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특검소에서 풀어내는 사건과 사람

경계의 증언
오정은 지음 / 디아망 / 2015년 5월

어느 시대건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그리고  기회를 노리는 자들의 이야기는 긴장을 풀 수 없는 건가 봅니다.  조선 시대, 임금이 관심있는 의문의 사건에 파견되는 형조 내 특수 수사 조직 특검소가 풀어가는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는데  연쇄 살인이 벌어지는 가운데 그 사건을 빌미로 어린 국왕 대신 수렴 청정을 해 온 대비와 동생이 아니였다면 이 나라가 자기 것일지도 몰랐을 하월군, 그  틈 줄다리기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그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세력가들의 이야기가 얽혀, 범인은 누구일지 그리고  누가 지키고 뺏길지를 도통 알아낼수 없는 이야기가 되니 말입니다.  

검률 김 형랑과 특검관 넷으로 이루어져 나라에서 "가장 중대한 범죄"를 처리하는  특검소 특검관은  "이능자"라 불리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들입니다.  망자가 저승에 완전히 들기 전의 세상 '경계', 우리들이  구천이라 부르는 곳에  죽은 자들이 마지막 소원하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지켜보는 능력이 있는  서 은우, 투시의 능력을 가진 선녀, 뼈를 보고 생전의 그림을 그려낸다는  홍림, 축지를 쓰는 지환들은 형랑을 중심으로 서로를 의지하며 외압에 꿋꿋이 버티며 사건을 풀어가는 외롭지만 멋진  이들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생각지도 못하게 하월군이 개입되게 됩니다.  

왕가와 세도가의 딸들이 죽임을 당하고 몸에 문장이 입묵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사건과 누가 이 나라의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잊는 걸 잘한다는 은우가 잊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짧은 한 권의 이야기속에서  생각보다 촘촘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따라가게 하는데요. 은우가 경계에 빠져들어 만나게 된 사랑 원영과 경계와 현실세상을 오가는 능력을 가진 은우의 능력을 질투한 것만은 아닌것으로 보이는 저승사자, 그리고  묵자의 사상이 적힌 글이 왜 금서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산 자와 죽은 자 몸에 새겨놓은 뜻이 무언지 따라가다보면 서로에게 덫을 놓은 이들의 승패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해지고,  그러다 이제는 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되어버린 은우에게 사랑이 찾아올 수 있는걸까가 궁금해지게 됩니다.

다른 능력 '이능'과 현실세상에 벌어진 사건이 꿈인듯 아닌 듯 펼쳐지는 이야기이기에,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그들의 세세한 능력이 보고싶기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대도  홀린듯 따라가게 되지않을까 하게 됩니다.

눈으로 보아서는 알수 없는 사람 마음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미치오 슈스케의 이제껏과는  다른, 가벼운 추리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수상한"이란 글자가 미치오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써냈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했는데요. 어두운 이야기 중간중간에  생각지도 못한 유머를 넣어두는 작가란 생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밝고 가벼워서 그도 이런 이야기를 써내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싸게 중고물품을  사오게 됐다며 불평하는  히구라시의 한숨부터 만나게 되는데요.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로 나누어진 이야기 네 개가 그의 "생각보다"라는 후회로 비슷한 시작을 하게 됩니다. 그는 "앞으로 한 수야. 앞으로 한 수만 더 두면 체크메이트라고" 큰 소리  뻥뻥치는 친구,어쩌면 웬수인 가사사기와 같이 중고물품 취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 일을 하며 만나게 된 나미 짱을 유난히 아끼는 모습을 보입니다. 늘 생각과 다른 가격으로 물건을 가져오는 바람에 1년전 오픈한 가게는  적자지만 가사사기 역시 그다지 히구라시를 닥달하지는 않습니다. 그가 관심있는 건, 오며 가며 만나게 된 사람들에게 생긴 이상한 일인데요.  물건을 제 값대로 사오지 못하는 히구라시, 추리의 헛발질을 해대는 가사사기, 그 둘사이에서 가사사기의 추리를 눈을 빛내며 기다리는 나미 짱이 자신들이 만나게 된 이유와 수상한 일을 어떻게 해결해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사사기는  수상한 일에  급하게 달려들고 금세 해결했다 자신있게 만세를 부르지만,  "사실은"이란 뒷 이야기가 생기게 되는  일을 해내는 게 히구라시입니다.  히구라시는 자신의 유일한 소원인 나미의 "그 얼굴"을 보지않기 위해서라며 말없이 가사사기가 벌여놓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데요.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줄 알았던   나미의 한 마디와  "모두,가지각색이다" 라며 눈물을 흘리는 가사사기를 보니  그들에게 아직 드러내지 않은 사연이  있는 건 아닐까 하게 됩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게 사람 마음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는  다행히 나쁜 쪽이 아니라 좋은 쪽 이야기들입니다.  겉으로  무뚝뚝해보이는 사람이지만 '알고보면' 그에게도 넘치는 사랑과 인정이 있다는 거 말입니다.  얼마전 읽었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나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을 떠올리게도 되는데요.   커다란 사건처럼 보였지만  사건이 해결되면 그 안에서  누군가를 배려하려 했던 어떤 이를 잘못 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기에 그런거 아닐까 합니다.

 추억이나 비밀에 얽힌 사연을 어떻게든 해결해주는   히구라시,늘 자신만만해보이는 가사사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한 나미 짱  그들 이야기가 봄과 겨울까지로  끝을 맺지만 그 다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되는데요.  가볍지만  인생이 어떤 건지, 사람이 어떤건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 미치오 슈스케,  그가  다음에 내놓을 이야기는 어떤 쪽을 바라보게 될지  기대하게 됩니다.  

두번째 인생이 시작된다면....

프랙처드.삶의 균열
대니 앳킨스 지음, 박미경 옮김 / 살림 / 2015년 9월

"내 인생이 맞는데, 내가 아는 인생은 아니었다"-129

내가 기억하는 조금의 슬픔이라도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을때, 보고 싶은 사람들은 내 옆에 계속 있을 수 있게 그리고 보기 싫은 사람들은 멀리 이민이라도 보내는 가짜 인생을 잠깐이지만  상상하게 될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다 "행복했으니라"할 수 있을거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5년전 사고로 인생의 큰 기쁨을 잃어버린 레이첼에게 가벼운 뇌진탕과 함께 시작된 새로운 인생은 적응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녀를 제일 아프게 한, 자신을 대신해 죽은 어릴적 친구 지미는 여전히 살아있고 암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는 건강하고,   헤어진줄 알았던 매트와는  약혼까지 한 상태인데 말입니다.

5년전 사고이후로 어렸을 적 친구들과의 소통에도 두려움을 갖던 레이첼은  다시 일어난 사고로 눈을 뜬 후 자신이 알던 기억과 이 세상의 기억이 다르다는 걸 알게됩니다. 자신이 다른 이들의 말대로 기억 상실인건지, 혹은 다른 세상에 떨어진건지 헷갈리는 그녀와 동행해주는 지미는 누구보다 든든하게 그녀의 옆자리를 지키지만 속내는 알수 없어 그렇지 않아도  자신이 바라는 게 뭔지 알수없는 레이첼을 당황하게 만들게 됩니다. 자신이 살고 있었다는 화려한 삶도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이 살았다고 생각한 평범하다못해 숨어살다시피한 삶에서도  그녀 자리는 빠져있기에 그녀는 점점 자신을 잃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예전 지미와의 우정과 사랑사이, 그리고 매튜와 진짜 사랑인지 혹은 남들의 동경때문인지 모를 사랑을 하던 그녀에게 이번 인생은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확실히 알,  다시 오지 않을 두번째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건 확실해 보이게 됩니다. 그녀가 이번에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갈수 있을까 싶어 두근두근 달달해지다가도   가끔씩 그녀에게 들리는 사이렌 소리, 그리고 밤이면 그녀가 걱정되어 찾아오는  애프터 셰이브 향, 그녀를 멀리하는 고양이는 지금 세상 어딘가가 균열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기에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가 되어줍니다.

시간과 장소를 거슬러 올라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던지, 그 날을 반복함으로써 실수한 부분을 바꿔나간다는 이야기가 우리의 사랑을 받는 건 그만큼 우리가  다시 갈 수 있다면, 다르게 선택하고 싶은  순간이  있기 때문일겁니다. '노트북'이란 영화를 보면서 사랑은  당연한 줄 알았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한 일상뿐 아니라 젊은 날의 실수 역시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빛나는 시간이자 아름다운 날이 되는 거구나 라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건 그 시간에 신경써서 만들어내지 않는 '진짜 마음'이 담겨 있었기때문일겁니다.  내일이 되고보면 지금이 후회하게 될 순간이 될 수 있으니  마음으로 움직여 행복을 찾으라는  "프랙처드 ㆍ삶의 균열"이 사랑과 우정, 가족과 나를 가볍고도 무겁게, 그리고  아름답지만 슬프게  돌아보는 시간을 주게 될겁니다.

끝나지 않는 그의 사건,'미스터 메르세데스'

미스터 메르세데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행운을 빕니다"..."맨 먼저 도착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얻을 수 있을 거예요."-11

라는 버스기사의 측복을 뒤로 하고 채용박람회에 참가하러 집을 나선 오기는 이 새벽에  줄 선 이가 이미 있다는 것(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리고 자신앞에 선 이가 갓난아이와 함께 한 엄마라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사람이 마음이란 게 그런건가 보다 싶은,  새벽에 생긴 그들의 인연이나 이런 저런 이유로 줄을 선 이들사이에서  희망을 볼 즈음  수많은 사람들의 줄 사이에 차가 뛰어든다는  비극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스티븐 킹은 그가 선보이는 최초의 탐정 하드보일드 소설 '미스터 메르세데스' 에 2013년 맥도널드 차량 돌진과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건을 배치해놓습니다. 그 사건의 범인을 잡기위해 나섰던 호지스 형사는 1년 후  은퇴를 맞이하고 쓸쓸한 나날을 보내던 중, 미스터 메르세데스라 이름붙힌  범인에게 뜻밖의 편지를 받게됩니다.  자신이 범인임에도 결국 차주였던 트릴로니 부인의 죽음만 불러온 것이 아니냐는  죄책감과 무능을 조롱하는 편지는  호지스 형사의 죽음을 만들고 싶어한 범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에게  이제 끝일줄 알았던 삶의 원동력이자 그 사건 재조사 의지를 강력하게 만들게 됩니다.

호지스 형사와 이미 누가 범인인지 드러낸 그라는 양쪽 입장에서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면서 미친 범인과 이미 은퇴한 형사의 이야기는   추격전이라기보다는 심리전에 가까운 이야기가 되는데요.  너무 자세하다 싶게 이야기가 풀리지만, 자신의 순간적 충동이 실행되는 걸 보기위해 머리를 짜내는  진화하는 범인과 새로워지는 수법과 그런 짓을 할만한 누군가로 거리를 좁히기 위해 헐떡이며 쫓을 수 밖에 없는 늙은 형사의 이야기는 '그럼에도 쫓는다' 는 호지스의 의지를 따라가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정상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충분히 똑똑한 범인의 추적에 호지스가 쓸 수 있는 방법이 "전직 형사"라는 맥빠진 말과 똑똑한데다 착한 옆집소년 "제롬"과 갑자기 그들 일원이 된 "홀리"밖에 없기에 불리한 싸움이 아닐까 싶지만, 그들 셋의 파워 역시 만만치 않다는 게 보여지면서   그들이 어떻게 범인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게 되기때문인데요.

 더 큰 무지막지한 테러를 꿈꾸는 범인의 계획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마지막은 자신들이 위험에 처한 줄 모르는 4000명을 겨우 셋이서... 라는 생각에 아슬아슬함이 떨어지긴 하지만,  '묻지 마' 테러에서 시작된 사건은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공포와 점점 진화하는 범인들의 수법을  경찰들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너무 많아진 사건에 잘못 처리된 사건도 잊혀지기가  쉬운 세상이 됐다는 점이  사실성을 더하고, 스티븐 킹이 사건을 어디로 어떻게 끌고갈지 모른다는 걸 알기에 이야기는 끝까지 '설마'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요.

어머니를 찾는다는 그가 불안을 더하며  호지스와 제롬 그리고 홀리가 다시 만나 더  살벌한 사건이 벌어지는 건 아닌지, 삼부작이라는 그들의 다음 사건 이야기를  기다려보게 됩니다.

가슴에 바로 전달되는 아들러식 대화법

가슴에 바로 전달되는 아들러식 대화법
도다 구미 지음, 이정환 옮김, 이와이 도시노리 감수 / 나무생각 / 2015년 9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들 합니다.  그만큼 작다 생각되던 한 마디 말이 중요하다는 것일텐데요.  그걸 알기에 어렵다 느낀 상대에게  첫 마디를 어떻게  꺼낼까 고민하게 되지만,  잘 안다 생각했던 이들과  아무렇지 않게 나누었던  말이  상대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는 걸 알게 될때는 더 당황하게 됩니다.

"우리의 모든 고민은 인간 관계에서 비롯된다."-7

라는 말처럼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까 고민하게 되는 일이 작게든, 크게든 생기게 됩니다. 그럴때  그 모든 고민을 풀어 가게 하는게, 한 마디의 말이라고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마음에 바로 전달될 수 있는 대화법이 있다는 것이죠. 이 책은  아들러 심리학의 기본 용어부터  인간 관계가 원만하지 않는 사람의 10가지 특징, 인간관계가 원만한 사람의 18가지 특징은 무엇인지, 상대에게 믿음을 주는 8가지 경청 방법, 상대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9가지 대화 방법, 상황에 따라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업무편과 생활편, 6파트로 나누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간단한 그림과 글로  어떤 말을 하는 게 좋은지, 그리고 어떻게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고, 어렵게만 생각되는 거절이나 부탁의 말을 어떤 식으로 꺼내야할지 알려주고 있는데요.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자주 쓰던 단어도 발견하게도 되고, 상대방의 고민을 들으며 결국 결정은 상대가 내린다는 걸 알면서도  오히려 상대방보다 더 고민에 빠져 허우적대던  모습을 떠올리게도 됩니다.

'간결하게',"'감정으로' 전하지 말고 '감정'을 전하라'' 든지의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전달되게  얘기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게 나와있기에  더 어려운 관계가 될까 싶어 빙빙 돌리다  '차라리'  말 안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는 이에게,  부담을 털어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