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너같은 딸 낳아봐라." 라는 말을 들을 때는 그 말이 비난이라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나빴는데,  그 말이 내 마음 좀 알아줘라 라는 엄마의 억누른 절규라는 걸 알게 된 지금은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나 역시나  내 걱정을,  자신의 뜻을 무조건 꺽으려는 엄마의 만행으로 규탄당하게 되니 비로소 말이다.   믿었다 생각한 이들 사이의 급작스런 배신으로  씁쓸함을 느끼는 인간관계를 그려가다가도,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진심으로  인간 사이 희망을 다시 보게 만드는 더글라스 케네디가 이번에는 딸이자 애인이고 아내이자 엄마고  한 사회인으로서의 한나의 일생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게 하고  있다.

 

반전 활동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멋진 아버지와 화가로서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은 어머니 사이에서 살림이나 다른 이들을 위하는 삶에서  재미를 느끼는 한나는 우연히 의대생인 댄을 만나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평범한 여자의 일생이란 늘 그런건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의사로서 경력을 쌓아갈수록 바빠지는 남편 댄과의 사이에서 점점 소외감을 느끼게도 되지만 한나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로 다른 곳에서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그러기까지 우울증에 걸린 어머니와의 작은 싸움들이 있었다. 늘 차가운 어머니에게 자신이 비난받고 있다 여긴 한나는  어머니가  지나치다는 생각에  점점  멀어지게 되지만 나중에 그녀가 엄마와의 사이에 문제가 있었던  일들을  그녀가  아들과 겪게 되기에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빠로서는  멋지지만 밖에서 애인도 자주 만드는 것으로 보이는 남편과 산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다. 


병원 일밖에 모르는 남편 댄, 변호사로 경력을 쌓아가는 아들 제프리와 여러 사회활동으로 바쁜 며느리 새넌, 펀드 매니저로 바쁜 생활을 하는 딸 리지, 교사 생활을 하는 한나 이렇게 34년이라는 세월을  평범해보이지만  평온하지만은 않았던  한나의 삶이  딸 리지의 문제로  가족들 마음을 밑바닥까지 보는 일이 생기게 되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 생기게 된다.


젊은 날의 실수가 훗날 어디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언론의 관심이 사건을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몰아갈 수 있는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사이 보이지 않는 믿음과 신뢰의 관계가 어떻게 서로에게 남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살면서 사람이 가장 아쉬운 건, 자신이 뭘  가지지 못했냐가 아니라 뭘 하고 싶었고 뭘 하고 싶은지에 관한 거라는 걸 알게된다. 만일 그녀가 파리로 갈 수 있는 기회에 주저하지 않았더라면, 만일 그녀가 엄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나눴더라면, 만일 그녀가 남편 댄과  이런 저런 마음을 보일 기회를 미리 가졌더라면 하는 일들이 오랜 시간동안  다 괜찮다고  애써 덮은 줄 알았는데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속에서  아직까지도 모든 걸 태울 수 있는  불씨였음을 알게 되기때문이다.   이제껏 하나씩 정성들여  만들었다 여겼던  인생의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너질수도 있음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삶이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녀 주변 사람들 중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될수 있을까  궁금해지게 된다. 자신의 소신만으로 다른 이를 지켜주는 교장 선생님 앤드류스같은 이가 될 수 있을지, 주변 소문보다는 사람을 보고 일을 하게 되는 브렌든같은 이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의 아픔보다 마지막까지 친구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미지같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늦게라도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기로 결정한 한나처럼 될 수 있을지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펜터의 위대한 여행
김호경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어렸을때부터 "고맙습니다.","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라고  들어왔고 그렇게 해왔지만 진짜 고마운 이, 미안한 이에게는 그런 말을 건네기가 쉽지않다는 걸 알게된다. 굳이 고맙다는 말이나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생각에, 그리고 진짜 미안한 이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시장, 명량의 저자이기도 한 김 호경님이 캘리포니아의 호텔왕 카펜터 부자의 여행을 소설 형식으로 보여준 이야기는   지금까지 해야 말들을 미루고 산  우리 인생 또한 돌아보게 한다.


아들을 격려하고 싶고, 아이의 잘못에 자신의 잘못을 비춰보고 해줄 말도 많았지만 늘 다음 기회로 미뤄 온 아버지 데이비드는  아들 헨리와 그동안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미안했고 고마웠던 이들을 찾아 나서는 여행을 하기로 한다. 왜 지금인지, 왜 자신하고인지 불평하던  아들 헨리는  아버지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되면서   진짜 아버지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내 기억속에 고맙고 미안하게 생각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를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된다. 당연한 줄 알았던 부모님부터 내 눈물과 웃음을 함께 해준 친구들, 내 욤감하지 못한 뒷담화의 희생양이 된 많은 이들,  다 아는 양 하는 이야기에 아무 말 못하고 따라오는 아이들.  데이비드씨처럼 바쁘게 살아가지  않으면서도 감사와 사과를 미루는 인생을 사는 건 같지 않았나 싶다.


진작 했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일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항상 있을 것이다. 약속 시간에 늦을 줄 알았더라면 진작 준비했을텐데, 시험을 이렇게 볼 줄 알았더라면 진작 공부했을텐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더라면 미리 이걸 했을텐데... 라는 것들 말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아쉬운 게 이렇게 헤어질 줄 알았더라면  사랑한다는 말, 고마웠다는 말을 진작 많이 했을텐데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 알았더라면 이란 생각에  떠오른 이와 해야만 할  말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하라는 이야기가 많은 울림을 주는 건, 나에게도 해야 할 말들과 나누어야 할 마음이 많음에도 아껴왔기 때문일것이다.


" 너에게 주고 싶은 게 아주 많다. 그 많은 것 중에 그래도 제일 주고 싶은 건 네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될 마음 같은 것들이다. 고마워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  p.1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텅 빈 마음"을 어디에서 어떻게  채우는 가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그냥 빈채로 놔두려는 듯 아무것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때로는 사람이나 물건에  무섭게 집착하는(그것을 원하지 않는 상대나 심지어는 쓰레기에) 이들도 있다는데 그런  이가 어른이라면 자신의 인생이니  어쩔수 없다지만   그들과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걱정이 되게 된다.  얼마전 티비에서 쓰레기에 묻혀사는 엄마를 구해달라는 딸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딸 집에 가보니 그녀  또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쓰레기더미속에서 살고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와는 다르게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 또한 집을 채우는 쓰레기가  없으면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부모나 형제같은   오랜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이들과의 잘못된 일은   슬프게도,  싫어하면서 닮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자신의 작은 마을 "윈드 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취재하러  고향에 돌아가야 하는 카밀은  오랜만의 방문을 여전히 꺼리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녀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도 늘 차가운 모습을 보였던 엄마, 아도라 여사,에 대한 기억이  카밀이 고향 집에 가는 걸 싫어하게 만드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도 하지만 카밀에게 몸에 글자를 새기는 끔찍한 충동이  있다는 게 드러나면서부터는 그녀들에게 뭔가 비밀이 있지않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된다.


멀쩡해보이는 집과 가족들, 그 안을 채우고 있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냉한 기운은 아도라 집안이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정서불안을 넘어선 이상 행동을 보이는 그녀의 열세 살 동생 앰마는 폭력적이고 잔인하다가도   나이에 안 맞게  아기같이 칭얼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비웃던 카밀에게 무작정 의지하는 일관되지 않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카밀을 당황스럽게  만들게 된다.   이 곳의 분위기와  아는 사람이 범인일것같다는 불안함은  가까스로 충동을 누르고 있는 카밀을  다시 예전 불안하던 모습으로 바꿔가게 된다.


"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의 초기작이라는 "몸을 긋는 소녀"는  더 폭력적이고 더 잔인하고 거친 이야기로, 카밀 집안의 슬픈 과거와 함께 살인이라는 형태로 어딘가 비틀어진 마을 사람들의 모습까지 드러내고 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살인자가 자신 가까이에 있고 자신마저 해칠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가지게 되는 카밀과 다 알았다 생각했는데 시작된 반전의 이야기는 놀라움보다는 아픔을 주게 된다. 마음의 상처는 사람을 어디까지 변하게 할 수 있는 건지, 병이라 진단된다는 MBP(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사람과의 사랑이 아닌 끌려가는  잘못 된 관계를 맺어가는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지에 관한, 상상했던 것보다 아프고 끔찍한 카밀 자매의 슬픈 이야기가  내내 상처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잡스러운 수학 엿보기 - 잡스를 키운 것은 수학이다
홀거 담베크 지음, 배명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걷다보면 늘  풀리는  운동화 끈을 보면서  손재주 없음을 탓했었는데  누군가는  신발끈이나 넥타이를 비롯한 매듭을 지을 수 있는 것들에    어디서 먼저 끈을 돌리는지에  따라   묶임의 세기나 모양이 달라지는 지를  다양한 이름을 주고 경우의 수로 세어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보니,    수학이란  머리를 아프게만 하는  과목의 한 종류라고만  단정지었던   학창 시절 나를 원망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잡스러운 수학 엿보기"에서는 우리 일상  생활속에 보이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많은 곳에   수학이 들어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학교 졸업하고 나서는 숫자만 보여도 무조건 계산기를 눌러대는 내게, 엄청나게 큰 수의 곱이라도  계산기나 구구단이 아니라  트라첸버그의 덧셈법을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나   암기법의 방법을 어떻게 이용하면  더 많이 기억 할 수 있는지, 상대방이 생각해놓은 숫자를 알아맞추는 등의  마술처럼 보이는  일, 그리고  아이들이 늘 아우성치는 내 몫, 네 몫의 공평한 분배를   손으로 계산할 수 있는 어떤 방식들이 있는지를  증명해 보여주고 있다.


지금은  더듬 더듬 숫자 하나씩을 짚어가며 이렇게도 계산이 된다는 게 신기해  따라해보는 정도지만, 이 생소한 계산식 역시  익숙해지면 계산기없이도   얼마든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너무 일찍부터 숫자 배열의 규칙을 더하기 빼기, 구구단안에 넣어  암기만으로 계산하려 들지 않았다면   가우스나 트라첸버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숫자로 활용하는 것들의 범위를 지금보다는 많이 넓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가지게 한다. 


그 많은 이야기중에  내가 제일 잘 따라해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기억술이지않나 싶다.   얼마되지도 않는데    늘 헷갈리는  전화번호나 주소,  비밀번호등에  나만의 상상력이 확립된 기억술을 이용하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나은 기억력을 지닐수 있지 않을까 해보게 된다.  숫자의  다양한 계산 방법과 수학의  곳곳에 쓰이고 있고 앞으로도  쓰일거라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에서   수학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부터  어디에 쓰이는지를 먼저 알고,  자기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계산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며 기다리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수학은 어렵다.'라는 생각보다는 '수학의 세계는 넓고 깊고 다양하기에 꼭 필요하다.'라는 아이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 없는 자 - 속삭이는 자 두 번째 이야기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 그들은 사라진 시간동안 무얼 하고 지냈을지 먼저 궁금해지지만 그들을 예전처럼 다정하게 바라볼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게 됩니다. 다르게 보낸 시간동안  예전 그들만의 느낌을 잃은건 아닐지, 아니면 그 낯섬을 묻고 다시 예전의 그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말입니다.  


'림보'라 불리는 실종전담반에서 근무하는 밀라 형사는 사라진 이들의 '찾아줘' 라는 소리없는 아우성에 묻혀 지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속삭이는 자' 이후로 강력반 사건을 맡지 않기로 한 그녀는  어둠에 들어갔다 온 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줍니다. 어둠 바라보기를 두려워하면서도 그 쪽으로 향하는 눈을 돌릴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직접 키우기를 포기한채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아이들의 그림이나 글을 유심히 봐뒀다가 이상하다 싶으면  그 아이들 집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는 무모함을 보이면서까지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어느 날 강력반에서 연락이 오게됩니다. 일가족 살해라는 무서운 사건이 있었는데,  피해자 가족중 막내 아들에게 경찰에 전화를 걸어 이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에 대해 알려주라고 했다는   범인이 그녀가 오래도록 찾아 헤맨 실종자 중 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 때부터 오래전 실종자들이 가해자로 등장하는  사건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사라지기 전까지는 남들이 무심히 건네는 눈길을 따뜻하게 여기고  기뻐했던 소심하고 평범한  이들이 무서운 일을 벌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고독과 고통속에서 묵묵히 똑같은 하루 하루를 보내다 사라진 사람들, 사라진지도 모른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들의 실종을 알게되어  흔적을 더 찾을 수 없었던 이들이   갑작스레 나타나  사건을 벌이게 되고,  연달아 일어나는 그들의 사건뒤에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악을 속삭이는 자,카이로스의 존재를 밀라는 보게 되고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속삭이는 자'의 다음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이름없는 자' 는  사건보다  선과 악, 내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더 집중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탈바꿈한 사람들이 왜 어둠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비밀을 쫓아가던  밀라와 사이먼 베리쉬 역시, '속삭이는 자' 에서처럼  "누군가를 자주 접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고 보면 아는게 하나도 없는 법이지...."이란 걸 알게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것이 타인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에게도 해당된다는 걸 알게됩니다.  밖에서는 선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사실 나만이 알고 있는 내 의도는  나도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이들에게 보이기 위한 일일수도 있고 착해지고 싶은 나에게 내가  보여주기 위한 행동일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악을 쫓는 자들 역시 양심에 어긋난다는 걸 알면서 정의을 위해서라며  덮는 일들이 있고   자신이 아니라면 다른 이들의 희생에 그다지 감동도 미안함도 없다는 것을, 악을 행하던 자 역시 자신이 그 일을 악한 일로 시작한 일이 아니였음을 그리고 악의로 시작된 일 역시 그 사이에서 선의 연결고리가  생기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은   뒤덮인 선과 악을 누가 옳게 판단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합니다.


악의 논리에 따르면  '누군가의 선은 언제나 누군가의 악으로 작용하기 마련이고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라며 사이먼이 밀라에게 건네는 장면이 나옵니다.(300) 이렇게 사건이 비밀을 보여줄수록  선과 악을 조절하는 건 아무래도 행동을 끊임없이 방향 조정해 가야하는 인간의 의지임을 보여주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됩니다.  


범죄학과 행동과학의 전문가답게 악의와 그 그림자에 쫓기는 사람들의 심리를 무겁지만 끝까지 따라가도록 만드는 도나토 카리시는  불 꺼진 방에 누워있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닐지 모른다는 우리의  두려움과 잘 엮어 조금씩 올라오는 찬 기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제 도나토 카리시의 형사가 되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밀라, 그녀에게 어떤 일이 다가올지   사건보다 그녀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