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문의 기적 일공일삼 67
강정연 지음, 김정은 그림 / 비룡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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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적"이 뭘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생길꺼라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는 것,   향기네 엄마가 잠깐이지만 다시 분홍문으로 돌아온 것, 그것도 물론 기적이지만 향기네 이야기는  우리의 지금 집안에도 기적이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모자가 너무 싫다면서도 아내가 좋아하던 일이라   할 수 없이 오늘도 모자 가게문을  연다는 아빠 박 진정씨, 엄마가 너무 보고 싶은 5학년 박 향기, 이렇게 두 남자만 엄마의 사고로  분홍문에 남게 됩니다. 엄마를 많이 사랑했던만큼 슬픔도 큰 남자들은 서로를 챙기기는커녕  예쁘던 집을 점점 엉망으로 만들어놓게 되는데요. 집뿐만이 아닙니다. 향기는 학교에서 아무도 건들지 않는 문제 학생으로, 아빠 역시 팔아야 할  모자에 먼지가 잔뜩 앉아있어도 놔두고 술만 찾는 그런 사장님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보다 진짜 큰 일은  그들이 앞으로도 같은 날들이 계속될거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마음이 너무 절절해서였는지 기적이 일어나게 됩니다.  거짓말처럼 감씨가 두 남자 목에 걸리던 날, 엄마가 돌아오게 된 겁니다. 짧은 72시간동안  엄마는 그동안 자신이 알려주지 않았던  일들을 알려주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그 시간을 아쉬워하며 즐기던 아빠와 향기는    하고 싶었지만  할수 없었던 말을 서로에게 하게 됩니다.


"우리에겐 선물처럼 주어진 세 번의 저녁, 세 번의 아침, 세 번의 점심을 위하여!"-90

누구에게는 선물인 시간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의 오늘 모습은 어땠나를 떠올려보게 됩니다. 향기네 모습은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하지 않아 제일 아쉬울  말은 무엇인지, 그리고 알려줬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가족은 어떤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평상시  사랑한다는 말을 아껴뒀던 것도 후회하겠지만   또 하나 아이들에게  살아가다보면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찾아오지만  우리가  어느 쪽을 보든  그래도  희망과 행복이 보일거라는 이야기도 해줄 껄 하는 후회도 생길듯합니다.  그리고 자라는 아이들을 감싸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작아진 향기 엄마가 그랬듯  맡기고 믿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우리 어른들이 할 일로  네가 할 일은 이것이다 라고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에게 주변에서 있었던 좋은 일과 나쁜 일에 대한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느낌을 나누며 조금 더 멀리 보게 하는 것도 있는 게 아닐까 하게 됩니다.


 이렇게 동화같이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는   슬픔을 가진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투덜대고 불평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데요.  가족이라는   이미 서로에게 너무 소중한 우리들이기에,  언제 어디서든  함께 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가  '우리 사이'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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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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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이야."내가 말했다.-323

서로의 의도를 알고 있는 두 여자를 감싼 어둠속에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그 여자들은 둘 다 그의 속셈을 알고 있지만 그가 들고있는 것이 누구를 향할지는 조금 늦게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남자 역시 자신이 당하게 될꺼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그렇게 또 사건이 생기게 됩니다.


우연히 공항에서 만나게 된 남녀, '테드'는 술에 취한 채 자신에게 생긴 일을 어쩌다 말하게 되고  '릴리'는 분노에 찬 눈빛을 보내며 자신이 그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테드가 바라는 것이 아내 '미란다' 의 죽음이였는데도  말입니다. 서로의 알리바이를 대주는 교차 살인일까 싶었지만  "죽어 마땅하다''며 릴리가 너무 분노하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상처를 많이 받아 분노 조절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거나   '미란다'와 얽힌 과거가 있는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우연히 스쳐가는 수많은 만남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그리 쉽게 나눌 수 있게 된 그들의 사연이 무엇인지를   '릴리', '테드', '미란다', 그리고 사건을 맡게 된 경찰 '킴볼'까지  자신들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어떤지를,   사건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사건을 꾸미는 이들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조만간 이 일이 터질것이다 예감하게 하지만,   사건은 다른 곳에서 터지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어떻게 잘못되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꾸미던 사건은 여전히 진행되게 되는데요. '그럴 것이다' 생각한 사건이 아니라 다른 사건이 터지게 된다는 것, 그런 후에 원래 계획했던 것과 비슷하지만 달라진 사건이  다시 터진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끝이 도대체  어떻게 될지를 모르게 만들게 됩니다.


이 모든 일은   자기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서로 닮은 미란다와 릴리, 소시오패스라는 진단이 내려질 그 두 여자들때문인걸까 싶기도 하고, 여자 친구나 아내라는 존재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그 남자들이 시작한 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쯤 살인자를 응원하게 될꺼라는 말과 달리  미란다와 릴리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과 행복할 수 있었는데, 어쩌다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안쓰러운 마음을 가져보게 됩니다. 어쩌면 이 일도 어른들의 책임 아닐까 싶은데요. 특히나 아직 어리고 순수했을 릴리가 묘하게 서늘한 사람으로 자라게 된 건,  그녀에게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심어 준   그녀의 부모와 주변 사람들탓이라는 여러 모습을 볼 수 있기때문입니다.  


다른 방법을 단 한번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자신을 보호하고 필요하다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고 키워진게 아닐까 싶어 안쓰러운 그녀들이 우리를 어이없게도 만들지만 사람의 속을 모른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보여줍니다. 점점 자기 중심적으로 변해가는 우리들에게  '가볍고 무책임한  행동' 이 타인에게 주는 상처와 그래서 되돌아올수 있는 복수의 칼날이 얼마나 날카로울지도  생각하게 하는데요.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릴리와 미란다같은 이들  곁에 있다 보면 끊임없이 일어날 것 같은 사건 이야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타인을 향한  '마땅하다'가 이제껏 옳은 판단이였을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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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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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땅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일까가 한동안 궁금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나 다큐에서 만나게 되는, 햇빛이 있어도 빛이 보이지 않는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숲도 무시무시한데  그 숲사이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이름모를 동물들의 특이한 행동은 나도 몰랐던 공포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동물들중에는 사람도-원주민이라 부르는-  포함되어 있는데요.  내가 그들과 만난다면 이라는 상상을 할때면,    갑자기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손으로 막는 걸  처음 할 일로 해야겠지 하게 됩니다.  그것만이 낯선 그들을 향한 내 작은 예의의  표현이 될 것이며  싸우지 않겠다는 평화의 굳은 표시가 되기도 하고,  그들에게 겁먹지 않았다는 아직은 남아있는 용기의 다른 표현이 되지 않을까 싶어섭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고 그들이 내가 가진 별거 아닌 문명의 소소한 물건들에 호기심을 넘어서  경외를 보인다면, 그리고 그 물건을  사용하는 나까지 떠받든다면 나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가 이 이야기를 끌고가게 됩니다.  콩고 어느 곳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말로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사회에서와 그 곳에서의 행적이 너무도 달랐던 한 남자, 커츠라는 인물을 알게 되는데요.  누가 듣거나 말거나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보이는 말로를 통해 '어떤 모습일까' 그리게 되는 커츠는  만난 후 모습에서는  '상상외'라는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문화와 지식'인 세상에서    '야만' 이라 불리는  곳으로 떠나는 말로를 통해   낯섦에 대한 공포와 그런 곳에서조차 자신들의 힘을 넓히려는 백인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욕심이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  보여지는데요.   문명의 그늘에서 커츠같은 사람을 보내 야생의 자원을 빨아먹고 싶어하는 회사에 어떻게든 남으려는  지배인같은 사람과  그 모든 걸 알면서도 그 곳에서의 자기 세상을 만드는 커츠같은 사람을 볼 수 있는데요.   커츠에게 두 세계중 어느 하나를 택하라고 했다면  그는  문명이 아닌 야만에서의 지배하는 삶을 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곳에 더 있었다면 말로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게 됩니다.  나중 귀국하게 된 말로 역시 한가로이 주변을 거니는 사람들을 위험과 안전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멸시에 가까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건  뭔가를 겪고 돌아왔다는 자만일수도 있고,  자신만의 세계를 굳건히 한 커츠라는 인물에 대한 끝없는 동경일수도 있는데요.


생각과 행동이 다르게 표현되는 말로가 우리를 대신하는 인물은  아닐까 하게 됩니다. 노예처럼 보이는 원주민들에게 연민을 가졌으면서도  들리는 커츠의 소문에 살을 붙여가며 만들어가는 그의 상상은,그리고 그의 실체를 봤음에도  점점 변해가는 그의 추종은,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미지의 세상을 정복한 오직 한 명에 대한 두려움과 부러움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 싶은데요. 정복한 왕들의 업적은 기억되고 미화되어가면서  그 안에서 고통받은 많은 이름모를 이들의 상처와 원망은 잊혀지는 그런거 말입니다. 하지만    미개하다 여긴 그 곳의 수천 년 삶을 그들이 적응하고 잘 살아가고 있는데 비해, 누리며 살았던 커츠가 병에 걸렸다는 건   그 땅의 기운에 졌다는 건 아닐까 싶고, 역시  그는 그 땅에게는 미개한  이방인이였고 잠시 머무는 사람이였던 거 아닐까  싶어지게 됩니다.


"지옥의 묵시록" 원작 소설이라는 말에 궁금했던 이야기이지만 짧은 길이에 비해 담고 있는 게 많아서인지 한번에 읽어가기가 쉽지 않은데요. 툭툭 끊어가며 자신이 보고 느낀것만 이야기하는 말로의 이야기만으로는  몇 번은 더 읽어야 그들의 이야기가 뭘 전하고 있는지 지금보다는 알 수 있지않을까 하게 됩니다. 제국주의의 악몽이라는 모습도 물론 볼 수 있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과 공포, 자신을 하찮게 보면서도 미화시키는 인간의 심리가 더 많이 보이는, 한 줄의 이야기안에 아직 모르고 넘어가는 게 많다는 느낌이 들어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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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걱정 뚝! 여성 소셜 마케팅으로 시작하라
최은희 지음 / 성안당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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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1만 명의 여성들과 협업 마케팅을 진행해왔다는 저자 최은희님은 광고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택한게, 왜 여성 소셜 마켓팅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여성들이 가진 마켓팅 DNA때문이라는데요.  물건을 구매하기 전 뿐 아니라 구매후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던가  거기에 넓어진 구매력, 그리고  물건에 대한 호불호를 널리 알리는 입소문의 위력을 갖고 있고, 추천 가능성까지 높은 게 여성이기때문이라는데,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물건을 사기위해 주변에 물어보곤 했는데, 지금은  온라인상에서 그 물건 사용후기를 찾아보게 되는데요. 자신이 사용한 물건에 대한 느낌을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것도,  온라인상에  그 물건에 대해 상세히 적어놓은 것도  여성들일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많은 이들중에서   나랑 비슷할것같다 싶은  이들의 느낌을 보면서  그 물건 살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는데요.


유엔은 '2018년 한국'이란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17년 무렵에는 모든 소비의 70%를 여성이 구매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합니다. 그런  여성 구매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같은 취향을 보유하고, 내가 살펴 보고 싶은 곳을 상세히 기록해준  여성들의 좋은 후기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합니다.  여성 소비자를 열성팬으로 만들기 위한 3가지 방법으로 여성 소비자에게 확신과 신뢰를 심어라, 여성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라, 여성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라 라고 하고 있습니다. 최은희님은 그런 방법을 이용한 다른 회사들의 예나 자신이 사용했던 방법을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이가 살펴봐야 할 부분과 조심해야 할 부분을 짚어주는데요.


우선은 새로운 마켓팅 프레임으로  트리플 미디어의 활용을 적어놓았습니다. 인터넷 광고를 포함한 페이드 미디어, 블로그나 sns을 포함한 언드 미디어,  자사 점포나 자사 커뮤니티를 포함한 온드 미디어, 이렇게 세 가지의 장단점을 알려주고 어떻게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데요. 왜 그녀가 여성을 통한 쇼셜 마켓팅을 택했는지 알 수 있는게 이제껏 해오던  단순 홍보나 광고만으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이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스토리가 있는 내용이 신뢰를 받게되는데, 여성들이  진짜 생활에서 녹여내는 "이야기가 있는 활용도 있는 설명"이 판매자들이 원하는 신뢰로, 소비자들의 제품에 대한 기억력을 길게 하고, 구매욕을 올린다는 겁니다.


각 쇼셜 미디어를 나이, 성별로 어떻게 활용할지나 이벤트를 활용하라는 여러 예가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사람들을 불러오고 싶어하는 개인에게도 도움이 되게 나와있는데요. 자꾸 온라인 쇼핑몰로 눈이 가고 있는 이가 "만일 시작한다면", 돈이 아닌 아이디어로   분명히 같은 업종이 있는 가운데서 어떤 시작이어야 눈길을 끌 수 있는지, 그리고 꾸준히 챙겨야 해야하는 점들이 뭔지를  알게되는 시간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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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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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호프는 바로 이 말을 기다렸던 것이다. 이제 그는 마치 나는 새처럼 가볍게 뛰면서 현관 문을 빠져나가 쏜살같이 구내로 달려간다.-164

무슨 말? 애인이라도 찾아왔다는 연락을 받은 거 아닐까 싶지만, 그가 기다리던 말은 체자리가 웃으며 그에게 자신의 저녁을 양보한다는 겁니다. 그의 하루를 지켜보다보니  멀건 양배춧국 한 그릇과  빵 한조각을 위해  나는 듯 뛰어나가는 그가 보이는 듯 합니다. 아마 그의 입가에는 갑작스레 마주친 간수를 보면서도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지어져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정당한 노동의 댓가로 챙긴 이 저녁마저도 이름만 대고 순순히 먹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치열하게 자리싸움, 눈치싸움을 해야하는거지요.  쟁반을 나르는 순간에도 자기 거라 맘속으로만  정해놓은 그나마  건더기가 헤엄치고 있는 국에  숟가락을 꽂는  그의 재빠름, 한 그릇의 국을 먹고 나서 다음 국으로 눈을 돌리며  안심하는 절박함, 그러면서도 낮에 있었던 것에 이어 저녁 역시 두 번째 국이라는 사실에 두근대는 그의  가슴떨림이 읽는 이에게도 옮아와 국 내용물이 신선하거나 꽉 차 있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신중하게  저어대는  그의 '한 그릇 더'가  전해주는 기쁨이  울리게 되는데요.  


10년 형을 받고 지금 8년  수용소 생활을 하는 슈호프를 통해 제각각 사연을 가지고  저마다의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설렁 설렁 일하는 밀고자들, 반장이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사람들과  아직도 적응하지 못하고 늦된 사람들, 수용소라는 이름만 들어도 느껴지는 차가움속에서도 신을 믿어야 한다며 늘 착한 사람들까지 말입니다. 이런 힘든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약간의 권력이라도 손에 쥔 이들입니다.  주방 보조이면서 대들지 않는 등짝만  구별해 갈기는 이도 있고, 소포받을 때 자기 몫을 챙겨주지 않으면 심술을 어떻게든 부리는 이들, 그들뿐만이 아니죠. 보관계도 의사도 곳곳에 모두가 뭔가를 바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 이들을 보면 인간의 얄팍함과 어떤 상황에도 존재하는 욕망의 어이없는 크기에 절망하게 되지만  수용소라는 곳도 사람이 사는 거구나 싶게 숨쉴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는   슈호프같은 이들을 보면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선하기에 이제껏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게 됩니다.   


정당한 대가에 대한 수고를 딱 적당한 선에서 요구하는 그의 모습은 처지에 비해 너무 합리적으로 보여 오히려 더 요구해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요. 어느 일 하나 대충하지 않는 그의 모습과 체자리의 짐을 '그냥'지켜주는 모습을 보니,   한 그릇의 국에 흐뭇해하는 게 더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주운 거 하나 버리지 않고 계획을 세우는 그를 보면서는 앞으로의 계획이 없다면서도 작은 것에서 갖게되는 삶의 희망이라는 게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뭐가 됐든 말한 시간안에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스스로의 약속을  배신하지 않는 이를 향한 존경을 갖게도 됩니다.


토끼들의 즐거움이다. 그래, 우리를 보고 놀라는 개구리들도 있다고 좋아하는 그런 즐거움 말이다.-151

저자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역시 수용소에서 8년 세월을 보냈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이 이야기는 진짜 그가 지켜본 수용소에 같힌 이들의 모습이기도 할테지만  슬프게도 수용소에 너무 잘 적응한 슈호프는 일정 테두리 안에서  이리 저리 치이면서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슈호프가 들었다면 진짜 배부른 투정이라고 했을 겁니다만...) 하지만 그래서 그의 재빠름에 더 감탄하고, 행운이라는 말에 같이 좋아하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라는 그의 기도가 맞는 상황인건가 싶으면서도 같이 기도하게 되는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래서 1962년작이라는 오래된 시간, 다른 공간과 다른 문화라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가 같은 마음으로  쓸쓸해지는 건지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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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6-06-25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고 싶은데 아직도 못 읽었어요 ㅠ 수용소가 우리의 사회 축소판 같네요 수용소 속의 인물상도 지금 우리 모습과 다를바가 없구요 ㅠ 이건 꼭 읽어봐야겠어요

어떤하루 2016-06-26 21:30   좋아요 0 | URL
저도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읽었는데, 주인공인 슈호프가 너무 자신이 정한 선을 지키는게 씁쓸하더라구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게 맞는 거지만 주변에서는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수용소의 하루 삶이라 뻔할거 같지만 그래서 그가 더 가깝게 다가오기도 하고 안됐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리 두껍지 않으니 한번 읽어보시고 어땠는지 알려주세요!!

루쉰P 2016-06-28 20:50   좋아요 0 | URL
네 ㅋ 사실 제가 있는 곳 고시원도 수용소와 비슷해서 ㅋㅋ

전 수용소 관련 문학이나 홀로코스트를 관련 서적을 좀 즐겨 읽은 편인 것 같아요. 소련은 `굴락`아라는 곳이 있거든요. 그 서적도 읽은 기억이 나요.

수용소라는 것 누군가를 가둔 다는 것 저 수용소 시대는 눈에 보이게 라도 가뒀지만 지금은 경제적 격차로 인하여 눈에 보이지 않게 모든 사람을 가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어요.

좋은 리뷰 또 기대할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