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 다시 젊어질 수 있다 - 이종호 박사의 그 노안 완전 밝히더라!
이종호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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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의 위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눈이 자꾸 뻑뻑해지고  뿌연 느낌이 들어 약도 따로 챙겨먹게되고, 안과도 방문했더니 단지 '심한 안구건조증'이라는 것이다. 걱정했던 것보다 가벼운 병임에 틀림없지만  뭔가를 오래볼때 잘 안보이게 되니 불편하다는 생각과 눈뿐 아니라 몸까지  금세 피곤해진다 싶으니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게 된다.   그래서 건강은 건강할때 챙기라는 거구나 하며 어르신들의 말씀을 새삼 가슴에 새겨보지만 주변에 있는 이들 모두가 나이에 상관없이 다들 "눈이..."라고들 하는 걸 보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같은 전자기기의 익숙해진 일상은 어느새 우리 눈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싶어지게 된다.


 그래서  백내장이나 황반변성같은 낯선 병 이름이 많이 들리고  친숙해지지 않았나 싶은데,   노안이란 진단 역시 요즘은 빠르면 30대에게도 내려진다니  눈이 걱정인 나로서는 '당신의 눈,다시 젊어질 수 있다.'는 말에 관심이 가게 된다. 안과 원장이신 저자 이종호님은  눈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야기들을 한 가족의 일상 생활 이야기를  들어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렇게  원시나 근시, 백내장등 눈에 관해 자주 들으면서도 정확히 모르는  것들에  대한 설명부터  시력에 도움이 되는 방법들도 있지만 특히나  우리가 안경이나 약으로 대체할수 있지 않나 싶어 주저하게 되는 눈수술이 어떤 이들에게  왜 필요한지, 그 후의 바뀐 삶에 관한 좋은 점이 눈에 띄게 나와있어     수술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지않을까 싶다.


여러 눈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우리가 걱정하는 눈의 노화 역시나 생활습관에서 많이 좌우되지않았나 하게 된다. 다른 준비물 필요없는 감았다 떴다 하기, 먼곳과 가까운 곳 교대로 바라보기, 그리고 눈에 좋은 시금치, 아몬드,당근등 야채를 챙겨먹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은 괜찮다는 생각에   입에 맛있는 음식만 먹거나   틈만나면 핸드폰 바라보는 것으로 눈을 혹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것들이 비만을 불러오고 다른 병을 불러오니 무섭다는 것만 생각했지, 마음의 창이라는 눈에게도 같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몸에 좋은 게 눈에도 좋은 것이라는 것과 잠깐의 눈 챙기기만으로도  지금 내 눈에 약보다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특정 병원에 관한 부분이 나와 아쉬운점은 있지만, "몰랐는데, 그렇게 됐대."라는 말들이 어떤 병에나 많이들 들리듯 눈에도 너무 많은 병들이 있다는 걸 알게되니,  그 때서야 나는 어땠더라 하는 후회를 하기전에  "눈" 역시 관심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알게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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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보낸 5년 - 인생의 갈림길에서 시작된 아주 특별한 만남
존 쉴림 지음, 김진숙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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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서부터 유난히 친근하고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이와의 대화는 울던 마음에 웃음을 주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기대게  되면서 응어리졌던 마음이 풀어지게  만들어주기에 또 다시 그와 만나서 같은 시간을 가질수 있기를 바라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가 되가는 느낌에  행복이란 걸 느끼게도 됩니다.  하지만  마음을 나누게 된 이가 수녀님과 같은 종교인이라면  조금은 조심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마음이 평화로워야 할  분들에게   내 안의 속시끄러움을 매번 편하게 말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인 존 쉴림의 질문에  늘 미소로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는  아우구스티노 수녀님이라면... 이런 분이 가까운 곳에 계시다는 걸 알게된다면 나 역시 계속   뵙고 싶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무말 없이도  그 눈빛이나 뭔가를 만드는 모습만으로도 많은 힘을 얻어오지 않았을까 하게 됩니다. 

 

존 쉴림은  31살에  고향에서 임시교사를 하면서, 그리고 책을 내려는 자신의 계획이 자꾸 무산되면서 인생이 주는 시련에   힘을 잃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수녀원에 도자기 공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문해 5년동안 인생의 벗이자 따뜻한 햇빛이 되어준 87살의 아우구스티노 수녀님을 만나게 됩니다.  첫 만남부터 마지막 이별까지, 그의 기억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을수밖에 없겠구나 싶게   투정이다 싶은 이야기들까지  미소로 답해준 수녀님은  내 인생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에게도 위로가 되게 됩니다.

 

 

"저 그릇은 슬픔인줄 알았는데 아니였구나!", 계획한 도자기 모양이 되지 못하면 '슬픔'으로 부르는 수녀님 역시,  존과 만나 그 그릇들에도 저만의 매력이 있고, 다르게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또 아흔 살 일생도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걸 존에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수녀님과의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된  존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변화와 일상을 인정하게 되자    그의 인생도 받아들이게 되는 게 더 많아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지금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인생, 혹은 계획을 세웠으면서도 실패가 두려워 행동하지 않는 자신, 그리고 만남뒤의 이별이 두려운 이들에게 모든 건 다 순리대로 되는 것이고, 그 때가 언제일지 모를뿐 모든 것은 다 오고 있을거라는 걸 수녀님의 일생을 통해 보여 줍니다.  모든 걸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인지까지 말입니다. 그러다 행복한 사람들은   그래서 행복한 게 아닐까,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마음이 어떠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걸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꼭 지금이 실망스럽다고, 그리고 꼭 만남이 기쁜것이고  이별이 슬픈 것이라고  정해놓을 수    없다는 걸 알려주는 이  이야기가  실화이고 담담하기에 오히려 더 마음에 와닿는다는 생각입니다. 이걸  수녀님의 말씀에 따르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란다." 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기에 '와 줘서 고맙다.', 이게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것이 지금 사람이든, 시련이든, 행복이든 혹은 슬픔이든 말입니다.


"수녀원의 벽이라고 해서 다른 벽보다 두려움과 악을 잘 막아주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거절과 변화처럼, 두려움도 나를 더 강하게 벼리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지. 두려움을 넘지 못할 벽으로만 본다면 막다른 길이 된단다. 도망칠 곳이 없지. 그보다 더한 지옥은 없어."-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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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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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상상만으로도 우리를 흐뭇하게 하지만 아무리 사깃군이라만 이제 그 일이라도 그만두게 된 사람이  같은 말을 하니...같은 말 다른 느낌이란 생각이 확 다가오게 됩니다. "사신 치바" 로 죽음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과   사신 치바와 얽히는 인간들의 사연들을 절묘하게 조합해간 이사카 코타로는 이번에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 사깃군 미조구치씨와 오카다,그 후임으로 등장한 오타,다카다에게 일어난 일을 연작 형식으로 재미있게, 하지만 의미있게 엮어가고 있습니다. 

 

 남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자신들의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오카다에게 '남은 날은 전부 휴가'의  마조구치씨는 단 하나의 조건을 걸게됩니다. 만일 친구를 만들게되면 이 일을 그만둬도 좋다는 거죠. 그렇게 엉터리로 보낸 무작위 메일에 답한 가족과 여행을 떠난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부터 아버지의 엄한 규율을 위한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체벌을 받고 있는 아이를 구해주기위해 만든, 시간 여행 빙자 사기 사건을 그린 '어른의 성가신 오지랖', 마조구치 일당의 우연히 차에 실려있던 거금을 아무렇지 않게 챙길수 있는 강심장과 납치한 이에게마저도 똑같이 그 돈을 나눠줄수 있는 여유를 보여주다가도  자신이 맡은 납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엉뚱함을 보이는 "불길한 횡재", 처음 팀이였던 오카다와 친구가 어렸을 적 겪은 일을  보여주는   "작은 병정들의 비밀 작전", 마조구치씨 대장인 부스지마씨를 위협하는 상대를 찾아야 모두 산다는 이야기를 담은  뒷골목을 살아가는 이들의 애환을 조금은 볼 수 있는,"날아가면 8분, 걸어가면 10분" 이렇게 5개의 이야기는 모두 다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이야기속에 존재하는 오카다가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생각없이 살아가는 듯 보이는 매사 엉터리 마조구치씨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고 사실은 우연히 떠올린 오랜 인연속에서   오카다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대책없이 살아가는 듯 보이는 마조구치를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픽 나오는 의외의  일들을 만나게됩니다. 뒷골목에서 일을 맡을래도 영어를 많이 아는 것이 좋다는 것이나 돈이나  명예에 상관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하는 이들을 칭찬하며 그들에게 월급을 더 많이 줘야한다고 하다가도 "그러다 국회의원 안하고 간호사한다고 하면 어떡하냐, 채결하듯 채혈하는 거지."라는 소리도 듣게되구요.


남에게 큰소리나 위협적인 모습으로 겁을 줘서 돈을 만들었던 마조구치씨의 사업방식이 점점 변하게 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생각을 쥐어짜고, 그리고 잘해줘서 상대방에게 자신들에게 빚진 느낌을 갖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변한 마조구치씨는  큰 사고를 치게 됩니다. 어울리지 않게 말입니다.....


이사카 코타로는 마조구치씨를 통해 쪼이는 인생이라 느낄때도 한발짝 떨어져 바라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해보게 됩니다. 밑바닥 인생이라 자처하는 그들에게도  웃을 날, 멋진 날이 충분하다는 거, 그리고   다시 시작하면 새로운 인생이 된다는 걸 보여주면서요. 사신 치바보다 가볍게, 그리고 간단하게 그려간 이야기는 우리들 마음까지 가볍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야기입니다. 

 

"자네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헷갈리는걸."

"아니 무슨 딸기 맛, 레몬 맛처럼 라벨이 붙어있는 것도 아니니까요."-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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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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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삼부작'의 마지막  "데빌스 스타"는  해리, 그와 톰과의 악연이 어떻게 끝을 맺을까가 궁금해   맨 뒷 장으로 먼저 넘기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각자 저마다의 천직이란게 있는 거로구나 싶게   트라우마에 끙끙대는  해리지만,  사건에서만은  경찰로서의 날카로운  눈매 덕택에 많은 사건을 해결해왔습니다. 하지만   팀원이였던 엘렌의 죽음후로는  영 사건과 일상생활에 관심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딛고 사귀던 라켈과도 멀어지게 되구요. 그런 그의 방황은   그를 아끼는 묄레르 경감조차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되게 하고,거기에 그보다 더 인기가 많아 경찰로서 안에서나 밖에서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는  톰에 관한  말도 안되는 주장에 더 이상  두고 볼수만은 없는 일이 됩니다.


늘 선을 향하지만   좌절에 빠져있는 해리와  선과 악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할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톰 볼레르는 이번 이야기에서 수사하는 다른 방식뿐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도 보여줍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드러날수록  자신들을 괴롭히는 사건들이 그들 모두에게 있었지만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보여줍니다.  외로웠던 어린시절의 상처를 안고 자책하며 살아가는 해리와는 달리, 톰은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해결해왔던 겁니다. 그렇게   같으면서도 다른 그 둘에게   세상사라는 건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보여주듯, 해리가 맡게 된 사건이 톰이 맡고 있는 사건과 동일범 짓이라는 단서가 드러나며  서로를 위협하며 공조하는 이상한 수사가 시작되게 됩니다. 연쇄살인이라는 단서를 숨막히게 쫓아가면서도 으르렁대던 그들의 관계는 위협에서 포기로 가는 해리와는 달리, 점점 해리에게 연대를 하자는  톰의 위협이 먹히게 되면서 해리는 또 다른 결정을 해야하게 됩니다.


이렇게 데빌스 스타는 악마의 별이라는 표시를 남긴 연쇄 살인범을 찾는 과정속에서  쫓기는 해리를 보게 됩니다.  사건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자신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해리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경찰직을 내놔야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지친 그에게  톰을 비롯한 거대 세력이 자신들과의 연대가 아니라면  라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협박과 악인을 향한 진정한 선의 승리를 팀이되어 이루자는  달콤한 유혹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톰의 해리를 잡으려는 작전과 해리의 톰을 잡으려는 작전이 그들이 해결하려는 사건과 맞물려가며   해리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어떤 선택이 되었든 톰과의 대결은 피할수 없을것이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될지 그들의 대결을 지켜보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심지어는  목숨의 위협이 있더라도 선의 그림자속에 쭉 서있을거라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 해리일겁니다. 이번 이야기에서처럼 술에 절고, 밤마다 찾아오는 악몽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제껏  사건을 맡으면 생기게되는 선과 악 사이에서 매번 고민하면서도  그 끝에 옳은 선택을 해왔다는 걸  보여줘왔기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해리 주변에 있는 이들이 비틀거리는 해리를 끝까지  믿게되듯, 우리 또한 그가 어떤 일에도 정의로운 결정을 할거라  믿는 것이구요.  '해결 안 될 것같은 일을 해결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것이  해리 이야기를 계속 찾게되는 이유일겁니다.


 하지만 해리와 톰의 마지막 이야기는 생각보다 씁쓸함을 주게 됩니다.  그건  알고보면 진짜 악인은 없다라는 생각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거칠면서도 황량한 마음속에 사랑을 품고 있는 형사 해리,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이번보다는 좀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팀으로도 훌륭해보이는 베아테와 외위스테인과의 다음 사건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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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3 - 에이전트 6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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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말해주겠니? 뭔가 잘못되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레오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87


수사관으로서의 촉은 자신을 뺀  가족들의 뉴욕행 여행을 취소하라고 하지만 아내 라이사의 말처럼 지금 이 여행을 멈춘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거라는 걸 알기에 레오는 '노파심'이라 여기고 애써 불안을 덮게 됩니다. 하지만  며칠전부터  달라진 엘레나는  계속 그의 신경을 거스르고,  손만 뻗으면 닿는 그녀의 매트리스 속 일기장이 모든 걸 말할 것이라는 걸 알지만 이제는 비밀경찰이 아니라 단순히 딸을 사랑하는 아빠로 살고 싶기에   모르는 척 하기로 합니다.


레오가 그렇게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예민한 이유가 나옵니다.  과거를 통해  남의  일기장들을  검열하면서 보낸 세월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보여주기때문입니다.  써놓은 사람도 몰랐던  단어와 숫자, 그리고 그림이 검열의 눈으로  의미를 갖고 보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이  '혹시나' 에서  '역시나' 로 보인다는  걸 아는지라,  그 속에서 보낸 세월의 기억은  빵을 만들며 보내고 있는 지금도 레오를 괴롭히고  매사를 조심하게 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그리고 가족에게만은 그런 세상을 알려주고 싶지않아   이상스런 기분을 그냥  묻게 됩니다. 


이렇게 세번째 이야기는 레오가 16년을 기다려야했던 사건을 통해 그가 얼마나 가족을 사랑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비록 그것이  50년대 모스크바의 살얼음판조차 두려움없이 꿋꿋이 걸었던 레오와  통제의 시대를 거쳐 자신의 가족을 완벽하게 만들어가던 라이사, 그들에게 일어난 수상한 사건을 통해서라는게 슬프긴 하지만 말입니다.


냉전의 시대와 냉전 후는 당연히 다르다라고들 하지만  그 사이를 여전히 숨졸이며 살아가야하는   레오의 이야기는   1편이 사건으로 눈을 잡았다면,   2편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변해가는 사람들과 그 속에서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단단한 남자 레오가 그를 쫓는 이들을 어떻게 뿌리치게 될지가, 3편에서는 똑바로 서있고자 하나 시대의 잔인한 흐름에 결국은 휩쓸리게 된 레오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해지게 됩니다. 


이제까지가 레오 입장에서 본 그들 나라에 관한 것이였다면 3편에서는  레오부부처럼 자신 뜻에 안맞다고 주장한 후  배척당하는  미국인 제시 부부를 보여준다는 것이 약간 다릅니다.   숫자 하나, 그림에 그려진 선조차 의미를 두고 보는  세상에서뿐 아니라  모든 게 지유롭고 선택에 의한 것이라는 세상에서조차  권력을 지닌 몇몇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이라면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걸 통해 이 세상에 음모론이 그렇게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해보게 됩니다. 


사건을 통해 그가  잃어버린 게 뭔지 알면서도 어떤 선택을 할지 희망을 걸어보는 건,  정의를 행하는 게 내 뜻이 한번이라도 틀린적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커다란 권력이기보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고민하고 아파해본 사람이 오히려   사랑하는 상대까지 위하는 마음으로, 많은 이들이 인정할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에이전트 6'를 찾아야만 하는 사건은  험난한 과정에 비해,  결론이 내려지기까지가 너무   짧아 허무하긴했지만 그래도 오래도록 한 사람만을 뜨겁게  사랑한 차가운 남자의 이야기가 추운 겨울이면 더 생각나지 않을까 해보게 됩니다.  50년대의 차가운 모스크바에서 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시기까지의, 그리고 그 후로도   전쟁과 스파이, 그리고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세상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는 안쓰러운 생각때문인지 그의 이야기에서 끝까지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슬아슬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와 그의 가족 이야기가 담긴   3편  모두  같지만 다르게,   냉전의 시대를 더 가슴아프게,  권력욕의 무시무시함을 새삼 끔찍하게, 그리고 존중받지 못하는 선택의 소중함을 꽉 차게 담아냈기에 영화로 만나게 된다는 레오 이야기는 어떤 모습이 될지 더   기대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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