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마이 하트(Welcome to the Rileys), 제이크 스콧, 2010



(영화의 내용이 군데군데 들어있음)


이야기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이야기의 옷을 입기 시작한다. 먼 도시로 출장을 떠난 남자가 한 어린 스트립걸을 만나고 그녀와 동거를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그리 신기할 것이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남자 조금 이상하다. 이 동거는 성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그런 관계다. 운영하고 있던 회사까지 정리하고, 집에는 일방적으로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통보한 이 남자는 여자를 돌보고, 집안을 깨끗이 청소해주고, 화장실 변기를 뚫어주고, 깨끗한 매트리스를 깔아주며 그렇게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런 남자를 찾아 아내가 먼 도시로 차를 몰고 찾아온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곧 펼쳐질 파국의 예감. 그러나 이 여자도 이상하다. 아내는 남편을 이해하고, 남편과 스트립걸과 함께 동거를 시작하고, 스트립걸을 같이 돌보고 속옷과 잠옷을 챙겨준다. 이건 무슨 이상한 이야기일까. 이야기가 우리가 아는 보통의 세계와 다르게 전개될 경우 그것은 세 가지 경우 중의 하나가 아닐까. 먼저 첫 번째 케이스는 이들이 우리가 아는 그런 '인간'이 아닐 경우다. 그들은 단지 '보통의' 인간이 아닐 수도 있고, 기계장치일 수도 있고, 외계인일 수도 있고, 인간 이상의 어떠한 다른 존재일 수 있다. 두 번째 케이스는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세계의 이야기일 수 있다. 이른바 SF의 세계. 다른 시공간, 다른 세계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규칙. 예를 들어 20살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가 섹스를 할 경우 둘 중의 하나가 죽게 되어 있는 뭐 그런 세계. 마지막 하나의 케이스는 가장 흥미로운 케이스로 그 이야기를 만들어낸 사람이 이야기에 도통 관심이 없는 경우다. 이야기야 뭐 될대로 되라지. 이야기 말고 다른 것을 보세요. 나는 서사 따위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나는 이 간단한 줄거리를 쓰는데 몇 가지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겼고, 관객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이 남편 더그(제임스 갠돌피니)와 아내 로이스(멜리사 레오)는 인간이 아닌 것. 인간은 인간이지만, 안은 비어있는 어떤 상태. 뭐 그러니까 기계장치이거나 옥수수이거나 한 그런 상태.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를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신은 인간을 비워내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것은 그에게 자식을 안긴 후, 그 자식을 먼저 데리고 가는 것이다. 가끔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도 있기는 하지만, 신은 인간을 그런 존재로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신은 더욱 확실한 안전장치를 해두었다. 남편 더그는 딸이 죽은 후 애써 마음의 끈을 잡게 해준 애인마저 잃어버렸다. 아내 로이스는 딸의 죽음에 자신이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이 둘은 기계장치이거나 옥수수이지만 보통의 기계장치나 옥수수도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전원유지장치만 겨우 기능을 하고 있는 기계장치이거나 닭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그야말로 안이 바싹 말라버린 옥수수인 것. 그러니 이들이 스트립걸 앨리슨(크리스틴 스튜어트)이든 다른 무엇이든 돌보지 않을 이유가 있을 것인가.

그러니 더그가 공구들을 사다가 집안을 수리하고, 변기를 뚫고, 집안의 빨래들을 통에 담을 때, 그리고 로이스가 벌벌 떨며 차 안 시트에 앉아 시트 위치를 조절하다가 차 안에 끼일 때, 그리고 쓰레기통을 들이받아 에어백이 터질 때 뭔가 울컥할 수 밖에. 그 몸짓들이 비어있는 자신 속에 뭔가를 필사적으로 채우려는 듯한 움직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더그의 끊임없는 흡연 같은 것. 하다못해 담배 연기같은 것이라도 가득 채워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즉 필사적으로 채워넣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비어 있는 자신에 대한 부정이며, 삶에 대한 강한 욕구이며 움직임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이 영화는 이 중년의 두 인물을 가장 밑바닥에 떨어뜨려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이것은 체념과 절망이 가득 담긴 그러한 이야기가 아니라, 젊은 삶의 욕구로 가득차 있는 그런 이야기라는 사실이며, 도리어 이 부부에게서 역설적으로 (비정상적인) 삶의 활력 같은 것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마도 더그를 가장 견딜 수 없게 만든 것은 딸의 무덤이나 애인의 무덤이 아니라, 아내가 미리 만들어놓은 자신들의 무덤이었을 것이다. 무덤을 만든다는 것은 죽음을 예비한다는 것이고, 자신의 늙음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늙음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그가 스트립바를 찾아간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더그가 스트립바에 갔으면서도 어떠한 성적인 관계도 맺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 (더그는 누군가의 강권에 의해 그 곳에 간 것이 아니며, 아는 이를 만났을 때 놀라 피하는 것으로 볼 때 그 곳이 어떠한 곳인지 물론 잘 알고 있다. 그가 굳이 이곳에서 성적인 서비스를 피할 이유가 있을까.) 물론 당연한 해석은 미성년자인 앨리슨을 만났을 때 자신의 딸이 생각나서, 혹은 어린 여자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윤리적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자꾸 오독을 하고 싶어진다. 더그는 그 자신의 삶의 활력을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보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오직 자신의 육체의 쇠락을 처절하게 인식한 남자들만이 어린 여자의 육체 앞에서 벌벌 떨고 감탄하며, 그리고 동시에 자신에 대한 혐오를 맛보며 섹스를 한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젊은 여자의 나신 앞에서 자신의 육체를 컨트롤할 수 있는 자는 정신적으로 젊은이 뿐이다. 더그의 성적인 관계에 대한 회피는 어떤 정신적인 젊음에 대한 자신감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즉 이 영화에서 더그와 앨리슨에게는 성적인 관계는 거세되어 있지만, 여전히 어떤 성적인 긴장감은 남아있다. 이것은 부녀관계인가, 아닌가.)

그러한 정신적인 젊음은 앨리슨에게도 남아 있다. 앨리슨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희망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도 있고, 가장 밑바닥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언뜻 보면 툭하면 상소리를 내뱉고, 아무 거리낌 없이 성적인 말들을 던지는 그녀는 젊음이라는 것은 닳고닳아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가장 보기 싫은 것은 사회에 대한 반감과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 같은 것에서 만들어진 공격적인 위악이 아니라 체념(과 체념에서 만들어진 방어적 위악과 그것으로 만들어지는 자기파괴)이다. 그녀의 거친 말들이 단지 위악일 뿐이라는 것은 더그에게 스트립바에서 일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여실히 드러난다. 그 이유란 고작 견인된 차를 찾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것. 적어도 차에 대한 혹은 돈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것이 아무런 욕망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서 더그도 아마 어느 정도는 안심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거기에서 일하고 몸을 파는 이유가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라고 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어린 여자가 나이든 아저씨들과 돌아가며 자는 것이 단지 그들을 이로써 경멸하는 것만이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한다면 우리는 그녀를 어떻게 건져낼 것인가.  

거의 텅빈 극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앉은 나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어느 커플과 영화를 보았다. 그들은 더그가 집안을 수리하고 변기를 뚫고, 침대에 누워 정신없이 잠을 잘 때 까르르 웃어댔다. 로이스가 시트를 이리저리 조절하고, 벌벌 떨며 운전하다가 에어백이 터지고, 멀미를 하며 종이봉지를 입에 급히 갖다댈 때도 까르르 웃어댔다. 나는 짜증이 났다. 도대체 이 장면들이 뭐가 웃긴거야. 도대체 뭘 안다고 저렇게 웃어대는 거야. 그러나 그들은 나의 관심 따위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했다. 지금 영화를 다 보고 생각해보니 오로지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그보다 나이어린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나이가 더 어린 사람들은 그보다 나이많은 사람들의 반응 따위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오로지 그들의 굳어버린 생각에 대해 (비)웃을 뿐이다. 오로지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이 젊은이들의 반응을 살필 뿐이다. 자신은 예전에 그러지 않았다고, 더 나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므로 더그와 앨리슨의 정신적 젊음을 충분히 맛본 지금에는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나도 웃는다. 하하. 저거 정말 웃기잖아.



덧. 

이 영화에 대한 카피문구에 "슬픔과 희망에 대한 따뜻한 대화! 상처입은 당신에게 전하는 위로와 용기!"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건가...그런 생각이 든다. 이들은 원래 이런 사람인 것처럼도 보이니까. 상처라는 것은 원래 깨끗한 피부에 생기는 것이니까. 원래 망가져 있는 피부 따위에 상처같은 것이 생겨도 눈에 보일리 없으니까. 신은 인간을 비워낼 수는 있어도, 다른 인간으로 바꿀 수는 없어요,라고 영화는 겨우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더구나 이 영화는 그럴듯한 악인도 나오지 않으니까. 오로지 착한 당신에게만 이 영화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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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2-02-17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의 내용이 군데군데 들어있음말에 읽지는 않았어요~ 괜히 스포일러보면 아~ 영화가 보고 싫어지더군요 ㅋㅋㅋㅋ 그런데 이 감독이 스콧형제중 둘중하나의 아들이 아닌가요????

맥거핀 2012-02-18 21:57   좋아요 0 | URL
맞아요. 무려 리들리 스콧 감독 아들이라고 합니다. 뭐 아직은 특징적인 면이 보인다고 하기는 그렇고, 아버지 같은 대가가 되려면 수련을 더 쌓아야겠지요.

꽃도둑 2012-02-1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리뷰에요..^^
아 좋아요~ 포스터도 좋고 내용도 좋아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언제 봤는지...가물가물 하네요.
추천 꾹꾹 누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맥거핀 2012-02-18 22:00   좋아요 0 | URL
오늘 꽤나 추운 날씨였는데, 아랫동네는 어떤가 모르겠습니다.
날씨 따듯해지면 영화관 나들이도 좀 하고 그러셔요.^^
기회되신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도 괜찮구요. 특별히 그렇게 흠잡을 만한 데는 없는 영화니까요.

꽃도둑님의 영화리뷰를 보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지요.^^

반딧불이 2012-02-18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그와 앨리슨, 아니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자신을 치유해나가는 듯하군요. 내용을 차치 하고라도 누군가 제가 저 제목처럼 말해준다면 뒤도 안돌아 보고 뛰어 들 것 같습니다.

맥거핀 2012-02-18 22:03   좋아요 0 | URL
상처가 생기면 또 아물 때가 있을 것이고, 처음에는 아문 자리가 도드라져 보여도, 어느 순간보면 또 상처난 자리마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올 겁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그렇게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말들을 해주면서 버티는거죠.^^

아이리시스 2012-02-1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웃어요. 하하. ^_____________^ (젊은 아니, 어린 애들 짜증나..-_-;;)
저는 웃는 것도 싫고 뽀스락 거리는 것도 싫고 휴대폰 조용히 받을 거라고 속삭이는 것도 싫고 그렇게 바쁘면 스케줄이나 소화하든가ㅋㅋㅋ

영화는 둘이 보는 게 아니라 혼자 보는 행위니까 같이 못 오게 했으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기가 이상한데로.. 미안요!!!) 히히히.

크리스틴 스튜어트 예뻐요!!!

맥거핀 2012-02-18 22:06   좋아요 0 | URL
응..? 댓글을 읽다보니 시끄러운 애들이 싫은건지, 단지 '커플'이 싫은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ㅋㅋ 하기는 영화관에서 좀 심한 애들(?)이 있기는 있어요. DVD방도 아닌데..킁킁. 위의 글에 쓴 것처럼 그 커플과 저, 영화관에 달랑 3명이었는데, 그 커플이 제가 들어오는 걸 보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크리스틴 스튜어트 마지막 장면 보고, 아니 저렇게 이쁜 얼굴을 왜 저따위 화장으로 영화 내내 망쳐놓은 것이냐..! 이 생각을..총총.

2012-03-0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는 오독입니다. 영화는 종종 '오독'하며 놀기 좋은 매체라 좋아요.^^
그리고 그냥 인간애, 휴머니즘의 주제라 해도 좋아요. 이런 줄거리, 좋구요. 결론은, 봐야겠다~~입니다~!ㅎㅎ

맥거핀 2012-03-02 23:42   좋아요 0 | URL
많은 오독들이 쌓여서 결국 영화의 큰 힘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영화에는 당연히 정답은 없습니다만, 오독들이 때로 일으키는 공감이 만들어내는 큰 힘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영화의 평들이 처음에는 얼마나 공격을 받는지를 생각해보면요.) 저는 왠만하면 다 좋아해요. 다만, 보고 난 후에 머리를 비우게 만드는 영화는 결코 좋아지지 않습니다.ㅎ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윤종빈, 2012

 

 

윤종빈 감독의 새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인상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주저하게 되지만, 꽤 흥미롭다고 느껴지는 시작을 보여준다. 실화가 아니라는 자막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바로 몇 개의 사실, 실화들, 즉 실제가 기록된 사진이나 컷들을 붙인다. 그것은 박정희가 정권을 잡고, 정치깡패 이정재가 길거리에 끌려다니는 모습이며, 전두환이 정권을 잡고 삼청교육대가 만들어져, 깡패들(그리고 많은 무고한 이들)이 목봉을 잡고 있는 모습이고, 이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노태우가 정권을 잡고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 남자가 폭력배들에 의해 물고문을 당하고, 뭔가를 이야기할 것을 강요당한다. 남자가 거부하는 듯 하자, 이번에는 무자비한 폭력이 가해진다. 그리고 거기에 이어지는 컷. 주인공 최익현(최민식)이 감옥에 갇혀있고, 검사가 그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을 한다. 최익현이 의뭉거리는 대답을 하자, 검사의 무자비한 폭행이 시작한다. 처음에 보여지는 이 기록된 '사실'들과 이 두 장면의 대비. 실화가 아님을 애써 자막으로 밝히고 시작하지만, 윤종빈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미 여기에서 다 드러난 것처럼도 보인다. 그리고 영화는 1982년으로 시간을 돌려 그 질문 - 너는 누구인가 - 의 기원에 있는 것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즉 이 영화는 최익현이라는 존재의 기원과 무엇이 현재의 그를 만들었는가를 묻는 영화다. 영화 속 몇 번 반복되는 최익현에게 반복되는 질문들이 있다. 검사도 묻고, 그와 동업하는 최형배(하정우)도 묻고, 그와 잠을 자는 여자도 묻는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러나 이 대답은 끝까지 명쾌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반달(반건달)이라는 의뭉스러운 대답만 살짝 제시될 뿐, 질문만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그러므로 영화 속 최익현이 들고다니는 '총알이 없는 총'은 마치 그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그 혼자서는 결코 트리거를 당길 수 없다는 사실도 그렇지만, 최익현은 안이 비어있는 기표라는 사실에서도 그렇다. 그는 그 내부에 어떠한 의미도 담고 있지 않다. (<피와 뼈>의 김준평) 그가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한편으로 그 스스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지 않고, 고민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익현이라는 인물은 오로지 눈앞의 것만 보고 달려갈 뿐이다.

 

윤종빈 감독은 아마도 최익현에게 건달도, 공무원도, 반달도 아닌, '아버지'라는 정체성을 부여한 듯 하다. (<씨네 21> 839호 윤종빈 감독 인터뷰: "최익현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보통 아버지이지만 보수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말하자면 아까 없다고 했던 아버지의 자리에 정치인들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된 뒤 깡패들이 정치권에 힘을 보태준 게 우리라며 막 설쳐댔다.") 뭐 '아버지'라는 말이 마음에 안들면 '형님'이라고 해도 좋다. 윤종빈 감독이 그려내는 이 영화의 세계는 그러므로 기표만 남은 아버지들의, 형님들의 세계이며, 총알이 없는 빈총의 세계이다. 그리고 그것은 동시에 감독의 말대로 하나의 거대한 '쇼'인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텅빈 기표이기도 하다. 공무원인지 건달인지, 반달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최익현과 마찬가지로, 군인인지, 정치인인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노태우는 자신의 정체성을 결코 묻지 않았고, 오로지 눈앞의 것만 보고 달려갔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국민들의 환심을 얻기 위한 삼청교육대니, 범죄와의 전쟁이니 하는 아무 의미 없는 텅 비어있는 쇼들이었을 것이다. 즉 이것은 학연, 지연, 혈연, 종교연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가족 사회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코믹한 재롱극이었다. (그러므로 이 영화를 일종의 느와르로 보는 시선은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버지들이, 형님들이 벌이는 가족을 위한 재롱잔치였다. 아무리 극이 벌어져도 아버지들은, 형님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계속 그 자신의 정체성을 내보이지 않은 채로. (그러므로 최익현이 총알 좀 구해달라고 징징댈 때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설혹 총알을 구한다해도 결코 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총알을 쏘는 것은, 즉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그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것이 되므로. 그가 그럴 이유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윤종빈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동시에 보여줄 수 밖에 없는 한계는) 그 빙빙 돌아가는 회전문이고, 쳇바퀴이다. 아무리 세상이 돌고, 극이 몇 번 장과 막이 바뀌어도(누가 집권하든)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영화 <부당거래>와 비슷한 세계(그리고 동일한 결말). <부당거래>가 회전문이 돌아가는 현재의 공간을 그려냈다면, 이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그 회전문이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었다는 멈추지 않는 시간을 그려냈을 뿐이다. 그러므로 사실 이 영화는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의 선포 그리고 느슨하게 현재까지를 다루고 있지만, 굳이 이 시대일 이유는 없다. 그것은 이승만의 시대이어도 되고, 박정희의 시대이어도 되고, 전두환의 시대이어도 되고, 물론 MB의 시대이어도 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김대중이나 노무현의 시대이어도 된다.) 즉 다른 말로 하자면 이 영화에서 시대는 양념일 뿐이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형님들과 아버지들이다. 그러므로 이용철이 <씨네21>에 남긴 20자평인 "시대를 버리는 대신 인물을 확실하게 부여잡는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이 말은 역으로 생각해 볼 때, 이 영화가 그 시대의 공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데에 실패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윤종빈 감독은 정밀하게 보여주는 데 능한 세공술사이기는 하지만, 그 세공술은 인물들에 국한될 뿐, 특정한 시대적 공기를 정밀하게 그려내는 데에까지 나아가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이런 장면들. 최형배가 상대 조직원의 습격을 받는 것과 시위학생들의 경찰서 습격이 어우러지는 장면 같은 것. 이는 보다 풍성한 함의를 담을 수 있는 장면임에도, 거의 별개의 무의미한 시퀀스처럼 보인다. 이 장면이 <써니>에서 여학생들이 시위대와 어우러지며, 'Touch By Touch'가 깔리는 장면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윤종빈 감독 스스로가 이 장면에서 내가 추구한 것이 그런 코미디였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리고 이것은 그의 전작들에서부터 이어지는 것이다. 윤종빈 감독의 영화들은 한국 사회의 남성들에게 드리워진 음울한 그림자들, 군대 문화, 밤의 문화, 형님 문화 등을 다루면서도, 그 그림자들을 정밀하게 해부하는 데에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는 그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해부하여 그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그 메커니즘의 세밀함 혹은 그 수준에도 이르지 못하는 그 메커니즘을 이루는 부속물들의 세밀함에 스스로 감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전작들에서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이 전체의 메커니즘이나 그 메커니즘의 이면에 있는 것들이기 보다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디테일이라는 것이 그의 반증이 아닐까?

 

그러므로 이 영화를 잘 만든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몰라도, 좋은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저하게 된다. 그의 장편 극영화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결국 마지막에 깔리는 체념의 정조들과 보이지 않는 쳇바퀴의 출구들. 영화는 여전히 그 쳇바퀴의 정밀한 묘사에만 천착하고 있다. 그의 인터뷰에서도 그렇고, 글의 처음에 이야기한 초반의 장면들에서도 그렇고, 윤종빈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조금 더 거대한 것을 담고 싶었던 듯 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도 전작들이 가졌던 어떤 한계가 조금은 드러나고 있으며, 비슷한 문제들을 조금은 드러내보이고 있다. 이동진씨의 표현을 역으로 비틀어 말하자면, 이 영화에는 현미경은 있지만, 망원경은 없다. 그러나 물론 희망적인 것은 윤종빈 감독의 이번 영화는 아직 세번째 장편 극영화이며, 그에게는 앞으로 찍어야할 많은 영화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세계가 더욱 자라나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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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2-02-1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 때 빨리 후다닥 쓸려고 했는데, 지금까지 이게 뭐하는 건지..확실히 제목이 훅 떠오르는 글이 쉽게 써지는 듯..

네오 2012-02-1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포일러가 없어서 후다닥 읽어봤는데요~ 그러니깐 좋은영화에요? 나쁜영화예요? 희망적인다 그 이야기죠?? 윤종빈은 뭘랄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세계를 리얼하기 묘사하는데 그 재주가 있는듯 합니다~ 군대, 화류계 ㅋㅋㅋㅋ 정말 사실같지 않나요?? 군대는 다 아는거니깐 그렇고 윤계상이 윤진서에게 공사당할까리고 덜덜 떠는 모습에 ㅋㅋㅋㅋ 그리고 도박좋아하면서 린치당하면서까지 하정우 정신못차리는거 하며 ㅋㅋㅋㅋ 그런데 결말이 다 안좋잖요` 군대도 그런게 때리고 조인트가이고해도 다 살아남는데 유독 무슨 사유하는 자아를 가지고 반항하는 모습보면 별로 그렇던데요 자랑스러운 예비군으로서요 ㅋㅋㅋㅋ 물론 제가 그랬다는건 아닙니다..적응은 필수라 이거죠 ㅋㅋ

맥거핀 2012-02-14 14:31   좋아요 0 | URL
음..그니까 뭐랄까 윤종빈이 이보다 훨씬 잘만들 수 있는데 이 정도에 머무른듯한 아쉬움? 뭐 그런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이 영화가 만약 감독의 데뷔작이었다면 아낌없는 칭찬을 보냈을 겁니다. 그런데, 위에도 썼지만 3번째 장편영화인데 그가 그려낸 처음의 영화세계에서 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더 나아갈 수 있고, 더 나아갈 능력을 갖춘 감독이라고 보여는지는데도요.

윤종빈 감독 영화들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지요(아무래도 여성분들 보다는). 그려내는 세계들이 남자들이 공유하는 세계니까. 그래서 또 많이들 그 장면의 디테일함들을 서로 이야기하기도 하구요. 근데 이 영화들의 끝에 남는 어떤 짙은 허무나 체념들이 너무 매몰되는 느낌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비스티보이즈>의 그 결말은 거의 체념의 끝에 다다른 듯했어요.

cyrus 2012-02-13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영화, 난리나더군요. 극장에 가게 되면 꼭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라딘 영화 서비스가 종료되었다던데 맥거핀님처럼 영화를 즐겨 보시는
분들에게는 아쉽겠습니다. ^^;;

맥거핀 2012-02-14 14:34   좋아요 0 | URL
네 챙겨서 볼만한 영화에요. 뭐 의미를 다 떠나서 일단 재밌으니까. 최민식의 훌륭한 연기를 감탄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훅 잘 지나갑니다.
뭐 없어졌어도 그냥 쓰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재는재로 2012-02-1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던데 좀 공감가는 현실인게 슬프네요

맥거핀 2012-02-14 14:35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재는재로님. 그쵸? 이런 영화는 공감이 안가는 현실이 되어야 하는데..아직도 그모냥 그대로니 공감이 안 갈 수가 없네요.

마녀고양이 2012-02-14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네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지 잘 알거 같습니다.

현미경은 지녔으나 망원경은 없다는 평가는 아주 뼈아픈데요. 그것은 치명적인 한계, 영화로 보나 개인으로 보나, 그런거잖아요. 그렇지만, 시대가 어찌 바뀌든, 그들은 거기에 있다는 말씀만으로도 충분히 이 영화가 보고 싶군요. 안 그래도, 하정우씨와 최민식씨 때문에 구미가 당기는 영화기는 했습니다.

맥거핀 2012-02-14 14:39   좋아요 0 | URL
제 영화평이 어쩌다보니(?) 조금 비판하는 쪽으로 흐른 면이 있지만, 깨알같은 재미들이 있고, 캐릭터를 잡아내는 것이 아주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현미경 어쩌구 했는데, 현미경만이라도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면 어느정도는 괜찮은 영화죠. 그것마저도 안되는 영화들이 태반이니까.

하정우 씨와 최민식 씨의 연기앙상블을 보는 재미도 물론 좋구요. 뭐 근데 최민식이 워낙 세서 하정우가 좀 뭍히는 감이 있기는 하지만요. 근데 두 배우도 배우지만 보고나면 조연들도 상당히 인상에 남는 영화에요. 상당수의 조연들이 또 결정적인 한 장면씩을 가지고 있기도 하구요.^^

Shining 2012-02-14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영화관 갈 시간이 마땅하지 않아서(결국 핑계겠죠;)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흥미는 충분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구조나 배경 등에 무심하고_-; 연출과 연기면에서만(!) 굉장히 궁금한 영화에요.

그나저나, 이렇게라도ㅠ 맥거핀 님의 리뷰를 만날 수 있다는게 다행스럽군요.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맥거핀 2012-02-17 00:54   좋아요 0 | URL
연출과 연기 면에서 관심을 가지신다면, 이 영화가 어느 정도는 만족스럽지 않으실까 생각을 해봅니다. 최민식이라는 연기 괴물이 다시 부활한 느낌이고, 윤종빈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은 확실히 인정해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비스티보이즈> 때 말아먹었다는 평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영화 좋아합니다.ㅋ)

저야말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리시스 2012-02-1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으로 겪지 못한 시대를 그리려는 감독의 한계일 수도 있어요! 전작 두 편도 아쉽긴 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스케일이 큰 느낌이니까요. 하정우 카드를 좀 버리면 좋겠고, 여자들에게도 좀 다가오면 좋겠어요. 이 영화는 안봤지만 마찬가지일 거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형 범죄액션 영화를 극장에 가서 안보게 됐어요. <사생결단> 이후로요ㅋㅋㅋ 그 많은 영화들을 한데 싸잡아 묶는 건 좀 미안하지만. 맥거핀님 리뷰는 여전히 소중해요^^

맥거핀 2012-02-17 00:59   좋아요 0 | URL
아..그런가요? 그런 생각은 못해봤는데, 확실히 이야기로만 알고 있는 시대를 그려내는 것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는 없겠군요. 뭐 아무리 어른들이 육이오때가 어쩌구 해도 우리가 감이 안오는 것처럼요. 이 영화에서는 하정우 씨가 최민식 씨 연기를 받치기에는 약간 버거운 느낌이 없잖아 있어요. 하긴 최민식 같은 괴물을 받치는 게 영 힘든 일이기는 합니다만. 한국형 범죄액션들에 대한 피로함도 어느정도는 알거 같기도 하구요. 근데 지금까지 보여줬던 세계에서 이제는 어떤 다른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작년에 <황해>부터 시작해서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데이빗 핀처, 2011 

 

 

(영화의 결말이 부분적으로 들어 있음)

 

 

 

원작소설과 원작영화도 보지 않고, 별다른 정보 없이 데이빗 핀처의 새 영화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을 보았다. (그러니 아마도 아래 글의 몇몇 부분은 원작과 이어지는 나머지 연작들을 보면 자연히 묻지 않아도 될 의문인지는 모르겠다. 미리 그것을 보신 분들이 있다면, 뻘소리가 나오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데이빗 핀처는 확실히 스타일리스트에 가깝다. 이 영화는 영화관에 차가운 북구의 칼바람이 몰아닥치는 듯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 냉랭한 기운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으며, 흰색의 눈과 대비되어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세기말(밀레니엄)의 어두운 색조도 잘 드러내보이고 있다. 그것은 야심차보이는 타이틀롤에서부터 잘 드러나는데, 이 타이틀롤은 상당히 기묘하면서도 교묘한 인상을 준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되어 계속 검푸른 진액들이 인간의 형상을 가진 물체, 혹은 키보드와 같은 디지털 물건들에 넘쳐흐르는 이 타이틀롤은 뭔가 이질적인 것들이 결합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것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적인 것의 결합, 욕망과 차가움의 결합, 이성과 반이성의 결합, 과학과 초자연의 결합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이 타이틀롤의 기조와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져 영화의 전체적인 부분을 지배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이 영화의 내면에 담겨 있는 어떤 주제의식까지 가닿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는 이 스타일이 조금은 과하다 싶은 부분들이 있으며, 핀처 감독이 나름 내리누르려고 한 것 같지만, 미처 제어되지 않은 폭주와 같은 부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본 전체적인 감상은 스타일을 한껏 살린 양질의 스릴러물이긴 하지만, 어딘지모르게 기묘하고,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겠다.

 

먼저 가장 의아하게 느껴지는 점 중의 하나는 이 영화는 전체적인 이야기가 분절되어 있는 양상으로 영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쎄, 원작소설이나 원작영화에서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이것이 핀처 감독이 새로 고안한 구성인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는 일종의 버디 무비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보통의 '버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일반적인 버디 무비에서 주인공들은 이미 결합되어 있거나, 아니면 극 초반에 결합되는 반면에 이 영화에서는 거의 한 시간이 훌쩍 넘어서기까지 두 주인공의 조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조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에게 나름의 사건들이 진행된다. 이 시간들을 일종의 주인공들의 '캐릭터 만들기'라고 보아도, 이 긴 시간의 분리된 진행은 독특한 인상을 준다. 여기까지가 1부라면, 2부는 두 주인공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이들이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여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숨어 있는 적과 대결하고, 마침내 적을 쓰러뜨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일반적인 버디 무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 영화 <밀레니엄>은 이 결말에서 예기치못하게 3부의 잉여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것은 헨리크 방예르에게 얻은 정보를 토대로 부패한 워너스트롬의 비리를 폭로하고, 리스베트(루니 마라)가 그의 돈을 빼돌리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하리예트의 실종이 해결된 이 마당에, 사족처럼 끝에 따라붙는 것은 약간은 수상쩍다. (아마도 원작소설에서는 조금 더 밀접한 결합이 있었던 듯 싶지만) 하리예트의 실종과 워너스트롬의 부패에 대한 폭로가 거의 별개의 사건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그 이유인데, 이 영화에서 거대한 하나의 사건 해결 후, 뭔가 미완적으로 보이는 추가적인 사건이 그 뒤에 붙을 이유가 있을까. 아마도 그 이후에 이어질 다음 편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듯도 싶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로 볼 때, 이 3부로 나뉘어진 듯한 구성은 어딘지모르게 엉성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이 영화에서 몇몇 해결되지 않은, 혹은 어렴풋하게 제시된 이야기들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복선으로 깔아둔 듯한 인상을 준다. 그것은 이 영화는 사실 사건만 제시할 뿐, '왜'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즉 '왜'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은 3부작이 마무리될 즈음에 가서야 말해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에도 뭔가 해답이 나올지 의문이다. 어디선가 보았는데, 이 소설의 원작자가 원래 10부작으로 계획하였는데, 중간에 급작스럽게 사망하여 현재와 같은 3부작의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는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들이 왜 여자를 증오하게 되었는지는 애써 캐묻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것은 영화 속 실마리를 통해서 추측해 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첫번째 이야기에서 복선처럼 깔아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나치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실종된 하리예트의 아버지를 비롯한 방예르 가문의 여러 남자들은 나치 추종자인 것으로 등장하며, 화면 곳곳에도 이와 연관된 상징적인 부분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미카엘(다니엘 크레이그)의 집앞에서 죽은 고양이의 모습은 마치 나치의 갈고리십자(하켄크로이츠)의 모습을 연상시키며, 범인의 집 지하에 설치되어 있는 가스실의 모습 등이 그러한 일부분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 등장한 나치추종자의 모습인데, 그는 자신의 나치 시절 사진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하고 있으며, 자신이 스웨덴의 그 어떤 사람보다도 떳떳하다고 주장한다.

 

 

즉 이 이야기는 한편으로 유럽의 어떤 지워지지 않는 외상적인, 부끄러운 기억과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청산하려 애썼지만, 완벽히 청산되지 않은 나치 부역의 역사, 과거의 기억이며, 거대한 제노사이드의 기록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영화 속 어떤 남자들은 여자를 증오한다. 그러나 그들이 증오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속칭 '더러운' 여자이다. 성적으로 방종한 여자, 믿음이 부족한 여자, 생활이 방탕하고, 타락한 여자. 즉 그들이 여자를 증오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들이 '깨끗하지 못하기',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이 나치즘과 연관된 어떤 한 부분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화 속에도 등장하지만, 영화 속 살해된 여자들은 동시에 유대인이며, 나치 추종자들은 유대인이 더럽기 때문에, 그들 종족을 말살하여야 하며, 아리아인의 순수한 혈통을 그러한 말살을 통하여 지켜내야 한다고 믿었다. 물론, 실제로 유대인 제노사이드는 나치가 유대인의 경제권을 빼앗아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고, 바이마르 공화국 건설 후 1차 세계대전 실패의 책임을 그들에게 돌려 정국의 주도권을 획득하려는 문제 등과도 연관되어 있지만, 표면적으로 그들이 내세운 것은 이러한 순수에의 추구, 순결에의 갈망,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추구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것이었다. (이러한 나치의 모습은 한편으로 리스베트의 방탕함을 비난하면서도, 도리어 그보다도 훨씬 정신적, 육체적으로 망가져있는 악질 후견인 닐스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이의 반대편에 아마도 리스베트가 있을 것이다. 리스베트는 순수와는 아마도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며, 동시에 사회에 의해서 '미쳤다'고 규정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편으로 유럽에서 중세에 (사실이건 아니건) 생활이 방탕하다고 지목된 여자들이 마녀로 규정된 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즉 중세에는 종교법정에서 그녀들을 '마녀'라고 규정했다면, 지금은 우리가 그녀들을 사회적으로 '미친 여자'라고 규정하여 낙인찍을 뿐이다. 예를 들어 성적소수자- 영화 속 리스베트의 모습처럼 -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가? 성적소수자들은 성적으로 타락했다고 여겨지며, 때로는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한다.) 그것은 문신과 피어싱이 가득한 리스베트의 모습에서부터 상징적으로 보여지며, 자유롭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부정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이 남성 위주의 사회 구조에서 혼자 힘으로 생각하고,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나가는 강력한 여성 주체의 모습, 그것이 리스베트의 모습이다. 예를 들어 리스베트의 주무기는 컴퓨터 해킹, 즉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즉 현재의 사회시스템은 남성 위주의 시스템이며, 나치와 같은 이들이 순수한 혈통, 고전적인 균형미를 그토록 부르짖은 것은 이 남성 위주의 공고한 사회 지배 시스템, 아버지의 법을 그야말로 '순수하게' 유지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하얀 리본>에서 잘 보여진다.) 그 시스템을 리스베트는 해킹하여, (시스템의 눈으로 보면) '더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 영화 속 반복되는 이미지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아버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딸에 대한 성(性)적인 집착과 간음이다. 하리예트는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며, 리스베트 역시 예전에 아버지에게 성적으로 공격을 받았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부르짖는 이상한 순수혈통에의 집착과 연관된다. 이러한 근친상간은 역설적이게도 고대로부터 순수함을 지키기위한 방편(예를 들어 왕실에서)으로 이야기되기도 했으며,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즉 이것은 아버지에 의해 이루어지는 딸(여자)에 대한 지배이다. 그러나 이의 반대편에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섹스가 있다. 영화 속에서 기이하게 보였던 것은 이 리스베트와 미카엘의 관계 역시 이상한 부녀관계의 뉘앙스를 풍긴다는 점이다(영화 속에서 미카엘은 리스베트에게 자신들의 나이차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자(前者)의 관계들과 다른 점은 이의 주도는 미카엘이 아니라, 리스베트라는 점이다. 이들의 첫 섹스는 미카엘이 가장 약해졌을 때 이루어지며, 리스베트의 주도로 이루어진다. (영화 속 두번의 섹스가 모두 여성상위임은 아마도 상징적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결국 미카엘을 구해내는 것은 다름아닌 리스베트이다. 즉 리스베트는 새로운 밀레니엄에서 나약한 아버지를 구원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여전사이다.

 

그러나 순수를 부르짖던 전자의 아버지들은 결코 구원받지 못한다. 그들은 딸에 의해 살해당했거나, 거의 반불태워졌거나, 가슴에 '강간범'이라는 표식을 새겨야만 했다. 그것을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들은 더러운 여자, 유대인들을 심판하려 했으나 심판당한 것은 그들 자신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딸들에 의해 이루어진 과거에 대한 청산, 과거에 대한 심판이다. 나치에 대한 부역, 유대인들의 제노사이드라는 부끄러운 과거, 청산되어야 하는 역사에 대한 심판이다. 과거의 천년 동안 끔찍하게 사람들을 얽어매었던 아버지의 법들, 그것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열기 전에 청산되어야 한다. 무엇에 의해? 문신과 피어싱에 의해, 혼돈과 귀를 찢는 오토바이의 소음에 의해, 그리고 차가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이질적인 결합에 의해(리스베트의 방식과 미카엘의 방식의 차이), 과학과 초자연, 이성과 반이성, 욕망과 차가움, 그 모든 잡종적인 것의 혼합에 의해. 우리는 그 첫째 장을 이제 겨우 열어젖혔을 뿐이다. 아직 청산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카오스를 찬양하라. 이제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다.

 

 

 

덧.

 

근데 헨리크 아저씨는 그 사십여 년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셨길래, 그 비밀을 풀지 못하고, 이제서야 미카엘을 불렀을까. 영화의 시작부 이것을 보며, 이 사십여 년이라는 시간에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영화 <올드보이>처럼) 별 게 없군요. 혹시 원작에는 뭐라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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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2-02-02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웨덴판만 1부를 봤는데 다음 편이 전혀 보고 싶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책은 읽어보고 싶은데 사고 싶지가 않네요( '') 어쨌든 리뷰를 보면 다 재밌는데 그 중에서도 맥거핀님이 젤 좋아요ㅋㅋㅋㅋ

40년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 '') 그런데 이거 핀처 감독이 2,3부도 계속 만드나요?

맥거핀 2012-02-02 22:27   좋아요 0 | URL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근데 왠지 핀처 감독 스타일로 봐서는 1부만 하고 물러날 거 같기도 하구요. 저는 아직 미국판만 본 상황인데, 네티즌들 사이에 스웨덴판이 더 좋다는 말들도 있어서 찾아서 보려고 생각중입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또 그렇게 하면 스웨덴판 3부작, 미국판 3부작을 다 보게 될 것 같아서..고민이네요. 다음 편이 보고 싶지 않았다는 아이리시스님 말도 그렇고..

꽃도둑 2012-02-03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왠지 끌리는데요..
근데 남자 주인공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혹 007?
맞나요? 으그,,,

맥거핀 2012-02-05 01: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007로 나왔었죠. 그런데 007과는 캐릭터가 상당히 달라요, 그래서 재밌죠. 007에서는 마초맨이었는데, 여기서는 은근히 약해보이는 캐릭터이긴 합니다.^^

네오 2012-02-1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았습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정말 맥거핀님의 비평글에 바로 수긍할 수밖에 없네요 ㅋㅋ 왜 영화평론가로 직업을 안가지니 조금은 의아하네요 ㅋㅋ 디지털의 잡종 신화가 뭐야 처음에 제목보고 그랬는데 영화를 보니 이해가 되네요 ㅋㅋ 다만 저는 <소셜네트워크>도 그랬지만 인물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참 안되서 안쓰러워 보였어요 흑~ 슬픔의 정조가 마구 흐른다고나 할까요~ 좀 잘됐으면 좋겠는데 그건 아쉽네요~ 저 사진요 일부러 첨부한건가여?? ㅋㅋ 그 미카엘이 약해지는 그 분분이잖아요 ㅋㅋ 영화가 낮 비내리는 부분에서 시작해서 어두운 밤에 끝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네요 ㅋㅋ

맥거핀 2012-02-12 01:10   좋아요 0 | URL
마지막에 리스베트가 쓸쓸히 돌아서는 모습이 저도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스웨덴판 볼려구 하고 있는데, 계속 보지를 못하고 있네요. 비내리는 낮에 시작해서 밤에 끝난다라..그러고보니 밤에 끝나는 영화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밤에 끝난다라..
쉽게 술술 읽히면서도, 뭔가 내용을 담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하지만 늘 지향합니다.^^

맥거핀 2012-02-13 15:37   좋아요 0 | URL
아..그리고 사진은 일부러 저 사진 고른 거 맞아요.^^ 리스베트가 멋있게 나온 사진을 고르고도 싶었지만..

마녀고양이 2012-02-1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이거야 원, 오늘 헤르메스님과 맥거핀님의 리뷰를 차례로 보니
밀레니엄 소설을 다시 읽고픈 욕망에 시달리네요. 영화는 소설보다 못 하다는 평이 많아서 그다지 끌리지 않은데, 어떨지.. 다시 생각해봐야겠어요. 소설은 참 괜찮거든요.

제가요, 얼마전에 굿다운로드 영화를 TV에 연결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뒤로,
영화관 가기가 영 심드렁해졌답니다. 그렇다면, TV로 영화를 봐야하잖아요? 그런데 그것도 미적거리는거 보면,,,, 이 모든 것을 겨울 탓으로 돌립니다! 아, 추워! ^^

맥거핀 2012-02-13 15:43   좋아요 0 | URL
뭐 땡기시면 보시면 되죠. 영화는 괜찮았어요. 핀처 감독이 그래도 급(?)이 있어서, 어느 정도 이상은 합니다. 뭐 그렇다해도 소설을 좋게 본 사람들에게 리메이크한 영화가 좋은 평을 받기는 거의 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는 합니다만..

그쵸..요새 티비나 컴퓨터로 얼마든지 영화들을 볼 수 있게 되면서는 가끔 유혹에 빠질 때도 있어요. 영화관 가는 게 사실 꽤나 귀찮은 일이긴 하죠. 시간 맞춰야 되고, 갈 때 올 때 왔다갔다하는 것도 그렇고, 옆에 누가 앉나도 신경쓰이고..근데 저는 이상하게 TV나 디비디로 본 영화들은 뭔가를 더 생각하기도 귀찮고- 그러니 리뷰같은 것도 안쓰게 되고, 또 후회하게 되는 때가 꽤 많더라구요. 아..이 영화는 극장에서 봤어야 하는데 그러고 있죠. 그래서 가능하면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극장에 가려고 합니다.

그래도 이번 추위가 거의 끝물이 아닐까요. 봄이 곧 올 것 같기도 한데...
 

http://blog.aladin.co.kr/cscenter/5378037

 

급작스러운 알라딘 영화 서비스 종료 소식. 한 마디로 그간 썼던 글들만 서재에 남기고 영화에 관련한 페이지를 없앤다는 얘기인데, 갑자기 들으니 난감하네. 글을 쓸 수 있나 없나의 문제보다도, 가장 난감한 것은 영화만 클릭하면 볼 수 있었던 여러 리뷰들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방법상의 문제는 그렇다치고,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영화에 대한 글들이 알라딘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될 것 같다는 느낌. (물론 포탈에서 리뷰들이야 찾을 수 있지만, 알라딘은 알라딘 나름의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리고 그간 여러 영화제에 대한 정보를 여기 알라딘에서 잘 정리해줘서 다른 사이트들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게 되었는데, 그것도 아쉽고. 갑자기 난감해진 일요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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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깜짝이야. 굉장히 갑작스럽네요.
다들 영화 글도 꽤 많이 쓰는 편인데, 앞으로 어찌 되려나. 쓰는 거야 페이퍼 형태로 그냥 쓸 순 있지만, 님 말씀대로 그게 모아 볼 수 없으니 예전같지 않고, 점점 글이 줄 수 밖에 없겠죠. 이곳 생활의 1/2의 재미였는데. 이럴 수가요...

맥거핀 2012-01-29 12:38   좋아요 0 | URL
돌아가는 걸 보니 알라딘에서도 아마 별 대비를 못하고 있었던 듯 싶어요. 뭐 어떤 내부사정이 있지 않나 싶은데,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아쉬운 게 많죠. 알라딘 서재라는 게 주로 책 위주니까 보이는 큰 변화는 없겠지만, 영화 리뷰만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런 분들은 아마도 상당수 알라딘을 떠날 듯 싶고...일단 저부터도 여기에 계속 영화리뷰들을 쓰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2012-01-29 12:55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말고도 영화 리뷰만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들이 있으시군요. (영화 리뷰는 그냥 이웃들 것만 봐서 잘 모름..) 영화리뷰를 쓰게끔 장치가 되어있지 않다면, 쓰는 쪽에서 왠지 동력이 안 생길 것 같긴 해요. 이런 날벼락이 있나요...-_- (여튼 여기 계시는 쪽으로 어떻게..^^;)

맥거핀 2012-01-30 17:10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 무비매니아 제도가 생기면서 영화리뷰를 주로 쓰시는 분들이 최근에 꽤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아마도 영화 부분이 알라딘에서 없어진다면 그분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도 영화에 대한 글들이 줄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아무래도 뭐든지 토양이 있어야 싹이 자라는 법이라..뭐 근데 저도 당장 어디간다는 얘기는 아니구요. (사실 갈만한 데도 마땅치 않고요..포탈들은 영 분위기가 마땅치않구요. 씨네21 블로그는 없어졌고, 그렇다고 타 서점으로 가기도 그렇고..) 일단은 해오던 서재생활이 있으니 그럭저럭은 있어야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영화에 대한 글도 조금은 끄적거릴테고...

그런데 아무튼 많이 아쉬워요. 숨어 있는 글들 찾아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제 숨어 있는 영화글이 있더라도 영 찾기 어려워지겠군요.

양철나무꾼 2012-01-29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맥거핀 님의 영화 리뷰들 (좀 어려워서 거들 입장은 못되고~ㅠ.ㅠ)
훔쳐 읽는 재미가 쏠쏠했었는데...아쉽군요~

저도 갑자기 맥빠지고 난감해진 일요일 오후예요~

맥거핀 2012-01-30 17:12   좋아요 0 | URL
아이고..제 글을 보고 계신줄은 몰랐는데..저도 사실은 양철나무꾼님 글 올라오면 보고는 있었어요. 근데 저도 마땅히 끼어들 이야기가 없어서..ㅠㅠ

네오 2012-01-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깐 이제는 제대로(!) 쓰여진 영화평을 볼수 없다는 거네요~ 아쉬운 결정이네요~

맥거핀 2012-01-30 17:12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알라딘에 영화리뷰어들은 사라지겠지요? 저도 안그래도 네오님 글들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더 아쉽게 생겼네요.

네오 2012-01-30 17:52   좋아요 0 | URL
이제는 영화를 보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글을 쓰는것보다는 그냥 보기로 했습니다^^솔직히 말하면 이제는 영화비평을 쓸때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여전히 맥거핀님은 잘 쓰시더라고요^^ 그래도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글을 쓰시다닌 천만다행이네요 헤헷~

맥거핀 2012-01-30 18:16   좋아요 0 | URL
음..뭐 제가 뭐라고 평할 입장은 아니지만, 네오님 글은 그 영화에 대한 애정이 물씬 묻어나는 글이라 좋았는데요. 언젠가 또 쓰시고 싶은 때가 올 때 마음껏 써주세요.^^

반딧불이 2012-01-3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잉? 우째 그런일이. 그럼 맥거핀님의 영화 리뷰들을 이제 못보는건가요?

맥거핀 2012-01-30 17:14   좋아요 0 | URL
위에도 썼지만, 뭐 당장 안쓰게 되지는 않을 거 같구요. 제가 뭐 혹 여기에 글은 안쓰더라도, 여러 이웃님들 좋은 글들은 봐야죠.^^ 서재를 쉽게 떠나기는 어려울듯.

카스피 2012-01-30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무슨 이유인지 잘모르겠지만 참 아쉽네요.

맥거핀 2012-01-30 17:17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여기 알라딘에서 오래 활발하게 활동하셔서 아마 영화 부분이 처음 알라딘에 생겼을 때부터 보셨을 것 같은데, 아쉽기는 하죠. 뭐 그래도 영화에 대한 사랑은 죽지 않습니다.^^

아이리시스 2012-01-3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있다가 없어진다면 이유야 어쨌든 아쉬워요. 리뷰야 어떻게해서든 쓸 수 있겠지만 그러면 기존과 달라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도 맥거핀님 어디 가시면 안됩니다. 제가 맨날 영화 이미지를 대령할게요ㅋㅋㅋㅋ

맥거핀 2012-01-31 22:03   좋아요 0 | URL
역시 동종업계에 계시니 필요한게 뭔지 잘 아시네요.ㅋㅋ 영화이미지 무상공급입니까? 계약 체결완료. 알겠습니다.ㅋ 저도 저지만, 영화에 대해 정말 글 많이 쓰시는 분이 아이리시스님인데, 아쉬운 마음 짐작이 갑니다.

꽃도둑 2012-01-3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정이 있어서 페이지를 닫기야 하겠지만 이건 정말 아쉽고도 아쉬운 소식이네요.
그나마 유일하게 들어오던 맥거핀님 리뷰는 이제 더 이상 볼수 없다는 소리인거죠?,,,
그나저나 당황스런 마음이 글을 쓰는 당사자만 할까요?,,,
어쩔 수 없을 경우, 책 리뷰로 자주 뵈었으면 해요...평가단 신청하셔서...
등떠밀려 쓰는 재미도 쏠쏠해요...^^

맥거핀 2012-01-31 21:59   좋아요 0 | URL
아니..뭐 일단 안쓴다는 얘기는 아니구요.(이야말로 당황스럽습니다.ㅋ) 일단은 페이퍼 형식으로라도 할 얘기는 해야죠. 안하면 제가 답답해서.ㅋ 근데 아닌게 아니라 요새 책리뷰를 거의 안쓰니 책을 읽으면 왠지 남는게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아..나란 인간은 강제성이 없으면 잘 안쓰니까요. 꽃도둑님 말대로 평가단 신청이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늘상 그렇듯이 또 용두사미로 끝날거 같아서...(담번에 만약 하게 되면, 예술분야 쪽으로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2-01-3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정말이요... 이런,
이건 정말 아쉬운 결정인데요. 이걸 어쩌나? 흑.

맥거핀 2012-01-31 22:01   좋아요 0 | URL
그래도 페이지 없어져도 마녀고양이 님도 영화에 대한 글 종종 써주세요. 써주시면 제가 늘 읽으러 가겠습니다.^^

Shining 2012-02-0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맙소사. 제가 방황하는 며칠 사이 영화서비스가 무려 종료......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드네요_- 저야 아주아주 가끔 쓰지만 맥거핀님의 글을 읽게 해준 고마운 곳인데다, 저도 알라딘에서 검색을 자주 하는데. 저도 이러는데 맥거핀님 굉장히 허탈하셨을 것 같네요ㅠ

예전과는 다르시겠지만, 마음이 복잡하시겠지만... 떠나시면 아니되요ㅠ 맥거핀님의 글을 못 읽게 된다니, 생각만해도 허전해요ㅠㅠ

맥거핀 2012-02-10 16:00   좋아요 0 | URL
이게 다 방황하신 님탓입니다.(농담이에용. 뭐 저도 남말할 입장은 아니라.) 서비스가 종료된 효과(?)가 벌써 어느 정도는 나타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구요. 일단 저부터도 영화글 보러 알라딘에 자주 들렀었는데, 발길이 좀 뜸해지고 있네요.
^^;
 

 

어쨌든, 2012년이 왔다. 2012년은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신종 바이러스로 온 인류가 좀비로 변하여, 최후의 인간 단 하나만이 살아남는 해로 그려졌었고, 동시에 각종 연이은 종말들로 지구가 남아나지 않을 것으로 기록된, 그래서 롤란드 에머리히가 발빠르게 <2012>라는 타이틀로 만들어낸 영화의 배경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혹여 운좋게 재앙들을 피하게 된다 하더라도 아마도, 그 2년 후에는 사도들은 지구를 점령하려 들 것이고(<신세기 에반게리온>), 그 다음 4년 후에는 인간들과 기계들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며(<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 다시 그 1년 후에는 데커드 형사가 복제인간들을 잡으러 다닐 것이다(<블레이드 러너>). 그리고 다시 그 2년 후에는...아니 이제 쓸데 없는 이야기는 그만 집어치우자.

 

어쨌든, 2012년이 왔고,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 볼 수도 있는 때가 왔다. 인생을 살다보면, 아마도 가장 좋았던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가장 좋았던 날들'이라는 말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말은 어쩌면 가장 슬프기도 한 말일 것이다. 지나간 후일의 어떤 시점에서야 뒤늦게 돌아보는 그 '가장 좋았던 날들', 그것이 가장 슬픈 이유는 이제 앞으로 그런 날들은, 그것과 상당히 비슷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과 동일한 어떤 날들은 이제 앞으로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그 좋았던 시간들 속에서, 그것이 가장 좋았던 날들이라는 사실을 그 때는 결코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른 하나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가장 좋았던 날들은 대학 시절일 텐데, 그 때는 그것이 그렇게 좋았던 때라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으니까. 아마도 그 때의 우리들은 다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러니 바보 같이 '나이 서른에 우린...'으로 시작되는 노래 같은 것을 함께 불렀겠지. 다시 돌아가라면, 그런 바보 같은 노래로 시간을 때우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좋았던 시간들을 앞에 두고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나이 서른의 불안한 미래를 미리 추억하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나빴던 날들'을 생각해보는 것이 나은 걸까. 과거의 언젠가가 '가장 나빴던 날들'이라면 적어도 지금은 가장 나쁜 쪽은 아닐테니까. 그러나 또 그것도 그렇게 쉽게 가능하지 않은 것이, 좋은 것과는 달리, 나쁜 것은 언제나 지금이 가장 나쁜 것 같다는 사실이다. 그러니...아니 더 우울해지기 전에 이 이야기도 그만 집어치우자.

 

러니 2012년을 시작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2011년의 베스트 영화 같은 것을 돌이켜보는 것 같은 것은 그만두자. 그 영화를 보았을 때의 가장 좋았던 처음의 그 감정은 아마 그 영화를 나중에 어디선가 다시 보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그보다는 차라리 2011년에 보아야 했으나 보지 못했던 영화들을 여전한 기대감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늘상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이고, 먹을 수 없었던 포도는 너무나도 달콤해 보이는 법이어서, 보지 못했으나 너무나도 괜찮아 보이는 영화들은 셀 수도 없이 많으니, 그 중에 10편을 골라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골라보는 작년 극장 개봉작 중 보지 못했으나 앞으로 보고 싶은, 아마도 보아야 할 영화 10편('극장 개봉작'으로 한정하는 것은 극장에 개봉하지 못하고 영화제 상영이나 반짝상영으로 그치는 영화들까지 모두 포함시키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또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극장에 걸리지도 못한 채 사라졌는지...우리는 비열하게도 그것을 '시장논리'라 부른다). 언젠가 보기 위해서 기록을 해둔다.

 

 

1. 사랑을 카피하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편의상 번호는 붙였으나, 순서는 없음)

 

2. 두만강, 장률

 

3. 달빛 길어올리기, 임권택

 

4. 안티크라이스트, 라스 폰 트리에

 

5. 짐승의 끝, 조성희

 

6. 세상의 모든 계절, 마이크 리

 

7. 고백, 나카시마 테츠야

 

8. 히어애프터, 클린트 이스트우드

 

9. 종로의 기적, 이혁상

 

10. 웨이 백, 피터 위어

 

 

덧.

 

막상 적어놓고 나니까, 이 영화들이 딱 특정 시기가 겹치는 것이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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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1-01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2012년이 왔네요^^
맥거핀님,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그리고 신년 새해 용꿈 꾸시라고 용 한마리 선물로 보냅니다
\▲▲/
( ^^ )
<(..)>
<(▶◀)>
<( = )>
<( = )>

━┛┗━

맥거핀 2012-01-02 21:39   좋아요 0 | URL
아..감사합니다. 카스피님!
그쵸..올해가 용의 해였죠. 카스피님 덕분에 용 구경하면서 올해를 시작하네요.^^ 용을 봤으니, 이제 로또 구매를...(응?)

반딧불이 2012-01-02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터에 이끌려 '사랑을 카피하다'를 달랑 두사람이 입장한 영화관에서 봤네요. 영화가 끝나고 뒷좌석에 앉은 낯선 여자에게.. 같이 봐서 참 다행이에요. 라는 말을 했던것 같아요.
챙겨보시면 리뷰 올려주실거지요? 기대하겠습니다.

맥거핀 2012-01-03 17:54   좋아요 0 | URL
그렇죠? 항상 사람이 가득한 극장만 있는 곳에서 보는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작은 극장에서 아주 사람이 없을 때 보면, 괜히 이상한 연대감이 생겨나는 경우가 있어요. 괜히 말이라도 걸고 싶고, 한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그래도 막상 그렇게 되는 경우는 좀체 없는데, 참 마법같은 일을 겪으셨네요. 정말 좋은 영화는 그 스크린을 벗어나 일상에서도 때로 마법을 만듭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본 [JAM 다큐 강정]이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일이..)

복되고, 좋은 새해 되셔요. 반딧불이님.


마녀고양이 2012-01-0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가 가장 좋았던 때인지는,
죽을 때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 저는 항상 '현재'가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012부터 영화나 애니에서 나온 수치들을 보니
진짜 흥미진진하네요. 애반게리온의 연도가 2년 밖에 안 남았나요? 저는
항상 에반게리온의 엔딩 곡을 들으면 아련해지곤 합니다, 이상한 그리움이랄까요.

맥거핀님, 올해 건강하시고 좋은 일 가득하셔요.

맥거핀 2012-01-02 21:50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말씀대로 인생을 좀 겸손하게 살면서 오랜후에야 그런 걸 생각해봐야 할텐데..제가 좀 경망스러워서..ㅋ (하기는 또 십년 후에는 지금을 생각하며, 그 때가 참 좋았어..그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서재에서 보니, 종말론에 대한 책을 소개하셨는데, 저도 기회되면 그 책을 한번 보려고해요. 올해 시작부터 종말이 어쩌구 하는 이야기들이 많던데, 저도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하필이면 왜 올해에..? 그러면서 말이죠. (저는 에반게리온은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참 복잡해요. 차례로 안보고 정신없이 본 탓도 있고..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여있어요. 그래도 그 세계가 정말 거대하고 (묘하게도) 아름다운 세계라는 것을 인정합니다.ㅋ)

마녀고양이님도 늘 건강하시고, 올해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에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바랄께요. 시작은 항상 밝게~!

아이리시스 2012-01-03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히어애프터는 놓친 건데 좀 뻔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맥거핀님이 꼽으시면 잘 챙겨둘게요! [사랑을 카피하다]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히어애프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저는 작년에 어디에다 정신줄 팔고 살았을까요( ") [웨이백]은 그때 [웰컴] 볼 때 찜했었는데 사실 [웰컴]이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좀 지루해가지고..

그리고 음, [에반게리온]이 아름답습니까?^^ 맨날 챙겨만 가서 죄송합니다ㅋㅋㅋ

맥거핀 2012-01-03 19:21   좋아요 0 | URL
뭐 빼갈게 있으면 얼마든지 빼가시구요. 저도 그럴테니.ㅋ
이런 글은 아이리시스님 신년 특집처럼 좀 성의있고 열심히 써야 하는데, 목록만 죽 나열하고 당최 성의가 없어요 흐흐. 작년 영화들도 영화지만 며칠 전 어떤 블로그가 올해 개봉 예정작들을 써놨던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로운 다크나이트하고, 박찬욱, 봉준호의 신작들..쥬라기공원4에 새로운 맨인블랙이 나온다고 하질않나..엄청 기대하고 있어용.

2012-01-2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11 못 본 목록'을 보니, 외려 '2011 본 목록'이 아주 알찰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어 저의 못 본 목록에는 모두가 극찬하는 '북촌 방향' 같은 것도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못 본 목록' 중에 제가 본 것 한 개가 있네요. "히어 애프터". 씨네21에서 2011 개봉 영화 중 '저평가된 영화'에 속해 있던데요. 사실 저평가된 감은 있지만, 영화가 그렇다고 아주 좋다고도 할 순 없었습니다.

보고픈 영화, 스펙트럼이 넓으시군요. 저는 1, 2, 6. 땡깁니다.
어쩌다보니 장률 영화를 저는 하나도 못 봤네요. 아쉽게도. 하나도 안 보고도 여러 모로 좋아하는 감독입니다.^^

그나저나 도입부 두 문단을 정말 잘 쓰셨잖아요!

맥거핀 2012-01-27 00:36   좋아요 0 | URL
위에도 썼지만, 저 영화들 개봉일을 살펴보면 2-3월에 집중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이걸 쓰면서 그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걸 다 놓쳤을까 이 생각이 들었어요. 개봉영화도 개봉영화들이지만, 영화제나 시네마테크에서 하는 고전들 중에서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들도 많았는데 그건 다 언제나 볼 수 있을지..장률 영화 안보셨으면 한번 챙겨서 보세요. 아마도 섬님이 어느정도는 마음에 들어하실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정도'라는 말은 장률 영화는 한 번 보고 나면 사람을 참 힘들게 하는 게 있어서, 한 개 보고 난 후에 다음 영화를 볼려고 마음을 먹는 게 쉽지 않아요. 옛날에 '중경'과 '이리'를 하루에 본 기억이 있는데, 그날 참 힘들었습니다.

<히어애프터>도 챙겨서 봐야겠군요!

2012-01-27 11:07   좋아요 0 | URL
세번째 문장을 보니 맥거핀 님은 역시나 현역 영화광이십니다.. 그리고 수도권에 사시니 마음껏 욕심내셔도 되겠어요.^^ 장률 영화는 인천 살 때 동네 영화관에서 개봉했던 '망종'을 놓친 이후로, 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구요. 심지어 DVD도 다 절판.. 시립도서관 디비디 목록에 봐도 '이리' 하나 있던가 그렇구요. 언젠가 보게 되겠지요.
히어 에프터는 일부러 꼭 볼 만 하지는 않아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범작 또는 이작(異作) 쪽입니다.(생각해 보면 범작이라기보다 異作에 가깝지요.) 그래도 맥거핀님께서 흥미롭게 읽어내 주실지 모르니 굳이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맥거핀 2012-01-29 00:48   좋아요 0 | URL
장률 감독 같은 경우는 DVD 세트가 나왔어도 벌써 나왔어야 하는데, DVD 자체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니..(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중경>의 경우는 아직 DVD도 안나온 걸로 압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볼 때 마음이 조급해지는 게 있어요. 어떤 영화들은 향후에 개봉일정이 없을 게 거의 확실시되는데다가, DVD로 나올 가망성도 거의 없는 영화들이 많으니, 나중에 쉽게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같은 것은 또 영화관에서 해도 잘안보게 되는 경우들이 있어요. 근데 블록버스터 같은 것은 또 큰 스크린으로 봐야 좋은 것들이 많으니, 이거 참 딜레마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영화들은 보고 실망해본 적이 없어서, <히어애프터>도 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어요. 섬님의 추천이라고 생각하고 나중에 볼 기회가 있으면 꼭 챙겨서 보겠습니다.

네오 2012-01-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스트들이 뭘랄까요? 컽트적이네요^^ 블랙스완이 안보여요 헤헷~

맥거핀 2012-01-30 17:33   좋아요 0 | URL
컬트적이라는 얘기는 리스트가 엉망이라는 얘기죠?^^ 근데 약간 오해가 있으신게 이건 제가 앞으로 보고 싶은 영화라..(아..보아야 할 영화가 컬트적이라는 건 더 안좋은 건가..?) 얘기한김에 네오님의 베스트도 얘기해주시지..

네오 2012-01-31 09:43   좋아요 0 | URL
아~ 전혀 아닌데요^^ 다른 분들과는 다르게 매우 신선했다는 말이었답니다~ <고백>을 선택하신게 너무 용기가 있으셨고 물론 이분의 컬렉션을 놓치지 않고 보는 저로서는 당연히 반갑지요~ 그리고 <짐승의 끝>,<종로의 기적>은 너무 의외였어요..사실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작품일거라고 생각했거든요...그리고 피터 위어의<웨이백>요~ 아 피터 위어의 작품은 제가 좋아하는 세계를 잘 다루는 것 같아요~ 남자다움, 그리고 남자, 그리고 마초 이런거요^^ 아 저의 베스트10는 다 합쳐서 사랑을 카피하다, 북촌방향, 안티크라이스트, 블랙스완, 트리오브라이프, 무산일기, 히어애프터, 달빛길어올리기, 세상의 모든 계절, 환상의 그대, 그리고 아직 개봉전인 멜랑콜리아요 ㅋㅋㅋㅋ

맥거핀 2012-01-30 18:26   좋아요 0 | URL
ㅋㅋ 실시간 댓글놀이. 피터 위어의 작품은 극장에서 예고편을 봤는데, 우와 이랬거든요. 이건 분명히 괴작이거나, 명작이다! 이건 극장에서 꼭 봐야해..절대 브라운관이나 디지털TV 따위로 이걸 봐서는 안돼..그랬는데, 아직도 못보고 있네요.ㅋ
네오님의 베스트(본 영화에 대한)도 저의 생각과 매우 다르네요..겹치는 게 북촌방향 딱 한 작품.(저의 본 영화 베스트는 북촌 방향, 만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보라, 비우티풀, 카페느와르, 돼지의 왕, 드라이브 정도..) 여러 영화 리뷰어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꼽는 베스트에 안티크라이스트, 사랑을 카피하다, 세상의 모든 계절 이 세 영화는 들어가는듯..꼭 챙겨봐야겠습니다.

네오 2012-01-31 09:43   좋아요 0 | URL
ㅋㅋ 실시간 댓글놀이 너어무 좋아하죠 ㅋㅋ 영화이야기 한지도 꽤 됐구요^^ 사실 제가 그동안 미국에 가있어서 거의 알라딘활동을 못했어요 ㅋㅋ 그래서 잠시 휴지기가 ㅋㅋ 너무 지금 이야기 하고 싶은 작품은 <드리아브>이구요 ㅋㅋ 왜냐하면 음~ 맥거핀님의 리뷰는 읽어봤어요..그런데..과연 이것이 새로운 발견이러고하는 문제에서 음 ~ 물론 님의 글에도 잘 나왔지만~ 거의 그 작품에 대한 원본을 본 저로서는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지금 저의 페어버리트 노래는 < a real hero>이고 100번도 넘게 들었죠~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궁금한게 고슬링이란 멜리건이 과연 만냐는거예여 저한테는 ㅋㅋㅋㅋ 마지막 장면만 놓고 볼때 거의 뭐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걸작이라고 생각되네요~ 님의 ps는 정말 동감해요..저는 그것이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아쉽지만 놓쳤네요 ㅋㅋㅋㅋ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누군가가 작년의 어떤 영화가 좋았냐고 하면은 당연히 이 영화라고 대답할 거예요..보라는 음~ 걸작입니다..난..이 영화가 그냥 아무불평없이 모두다 봤으면 해요 그리고 비우티풀이랑, 돼지의 왕 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네요 ㅋㅋ 그리고 카페느와르가 있는데 이건 도대체 어떤 영화로 봐야 할까요 ㅋㅋㅋㅋ 애정은 식지 않았는데..지금에서는 그냥 그래요 ㅋㅋㅋㅋ 아마도 저 님의 블로그에서 이왕이렇게 된 마당에 영화이야기로 수다스러울지 몰라요 ㅋㅋㅋㅋ

맥거핀 2012-01-31 21:53   좋아요 0 | URL
아..그랬군요. 미국에 계셨군요. 어쩐지 뜸하시다 했습니다. <카페 느와르>가 이제는 그저그렇다는 말씀을 들으니 어쩐지 실망인데요?^^ 그 영화에 대한 리뷰 중 가장 좋았던 리뷰 중의 하나는 네오님의 리뷰였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온 어떤 생생한 느낌, 체험이 글에 절절히 느껴져서, 다른 이들은 쉽게 쓰지 못할 그런 리뷰였다고 생각이 되는데..그러니까 <드라이브>나 <카페 느와르>, <비우티풀> 등은 이견이 있으시다는 얘기죠? 뭐 그런 재미(이견을 보는 재미)로 다들 베스트를 꼽으니까요.^^ 예를 들어 저는 네오 님의 리스트에서 <트리오브라이프>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네오님 같은 분이 좋다고 하시는 것은 제가 보지 못한 어떤 것을 보았다는 얘기가 될텐데, 그게 뭘까요..궁금해지는 밤입니다. 개인적으로 <트리오브라이프>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 덧붙이자면, 저는 테렌스 맬릭이 훨씬 잘만들 수 있는데, 왠지 대충 만든 듯한(물론 맬릭 기준으로) 느낌이 있거든요. 어떤 장면들은 너무 좋았지만, 어떤 장면(숀펜이 나오는 장면들이 주로)들은 너무 무성의하다는 느낌이 조금 있었어요. 저도 수다스럽게 한마디...

네오 2012-02-01 21: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우선 <트리 오브 라이프>는 그냥!! 음악이 멋있게 나와서요~ 말러나 브람스 스메타니같은 클래식 곡들요~ 할말이 너무 많아요~ 흐음~ 이에 대한 답글은 댓글형식이 아닌 일 반글로 쓰는게 낳겠네요~ 카페느와르때문에 실망하셨다니 조금은 멋지게 보이기도 하고 싶구요 ㅋㅋㅋㅋㅋ

맥거핀 2012-02-01 23:05   좋아요 0 | URL
저는 <트리오브라이프> 보고 영상에서 너무 스케일이 큰 얘기들을 하셔서 그것을 생각해보는 통에 음악들에는 통 집중하지 못했어요. 다음에 볼 기회가 또 있으면 음악을 집중해서 들어보겠습니다. 혹시 글 쓰신다면 기대하고 있을께요.^^

아이리시스 2012-01-31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보고싶은 영화'였는데 저도 당연히 맥거핀님 베스트로 읽고 지금까지 '히어애프터'를 봐야하는데 이러고 있었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글 읽는 능력이 좀 떨어지나 봐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맥거핀 2012-01-31 21:54   좋아요 0 | URL
아..아이리시스님도 그렇게 생각을..벌써 두분이나 그렇게 생각하셨다는 건 쓰는 제가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죠. 저야 말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지나 봐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