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도미난스 - 지배하는 인간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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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을 지배하는 자", 굉장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르면서도 결국은 비슷하게 다가오는  배트맨, 슈퍼맨부터 엑스맨등등의 영화가 늘 인기있는 건지도 모른다.  보통 사람들과 굉장히 다른 힘을 가진 누군가의 등장은 나였다면..이란 상상을 하게 하고, 또 그런 능력을 가졌다면 악당이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못된 생각까지 하게 한다. 그런 힘을 가졌다면 한번쯤은 누가 진짜 강자인지 가려보고 싶겠지만 또 굳이 뭐 그럴꺼까지야... 그냥 나만의 공간을 누리며 살아보겠다라는 소박한 상상으로 '어느 날 하늘에서 그런 힘이 뚝 떨어졌으면' 하고 말도 안되는 꿈을 그날만은 기대해보게도 된다.

 

호모 사피언스를 뛰어넘은 신인류,  호모 도미난스라 주장하는 인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자신이 던진 명령에  사람들을 복종하게 하는,  정신조종능력을 가진  호모 도미난스는 이유는 모르지만  선(先) 호모도미난스가 죽을때 근처에 있던 누군가에게 그 힘이 전해지면서 또 다른 호모 도미난스가 되게 한다.  현 인류에게 위협이 될수밖에 없는  그들을 막으려는 류잉춘이 만든 백원단(그들을 흰원숭이라 부르기에)과  수단에 상관없이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는 열의를 보이는  저우환위가 속한 방바재단, 그리고 자신들의 능력에 제한을 두려는 백원단을 막고  또 다른 세상 만들기에 욕심내는 슈란과 명준이 함께 하는 팀, 그리고  자신의 힘을 주체못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된  십대 소년 스스미까지 나타나면서 아슬아슬  힘의 균형을 맞춰가던 호모 도미난스들의 싸움이 시작된다.

 

 머릿수 싸움이 될줄로만 알았던 그들의 대립은  백원단이 능력 제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백원단과 인간을 인질로 잡은 나머지와의 싸움이 되게 된다. 자신에게 또 다른 능력이 생겼다는 걸 알된 백원단의  시현은   그들이 그 비밀을 풀기전에  끝을 봐야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영화나 소설에서 보곤 하는 누군가를 조종하는 능력과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힘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역시나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힘의 사용보다는  절대적 힘에 의존해  변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에 더 집중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나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게된다.  다른 이가 중심인 세상이라 괴로웠다면서  힘을 얻게 되자 본인이 싫어하던 이들보다 더 못되게 자신만을 위해 힘을 쓰는 자들과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점점 자신의 생각만이 중요해지는 사람들, 그리고 타인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더 키우려는 자들의 다른 모습에서 난 어떤 모습을 선택할지 말이다. 맘대로 타인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무조건 좋지않을까 했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언제든 받아낼 수 있는 "네"는 오히려 차가운 "아니오"보다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거나 순간의 화로 소중한 사람들을 해칠 수 있는 자신을 혐오하게 되는 이들의 모습은   능력에 맞는 사람이 가지지 못한 힘은 결국 독으로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된다.


생겨난 힘은 또 다른 힘을 만들고 다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는 한 편의 영화같은 이야기에서 언제나  힘을 원하는 인간의 진화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더 궁금해지게 된다.

 

 

'안 된다'는 말을 오랫동안 듣지 못하면 누구라도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히게 된다.-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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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술사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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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의 괴담 이야기를 전해주는 '오치카'가 돌아왔습니다. '흑백' 과 '안주'에서 누군가가 들려주는 괴담으로  고향에서 있었던 슬픔에서 조금씩   세상 사람들쪽으로  눈돌리게 된  오치카는  '피리술사'에서도 기이한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겪게도 됩니다. 시간이 지나 달라진 점이라면  이야기하러 찾아 온 사람들의  깊은 슬픔까지  헤아리게 된 거 아닐까 해봅니다. '화자'는 이야기를 하고, '청자'는 들은 이야기를 버린다 라고 했지만 갖가지 사연들을 들으며 이승과 저승의 길이 그리 멀지도 않으며 또 가는 그 길이 각자 자신의 행동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받아들이는 담대함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굴을 비춰보면 그들을 상상도 못한 방법으로 헤어지게 만든다는 '다마토리 연못', 무서워보이지만 사실 친구들의 따뜻한 우정이 들어있었던 '기치장치 저택', 사람들의 악의를 뚫어보지만 울음으로만 전달할 수 밖에 없어 슬픈 운명을 맞이해야 했던 아기 스에키치의 이야기 '우는 아기', 이상한 목소리를 직접 듣게 된 오치카가 눈의 따뜻함도 느끼고 모여서 괴담을 나누는 사람들도 직접 만나봤던 '가랑눈 날리는 날의 괴담 모임', 마구루라는 원한으로 똘똘 뭉친 존재를 만나지 않는 게 좋은 건지 그 어떤 것을 만나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좋을 지를 생각하게 하는 '피리술사', 24절기에 해당하는 날이 되면 얼굴이 바뀌는 남자가 겪는 이상한 이야기 '절기 얼굴' 이렇게 6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다르면서 같고,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가리면서도 다음을 안 볼 수 없는 공포 영화처럼, 무서운 대목들이 중간 중간 튀어나오지만  그 다음이 또 궁금해지게 하는 이 모든 이야기 끝에는   왜 이런 결론을 가지게 됐을까  생각해보게 된다는 것이 미미여사의 이야기  맛이 아닐까 합니다.   괴담 모임을 만든 이즈쓰야 시치로에몬이 자신이 괴담에 빠지게 된 이유가, "사람의 지혜나 이치가 닿지 않는 일들에 대해 알고 사람의 분수를 헤아리게 됩니다. 혼백이 덜덜 떨리면 때가 떨어지고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집니다."(207) 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오지만 우리가 괴담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에 누워 듣던 이야기가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옳은 방법을 돌려 말했던 것처럼 괴담 역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더래도 그런 일이 생겼을까를 생각해보게 만드니 말입니다. 하지 말라는 연못에 얼굴을 비춰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거나 자신의 악의를 알아차린 아이에게 한 행동으로 결국 자신의 아이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엄마가 되었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은 지금 우리가 다른 이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한 행동이 언제가는 다시 돌아오는 거라는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마땅히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도 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자신을 '상인'이라 부른다는 의문의 남자가 오치카를 찾아 오게 될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악인이기만 한 것은 아닌것으로 보이는 상인과 어제의 아가씨가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된 오카쓰, 그들은 어떤 일로 만나게 될지...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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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을 위한 청소년 글쓰기
김세연 지음 / 푸른영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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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학년이 올라가면 나아질줄 알았는데,   아직도 제일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숙제가  글쓰기다. 수년동안  교과서에 나온 소설이나 시 등  들었던 내용만 해도 글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제 쓰려구요." 라며  종이를 준비해놓고   첫 자 쓰기까지가 몇 시간이다. 그런 후 겨우 끝냈다 해서 내용을 슬쩍 보면 이만큼 쓰기위해  그리도 고민했던 것인가 싶어 휴 소리가 절로 나기도  한다.  의견은 두리뭉실하고 결론은 늘 "그래서 좋다 나 나쁘다" 로 비슷하게 끝나서  어제 쓴 글이나 오늘 쓴 글이나 다른 주제에 맞춰 쓴 글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심이 간 "중 고등학생을 위한 청소년 글쓰기" 이다.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부터 짧은 문장이 왜 힘이 있는지, 이해하기 쉬운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리적인 글쓰기는 무엇인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과   자기소개서,논술 쓰기의 핵심까지 6장으로  나와있어, 아무래도  중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글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글이 되는지를   스스로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부모님이라면   5장, "좋은 글을 쓰기 위하여"  부분을 더 눈여겨 봐야하지않을까 싶다.  아동 문학가이자 아이들 글쓰기 교육을 위한 일을 하시는 이 오덕 선생님이 말씀하신 '개념적인 글(208)' 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개념적인 글이란  직접적인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암기된 지식을 나열하는 글쓰기라고 한다.  주입식 교육에 의해 길들여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보다는   다 그렇다고 생각할만한    옳은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거기에 맞춰 써가고 있기에  쓰는 아이도 재미가 없고 읽는 나도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였을까 해보게 된다.   글을 읽는 재미는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그 사람의 생각이 나오는 과정이 중요한건데, 남들이 그렇다니까 라는 근거로 글을 맞췄던 건 아닌지... 만일 아이들이 더 어리다면 어떻게 글을 쓰게 해야하는지 생각해 볼 대목이 아닌가 한다.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역시 자신들의 초고는 엉망이라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고 했다는데, 긴 글은 써보지도  못한  우리들이 글쓰기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래도 어떻게 바꾸는게 더 나은 글이 되는지,  어떤 방법이 더 좋은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알고 반복 연습하다보면   점점  글쓰기가 나아지지 않을까 해보게 된다.

 

 

"글을 못 쓰는 이유는 자신의 경험에 그만큼 무관심하다는 뜻이다."(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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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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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진정한 죄와 벌은 누가 내릴수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을 갖게 한 책이다. 의도치 않은 살인이라며 45년 구형을 받은 이들도 있고 집에 들어온 도둑에게 과잉방어를 했다며 형을 받은 이들도 있어 지나친 판결과 바른  판결은 과연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게 진짜 옳은 것이였는지는 누가 판단하는 것일까란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인지라 ' 각각의 사건에는 각각에 맞는 결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192) 란 게 어떤  것일지 판단이 안서게 된다.


 집에 들어온 강도에 의해 딸을 잃게 된 나카하라 부부의 남은 삶이 어떻게 비참해졌는지를 들여다보면서는  죄의식도 없고 미안한 기색도 없는 범인이 더군다나 가석방중에 저지른 일이기에 언제든 다시 일을 벌일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중한 벌을 내려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만, 이렇게 명백하게 드러난 사건이 아니라 혹시라도 나중에 그 판결이 잘못이였음을 알게되는 사건이 있어 한 사람이라도 잘못된 삶을 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사형이라는 말에는 주저하게 된다.


나카하라 부부의 반대편에서 범인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변호사였기에  사건의 양심적 판단과는 달리 자신의 수임료를 주는 쪽으로 서는 나쁜 사람이라 생각했던 히라이 변호사의  생각과 달랐던, "사형제도만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난 각각의 사건에는 각각에 맞는 결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형이라는 끔찍한 최고의 형벌이라 여겼던 벌이 선고받은 이가 후회와 자책없이 단지 언젠가는 죽을 인간의 운명의 날을 정해 받았을뿐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생각한, 특히나 유가족들이 생각한  진정한 형벌이 아니라는 생각때문이다. 그렇담  죄를 저지를  이들은 무조건 오래 감옥에 보내 그의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 옳은 형벌 그리고 복수가 되는 것일까 하다가도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죄를 저지르는 재범률이 높다는 걸 보니 그것도 뉘우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구나  싶기도 하고,   중학교때 있었던 일로  21년간 떨어져 자신들의 죄에 대한 형벌을 남에게 베푸는 것으로 , 자신을 망치고 방치하는  것으로  스스로 져 온 사오리와 후미야의 일을 보면 꼭 감옥에 가야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수 없다는   가슴아픔을 느끼게된다.


잘못 스친  인연이 범죄와 만나 사그려져 가게 되는 나카하라 부부와 후미오 부부, 그리고 사오리의 인생은 또 어떻게 되는 걸까 싶다. 그들만이 아니라,  성에 눈을 뜬 아이들에게 벌어진 사건을 쫓아가면서는 그 사건은   주변 사람들의 무심함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기에 타인에게 아무 관심도 갖지 않고 내버려 두었기에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들,즉 우리에게도  과연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섬뜩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이렇게 히가시노 게이고님은 꼬인 인연과 얽힌 사건에 놓여 저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것이  죄에 맞는 마땅한 벌인지를 물어보고 있다


함부로 이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는 무거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 죄책감을 지고 살아가던 후미오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생명의 무게는 똑같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말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  새겨야 할 우선한  진실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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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가의 살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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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들 사람사는 곳에 사연 없는 곳이 있을까 싶게, 이제는 학생들 발길이 잠잠해져 '구 학생가' 라 불리는 대학교 뒷편   상가에서 일하는  이들 역시 뭔가 있지 않을까 싶은 이들이다. '이 거리를 탈출할거야'라는 말을 하는 마쓰키, 대학은 졸업했지만 뭘 해야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고헤이, 화요일이면 사라지는 히로미,언제부턴가 빛나는 사파이어 반지를 손에 끼고 있는 마담 준코 등  과거사를  들추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무심하지도 않을 정도로  서로를 신경쓰며 살아가는 상가 사람들의 비슷한 하루하루는 마쓰키가 살해되면서  이제껏 궁금했던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되게 된다. 

 

 관계있을 것 같지 않을  이들의 계속되는  죽음과  밀실 살인, 그리고 일상적으로 보였던 일들이 결국 사건 풀이의 핵심 단서였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학생가의 살인'은   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예전 느낌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1987년 출간된 이야기라고 하니 당연 예전 그 느낌인거구나  싶어지게 된다.  청춘들이기에 생길 수 있는 실수와 사랑, 그리고 욕망이 불러온 일들은 돌고 도는 사건을 만들었다 로 간단히 끝나는 듯 보였던 이야기는  "그리고 그 뒤에" 라며 이런 사건이 연이어 일어날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 따로 있었다는 반전을 두고 있다.

 

 회사 기밀을 빼낸 사람과  비밀을 지키고 싶은 사람,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인간의 모든 걸 저버리는 이들, 자신의 욕심과 싸우는 게  사람이기에 당연한 일이고, 선과 악 그 중에  더 강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게  또 당연히 악이겠지만 하나의 나쁜 선택은  다른 사람에게까지 안좋은 영향이 미치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은, 계속 사건이 일어난다면  주위에 있던 사람을 이전과 다르게 보라는 추리소설의 규칙을 잘 따라가고 있다.

  

 거기에 사건이 일어난 후 변해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같이 이야기하는 히가시노 게이고님답게,  혼자  끙끙대던 히로미가 사실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 고헤이가 사건을 풀어가며  자신이 즐기며 하고픈 일과 남들이 인정할 만한 일사이에서 하던 고민에서  소중한 시간과 사람들, 그렇게  달라보이는  한 번의 인생을 제대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는 청춘의 성장 역시 보여주고 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틈에서 어설픈 듯하지만 알고 보면 꽉 짜여진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사건을 불러온 이들은 결국 자신들이 만든 일로 후회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써 간 '학생가의 살인'.   사건과 알고나면 어이없는 진실, 그리고 절망만 남은 사람들. 하지만 그 안에서  부딪치는 사람끼리 생겨나는 희망 또한 있다는, 히가시노 게이고님의  사람에 대한 푸릇했던  희망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어떤 인간이든 한 가지 인생밖에 경험할 수 없어. 한 가지 밖에. 그런데 타인의 인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오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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