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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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이야기를 꺼낼꺼라 생각했던 이가 짧게 꺼낸 평상시 이야기나 기대하지 않은 유머는 듣는 내 마음을 예상치도 못하게 가볍게 만들곤 한다. 아마도  진지한 이야기를 들을 꺼란 생각으로 지레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던  준비과정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야기를 읽지는 않았지만 읽을때마다 외로움, 그리고 그리움이 신경숙님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 분 이야기에서 내 외로움과 그리움을 끄집어내서 눈물을 그렁그렁 하게 만든적도 여러번 이였으니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말없는 달에게 쏟아내는 절절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읽어가며 오랜만에 빙그레 웃는 나를 보게된다.

 

"너,강냉이지'로  어디선가 마주칠지도 모르는,  이름은 잊었지만  그 사람이 틀림없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사람은 나를 무엇으로 부를까? 싶게 만드는 이야기나 '그러게 말이우'가 얼마나 다정하고 정이 많아야 나올수 있는 말인지를 알게 된 이 나이기에, 지금은 그 모든 게 사랑이구나 싶어 짠한  우리 엄마들의 대화, 초저녁이 지나 자정이 지나 달이 질 때까지   '예쁘다"라는 그 짧은 단어만 가지고도 꼴딱 날 새게 할수 있는  나도, 내 친구에게도 있는 '왕년에'  이야기, 누군가를 보면서 이제서야 느끼게 된 '저렇게 사는 것도 좋았겠구나...' 등,  가끔  새벽 찬 바람이 지나가는 한적한 거리를 보며, 그리고 문득 고개들어 바라본 달님에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는데.. 라고 말했을 이야기들이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한번씩은 그렇게 생각하는 거구나 싶어   반갑다 싶어진다.

 

우리는 그렇게   비슷하게 살아가나보다. 달에게 들려주겠다는 이런 저런 이야기에 웃음도, 반가움도 생기고, 그리고 이것 하나만은 끝까지 남겨둬야지 싶었던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깊은 추억이 되는구나 싶어지기에   누군가 어떤 이야기라도 말한다면  "그러게 말입니다" 해주고 싶어지는  이 시간이 너무도 가벼워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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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들이 온다 사계절 1318 문고 83
윤혜숙 지음 / 사계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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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기수가 뭐예요?" 

 

전기수... 어디서 들어본듯도 그렇지않은 듯도 한 '전기수' 수한의 이야기가 우리를 조선어학회와 무성 영화, 그리고 변사의 세계로 끌고간다. 돈 받고 이야기를  읽어주는 아이 '수한'은  밥보다 책을 사랑하고,  책을 듣기위해 모인 아이들과 어른들 사이로 눈물, 콧물을 쏙 빼기에 ' 그 스승 도출의 그 제자' 라는 말을 들을 만큼  이야기를 맛깔나게 끌고 가는  신통한 재주를 가진 아이이다. 전기수라는 책 읽어주는 직업이 '딱'인 아이라는데,  어떤 솜씨일까? 수한이의 앳된 모습에 한소리 하던 사람들이 그가 끌고가는 이야기에 눈물과 웃음으로 '그래서 그 다음은,,,' 하며 궁금해하는 모습이 그려질만큼 대단한 솜씨를 가진 수한이지만  달라진 시대라며, 책 읽어주는  소리보다는 변사가 들려주는 무성 영화를 보기 위해 몰려가는 사람들때문에 고민이다.

  

 

나나 울 아이들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 왜일까를 생각해보게된다. 자꾸만 수한에게 심청이가 잔치벌이는 대목만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장생처럼 듣기만 해도 마음이 즐겁다거나 대부분 이야기의 끝을 맺는,  좋은 이들이 결국은 행복해진다는  우리의 바램과 희망이 담긴 마음때문이였을 것이다 싶다. 이렇게 이야기가 주는 막강한 인기를 안았던  전기수에서 변사로의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스승 도출과 이미 유명 변사가 된  최 한기가 버리지 못한 '최고'라는 재능에 대한 질투, 도출의 제자인 동진과 수한 역시 그러한  재능과 욕심으로 보이는 갈등은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가 가진 곳에서 변하게 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우리 말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을 잡아들이기 위한 일제의 음모라는 여러 이야기가 어울어져 전기수라는 낯선 직업이 어느 새 우리를 그 시대, 아마 영화도 사람도 흑백임에 틀림없었을 시대와 이야기의 힘이라는 이야기속으로 우리를 끌고간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그 다음은요?' 하는 궁금증에서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 소리에 잠이 들며 그 꿈을 꾸던 아이들, 그 마음 그대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그 직업으로 명성을 얻고자하는 이들은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가진 비밀을 예전 소년들이 가졌던 꿈, 야망, 그리고 순수를 통해 우리 눈으로 보게된다.

 

재주가 최고라고 믿는 이들 사이에서  끝까지 무엇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이 되는 이야기' 를 해야 하는 것이 진짜 전기수라는 고집을 꺽지않던 스승 도출의 뜻을 알게 된 제자 수한, 그들이 만들어가는 믿음과 떠밀리는 혼란에서 우리가 지금까지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 그리고 이야기가 가진 진실이라는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마다 제격인 품이 있듯이 사람도 그런 게야."

"아, 옷차림에 그런 깊은 뜻이 있는 줄 몰랐어요. 역시 사람은 오래 살아야 한다니까요."

장생이 제 말실수를 알아채고 입을 비트는 시늉을 했다.

"오래 살아야가 아니고 배워야 한다고 하는 거야."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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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살인 - 하야카와家의 이중생활 하야카와가(家) 시리즈 1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리버스맵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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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이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가족들이다. 먹으면서 싸우면서 아침 출근을 서두르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평범한 가족들,  고미술상인 엄마, 프리랜서 르포작가 가쓰미, 변호사인 게이스케, ,인테리어 디자이어인 딸 미카, 고지식한 경찰 막내 마사미... 나열하고 보니 이 정도면 평범한 게 아니라 다들 나름 전문직인데다 인물들도 꽤나  괜찮은 듯한...그러고보니 상위 10%안에는 들듯한 이들이다.

 

그러나, 둘째 아들 게이스케는 자신이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엄중한 의무 정신으로  의사였던 꿈을 변호사로 바꿨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지나친 가족애가 아닐까, 막내가 경찰인데 변호사까지... 싶었는데 사실 게이스케는 감추고 있는 자신 가족들의 직업 속 직업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미술품 절도범인 엄마, 배반자를 찾아다니는 킬러 가쓰미, 사기꾼 미카가  너무도 고지식한 경찰인 마사미 손에 잡히는 비극만은 막아야 된다는 생각으로 변호사를 택한 것이다.

 

 이제껏 한번도 부딪치지 않고  굴러가던 그들 가족이 만날지도 모르는 사건이 드디어 발생하게 된다. 석유왕 다치바나가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왔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는 다치바나의 다이아몬드를 노리게 되고, 형은 그의 목숨을,여동생은 그를 등쳐먹으려 하고, 남동생은 목숨을 걸고 그의 다이아몬드를 지키게 된 것이다. 다치바나가 묵은 호텔 주변으로 모두 모인 가족들, 이 복잡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게이스케는  서로가 알기전에 모두 다 뿔뿔이 흩어질만한 계획을  짜느라 고군분투 하지만,  갑자기 시체가 나타나게되면서 모든 일이 더 꼬이게된다.

 

마치  '달콤,살벌한 연인'이 아닌 '달콤,살벌한 가족' 이라고 해야할까,  사랑을 꿈꾸는 늘어가는 커플들 사이로 하나씩  등장하는 킬러, 그리고 시체와 다이아몬드 도난이라는 사건이 어울리며 로맨스,잔혹,비극,그래도 누군가는 쟁취한 사랑이라는 모든 요소들이 다 들어있어 영화로 보게되도 재미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끝 부분의 원치 않은 지나친 반전으로 앞 장면의 어울리는 반전의 맛을 많이 없애긴 했지만 역시나 "삼색털 고양이 홈즈"를 탄생시킨 아카가와 지로답게 무거운 사건들 사이로 톡톡 튀는 인물들의 설정이 재미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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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의 비밀을 알고 싶니? : 약학 주니어 대학 5
김선 지음, 이경석 그림 / 비룡소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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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칠일간다' 는  얘기에 웃음보가 터진적이 있다. 그만큼 약을 먹으나 안 먹으나 일주일은 고생해야 감기가 떨어진다는 말일터인데, 약을 평소 좋아하지 않는 내가 자주 애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나도  철이 바뀔때마다  고생하는 비염이 시작될때면 병원에 즉각 가게된다.  연거푸 나오는  콧물과 재채기는  약을 먹어야만 끝난다는 걸 이미 여러번 체험했기때문이다.

  

이렇게  '병이 왔다' 싶으면 찾게 되는 약은 언제부터  많이 사용하게 된건지, 왜 식후 30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먹어야하는지,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면서도  복용이 쉽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신약 개발의 비밀을 알고 싶니?'는  약학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면서도 약학에 대한 호기심을 새롭게 키워줄만큼, 약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버드나무 껍질을 달인 물을 마시면 열이 내리고 아픈 것을 가라앉힐 수 있다는 사실만을 알아 사용했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특정 성분을 알아내 아스피린이란 약을 만들었다거나 화학 무기로 사용되기 위한 '질소 머스터드'가 새어나오는 사고에 노출된  사람들의 달라진 림프구 숫자의 변화를 보고 지금 쓰이는 림프종 치료제가 되었다던지, 임산부를 위해 만들어졌다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쓰임이 금지되었던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생각을 바꾸어 보니 황반변성이나 암의 치료제로 쓰이게 됐다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받아오던 처방전안에 숨어있는 많은 약들의 개발과 쓰임, 그리고 몸에 주는 영향에 대한 궁금증을 새로워지게한다.

  

  내가 내 몸을 제일 잘 아는 듯해도 약의 결합이 어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지 모르기에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흔한 문구가 중요한 것이라는 것과 적은 양은 효과가 없고 너무 많은 양은 내 몸에 독이 되는 고로  약의 제대로, 옳은 사용법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지만, 특허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제약회사와는 다르게 자신의 발견을 아픈 이들을 위해 나눈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약학 부분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신약 개발을 위한 자신의 호기심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나와있어 더 많은 궁금증이 생기게 하지않을까 싶다.

 

그렇게 호기심과 관찰,그리고 실수가 약의 역사를 바꿨다는 이야기가 무심히 넘기던 일들과 호기심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과 신중함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 알게되는 시간이 되지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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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뿔났다 -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환경 교과서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4
남종영 지음 / 꿈결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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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른 여름 햇볕, 그러면서도 쌀쌀한 바람이 부는 날씨는  학교가는 아이들 옷차림을 어찌햐야하나 하고 매일 아침 나를 우왕좌왕하게 한다. 거기에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는 날이 많아져 아예 우산을 아이들 가방에 넣어보내면서 언제 우리 나라 날씨가 이렇게 된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한다. 

  

삼한사온 날씨탓에 제주도에서 나오는 귤부터  이모작이 이루어진다는 지방이 어디인지 외워야 했던 우리 '사회'랑은 다르게 아이들 교과서로 보이는 내용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언제부턴가 평야란 이름이 사라졌고 지방의 특산물, 시기별 과일들이 사라진 것이다.  우리 나라가 아열대 날씨로 변하고 있기에 농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점점 북상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주를 대표했던 감귤과 한라봉은 남해안의 고흥과 완도에, 보성하면 떠오르던 녹차가 이제는 강원도 춘천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이제서야 알게 된다.

 

농작물의 재배장소가 달라질수 밖에 없는 이유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일들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적어나간 '지구가 뿔났다.'에서 지구가 이미 뿔이 나도 단단히 나서 보이고 있는 증상들을 보고 나니 지금 일도 당장 걱정이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또 어떤 모습일지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수 없다.

 

'북극 진동'이라 불리는 환경의 변화, 인간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한 동물들을 가볍게 봤기 때문에 시작 된 '제6의 대멸종', 그리고 과학의 발견이라 좋아했던 일들이 불러 온 석면과 원자력의 공포, 가습기 살균제 사건등 우리가 '당장 나는 괜찮으니까' 라고 생각할 수 없는, 과학과 경제의 발전으로 가까워진 지구의 몸살에 같이 전염되고, 아플 수 밖에 없는 가까운 이웃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다시 보여 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 심지어는 히말라야 산맥에까지도 놓고 온다는 고산 쓰레기,쓰레기들로 이루어진 섬과 비무장지대에 돌아온 동물들 이야기가 인간들이 자연에게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지게된다.  한때는 혁명과 혁신이라는 이름을 들었던 일들이 '그 때는 몰랐다' 는 이야기로 지나갈 수 없는 건,   결국 그걸 몸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우리가 사랑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일것이다.  

 

우리가 한해 먹는 쌀이 74kg인데,설탕 소비량은 년 26kg이라는 통계를 보니  쉬운 외식, 간편한 음식으로 한끼 때우던 습관이  우리 몸을 이미 노예로 만들어버린 설탕의 힘일수도 있겠다 싶다. 앞으로는 외식을 할때도 조금 더 신중하게 음식을 고르자는 이야기를 하게된다. 아마 이런 것이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에 맞는 이야기가 아닐까. 아직은 작지만 이렇게 하나씩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지구를  지켜주는 일이 되지않을까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하이데거는 근대 과학 기술은 근원적으로 폭력성과 파괴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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