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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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우산을 내밀고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빼앗는다. -이것이 은행의 본모습이다.

대출의 핵심은 회수에 있다.- 이것도 역시 은행의 본모습이다.

돈은 부유한 자에게 비려주고 가난한 자에게는 빌려주지 않는게 철칙이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218"

이렇게 들으면 잔인한 은행의 본모습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당한만큼 갚아준다' 는 제목의 '한자와 나오키' 1편은 한자와 나오키라는 도쿄중앙은행 융자과장의 떼인 돈 받으러다니는 고군분투기입니다.  무책임한 모습의 마음에 안들던 서부오사카철강이 부도가 났고 그 부도가 나오키의 은행에서의 자리를 좌지우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기때문인데요. 의도치않은 대출 승인이였는데 그 책임을 고스란히 혼자 지게 된 나오키. 과연 그가 제목처럼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통쾌함을 선사할지, 그러기엔 넘어야하는 산이 너무 많아보이기에 더 흥미로워지게 됩니다.

 

꼬리자르기라는 섬뜩한 이야기부터 시작되는데요. 은행과 중소기업,국세국간의 역할, 자신만의 기술이 있음에도 대기업과 자본에 쉽게 흔들릴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비애, 기업 내부 조직간의 갈등, 그 사이사이에 놓인 꼼수들, 문제를 일으킨 곳이 아니라 문제 해결하는 곳이나 사람을 자신 이익에 따라 흔드는 여러 무리들, 그리고 어느새 꼬리가 되어 잘릴 위치에 놓인 평범한 샐러리맨의 비애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나오키를 따라가며 응원하게 됩니다.

 

계획적으로 감춘 돈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추격물이자 사람들 사이 관계가 어찌될지 지켜보게하는 재미까지 양쪽의 관심을 놓지않고 볼 수 있는데요. 돈을 찾기 위해 나오키가 자신들의 무리를 만들어 일을 풀어가는 과정도 실감나지만 그가 해가는 일들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던 복수인걸까 ..싶을정도로 '당해도 싸다'싶은 인간들이 무릎꿇는 모습은 그 전부터 안하무인인 이들였기에 배의 통쾌함을 주게 됩니다.

 

"이 세상에는 법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말 말이야. 당신은 그걸 잊어버렸어.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원망하려면.."

"가끔은 정의도 이긴다!" -392

은행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을 지닌 저자 이케이도 준의 이야기는 이런 시원함과 함께 등장하는 이들 모두가 처음부터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각각의 사연도 보여주기에 사람을 미워할수 만은 없게 만들어주는데요. 그래서 한자와 나오키의 모습이 더 빛을 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에서나 당당하고 자신의 꿈을 놓지도 않지만 그러기위해 누군가를 배신하지도 않기에요.

 

그의 마지막 일격이 계획대로 될지, 그리고 그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더 만날 그의 활약도 기대하게 하는데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억울한 비슷한 일들을 겪기도 하기에 가끔은 정의도 이긴다는 말이 더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계속 꿈을 꾼다는 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려운 일이야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는 사람만이 계속 꿈을 꿀 수 있지. 그렇지 않을까?"-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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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탈출 - 혼자서 하는 도수치료 홈 클리닉
고태욱 지음 / 청년정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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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몸이 개운하다는 사람 본 적이 없습니다. 어깨, 등 아프다는 건 기본인 사람들, 심지어 아이들도 일어나 몸이 찌뿌듯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 을 하기도 하니까요. 혼자서 하는 도수치료라는 말은 그래서 저를 혹하게 합니다. 아플때마다 병원 찾기는 힘드니 스스로 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지식을 널리 공유한다면 더 좋으리라는 얄팍한 생각때문에요.

 

"우리 몸의 정렬 상태를 스스로 체크하고 자각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쉽게 몸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8

물리치료사로 오랜 시간을 보낸 저자 고태욱님의 말인데요. 몸의 원리, 통증이 왜 일어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디가 아프니 이 곳을 치료하자는 게 왜 맞는 말이 아닌지도 알려줍니다. 통증을 상쇄하기 위해 몸은 다른 곳으로 자신의 약한 부분이 해야하는 움직임을 이동해가며 균형을 잡으려 노력한다는 거죠. 그렇기에 통증이 없다고 건강하다 자신할 수 없다는데요. 일어날 때 몸이 뻣뻣하다던가 붓는다 혹은 소화가 안 된다던지 오후의 피곤함, 나도 모르게 어딘가 손이 올라가 주무르는 곳 등이 이미 몸 어딘간 이상이 있음을 나타내는 징조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알게 모르게 나타는 신호들을 잘 살펴야 더 큰 아픔을 미연에 방지할 뿐 아니라 다른 병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줄 수도 있기에 건강유지도 가능하다는 데요.

 

"마른 수건으로 바닥에 흘린 물을 닦으면 잘 흡수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도구를 이용해 딱딱하게 굳은 부위에 압력을 가하고 비틀어 풀어줘야 수분을 흡수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몸이 바뀌는 효과를 보게 된다."-28

우리 몸 부분을 연결해주는 근막의 중요성을 다들 알고 있으실텐데요. 그 근막 역시 적정 수준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어야 하나, 같은 동작의 반복성등이 특정부위에 부하를 줌으로써 수분을 잃어 딱딱해지게 된다고 합니다. 건강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폼롤러, 공,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알지 않을까 합니다. 얼마전 한 프로그램에서 여러 병원을 다녔음에도 통증의 원인이 나타나지 않아 힘들었는데 간단한 공 마사지로 통증이 개운해졌다고 좋아하는 분을 본 적이 있었는데요. 내 몸의 그런 부분을 셀프진단과 테스트, 통증 부위별 셀프 도수치료법을 통해 진단해보고 사진을 보고 따라하며 조금 더 몸을 가볍게 해 볼 수 있습니다. 

 

"몸을 알면 문제가 풀린다"

간단하게 보이는 동작들을 따라하며 이상이 있는 부분이 주는 아픔과 개운함이 신기하다 싶어집니다. 그러면서 몸의 고유수용감각의 중요성도 알게되는데요. 몸의 위치, 감각, 긴장,협응력 등에 대해 인지하는 것을 고유수용감각이라 하는데 그렇지 못 할수록 오감에 의존하게 된다는 겁니다. 한발서기를 할 때 눈을 감으면 더 빨리 균형이 무너지는 사람들은 평소 균형을 시각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는데요. 이렇게 오감에 의존하면 더 쉽게 피곤하고 부상이 잦다는 하니 몸의 정렬상태를 알아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그만큼 몸을 오래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곧 그 말은 낡았으니 통증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이다 라고들  하는데 꼭 그렇지 않다는 것과 이미 생긴 통증도 줄일수 있다하니 반가워지게 되는데요. 그만큼 나쁜 자세가 주는 커다란 파괴력이 무섭다는 것도 알게 되니 조심하자 하게 됩니다. 흡연보다 나쁠 수 있다는 오래 앉아있기,알려준 스트레칭도 물론 하겠지만  우선 제일 먼저 고쳐보자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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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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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평판은 너무 좋아서 당신이 제안한 그런 더러운 일을 거절했다고 위태로워질 리 없습니다. 저는 제 의뢰인이게 무례히 대하고 싶지도 않고... 하지만 나쁜 일을 한 대가로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충고 하나 드리지요. .."25

더할것도 뺄 것도 없는 , 말 그대로 딱  신사다운 태도로 탈링은 수상한 손튼의 사건 의뢰를 거절하는데요. 거절뿐 아니라 멋진 충고까지 날립니다. 한 눈에 의뢰자가 어떤 인간인지 파악하는 탈링과 말없이 보는 것만으로 사건 해결하지 않을까 싶은 링추의 날카로움은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만으로도 모든 사건을 다 풀어내겠다는 기대를 주는데요. 그렇게 만난 손튼이 며칠 후 공원에서 수선화 한 다발과 함께 죽은 채 발견되면서 그들의 실력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손튼이 범죄자로 몰려고 했던 여인 오데트 라이더, 이미 백화점에서 횡령을 저질러 손튼에게 의심받고 있던 밀버그 , 손튼의 과거 행적, 그의 죽음으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물려받게 된 탈링,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서도  속을 알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하는 링추,손튼에게 애정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신이 나간것으로 보이는 범죄자 샘, 그들 모두는 사건에 얽히지 않은 듯 묘하게 얽혀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이런 인물들에 사건 현장에 놓여있던 수선화와 '자화번뇌'라 쓰여진 채 남아있는 종이는 이 사건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거라는   암시로 느껴지게 됩니다.

 

 

어딘가 옛스럽게 보이는 인물들의 말투나 사건의 전개에서 시간의 흐름을 볼 수는 있지만 사건은 거듭 일어나며 추리물의 매력을 잃지 않습니다. 스릴러물 작가이면서 킹콩의 원작자인 에드거 월리스의 작품이라서일까요. 사건의 진범이 누군지 쫓아가는 와중에 싹트는 사랑까지 보여주면서 20세기 추리물의 낭만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럴 줄 몰랐던 이에게 찾아 온 사랑은 철저할 것 같았던 탈링도 말랑말랑해진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범인이라 오해받으면서도 끝까지 입을 열지 못하겠다는 이(그게 오히려 자신이 진범은 결코 아니라고 돌려 말하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만), 그리고 사랑에 빠지게 한 오데트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나올때마다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할게 틀림없을 탈링의 변화는 은근 보는 재미가 있어 그들의 사랑 결과가 어찌될지 들여다보게 합니다.

 

 

'흰 얼굴의 남자'라던가 '작고 작은 여자'라며 누군가를 지칭하는 낯선 단어들과 '수선화'라는 게 여러 뜻이 될 수 있다는 것, 고백하게 만드는 게 증거가 아니라 고문이 더 빠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던지 등의, 여러 복잡한 계산에 따른 게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시작된 사건과 그 뒷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요.  사건의 범인은 아니지만 그 사람보다 더 나쁜 인간도 있다는 것도 보여주면서    진범보다 더 나쁜 인간은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그렇담 그 시대 마땅한 벌은 어떤 게 될지도 궁금해지게 됩니다. 

 

 

 그 분을 사랑했다는 눈물의 자술서부터 수선화가 피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이들의 대화까지 용의자를 점점 추려가면서도 사건이 왜 그렇게 된 건지 궁금해지게 만들고, '그랬구나'라는 틀을 완성해가는데 이게 추리 고전의 묘미아닐까 하는데요. 사건에 늘 인물들의 사랑을 넣지 않을까 싶은, 에드거 월리스의 미스터리가 또 뭐가 있을지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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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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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나들이 온 가족과 눈이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아직 외출이 이르다 싶은 갓난아기와 그 아이에게 지금의 봄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아버지, 그 뒤를 한가로이 거니는 엄마였는데요. 이것 꽃이고, 저건 호수고 지금 날씨를 봄이라고 하는 거야 ... 등등을 속삭이는 게 분명한 아빠의 눈빛은 나를 웃게 했습니다. 세상 모든 걸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은 그가 얼마나 행복한지를 충분히 알 수 있었으니까요. 내 아이든, 조카든, 사랑하는 꼬맹이가 있는 이들이 그들을 보며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되듯 아픈 아이로 인해 반대의 상황에 놓인 이들을 바라보는 건 역시나 그 마음을 짐작하게 하기에 아픔과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의 행위는 논리적으로 옳았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하리마 씨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 논리적으로 옳은 행위인데 왜 그렇게 느껴질까요? 그 이유는 인간은 논리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기 때문이에요."-342

인간이 논리만으로 결정하기 쉬운 일은 별로 없다는 걸 히가시노 게이고는 보여줍니다. 뇌사상태에 빠진 아이와 누군가의 장기 이식만 기다리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이, 각각의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부모의 모습은 지나치다 싶은 부분을 보면서도 옳다, 그르다 라고 말 할 수 없기때문인데요. 비록 의사는 뇌사 판정을 내렸지만 금방이라도 눈 뜰 것같은 아이를 포기할 부모가 어디 있겠으며 장기 기증이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지만 내일이면 누군가 나타날거고 그러면 우리 아이는 건강해질거라는 희망을 버릴 부모가 어디 있을까 싶은 걸 알기에 누군가의 입장에도 서지 못하고 서로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만을 기다려보게 됩니다.

인어공주처럼 예쁘게 잠든 미즈호가 일어나길, 유키노에게 맞는 심장이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기대하게 되는데요. 읽어갈수록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됩니다. 살아있다는 게 어디까지인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데요. 다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구나 하게 됩니다. 사고 후 많은 경우가 있다는 걸 들어왔음에도 우리와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명확할거라는 막연함만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가 누구의 입장이 되도 그럴 수 밖에 없겠구나 라며 여기 모두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을 보입니다. 가족들 앞에서 칼을 들 수 밖에 없었던 엄마,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가족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는 걸 알기에 말이죠. 어떤 이유로든 받아들일 수 없는 이별이 느껴질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맞는 걸까요? 가슴이 시키는대로 최대한 이별을 미루는 게 나은건지, 머리가 시키는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게 나은건지,머리와 가슴이 함께 하는 인간이기에 혼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미리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걸 느끼게 되는데요.

"이 아이는 살아 있어요!"

과학와 인간, 부부와 남남,부모와 아이, 뇌사와 장기 기증, 살아간다는 건 그 단어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 살아있다."에 대해 나는 얼마나 생각해봤나를 알게 되는데요. 그렇지 않았던 이에게는 고민과 선택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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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을 좋아합니다 - 초록 지붕 집부터 오건디 드레스까지, 내 마음속 앤을 담은 그림 에세이
다카야나기 사치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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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 앤'이 그려진 책을 들고 있는 엄마를 보고 아이가 말하더군요. 빨간머리 앤이 좋아했던 옷은, 그리고 억울해 했던 일은??,,, 그러더니 앤을 자신이 책으로 읽었나, 티비로 봤나... 라고 묻더라구요. 그 질문에 아이가 어렸을 때 티비에서 나오는 빨간머리 앤에 집중하는 걸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났습니다.(아이는 그 후에 책으로 읽었던 기억도 있다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아이와 나의 세월 차가 얼만데, 같은 걸 좋아하다니 기분이 묘해졌거든요. 물론 그만큼 앤에게 매력이 있다는 거겠지만요.

 

저자 다카야나기 사치코님은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앤에게 푹 빠져있다는 것이 느껴져 더 신기해집니다. 직업으로 '빨간머리 앤'이나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여러 소설 삽화를 그린것 뿐 아니라 실제로도 빨간머리 앤이 사는 '초록지붕 집'을 닮은 초록색 지붕의 아틀리에에서 살고, 앤이 말한 나무나 꽃을 찾아 심기도 하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깔개를 만들어보곤 했다고 하니요. 책에 빠지는 느낌이란 어떤건지 제대로 알거 같은데요. 그녀가 사랑하는 앤의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상상속으로 꼬리를 물며 나만의 기억으로 만들어갔던 어렸을 적 앤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치코가 말하는 앤의 모습에서 몰랐던 앤의 이야기들을 알게도 됩니다. 매슈아저씨가 앤의 옷을 사고싶어 가게에 들렸지만 평소의 이미지때문에 옷 달라는 말을 못해 결국엔 린드부인에게 상담해야했다는 것이나 앤이 퍼프소매가 달린 드레스를 너무 좋아했다는 거, 에이번리 학교 친구들이 앤에게 준 선물들.. 등등이 잊었던 앤과 에이번리 사람들의 이미지를 조금씩 구체적으로 만들어주게 되는데요. 앤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그 때 내 눈에는 중요해보이지 않아  그냥 넘어갔구나 싶어집니다. 

 

역시나 "앤" 하면 떠오르는 건 빨간머리와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으려했던 당당함입니다. 물론 그녀도 속으로는 많이 떨었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말이죠. 그 당시에는 나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때면 "앤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용기를 내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그녀를 이렇게 잊고 있었나 싶어지게 됩니다.

 

얇은 선과 색으로 채워나간 앤, 자작나무 숲, 끝내 모습을 볼 수 없는 레이어 케이크,요정, 다이애나, 그리고 길버트, 거기에 사치코가 거기에 더해준 그녀의 이야기들은 반가움을 주는데요. 왜 앤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지 알겠다 싶어집니다. 물론 그건 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만이 아는걸텐데요. 다시 '빨강머리 앤'을 찾아서 딸아이와 읽어봐야겠다 싶어집니다. 시간이 흐른만큼 더 많은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고 할 말도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데요. 이번에 새로생길 우리만의 이야기는 뭐가 될지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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