가 없다는 말이다. 글쎄.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어쩌면 보수가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할 이러한 내용이, 도리어 보수신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일까. 우리나라에 앞으로 막대한 이익을 가져올 그렇게 좋은 것이라며, 도대체 왜. 

아무튼 전술한 주간지들을 보니, 이것이 단순히 한-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이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한-일, 한-중 FTA, 그리고 중국이 욕심내고 있는 동북아 패권, 한중일 투자협정 등과도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즉 우리는 미-중 패권구도의 가운데에서 섣불리 우리 자신을 내던진 형국인 것. 이것이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참으로 위험한 도박인 것. (이것이 위험한 도박임은, 16세기 광해군 시대나, 지난 구한말의 아픈 역사에서 한 외세에 섣불리 손을 내미는 것이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조금은 알고 있지 않은가.) 

그 와중에 <시사IN> 219호 '문정우의 독서본능' 코너에 좋은 정보가 소개되어 있어 가져온다. 다음의 대목.  

"때로는 나이가 들어서도 진득이 앉아 공부를 해야할 때가 있는 법이다. 영어 알파벳에 복잡한 경제 용어가 범벅돼 있어서 흘낏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워 내내 외면해오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수박겉핱기식으로라도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결국 나처럼 별로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의 일상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다. 편집국에서 가장 학구적인 경제팀 이종태 팀장에게 어떤 책부터 읽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그의 입에서 <녹색평론> 얘기가 나왔다. 이 격월간지 홈페이지에 가면 송기호 변호사가 쓴 <한미 FTA 핸드북>과 경제학자 홍기빈 씨가 쓴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가 실렸는데 그 두 권이 가장 좋은 교과서라는 것이었다. <녹색평론>에서 출판해 단행본을 서점에서 판매하는 중인데도 '일반 시민과 공무원에게 한미 FTA의 핵심 쟁점을 알리기 위해' 두 권의 책 내용을 모두 무료로 공개한 것이다. 20년간 <녹색평론>을 꾸려오느라 어지간히 쪼들렸으면서도 김종철 발행인 하시는 일이 이렇다." 

<녹색평론> 홈페이지는 여기(http://www.greenreview.co.kr/)고 두 권의 책은 메인화면에 PDF로 올려져 있다. 일단 공부가 먼저다. (사실 온라인 상으로 긴 글은 잘 못 읽어 프린트해서 봐야하나, 구매해야하나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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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2-0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담번 주문에는 핸드북 사야겠어요!^^

맥거핀 2011-12-02 17:24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핸드북 주문하려했는데, 알라딘과 교보에서는 품절이더군요.(다른 인터넷서점은 확인해보지 못했구요.) 일단 PDF파일 출력해서 열심히 보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