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2012

 

 

(영화의 전체 줄거리가 들어있음)

 

 

 

홍상수의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특히 최근작에 들어서 그런 경향이 좀 짙어지는데, 과거로 돌아가 하나하나 다시 되짚어나가는 시간(지난 여름에 좋았던 일들을 회상하는 형식의 <하하하>와 '일기'의 형식으로 되어있는 <밤과 낮>)과 증폭되거나 급속하게 축소되어 있는 시간(영화의 어떤 부분들이 영화 속 인물인 옥희가 찍은 영화임을 암시하는 <옥희의 영화>와 영화의 안과 밖의 경계를 흐리게 해놓았던 <극장전>. 결국 영화란 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이다)을 보여주다가 <북촌방향>에 이르러서는 이 시간의 흐름은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것은 이 영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표면상으로 이 이야기는 원주(정유미)가 쓰는 세 개의 시나리오이다. 그런데 하나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이 시나리오는 각각 완전한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세 개의 시나리오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며, 비교적 비슷한 흐름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즉 이 세 개의 시나리오를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모항이라는 곳에 온 안느(이자벨 위페르)라는 외국여자가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모든 이야기는 이 모항의 펜션과 그 주변에서만 이루어지며, 이 안느는 안전요원(유준상)이라는 공통의 인물을 만나며, 그와 대화를 나누고, 영화감독 종수(권해효)와 그의 부인(문소리)를 만나고 이들과 어떤 관계가 이루어진다(이 부부는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뒷모습이 살짝 비치며, 대신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영화감독 종수 대신에 이름도 비슷한 다른 영화감독 문수(문성근)가 등장한다). 그리고 안느는 이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등대'를 찾는다.

 

즉 어떻게보면 이것은 세 개의 평행한 시나리오이며, 세 개의 비슷한 세계이다. 이것을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몇 가지 것들을 미세하게 바꾸면 아마 두 번째 시나리오가 될 것이고, 그것에서 또 몇 가지를 미세하게 바꾸면 아마 세 번째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세 개의 평행우주이다. 같은 인물, 같은 공간, 같은 상황들. 그것의 하나의 힌트는 이 세 개의 시나리오에서 이 각각의 인물들의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세 편의 시나리오에서 공통적으로 안느는 호기심이 많고, 어느정도 포용력이 있고, 타인과 대화를 하고자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다른 인물들도 어느정도의 공통성이 보이는데, 안전요원은 때로는 바보같아 보일 정도로 순진하고, 조금은 비현실적인, 현실에서 붕 뜬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며, 펜션의 여주인(정유미)는 친절하고, 영화감독 종수의 부인은 술마시고, 여자를 밝히는 종수를 못마땅해한다. 그러므로 이 전체 이야기를 세 개의 평행우주, 세 개의 다른 나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내가 살고 있는 이 세 개의 다른 나라들. 이 각각의 다른 나라에서 미세한 몇 가지가 어그러졌을 경우 우리는 어떻게 달라질것인가.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어떤 느낌들을 읽어보니 대체로 유쾌하고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로 생각하는 의견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왠지 쓸쓸했고, 서늘한 감정이 남았다. 물론 홍상수의 이야기에서 이것은 그리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다. 홍상수의 이야기는 상당수 찌질한 남자들이 찌질한 짓거리를 벌이는 코믹스러운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지만, 한편으로는 그 가운데에서 늘 불안한 기운들이 맴돌고 있었고, 전면적인 죽음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늘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이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홍상수 영화들의 가장 놀라운 점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영화를 본 어떤 이는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불안하고 불길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는 이 사실. 이 넓은 스펙트럼이 가능한 영화는 많지않다.) 그것은 이 <다른 나라에서>의 이야기의 흐름도 어느정도는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아마도 홍상수의 영화들 중 영화내내 가장 미소를 짓게하는 장면이 많은 영화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흐름은 동시에 왠지 수상쩍은 부분이 있다. 같은 인물, 같은 공간, 같은 상황들. 그러나 세 개의 시나리오에서 인물은 점점 나쁜 위치에 빠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안느의 변화.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안느는 잘나가는 영화감독이지만, 두 번째에서는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불륜행각을 벌이는 여자이고, 세 번째에서는 한국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긴 프랑스여자가 된다. 다른 인물들은 어떨까. 먼저 세 편 모두에 등장하는 안전요원의 경우를 보면, 첫 번째 편에서는 안느를 위해 사랑스런 노래도 불러주고, 약간 무모해보이기는 하지만, 안느에게 열심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세 번째 시나리오에 이르러서는 아무 생각없는 무뇌의 캐릭터, 상당히 수동적인 인물이 되어버린다. (단적으로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안전요원이 고기를 구워주는 장면과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장면을 보자. 첫 번째는 조금은 막무가내지만,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이는 성향이 강한 인물로 보인다. 그러나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수동적인 리액션에 머물고 만다.) 그리고 영화감독 종수와 그의 부인의 경우, 첫 시나리오에서 이들은 술자리에서 티격태격하지만, 결정적인 파국에 이를 가능성은 그다지 없어보인다. 그러나 세 번째 시나리오에 이르러서는 그 파국은 상당히 현실에 가까워진다.

 

이것을 이렇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에 이야기했지만, 이 이야기는 원주가 모항의 펜션에서 쓰고 있는 세 개의 시나리오이다. 왜 원주는 여기에서 이 이야기들을 쓰고 있는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원주와 그녀의 어머니(윤여정)의 대화를 본다. 이들은 다른 누군가의 사업실패, 혹은 보증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이 펜션에 갇혀있어야만 하는 신세이다. 즉 원주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함이기도 하며, 한편으로 현실을 잊고자함이기도 하고,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발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녀가 쓰는 첫번째 시나리오에서 그녀는 최대한도의 꿈을 담는다. 여주인공은 잘나가는 영화감독이며, 어느 낯선 곳에서 로맨틱한 남자를 만난다. 이것은 첫 번째 이야기. 그러나 이후 우리는 두 편의 이야기를 더 본다. 한가지 질문. 왜 첫번째 시나리오 이후에 비슷한 두 개의 이야기가 계속 쓰여졌는가. 원주는 왜 두 가지의 이야기를 더 쓰는가. 그것은 첫번째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이제와서 새로운 이야기를 처음부터 완전히 다르게 쓸 요량은 없다. 그러니 그녀는 몇 가지의 설정을 바꾸기로 한다. 여주인공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여자가 되고, 이야기는 꿈과 현실이 어지럽게 뒤섞인 이야기가 된다. 이것은 두 번째 이야기. 그것마저 마음에 들지 않은 원주는 세 번째 이야기를 쓴다. 여주인공은 다시 이혼당한 여자가 되고, 할 수 있는 일은 술을 마시고, 누군가와 잠깐의 섹스를 하는 것뿐이다. 이것은 세 번째 이야기.

 

즉 처음에는 꿈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두 번째에는 꿈과 현실의 중간에 있는 이야기가 되고, 마지막에는 이야기는 급기야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된다. 꿈에서 현실로의 추락. 첫 번째 시나리오를 결국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 그것은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에는 안느는 물에서 수영을 하고 막나온 안전요원에게 물이 차갑지 않느냐고 물었고, 안전요원은 천진난만하게 웃음을 지으며 전혀 춥지 않다고, 따듯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세 번째 이야기에 안전요원은 춥지 않느냐는 안느의 말에 대답한다. 춥다고, 물이 차갑다고. 그 차가워진 현실의 온도, 꿈이 깨어져버린 차가움. 등대는 어떨까. 이곳 어딘가에 있다고 하는 등대. 안전요원에게 안느는 그것에 대해 묻지만, 안전요원은 모른다(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등장하기는 한다. 안느의 꿈 속에서). 어딘가에 있을 그 꿈의 등대는 그러나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자그맣게 축소되어 안전요원의 손에 들려있다. 이거 등대잖아요, 작은 등대. 그 작게 축소된 현실에서의 꿈의 존재. 이 쓸쓸한 모항에서 이루어지는 쓸쓸한 이야기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안느와 다른 인물들에 의해 '아름답다'고 이야기되는 모항이지만, 나는 그 모항의 쓸쓸한 이미지들만 보였다. 항구 옆에 덩그러니 서있는 펜션, 포구에 매어있는 빈 배들, 잿빛의 바다, 홀로 수영하는 안전요원, 화장실 옆의 단 하나의 텐트.)

 

물론 이것은 그저 내가 만들어낸 어지러운 도식이다. 그 도식을 보는 홍상수는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영화 속 안느와 스님의 대화. 왜 이렇게 슬픈가요. 당신이 슬퍼하기 때문이지요. 왜 무서운가요. 당신이 무서워하기 때문이지요. 말장난하시는 건가요. 아니, 모든 것이 그래요. 당신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것 뿐이지요. 결국 도식이란, 그렇게 보고자하니 그렇게 보이는 것, 그렇게 느끼고자 하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쓸쓸함이란 내가 만들어낸 쓸쓸함일 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세 개의 시나리오, 세 개의 평행우주. 이것은 정말 '다른 나라'인가. 꿈과 현실은 그토록 다른 것인가. 홍상수는 몇 개의 힌트를 던진다.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 안느가 해변에 던진 깨진 소주병은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 돌아오고, 처음 안느가 길가에 꽂아두었던 우산은 중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안느에 의해 되돌아온다. 꿈 속의 현실, 현실 속의 꿈. 이 세 개의 평행우주는 결국 다른 것일까, 같은 것일까. 당신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것. 이것은 가능한 다른 나라의 하나일뿐.

 

당신의 '다른 나라'는 어떤 나라입니까?

 

 

 

덧.

영화가 끝난 후 이어졌던 홍상수 감독과의 대화에서 홍상수의 태도는 그 자신의 영화를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보였다. 답은 없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아마 답일 거에요, 허허허. 아마도 홍상수의(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영화들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그것에 정답을 상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답이 있는데, 그 정답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 그러나 무엇이 정답인가. 감독의 애초 의도에 가까운 해석이 정답인가. 감독의 의도에 최대한 맞춘 답, 그 답은 아마 나의 답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홍상수의(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답일뿐. 그러므로 가장 웃기는 것 중의 하나는 영화의 완전해석판이니, 이것이 답이니, 하는 태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이는 '영화'에 국한된 태도만은 아니다.

 

덧2.

이 영화에 대한 (그간 다른 홍상수의 영화들과 비추어볼 때) 외국에서의 더한 호평은 언어적인 뉘앙스와도 많은 관계가 있는 듯 하다. 사실 홍상수의 영화에서 언어적인 뉘앙스는 매우 중요한 문제니까. 외국의 관객들에게는 그 언어적 뉘앙스를 바로 포착할 수 있는 첫번째 영화다. 반면 도리어 우리 관객들에게는 이는 약간은 역으로 작용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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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6-12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오래간만에(제가 오래간만^^) 영화글 반갑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를 보셨다는 글귀, 와닿네요.
안느가 또다른 길을 가겠다는 메모를 남기고 사라지자, 스님과 여교수가 허둥지둥
안느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전 몹시 우스꽝스러웠어요. 다른 장면들에서 웃음이 많이
나왔지만요. 어쩌면 우리는 각자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 말'을 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니 서로 말장난이나 하는 것으로 들리고요.
종우가 안느를 굳이 뻘로 데리고 들어가 둘이서 그러다 들키는 장면에서도 웃다가
문득 좋은 데 데려간다더니 뻘로?? ㅋㅋ 이런 생각 들었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생각할 게 많이 드는, 웃지만은 못할 홍감독 영화^^

맥거핀 2012-06-14 00:49   좋아요 0 | URL
네..최근에 영화를 별로 보지 못해서, 글도 좀 뜸했네요.^^ 그래도 홍상수의 신작이 나왔으니 봐줘야죠. 하..그 장면 좀 많이 웃기긴 했죠. 하필 그 타이밍에서 걸려서, 뭐 사실 그다지 별다른 걸 할려는 건 아니었던듯도 싶었는데..

홍상수의 영화는 늘 흥미로워요. 여전히 또 모호한 지점들을 안고 있구요. 그래서 또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만, 약간은 비슷한 것이 반복되다보니 조금은 저로서도 뭔가 새로운 것을 보고싶다는 느낌은 좀 있었어요. 즉석에서 쓰는 시나리오, 예기하지 않고 만드는 촬영방식이 홍상수의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지만, 트레이드 마크라는 것은 또 한편으로 정체를 동반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GV에서도 그와 관련된 질문들이 조금 나왔던 것 같고..) 물론 저는 홍상수 감독이 보여줄 것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리시스 2012-06-13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맥거핀님이 주말에 보신 영화! (저는 주말에 영화 안봤답니다, 그냥 뭐 뒹굴놀이~)
리뷰 못보고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언제부턴가 아마 극장전, 밤과낮? 이후로 홍상수 영화를 볼 생각도 없어져버렸지만 이자벨 위페르라니, 오오, 담번엔 인도에 가셔서 영화 찍으실 것 같아요.

지금 제 다른 나라는 '요리'입니다ㅋㅋㅋ 김치김밥 말았는데 김을 펼치니까 밥을 어디까지 깔아야 할지 모르는 그런 초보자의 무한요리세상ㅋㅋㅋ

맥거핀 2012-06-14 00:55   좋아요 0 | URL
근데 홍상수+이자벨 위페르..우와 하고 가졌던 기대감만큼은 조금은 덜한 것 같아요. 물론 홍상수 감독이 배우빨(?)로 영화를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다지 새로운 느낌은 주지 못했다고 할까요..말씀하신 것도 재밌어보이기는 하네요. 홍상수가 만드는 발리우드? 하..근데 이 영화에도 귀여운 노래가 나오기는 합니다.

저도 요즘에 어찌어찌하다보니 혼자 밥을 해먹는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근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늘 살짝 걱정되기는 해요. 김치김밥 같은 건 시도도 못하구요. 아직은 그냥 간단한 찌개끓이는 정도. 요즘의 고민은 찌개를 끓일 때 야채를 일차로 살짝 볶는게 좋은가, 아닌가,입니다. 블로그들에 가득한 레시피들은 대체로 볶으라고 하는데.. 귀찮아요.ㅋ

아이리시스 2012-06-14 13:49   좋아요 0 | URL
음..맥거핀님은..애긴데?! 계란말이랑 고기볶음으로 해결!
아..찌개 끓일 때 야채를 볶아야 한다면 차라리 볶음밥을 먹고 말겠어요. 무진장 귀찮은 거 아니예요?ㅜㅜ(운다) 생각만으로도 귀찮아ㅜㅜ

김치찌개할 때 고추기름 낸다고 볶다가 태워먹은 적 여러 번 있어요. 그나저나 저는 남자가 요리하는 거 아직도 너무 신기한 여자ㅎㅎ 마인드가 이래요. 내가 해야한다 뭐 이런 건 아니고 남자가 밥도 하는구나..뭐 이런 신기함.

맥거핀 2012-06-16 02:57   좋아요 0 | URL
응? 허허..아이리시스님 의외로 보수주의ㅋㅋ 요새 밥 정도는 해야 집에서 안 쫓겨나요.-_- 당연히 계란말이가 더 좋은데요, 그넘의 귀차니즘 때문에..찌개는 한 번 끓이면 그냥 3일 정도는 그것만 먹어요. 그니까 맛보다는 귀찮음에 굴복한 셈.

Shining 2012-06-15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내일 보러 가요, 리뷰는 다녀와서 읽을게요 :-) 그러니 저는 딴 얘기만 할게요
ㅎㅎ 올해 칸에 간 영화들 중 개인적으로는 하네케와 크로넨버그의 것이 제일 궁금합니다.

아, 저는 어떤 영화가 개봉했을 때 맥거핀님은 이 영화 보셨을까? 혹은 보실 예정일까? 무심코 생각하게 될 때. 스스로 신기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꼭 영화 페이퍼 써주셔야 해요(결론ㅋㅋ)_-*

맥거핀 2012-06-16 03:07   좋아요 0 | URL
네..신의를 지키시는 Shining님이시기 때문에 저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허허..하루에 시를 두 개 베껴 쓰는 날도 있네..)

아무튼 이 밤에 하네케의 영화와 크로넨버그의 영화를 찾아봤음. 으..예상대로 두 영화 모두 쉽게 볼 영화가 아니군요. 특히 크로넨버그 씨 '젊은 자산관리사가 강박증에 빠져 보내는 24시간'이라니..또 보는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할려고 그러시나..그러나저러나 덕분에 크로넨버그 씨의 또다른 새로운 영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네요! 무려 비고 모르텐슨 나오는 '이스턴프라미스'의 속편이라니....@.@

마지막 말씀은 저로서는 무어라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고마운 말씀이네요.^^ (저 사실 Shining님이 (장르)소설에 대해 글 쓰실 때 '과감히 패스'하는 경우도 있는데 죄송하네요.;;)

Shining 2012-06-19 12:12   좋아요 0 | URL
네, 전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므로ㅋㅋㅋ 토요일에 보고 왔습니다, 하지만 여지껏 그의 영화에 제가 늘 그랬듯 첨언을 하지는 않겠어요^^;

크로넨버그 영화 주인공이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것도 좀 놀랐어요(전 아마 이 배우에게 깊은 편견이 있나봐요, 매번 놀라는 걸 보니;;). 저도 속편, 그 영화 기다립니다. 사실 <코스모폴리스>보다 더 궁금하기도 해요ㅎㅎ

죄송하긴요~ 맥거핀님이 고른 영화에 관심이 있는거지, 맥거핀님 글이라서 일부러 읽는 건 아닌걸요^^ 각자 읽고 싶은 글을 읽고 싶을 때에 읽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아, 다만 그렇다면 제 글 중에 맥거핀님이 관심 가질만한 글이 몇 개 없을거라는 생각은 드네요ㅎㅎ

맥거핀 2012-06-19 13:02   좋아요 0 | URL
아마도 분명히 홍상수씨는 이런 리뷰를 보면 허허허, 참 잘도 갖다붙여놨네...그럴 겁니다. 이동진씨와 한 관객과의 대화를 보니, 이동진씨가 홍상수 영화에 자주 나오는 줌의 활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긴 의미를 붙인 질문을 했는데, 홍상수의 답은 한 줄이더군요. "그 때 왠지 줌을 당기고 싶더라구요.."

아니에요. 그래도, 소설 글 꽤 봤어요.^^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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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동 더하기 25 -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해의 기록 / 조은 / 또하나의문화

 

조은의 영화 <사당동 더하기 22>는 기념비적인 다큐였다. 1986년 사당동 철거재개발 지역에서 쫓겨난 한 가족의 삶에 22년간이나 카메라를 들이댄 끝에, 그는 깊은 성찰을 남기는 이 다큐를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후 3년이 지났고, 빈곤은 여전히 지속 중이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사사키 아타루 / 자음과모음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다만, 여기서의 책과 혁명은 별개가 아니라 책을 읽고 쓰는 것, 책 그 자체가 곧 혁명이라는 말이다. 모든 책 읽는 자들을 위한 변론, 그리고 서시. 어떤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혁명을 행하고 있다. 

 

 

잔혹 영화 / 앙드레 바쟁 / 현대미학사

 

바쟁 曰 "비평가의 임무는 있지도 않은 진리를 편리하게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지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작품이 주는 충격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 1995년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도시 예술 산책 - 작품으로 읽는 7가지 도시 이야기 / 박삼철 / 나름북스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앞 거대한 <해머링 맨>을 보면서 왜 이것은 여기에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가,를 늘 생각하곤 했다.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한번쯤 읽어볼 때가 되었다. 오늘도 예술작품을 보고, 그 옆을 지나가고 있으니까.

 

 

미하일 바쿠닌 / E.H.카 / 이매진

 

바쿠닌이 세력을 얻고 조금 더 오래 살았다면, 소비에트는 달라졌을까, 아니면 탄생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것은 애초 불가능한, 모순일 수밖에 없는 것이었나. E.H.카의 평전이라면 믿을만 하겠지. (<68년, 5월 혁명>이라는 만화를 놓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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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5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6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연 2012-06-0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을 추천했는데, 여담이지만 혁명이라는 말은 참.. 묘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항상.

맥거핀 2012-06-06 22:49   좋아요 0 | URL
대장님, 바쁘시네요. 이번에는 대장님이 추천하신 책이 한권쯤 선정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이리시스 2012-06-08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심지어 표지도 없는 책이..영화..쭉 밀고 나가요, 영화!!!
오랜만에 안부 물어요^^

2012-06-08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9 0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09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돈의 맛, 임상수, 2012

 

 

(영화의 결말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1.


돈의 맛은 어떤 맛일까. 여러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짠맛에 가까운 맛일 것이다. 짭조름한 땀의 맛. 돈이라는 것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을 돌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 와중에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그것이 쾌락의 땀이든, 고통의 땀이든 간에)이 그것들에는 아마도 깊숙이 배여들어가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아마도 그래서 같은 짠 것인 돈과 소금의 어떤 비슷한 점을 유추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소금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이 너무 많아지면, 그것은 우리의 일부분에 악영향을 미치고 망가뜨린다. 그리고 우리는 점점 그 짠맛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그것에 길들여진다. 그리고 그것은 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비슷해진다. 돈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돈은 우리를 '망가뜨리고', 우리는 결국 돈에 '길들여진다'. 그러나 이것은 물론 보통의 돈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이다. 임상수의 영화 <돈의 맛>에 나오는 윤회장(백윤식)의 집 금고에 가득 쌓여있는 반질반질한 새 돈뭉치들, 그것에서도 짠맛이 날까.

임상수의 전작 <하녀>의 느슨한 후속편, 혹은 스핀오프, 혹은 이본(異本)인 이 영화 <돈의 맛>은 <하녀>처럼 인상적이지는 않으나, 꽤나 흥미로운 시작을 보여준다. <하녀>는 고층건물에서 떨어지는 여자를 보여주면서 시작했고, 카메라는 수직하강하여 땅 위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이는 잠깐의 흥미거리 이상은 아니었다. 그것에 관심을 두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돈의 맛>은 마찬가지로 윤회장과 그의 비서 주영작(김강우)의 수직하강으로부터 시작을 한다. 그러나 이 수직하강은 돈을 가득 채운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하강이다. 하늘에서 돈가방을 들고 내려오는 왕의 강림. 그리고 그들은 차를 타고 그 돈을 전달하러 유유히 가는 중이다. 말 그대로 유유히. 그리고 동시에 임상수는 흥미롭게도 다른 차들을 그저 달리는 불빛들로 처리해버린다. 그 빠른 이동과 대비되어 유유히 달리는 이 윤회장. 그것은 아마도 두 가지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 하나는 윤회장은 다른 차들처럼 그렇게 한푼의 돈이라도 더 벌려고 아등바등 달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윤회장의 눈에는 아마도 실제 다른 차들은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는 점. 인간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아닌 그저 수평으로 내달리는 불빛으로. 

2.

그래서 윤회장의 집에서 주영작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영화 초반부의 씬들은 꽤 흥미롭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윤회장의 집은 참으로 흥미로운 공간이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집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진 이 집은 집보다는 거대한 갤러리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들, 그러니까 하녀들은 흥미롭게도 갤러리 직원들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의 갤러리와 다른 점은 이 갤러리의 양식을 정확히 짚어내기가 꽤 어렵다는 점이다. 모던한 장식들과 동양적인 여백의 공간, 복잡한 이중계단과 심플한 벽면이 혼재되어 있는 이 공간은 고전예술과 현대예술이 만나고 서양의 것과 동양의 것이 조인트 콘서트를 하는 공간이다. 그 맥락을 알 수 없게 짬뽕된 이 공간은 그래서 도리어 키치적이 되어간다. 그것의 상징은 아마도 윤회장의 장인, 즉 백금옥(윤여정)의 아버지인 노회장의 모습일 것이다. 그 부의 끝에서 만들어진 그 키치, 그 우스꽝스러움(그래서 현실세계의 모 회장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쁘띠'의 상징이 되어 귀여움을 받는 것인가).

물론 흥미로운 것은 이 공간에 대해서만은 아니다. 그것은 이들을 찍는 방식, 그리고 그것에서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면서 얻게 되는 어떤 심상에 관한 부분이다. 나는 초반의 이 장면들이 어떤 동물원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으르렁대는 동물원의 맹수들처럼 이들 가족들은 세상을 향해 으르렁댄다. 돈만 밝히는 것들, 어떻게든 우리 돈을 뜯어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저 아랫것들, 교수고 정치인이고, 사업가이건 간에 모두들 똑같아 돈이라면 환장들을 하지. 그리고 그 맹수들을 우리는 사육사 주영작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관람한다. 그러나 이 관람한다는 것은 한편으로 그들을 저  멀리서 지켜본다, 관찰한다는 것이다. 이 초반부의 씬들이 흥미로운 것은 그 내용적인 면보다도 임상수는 관객을 이들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보도록 허락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동선은 그들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대부분 설계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그들을 우러러보거나, 아래에서 내려다본다. 즉 우리는 그들을 감시하는 입장이 되거나, 아니면 '피핑 톰'이 된다. (이 영화에는 동시에 감시카메라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것도 여러 차례.) 이는 물론 우리와 그들의 어떤 계급적 차이를 강조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이로써 우리는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일종의 불유쾌한 경험이 된다. 다시 말해서 이 영화 <돈의 맛>이 상당수의 관객들에게 불유쾌한 경험으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은 어떤 특정의 장면들이 낳은 효과도 있겠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관객을 일종의 몰래 숨어서 보는 자, 때로는 감시하는 자로 만들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감시가 유쾌할리가 있겠는가. (아마도 임상수의 의도는 후자쪽,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들을 감시해야 한다,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3.

이러한 윤회장 가족 중에서 조금은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보이는 것은 나미(김효진)다. 그렇다, <하녀>의 그 '나미'다. 지난 <하녀>를 보고 쓴 리뷰에서 나는 '나미'가 아마도 괴물이 되지 않을까,라고 썼고, 임상수의 의도도 아마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돈의 맛>과 관련한 인터뷰를 보니 본인도 나미가 괴물이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의 충고에 따라 나미를 이 영화에서 조금 다른 인물로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나미도 사실 주영작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는 어떤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자신에게는 그렇게 인사하지 말라고 주영작에게 말하면서도 이는 한편으로 어떤 반응을 떠보는 것처럼도 느껴진다(아마 주영작의 머뭇거림도 그런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다른 종류의 인간들을 대하는 것, 그러니까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간다면 처음보는 동물을 보았을 때 어떤 반응을 떠보는 것이라고 할까. 그러나 아무튼 그것은 오해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어떤 (좋게 말하면) 지향점, (나쁘게 말하면) 체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미는 괴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괴물이 아니라고 해서 그녀를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여기서의 '인간'은 '니가 인간이냐!'라고 말할 때의 그 인간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기에서 이른바 홍상수의 구분법을 쓰고 싶다. "우리 인간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라고 말할 때의 그 구분법, 그 인간. 홍상수의 영화에서는 늘 '찌질한 인간'들이 나온다. 그러나 상당수의 경우 우리는 그들을 찌질하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괴물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은 찌질한 말을 내뱉고 찌질한 짓거리를 벌이는 '찌질이'일 뿐이다. 아마도 (초창기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홍상수의 영화에서 좀처럼 죽음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것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홍상수 영화 속의 인물들은 죽음을 마주할 용기마저도 없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영화에도 '찌질이'라는 말이 나오며, 막판에 이르러서는 주영작은 자신이 찌질이라고 체념하듯 내뱉는다. 그러나 이 때의 '찌질이'라는 대사는 자조적인 맥락에서 내뱉어진 것이기는 하나, 그것은 관객에게 도리어 이 인물은 괴물이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주영작은 그런 인물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살짝 갈등하지만, 결국에는 거울 뒤편에 돈다발을 쌓아두고, 거울 속 자신을 노려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인물이었으니까. 그저그런, 보통의 그저그런 인간, 결코 A급은 아닌, 그런 것밖에는 할 수 없는 그런 인간. (그러나 이것이 쉬울까.)

그리고 이것은 영화의 결말에까지 이어진다. 주영작과 나미의 비행기에서의 섹스씬. 이 섹스씬을 행복한 결말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그 아래에는 에바의 시신이 실려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막을 수도 있었던 에바의 죽음. 그 위에서 벌어지는 이 섹스씬을 보며 못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이것은 결국 어떤 자신들의 찌질함, 그 체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에바의 관 속에는 주영작이 던져넣은 돈다발마저 들어있으니까. (에바가 그 돈을 보고 어찌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게 이들은 자신들의 '찌질함'을 추인하는 것으로 괴물이 되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한다. 그리고 어쩌면 임상수(그리고 비슷한 이름의 홍상수)가 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도의 희망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도 싶다. 괴물이 되지 않으려 몸부림을 치는 것. 인간은 못 돼도, 괴물은 되지 말자, 고 다짐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결말이 께름칙한 이유는 이 마지막은 결국 재생산이기 때문이다. 나미와 주영작의 이 결합은 전개 과정은 다를지 몰라도, 결국 백금옥과 윤회장의 결합의 되풀이니까.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라고 윤회장을 말하는 백금옥도 처음에는 윤회장을 이렇게 만난 것이 아닐까. 나미와 주영작은 그들과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희망을 걸어봐도 될까.) 

4.

그렇다, 그런 세상이다. 돈이라면 무엇이든지 가능한 세상. (그것과 관련하여 영화에 재미있어 보이는 장면이 있다. 무례한 말들을 내뱉는 윤회장의 아들 윤철(온주완)과 싸우려드는 주영작. 겁을 먹은 듯이 보이는 그 아들을 주영작은 자신만만하게 차에서 끌어내리지만, 도리어 얻어터지는 것은 주영작이다. 그 (아마도 돈으로 만들어진) 싸움의 기술. 돈은 없지만, 주먹과 깡을 믿고 살아가는 사나이들의 세계는 이제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 그 거대한 지옥도, 최대한 좋게 말해 어느 정도의 '체념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자신의 몸에 불을 싸지르는 것으로 끝내버렸던 그 <하녀>에 가득한 체념과 이 <돈의 맛>의 같지만 다른 체념을 결국 결말에서 보게 되는 것. 그러니까 스핀오프, 혹은 이본.

우리의 최선은 결국 찌질해지는 것일까. 그 체념을 결국 받아들이는 것, 그러니까 그 체념한 자신을 견뎌내는 것 말이다. 그러나 물론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타인을 견뎌내는 것보다 자신을 견뎌내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니까. 그 견뎌냄의 끝에는 결국 인간이 되는 길이 있을까. 



덧.
이 영화를 본 서울극장 8관은 손님을 받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우퍼가 울릴 때마다 무대가 심하게 흔들리며 천둥치는 소리가 나는 데다가, 스크린 오른쪽의 일부분은 검은 얼룩이 크게 있었다. 서울극장 관계자는 빨리 조치를 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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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2-06-0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즈음은 보는 책들이 독자들을 아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많은데...이 영화도 그런 쪽에 속하나봐요. 영화관으로 달려가지는 못하더라도 챙겨보게 만드시네요.

맥거핀 2012-06-06 22:51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도리어 흥미롭게 보았다는 쪽에 가깝겠네요. (이렇게 얘기하면 저의 심리가 이상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네오 2012-07-06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영화 좋아합니다만 ㅋㅋ

맥거핀 2012-07-06 17:21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아해요. 임상수의 냉소적 유머(와 분노) 좋아요.
 

 

이번 알라딘 1인시위를 둘러싼 몇 가지 단편적인 생각. 먼저 그 내용에 대한 견해를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크게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타이밍에서나 프레임에서나 그러한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좋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1인시위라는 방식을 택한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1인시위라는 것은 정상적인 루트가 가능하지 않았을 때 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번에 어떤 식으로 마무리가(뭐 그것을 마무리라고 부를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되었는지를 이미 익히 보았으니까. 정상적인 문제제기 루트가 가능하고, 그것이 어떤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면 그런 방식을 취할 이유도 없겠지.

 

물론 1인시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편함을 만드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로 비판받을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 (당연히 그런 것을 감안하고 시작하셨으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그것에 대한 비판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공격적인 대응, 폭력적인 비판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은 든다. 이번 경우는 온라인이지만, 예를 들어 오프라인에서라면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는 사람에게 그 내용에 대한 부분에 대해 반박을 하거나 논리적인 비판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욕설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거나, 계란을 던지고, 그 피켓을 뺏아 들고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까. 그냥 지나치면 안되는 걸까. 적어도 그 시위로 인해 자신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말이다.

 

한편 역으로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와같은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어쩌면 나와 같은 반응이 더 무서운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1인시위라는 것의 목적 중의 하나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이슈를 만드는 것이니까. 이것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서재 내에서 더 큰 문제가 된다면 알라딘 입장에서도 가만히 있기는 어려울 테지.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반응에 섞인 어떤 진보적인 가치들에 대한 것. 어느 곳에서도 주류가 되는 가치는 동시에 또 공격무기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극보수 사회에 가까운 우리사회에서 좌파라고 낙인찍는 것이 어떤 공격무기가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도리어 역으로 진보의 가치가 주류가 되어있는 이곳 알라딘 사회에서는 우파(혹은 가짜 좌파)라고 낙인찍는 것이 또다른 공격무기가 되는구나.

 

덧.

이 글이 또 하나의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고,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나는 멘탈이 너무 약하다. 나의 서재에만 노출시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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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5-2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는 길에 인사 남기고 갑니다. 위 글의 입장이 저의 의견과 같으며 동의를 표하는 추천합니다.

2012-05-26 0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12-05-2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의 입장에 동감해요.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기도 하고.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게 일정 부분 어떤 정치적 코드를 '잘 알지도 못하고' 써선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어요.

맥거핀 2012-05-27 12:27   좋아요 0 | URL
네..맞는 말씀입니다. '코드'라는 것은 좀더 주의해서 쓸 필요는 있겠죠. 괜히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까. (뭐 저도 엉망이긴 합니다만) 모든 논쟁에선 일종의 '프레임'을 잘 짤 필요가 있겠죠. 그러나 설혹 그렇다고 해도, 지나친 것이 지나치지 않은 것이 되지는 또한 않겠죠.^^

마녀고양이 2012-05-2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
즐거운 연휴되시기를 바래요.

맥거핀 2012-05-27 12:27   좋아요 0 | URL
어..벌써 연휴의 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들도 잘 보내세요.^^

2012-05-27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8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29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0 0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1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31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막차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거의 서울을 가로질러 집에 가까운 역에 도착하니 거의 1시 가까이 되었다. 달콤하고 비릿하고, 시큼하고 쾨쾨하고 향긋한 냄새가 뒤섞여 있는 막차에는 곳곳에 위험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은 두 종류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술을 마신 사람들이거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그 중 나는 어느 쪽일까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술을 약간 마시기도 했고, 삶이 힘들기도 하(다고 생각하)니 그 둘의 교집합일까. 아니 그러고보면 이 사람들은 모두 이 둘의 교집합이 아닐까. 모두들 삶이 힘들어서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닐까. 혹은 어쩌면 그 반대일까. 술을 마셔서 삶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일까.

 

2. 백분토론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DMB로 계속 백분토론을 보았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토론. 네 명의 참석자. 소위 '당권파'로는 이의엽 전 통합진보당 정책위 의장과 이상규 국회의원 당선자가 참가했고, 그와 맞서서 토론할 외부진보인사로는 진중권 동양대교수와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가 참가했다. 토론을 보다보니 분당사태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쪽의 생각은 단순한 입장차이를 넘어서 근본적인 시각의 차이를 보여준다. 일단 토론 자체만 놓고 본다면 양쪽의 시각이 나름 각자 타당한 부분들이 있으며, 이해가 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며, 절충할 부분이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토론은 결국 핵심적인 것은 다루지 않고 있으며 외곽을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외곽을 빙빙 돌려고 하는 이 태도, 이 태도 자체가 그들의 입장차이는 결국 이 토론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들, 여기에서 모두 말하기에는 곤란한 것들에 달려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문제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권투로 말한다면 외곽을 빙빙 돌고 있는 선수는 십중팔구 상대방보다 펀치가 약하거나, 믿고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카운터펀치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보통의 권투일 경우에 그렇다. 만약 이 권투가 상대방이 쓰러지기를 원하지 않는 안타까운 권투 시합이라면 어떨까.) 하기는 백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메우기에는 그동안 파놓은 긴 시간의 골들이 너무 깊은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진중권 교수의 토론보다는 김종철 부대표의 토론에서의 말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이러면 이럴수록 지난 총선에서 진보신당에게 던져주지 못한 한 표가 정말 미안해진다. 그러나 만약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진보신당에게 한 표를 던질까, 그럴까. 

 

3. TOP밴드

토요일 밤마다 하나의 프로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상하게 그 시간만 되면 뭔가 다른 일이 생겨서 TV를 보지 못하거나, 보더라도 띄엄띄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프로가 끝날 때마다 나는 음악다운로드 사이트에 접속하고 있고, 새로운 밴드의 이름을 검색해서 넣고 있다. (한달 다운로드 갯수도 거의 남지 않았는데, 큰일이다.) KBS에서 새로 시작하고 있는 <TOP 밴드> 얘기다. 지난 3회에 꽂힌 밴드는 'Sad Legend'라는 익스트림 메탈 계열의 밴드인데, 방송이 끝난 후 정보를 찾아보니 몇 가지 추가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이 밴드는 15년이나 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나 잘 알려진 중견밴드라는 점(이들의 동명의 첫 앨범 'Sad Legend'는 한 웹진이 뽑은 90년대 베스트앨범 100위 안에 선정되었다), 다른 하나는 이들이 방송 녹화 이후에 해체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최근에 번복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또 이 해체가 이 방송과 연관이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

 

방송을 보다보니 하나 아쉬운 점은 워낙 출중한 실력의 밴드들이 대거 참가하다 보니 이들의 진출과 탈락이 연주실력이나 완성도의 문제가 아닌 심사위원들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자주 좌우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심사위원 개인의 취향이 워낙 다르다보니 이른바 '그들의 가슴을 울리는 음악'도 달라진다는 점. (내가 좋아하는 저 밴드가 탈락해서 너무 슬프단 말이야.)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신대철 씨가 자신의 취향을 끝까지 고집하지 못하고, 결국은 삐지고 만다는 것이 아쉽다. 대철 형님, 이제 그만 삐지시고, 말싸움과 논리에서 영석 형님을 이길 스킬을 빨리 연마하시길. 대철 형님이 삐질수록 나도 그만 슬퍼지고 만다.

 

(개인적으로는) 아무튼 진출한 밴드들보다는 늘 탈락한 밴드들에 더 관심이 간다는 것이 이상하다면 이상한 점. (예를 들어 저번에 1회에 탈락한 '밴딩머신' 꽤 마음에 들던데.)

 

4. 극장

최근에 거의 영화관에 가지 못했다. 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는 숀펜이 늙은 락스타로 나왔던 <아버지를 위한 노래>. 그 영화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저 너무 아름다운 얘기들이 '말로만' 나오는 영화는 별로 내 취향이 아니라고만 말해둔다. "두려움이 늘 우릴 구하죠.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단 한 번이라도 두려움을 느끼지 말아야 할 순간을 선택해야 하죠."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은 이럴 거야'라고 말하는 나이에서 '인생이 그런 거죠'라고 말하는 나이가 되어간다." 좋은 얘기다. 그러나 좋은 얘기만을 들으러 극장에 가지는 않는다. 좋은 얘기를 듣기 위해서는 차라리 '힐링 캠프'를 보는 편이 낫다. 극장에서는 (스스로) 가장 보기 두려웠던 것,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보아야 하는 것, TV에서 볼 수가 없는 것을 보는 편이 낫다. 그리고 그 이후에 좋은 생각은 내 머리 속에서만 비로소 만들어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영화를 보다가 영화를 보며 뭔가를 메모하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영화제에 가면 가끔 보는 풍경이지만, 일반 극장에서 보니 꽤 새롭다. 다만 나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면은 있다. 뭔가를 메모해둘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스크린을 들여다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리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영화를 보면서 하는 메모라는 것은 필시 영화가 끝난 이후에 어떤 것이 기억에 남지 않지 않을까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이후 리뷰에 남기지 못하지 않을까) 걱정되서 하는 것일텐데, 영화가 끝난 후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라면 결국은 그것은 글에 쓸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닐까. 머리 속을 비우고 비우고서도 기억에 남아 괴롭히고 있는 것, 아마도 그것이 뭔가 이야기할 만한 것일 것이다.

 

지난 번에 '마이 백 페이지'를 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보지 못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최근 (합법)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이 영화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다운로드 해두었다. (물론 아직 보지는 못했다.) 어떤 누군가가 리뷰에서 이 영화에는 츠마부키 사토시의 영화 필모에서의 '두 번째' 인상적인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물론 첫 번째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조제를 떠나보내고 갑자기 길 한가운데에서 눈물을 터뜨리는 그의 모습을 길건너편에서 찍은 씬이다. 그 씬을 보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가슴아프게 그리고 때로는 매몰차게 떠나보낸 어떤 것들에 대해 얼마나 기억했던가. 그의 두번째 눈물,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가 매우 기대가 된다.    

 

5. 서평단

이번달의 인문, 사회, 과학, 예술 파트(정말 적을 때마다 느끼는건데, 너무 범위가 넓다)의 도서로는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강신주의 <김수영을 위하여>가 선정되었다. 서평단 담당자님의 각고의 노력에는 무한히 감사를 표하는 바이지만, 선정된 책이 그렇게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마이클 샌델의 책은 3권 정도를 보았는데, 이 저자의 책은 더 읽을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었고, 강신주의 책은 나도 추천하기는 했지만, 사실 5권 중에서 가장 안되었으면 하는 책이었다. 그러나 뭐, 어차피 룰에 따르기로 하고, 서평단에 지원한 이상, 성실하게 읽고, 성실하게 써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그러다보면 마이클 샌델(자꾸 '마상달'이라고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게 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탓이다)에 대한 나의 견해가 바뀌거나, '김수영 전집'을 구매하게 될지도 모르지. 다만 한 가지, 우리 인문 서평단 대장님인 가연님의 추천도서가 한 권도 선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서 '선정의 공정성은 확실히 확보되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했다(이 정도 농담은 괜찮겠죠, 가연님..;).

 

하기는 책에 대해서 더 말할 것도 없는 게 일단 문제는 나니까. 하도 오랫동안 책 리뷰를 안 써서 어떻게 책 리뷰를 써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뭐 꼭 책에 대한 것만은 아니고, 다른 글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오늘도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영화 리뷰를 보며 아 글은 이렇게 썼어야했는데...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 쓴 리뷰인 영화 <아르마딜로> 리뷰는 이렇게 써야했다. 글 '아르마딜로 (야누스 메츠 페데르센, 2010): 일상의 전쟁' (블로그 '제5영화관') 뭐 그렇지만 이 분은 전문가니까. 최근에 후덜덜했던 전문가의 다른 글로는 '씨네21'의 정한석이 영화 '자전거 탄 소년'에 대해 썼던 글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씨네21 851호 전영객잔 '무엇이 영화입니까')

 

6. 술

이제 거의 술이 다 깼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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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5-2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중 페이퍼인데 어떻게 이렇게 차분차분, 조근조근할 쓸 수 있는거죠?

마이클 센델을 마상달이라고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건, 그게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영향 때문이라는건 완전 공감돼요. 제가 마상달을 떠올린건 아니지만 '구하라'의 팬이라면 웬지 그래도 될 것 같은 기분. 유투브에 있는 '구하라'도 보셨죠?

영화 볼 때는 아니지만 GV할 때나 강연할 때는 저도 좀 적는 편이에요. 영화를 보고 남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편이 더 나은데 남는 것의 디테일한 면들이 잘 기억이 안 나서 적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대사로 영화를 만들었구나 싶었던건 '인류멸망보고서' 김지운 감독 작품이었어요. 임필성 감독 부분은 신나고 재미있었는데. 실제 일어나고 있는 부조리를 풍자하는 감각이나 봉준호 감독을 데려다놓고 어떻게 저런걸 시킬 수 있을까 싶은 것까지 모조리 보기 좋더라구요. SF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도 한몫했겠지만.

맥거핀님은 잠이 안 와서 이 페이퍼를 쓰셨다지만 읽는 저로선 와, 나도 불면증이 있었음 좋겠다 싶을 정도로 즐거웠답니다. 물론 제가 잠 안 자고 써도 이런 좋은 페이퍼를 쓸 깜냥은 안 되겠지만. ^^

맥거핀 2012-05-23 21:01   좋아요 0 | URL
감사할 따름입니다. 술 마시고 쓰니, 좀더 조심하게 되서 그런걸까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술 마신티 내지 말아야돼..뭐 그런거.;

아..그거 구하라 진짜 재밌어요. 보는 내내 시종일관 키득거릴 수 밖에 없는 그런 내용들..특히 그 인도춤+노래 나오는 장면은 최고였습니다. 병맛과 풍자의 적절한 조화랄까요.

저는 영화끝나고 스맛폰에 메모를 남겨놓는데, 생각의 속도를 손이 못 따라가서 거의 저만 알아볼 수 있게 엉망진창 오타로 막 남겨놔요. 그래서 나중에 보보면 꽤 재밌죠. 이상한 내용도 많고.

아..그리고 인류멸망보고서를 본 몇 안되는 관객이시군요. 확실히 김지운 감독의 그 작품은 좀 너무 설명조였어요. 근데 그 3번째 작품에서 TV뉴스 씬 같은 것은 김지운 감독이 또 연출했다고 하니까요. 그 뉴스에서 나오는 유머들 진짜 웃기지 않았나요. 저도 나름 괜찮게 즐거운 마음으로 봤습니다.^^

Shining 2012-05-23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아름다운 이야기가 말로만 나오는 영화. 촌철살인의 멘트군요.
저는 서서도 자는 사람이라 잠이 오지 않는 밤은 정말 낯설어요;
새벽에 쓰는 글도 이렇게 정갈하시다니, 전 한낮에 써도 흐지부지-_ㅠ

맥거핀 2012-05-23 21:10   좋아요 0 | URL
저는 감동이나 깨달음이란 건 결코 말로는 얻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결국 화면을 보는 것이니까. 이야기가 하나도 없고, 말이 하나도 없어도 아름다움은 오죠.^^

카스피 2012-05-2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100분 토론을 보니 100분이란 시간이 넘 짧더군요.많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대해 당권파 두분이 직접 나왔는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면 어땠나 싶더군요.

맥거핀 2012-05-24 00:17   좋아요 0 | URL
뭐 사실 이번뿐만이 아니라 100분토론은 늘 약간 짧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해요. 정작 중요한 얘기는 못하고 끝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다만 이번 사안같은 경우는 양쪽이 정작 할 얘기는 피하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조금은 받았어요. (김종철 부대표 같은 경우가 좀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듯 한데, 그거 참..어렵고도 역사가 긴 이야기겠죠..)

반딧불이 2012-05-2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록까지 딸린 잠 안오는 밤이라니! 좋아요. 좋아. ㅎㅎ

맥거핀 2012-05-24 23:26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벌써 이제 금요일이 오네요. 금요일도 잘 보내시고, 주말도 잘 보내세요.^^

아이리시스 2012-05-24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맥거핀님은 술을 마셔도 깨고 주무시는 분이신가 봐요ㅋㅋ 술 마시면 보통 잠이 더 온 것 같은데 저 같은 경우에는요. 한 잔 하시고 잠이 안 와야 우린 맥거핀님의 이런 얘길 들을 수 있네요. 맨날맨날 잠 자지 마요!!!

그런데 :)

선정된 인문분야 도서..제가 꼽은 것도 없어서 어쩐지 실망.. 전에 소설에서 인문분야로 바꿔 지난번에 한 번 떨어지고는 왠지 귀찮아져서 관뒀는데(솔직히는 읽을 자신이 없고 리뷰 꼬박꼬박 쓸 자신이 없어서..) 이후로 자꾸 인문분야 도서가 궁금해요^^

맥거핀 2012-05-24 23:30   좋아요 0 | URL
어..방금 전까지 아이리시스님 블로그에서 댓글달고 있었는데..
네..근데 왕창 마시면 쓰러져서 잘자요.ㅋ 조금만 마셨더니 몸에서 알코올을 더 내놓으라고 잠을 안재우나 봅니다.

서평단이라는 거 책에 자꾸 불만가지기 시작하면 못할거 같아요. 그러니 아무 생각없이 좋다고 생각하고 써야죠.^^ 서평단 하세요. 그래야 제가 더 리뷰를 자주 보죠.ㅎㅎ

아이리시스 2012-05-25 00: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건 맥거핀님이 받을 책이니까 이렇게 말한 거지, 서평단 2년 가까이 하는 동안 한 번도 책 불평해본 적 없어요. 처음엔 일주일에 두 권씩 신간을 임의선정해 보내줬는데 그때도 리뷰는 가능했었고, 한 달에 추천 두 권으로 바뀌었을 때는 인간이 참 간사하다 싶었어요. 그냥 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제 내가 보고싶은 책 안됐다고 맘속으로는 실망까지 하는구나.. 그때부터 이미 안해야겠다 했었다는.. 그런데 떨어지길래 아, 내 맘 들켰구나 했죠.아하하. 그때 주로 소설리뷰를 써서 인문에서 떨어졌던 것 같아요. 나 이전에는 인문도 했었고 잘할 수 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지금도 출판사에서 책 많이 받거든요. 써논 리뷰가 많아서 이벤트 신청하면 주로 되는 편이에요. 이것도 참 운이 좋은 건데, 그나저나 제가 맥거핀님 리뷰를 보게 돼서 완전 좋다는^^

맥거핀 2012-05-26 01:32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2년이나 서평단 했었구나...나는 그만 깨갱합니다.ㅋㅋ 그러게요. 저도 아주 예전에 아무 책이나 막보내주던 시절(?) 서평단했었는데, 이제는 추천을 받아서 하니 훨씬 더 나아졌는데도, 책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군요. 뭐 아무튼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볼 작정입니다. 근데 저는 리뷰를 잘 쓰는 게 목표이 아니라, 제 시간에 쓰는게 목표라는..퀄리티 같은 건 없음ㅋ

마녀고양이 2012-05-2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합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발견하고,
신나게 보는 중이랍니다. 그전까지는 TV가 디지털이 아니라서 못 봤는데
하드 디스크에 넣어서 연결해서 보는게 아주 손쉽더라구요. 덕분에 한동안 못 본
좋은(?) 영화들을 잔뜩 받는 중입니다... 500원에서 4000원 사이더군요.

밤의 지하철은 너무 숨막혀요, 힘들구요.
술 많이 드시지 마세요. ^^

맥거핀 2012-05-27 12:32   좋아요 0 | URL
네..뭐 그 정도라면 다운받아 볼만하죠.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집에서 보는 즐거움도 꽤 있잖아요. 집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보는 것이 더 좋은 영화들도 꽤 있고..^^

밤의 지하철은 일단 너무 오묘한 향취들이 나서..힘들어요.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사실 술 마실 시간도 별로 없어요. 마녀고양이님도 건강관리 잘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