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집 1
정석화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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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그여자는,그들은 ......

춤출 수 있을까

사랑과 죽음이 시작된 곳

 

이란 문구로 시선을 끈 이야기는  은퇴를 앞 둔 파출소장 '석규' 가 관할하는 호정저수지에 차가 빠진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 사건으로 죽은  여인이  우리나라 최초로 아시안게임 수영에서 3관왕을 차지한 서은희란 걸 알게되자, 석규는 18년전 그 곳에서 있었던 또 다른 사고를 떠올리게 된다. 서 은희의 시동생 부부, 이 정수 송 정인 역시 그 곳에서 비슷한 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부부 갈등으로 인한 의도적 사고로 종결되었던 사건은 이번 서은희의 사고로 찜찜하게 묻었던  석규의 기억에 의문을 더하게된다.

 

이렇게 시작한 사건은 주종 관계이면서 어렸을 적 동네 친구이기도 한  동네 파출소장  석규와 병원장이 된 황민기, 세계적 배우가 된 이 시우를 아들로 둔 이정국을 다시 만나게 하는 일이 된다.    그들  역시 어쩌면 원한이 있지않았을까 싶게, 이 정국에게  저마다  과거의 껄끄러운 기억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기에   그 기억속에 누군가가 아직 풀지 못한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캐가던 석규는   수영 선수이면서 물을 두려워하는 트라우마와 알콜 중독로 긴 세월을 살았던 서 은희나   시동생 이 정수 부부에게  죽음전부터  이상스러운 일들이  있었다는 것 뿐 아니라,  이들의 과거에  생각지도 못했던  죽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1편은 이렇게  얽혀있는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 정국의 아들 이 시우 주변에 뭔가 일이 더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과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시선,  어떻게 연결될지 2권에 가서야 알 수 있을 듯한 형사 태주와 옆집 여자 하 수연이라는 등장 인물의 끝나지 않은 설명이 궁금함을 더하게 된다. 사건과 단서의 나열만 드러난 1권이라 아직 "그 남자는 그 여자는, 그들"이 누굴지 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저마다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기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그들 사이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이는,  시간이 묻어놓은  원한이 누구에 의해서, 왜  시작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풀릴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음 편을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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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사라졌다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50
박현숙 지음, 김현영 그림 / 시공주니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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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둘째 아이 일학년때 같은 반이였던 엄마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적이 있습니다. 반갑다며 이번에는 몇 반이 됐냐는 말에  무심히 "5반이요" 라  했는데,  자신의 아이가 1학년때처럼 5반이 다시 됐는데   우리 아이와 같은 반이라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는 겁니다. 그래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는 다른 반이 맞더라구요. 오빠와 헷갈렸다는 멋적은 웃음으로  그 자리를 지나쳤지만, 그 일만 생각하면 두고 두고 쓴 웃음이 나게 됩니다.


저자 '박 현숙'님은 나와 비슷하게  아이 학년을 헷갈린 이웃집 아저씨와   어머니의 연세가 종종  헷갈린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가족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 보자는 말을 하는데요.  '할머니가 사라졌다. 아주 감쪽같이'로 무시무시하게   시작된  이야기는  무심한줄도 모르고 지내던 우리들에게 가족을 돌아보게 합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할머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출일지 혹은 사고는 아닐지, 사라진 할머니를 찾아  반재네 가족은 분주해지기 시작합니다.  맞벌이인 부모님을 대신해 살림을 해 오시던  할머니이기에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았지만, 막상  그들 가족이 누군가에게  할머니에 대해 말하려하니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게 됩니다. 


읽다보면  점점   반재 할머니의 아들,  즉 반재 아버지의 심정이 되고 맙니다. 바쁜 생활이란 변명과  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은 어머니이기에 건성으로 보고 지나쳤던 반재 아빠는   어머니가 사라지셨다는 생각이 들자 슬픔만 남게 됩니다. 요즘 헤어 스타일은 어땠는지, 옷은 뭐였는지 뿐 아니라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건 한 이십년쯤 전, 예전 어머니 모습이라는 겁니다.

 

나도 누가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싶어 가만히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 얼굴을 그려보게 됩니다. 내가 그려간 얼굴이 얼마전 보았던 부모님 얼굴이 맞는지, 오늘 아이가 입고 나갔던 옷은 맞는지 갑자기 자신이 없어집니다. 특히 부모님이라면, 아슬아슬하게 얼굴의 특징은 기억하더라도  요즘 헤어 스타일, 요즘 챙겨 입으시는 옷에 신발까지 정확히 그려내라 하면  더 어려운 일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가족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란 기발하고 깜찍한 이야기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은  우리를 위해  늘  기도하고 잔소리하며 가까이에 있었는데  정작 우리의 시선은 바쁘다는 이유로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려줍니다. 우리 집에 진짜 필요한 건  '우리' 라는 걸 아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알려주는 소중한 시간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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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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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그래서일까. 지나가는 버스의 소음,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소리지르며 내는 소리, 갑자기 느껴지는 바람의 차가움,  문득 내 눈을 부시게 하는 햇살이   다르게 다가오면서   내가 지금 익숙한 이 곳에 있다는 것이 안심되기도 하고  그래서 낯선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도 한다. 그러면서도  웃기다 싶은게, 둘 곳 없이 흔들거리기만 하는  마음과 달리 머리속은 분주히  오늘 해야할 일은 다 했는지, 내일 뭘 해야 제일 효율적으로 이번 한주도 잘 보냈다 할 수 있는 건지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도 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만난 "양 양"님의 글과 가사는 나와 같이 낯선 곳을 여행한 듯 하게도 하고 방으로 초대받아 많은 이야기를 나눈듯한   익숙해진  느낌을 주게도 된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따끈한 차 한잔을 홀짝이는 소심해보이는 한 여자가 생각나기도 하고, 기타 하나만 들면 어디든  떠날 준비가 된   강단있는 사람이 그려지기도 하고 사람 좋아 일면식없는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따뜻한 사람이 그려지게도 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읽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누구라도  건네는  "나는" 이나 "나에게" 로 시작하는 말은 그와 나사이에 있던 알지 못할  먼 거리를 줄여놓고   상대에게서  내 모습을 보게 한다. 그래서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란 낯설던 제목이 점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나누는 것은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때의 그 사람과 지금의 내 시간이다." - p.30

슬픔이나 절망을 노래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그녀에게서 그 많은 수다를 떨면서도 누구에게도 내밀지 못한 내 슬픔을 기억해보게도 되고, 아직 오지 않은 것들  오고 있는 중인 것들  혹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들을 가만히 기다리다 많은 순간을 만났다는 그녀처럼 기다리다 만나 달라지고 또 하나의 이야기를 품게되는  나를  보게도 되고, 내기에 져서야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게됐다는 이야기에는  매일  전화를 하면서도  '알겠지'싶어 뜨끈 올라오는 내 마음을 애써 묻기도 하는 엄마에 대한 사랑을 기억해보게도 된다.


처음에 짝이 맞지 않는 퍼즐 조각처럼 덜그럭거렸는데 그때 내가 또하나 알게 된 것은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달라도 조금만 마음을 쓰면 어디에든 잘 어울리는 조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p.151

 

서로를 이해하고 또 다른 각자를 인정해주는  것, 이렇게  조금만 마음을 쓰면 우리는 따로 한 조각이 아니라 어디든 잘 어울리는 조각이라는 말이,  이 가을 오래도록 나를 위로해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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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레이 얼 지음, 공보경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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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 라는 제목과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한 여자아이의 모습만으로   살 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만 먹을 걸 찾아다니는 자신에 대한 한탄이 아닐까 했지만, 읽어갈수록  진짜 일기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지게 된다.  163센티미터에 92키로, 무엇보다도 열일곱이기에   외모가 전부로 보이는 세상에 사는 레이의 절규는 너무 솔직해서 한때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삼순이의 십대판이 아닐까 싶다.

 

자신도 평범하지 않으면서  딸만은  평범하길 바라며 잔소리하는 엄마와 매일 투닥거리며  누구냐가 아니라  남자라면 무조건 사귀고 싶다는  레이, 그리고 그녀를 좋아한다면서 결정적일때 뒤통수치는 친구들 일상이 1월부터 12월의 일기속에 등장하고 있기에 대략 그들의 성격, 그리고 그들 관계의 달라짐을  알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영국에서 광풍을 몰고 왔다는 "마이 팻 다이어리"시리즈는 1980년대 말 고등학교를 보낸 저자 "레이 얼"의 자전적 이야기라 하는데, 십대가 겪기 쉬운 혼란과 변덕,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뿐이지  누구가 갖고있는 컴플렉스와 낮은 자존감으로 생기기 쉬운 문제들, 그리고 뭐냐 싶게  빠르게  옮겨가면서도 너무 진지한 사랑과  태연하게 보여야만 하는 짝사랑의 아픔이 내 십대에 있던 일들을 떠올리게 할만큼  비슷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레이의 일기는 누구에게나 있을 친구와 가족사이, 사랑과 우정,그리고 남자와 여자에 관한 고민들을 꺼내기에  이 시리즈가 인기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게 하루 하루 레이의 고민을 함께 하다보면  "넌.. 살을 조금만 빼면 돼. 얼굴은 예뻐.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하고 있어.... ... 그리고 나는...." 이란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뒷 장을 희망으로  들춰보며  레이와 같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뭔가를  기대하는 내 모습을 보게도 된다.

 

일기 내용 모두가 사실이라며 뚱뚱하고 정신이 나간 데다 열일곱 살이나 되어서도 여전히 모태 솔로인 여자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는 레이 얼의 이야기, 당장이 급한  이 세상 모든 이들 특히나 여자들에게 위로가 되지않을까 해본다.  

 

뚱뚱하든, 못생겼든, 성격이 4차원이든

"우리는 누구나 조금씩 행복할 권리가 있고, 누구나 조금 더 웃을 자격이 있다."

                                                                             --- by 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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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산만해졌을까 - 복잡한 세상, 넘쳐나는 기기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이경남 옮김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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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누군가에게 웃으며 " 내 번호가 뭐더라." 할때가 있다. 물어본 사람이나 대답한 나나 그 순간 웃게되지만, 진짜 생각 안나는 나는 당황하게 된다. 그럴때면  '디지털 치매' 에 걸린 사람이 많아졌다는데 이런 나는 당연 상위권이지 싶어지게 된다.  예전 총명하던 기억력은 있었나 싶게,  아는 사람 몇 몇 전화 번호 끝자리만 겨우 기억하게 되고 일정 메모가 알림음으로 알려주지 않으면 몇 시간전에 내가 적어놓은  해야할 일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이런 건망증+ 치매끼때문인지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일하다 꼭 중간에 잊었던  일을 끼워놓는 산만함까지 가지게 된다.


핑계를 대자면 기억하지 않아도 하라고 알려주는 알림 메모 기능을 너무 믿어서라고 하고 싶지만, 저자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점점 한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인간들의 행동은  어디까지가 나와 기계의 할 일인지 구분하는  무의식의 정신적 신체도식(신체적 얽힘, 도구나 기계의 오랜 사용으로 내 몸같이 느끼게 되는 과정)이 의미를 잃은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물론  도구나 기기를 사용해 발전해 온 인간에게  기기와의 떨어질수 없는 '얽힘'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일을 거미줄에 얽힌 파리처럼일지 혹은 밧줄의 가닥처럼 얽혀 하나 하나 더 강력한 위력을 나타낼수 있을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내 안의 정신 못차리는 산만한 두마리 원숭이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호흡, 단순화, 명상, 프로그램으로부터의 탈피.. 휴식과 관조적 컴퓨팅이라는 8장으로 나누어져 기술에 끌려가는 인간이 아니라 세상에 적극 참여하는 수단으로 기술을 이용하는 현명한 인간이 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는 기계의 속도를 잡기 위한, 느린 인간들의 적응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모든 건  집중과 몰입하지 못하는 마음에 달려있음을 말하는 이야기는  컴퓨터를 이용해 설법을 전파하고 공부하는 여러 승려들의 예를 들어 누군가는 발전해가는 기계의 빠른 속도와 확장성을  제대로 즐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안식일'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기계와 떨어져  가족과 친구들과의 시간을 '참여 활동'으로 채우고  '실시간으로부터의 탈출을 즐기자.'라는  등의 지켜진다면  단순할 수도  있는 해법이  기계에 점점 의존하고 있음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보내고 있는 하루 하루, 매시간중  내 스스로 보낼 수 있는 시간갖기부터  돌아보게 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컴퓨터는 내 일상의 일부였다. 이제 컴퓨터는 일상의 '매순간'의 일부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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