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온 스노우 Oslo 1970 Series 1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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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어 준 목표를 향해  백발백중의 확률을 보이는 킬러가  당연히 제일 무서운 킬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온정을 가진 킬러가 더 무서운거 아닐까 하게 됩니다. 그 온정이 어느 때 발휘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가졌을때는 더, 더, 더 말입니다.  일을 시킨 자도   죽었음 한  자가  킬러의 온정으로 살아남은 채 자신에게 복수하러 올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가져야겠지만, 심지어는 그  킬러마저  틀어진 관계로 인해 자신에게   총구를 들이댈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봐야하니   말입니다.


나란 인간은 지금 하는 이 일 말고는  별로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오슬로 1970 시리즈의 1편 블러드 온 스노우에서는 그가 지고있는 원죄때문인지  자기 존재를  부정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하는, 킬러를 보여줍니다. 은행을 잘 털고 나와 도망쳤음에도  평범한 운전이   "그냥" 이상해 경찰의 주목을 받아 쇠고랑 찰 수밖에 없었던 킬러이자  사랑에 너무 금방 빠지는 킬러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고,  난독증으로 차라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한다는, 어딘가 허술하고 낭만적으로 보이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는 그런 킬러인데요. 그를 알아갈수록 킬러 일을 유일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그만큼 죽을 확률도 높아지기때문에 그 앞에  서고 싶은 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할 일을 하되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라는 조심성을 철칙으로 삼는 그에게 현재의 보스인 다니엘이 자신의 아내를 죽여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보스의 아내는 너무 미인이고 말입니다. 집안 일까지 관여하게 된 킬러의 운명이 어떨지 아는   올라브이기에   그는 이제 자신의 등 뒤에 아무도 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게  올라브의 일은  살리기 위해, 살기 위해,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기에 시작되고  바빠지게 됩니다.


먼저 읽은 2편 '미드나잇 선' 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순서대로 읽지않은 걸 후회하게  되는데요. 줄거리나 결말보다는 죽음을 즐기지 않으면서도 죽음 언저리를 빙빙 돌아야 하는  해결사의 외로움이 더 잘 보이는  이야기라는  비슷함속에서도, 올라브의 운명이 더 가혹하기때문입니다. 그래서   욘이 그랬듯  올라브 역시 '살기 아니면 죽기'라면서도  사랑만은 쥐고 싶어하기에    이번 일에서도 그가 살아나기를, 그래서 그렇게 바라는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데요.  

 

 미국에서 도쿄로 날아가는 비행기안에서 12시간만에   만들어냈다는 "블러드 온 스노우"는  평상시의 요 네스뵈라는 이름이 주는 무거움과는 다르게 '뱃사람이라는 악당'과 '해결사가 가지게 되는 뒷골목 인생'과 '외로움과 낭만'이라는 이야기로   어떤 결말일지  모르는, 1970년대  오슬로 이야기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다른 해결사이면서도  같은 '뱃사람'에게 결국 쫓기게 된   욘도, 올라브도  우리의 애정을 받게 되서일까요. " 미드나잇 선" 후의 오슬로 시리즈에서는  뱃사람을 쫓는  해결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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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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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다를바없는 아침, 막내 한나가 이렇게 말합니다. "언니가,오늘은 아주 늦어." 그제서야 할 일 많은 리디아가 아직 내려오지 않은 걸 깨달은 엄마 메릴린은 딸을 깨우러가고 아이의 침대가 비어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중국인 아빠와 미국인 엄마사이에서 엄마의 특징을 더 많이 물려받은 리디아는 부모의 사랑을 유난히 받는 아이였는데요. "할 수 있어,","응"이란 단어를 입에 붙이고 살다시피한 그 착한 아이가 사라진 겁니다.


처음엔 메릴린의 말처럼 누군가 방으로 들어와 아이를 납치한 끔찍한 사건인건가로  추리해보게 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곧 알게 됩니다. 리디아를 걱정하는 가족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리디아의 요즘이 어땠는지 보게 되는데요. 그렇게 리디아가 어떤 아이였는지 우리가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갈 무렵  경찰들이 보는 냉정한 시선과  가족들의 뜨거운 시선사이의 거리가 아주 많이 멀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한 사람의 모든 면을 알 수는 없겠지만  가족마다 왜 다른 오해를  서로에게  하게 됐는지  들여다 보게되는데요. 외모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뜨거운 열망으로 알게 모르게 그들 가족들은 자기만의 비밀과 외로움을 더 크게 만들어가게 된 거 아니였을까 싶고,   또  밖에서 안에서 받은 상처를 유난히 서로를 챙기는 것으로  치유받던 아이들이 그 때도 그랬더라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하는 마음도 생기게 됩니다.


그 모든 게 원인이고 이유가 되어 맞물리며 생긴 일일겁니다. 그들이 서로에게 진실했다는 건 그 누구보다 우리가 더 잘 아니 말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가족의 사랑을 믿는만큼  자신이 원하는 걸 조금이라도 일찍 말했다면 이렇게까지 큰 일은 생기지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오게 되는데요.     결국은 가족을 생각했기에    말하지 않고 꾹 참는 시간을 보냈는데, 그 사이 조금씩 가족이란 테두리가  무겁게 서로의 가슴을 짓눌렀던 건 아닐까 하게 됩니다.


사건보다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우리는 처음 생각과 너무 다른 이유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어느 가정에서나 쉽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더 마음복잡하게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기대와 바람, 그리고 자신이 했던 실패를 자식들만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을 넘어선 분노에, 그래도 가족의 사랑이라는 무게까지 말입니다.   데뷔작으로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켰다는 셀레스트 응은  가족이 홍콩에서 미국으로 건너왔기에  이런 여러 감정들을  더 실감나게 그린 것일까 싶게 간결한 어투로  사건과 비극에 휘청이지만   함께 한 시간들을 힘으로 삼을 수 있는  가족들의 진짜 사랑이 뭔지를 잘 그려가고 있는데요.


리디아가 태어난 뒤로 줄곧 맡아온 냄새였다.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리디아는 자신이 이 냄새들을 그리워한다는 걸 깨달았다. 리디아는 엄마의 허리를 끌어안고 엄마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빰에서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가 느껴질 때까지.

가족이 있어 좋은 건  순간의 아픔과 기쁨도 내 인생의 큰 일로   함께 기억하고 위로할 수 있기 때문아닐까 싶어지는데요.  위한다는 이유로  모르는 채 지나가는 소중한 순간은 없는지, 서로에게 오해하고 상처주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해서일까요.  가족의 진짜 행복이 뭘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지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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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 혼자지만 따뜻하고 맛있게
김선주 지음 / 조선앤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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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티비 프로그램이 요즘 많아졌는데요.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먹고 즐기는지를 보며, 특히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다는 걸 보게 됩니다. 집밥이라 부르는 것처럼  만들어 먹자니 솜씨도 걱정이지만  만만치않은 재료비에 남기는 음식물 쓰레기까지  고민이고, 그렇다고 매번 사먹자니 마음에 안 드는 걸 먹게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유로   혼자 먹는 이들을 위한 다양한 간편식을 많이들 선택한다고들 하는데요. 그래도 가끔은   혼자지만 나만을 위한 음식을 한가지라도 만들고 12첩 반상차림인양 바라보고 싶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자취생활이 길었던 저 역시 늘 밖에서 해결하다가도 어느 날은 만용으로, 어느 날은 나가기 너무 싫어서 등등의 이유로 내가  음식을 해보는   시간이 있었으니 많은 분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요.  몇 안되는 재료들로 뭘 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지만  몇 번(혹은 몇 십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이 되는 순간부터   "혼자지만 따뜻하고 맛있게 혼밥 " 이 가능하다는 푸드스타일리스트 김 선주님처럼  나만의  성공적인 혼밥은 그렇게 시작하는 거 아닌가 합니다.


힘든 하루를 보낸 나를 위로하며 즐기는 마음으로 요리하길,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한 끼가 아닌 행복하고 건강한 한 끼를 우리 모두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모두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집안이였던 탓에 실패가 적었을 것 같은  김 선주님은 나만을 위한 휴식같은 메뉴 110가지를 보여줍니다.  혼자 먹어도 대충은 싫다는  그녀는 계량하는 법의 팁부터  면,밥,샌드위치와 토스트,샐러드,고기와 국물까지 다양한 메뉴를 보여주는데요. 레스토랑에서처럼도 있고, 엄마가 해주던 맛을 떠오르게 하는 모양도 있고, 라면이나 빵을 이용한 간편하겠다 싶은 것들까지 난이도 별 여러 종류를 선보이고 있어  몇 가지만 선택해  따라할 줄 알면 친구가 급하게 찾아왔을 때도 당황하지 않는 베테랑의 모습을 보일 수 있겠다 하게 됩니다. 


간혹가다   구하러 뛰어가야 하는 재료들도 보이지만 많은 음식들이 너무 이뻐 만들고나면 누구에게인가 보여주고 먹여주고 싶은 음식들 아닌가 합니다. 물론 신나게 고기준비하고 딱 밥만 꺼내면 되겠다 싶었는데, 밥이 없어 만들어보게됐다는 두부불고기처럼 즉흥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그녀가 적어놓은 각각의 음식들에 대한 사연을 읽다보면  음식이란 게 그런것이 아닐까 하는데요. 누가 온다 싶어 준비하려면 몸이 무겁지만 나를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하다보면 이것저것 생각지도 못한 재료를 덧붙이고 흐뭇해지는 거 말입니다.

 

집에 돌아다니고 있던 새우와 토마토를 갈아넣은 토마토 스파케티를 만들어보았는데요. 이걸 보고 좋아하는 이들을 보니 내가 더 기분좋아지는 건  역시 음식이란 하면서 먹으면서  누군가를 위한, 그게 내가 될 수도 있는, 마음이 오고 가기때문아닐까 합니다.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면서 너를 위한 시간도 되는 메뉴를 고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요령이 들어간 나만의 레시피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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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하니 2
시바타 요시키 지음, 김혜영 옮김 / 콤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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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예전 학교때 순간이 떠오를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 나이의 눈으로 그 당시를 보게되는데요. 대부분은  유치했다고 웃음짓거나  그 때는 이렇게 행동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워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중학교쯤 어린 나이의 학교 생활에 사고가 있었고 친구가 사라졌다면... 충격으로 그 때의 기억은 오히려 흐릿할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아무 잘못도 없이  자신이 사라진 아이와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괜한 오해를 받는다면 더 말입니다.


 

같은 조였던 아이들 중  행방이 묘연한 유키와 사라진 후유하를 빼고  미야, 다카코, 고지, 유타카, 게이코에게 "나를 기억하니? 후유하"라는 메일이 도착하게 되고, 처음에는  단순 문자였던 것이 협박 비슷한 메세지로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들여다보면 상처를 가진 아이들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후유하의 문자에 놀라게 되고, 우리 행동에 문제는 없었는지 재차 확인하게 되는데요.


1편에서  이 사건이 다시 시작될거라는 암시를 준 것처럼 2편 이야기는 그들 주변에 행동으로 불만을 나타내려는 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에  혹시나 아이중 누가  뭔 일을 저지른 건 아닌지 불안감을 갖게 됩니다. 어렸을 적의 치명적 실수는 아닌지, 그래서 누군가는 그걸 품고 잊으려 살고있고, 또 누군가는 그걸 품고 세상에 기억해달라고 하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각자 나름대로  당시 상황을 맞춰가는 조사를 하게 되는데요.  후유하 사건에는 그들 나이때는 알 수 없었던 더 깊은 내막이 있다는 게 속속 드러나게 됩니다.


생각지 못한 20년전의 사건이  어른이 된 이들을  흔든다는 것만으로도 비밀을 떠올리게 되기에 과연 그게 무엇일지, 그리고 왜 그런 일이 있어야만 했는지로 여러 추측을 하게 되는데요. 사건은 모습을 드러내고 후유하의 비밀을 알게되지만 1편에서 집중되었던 사건이 너무 많은 이야기와 용의자로 분산되며 우리의 주의를  흩뜨려놓는다는 아쉬움을 남기게 됩니다.


운이 나빴던 것이고, 우연일뿐이다.-326

운으로만  받아들일수도, 우연으로만  받아들일수도 없게끔 만드는 건  인간들의 욕심과 타이밍이 안 맞는 인간들끼리의 삐긋한 실수가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늘 잘 알게되지만 이번 일은  생각과 다른 너무 심한 결과를 가져왔기때문인데요.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원망으로라도  기억되고 싶은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였는지, 생각과 다른 결말에 입맛이 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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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조지 그로스미스 지음, 위돈 그로스미스 그림, 이창호 옮김 / B612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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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제 일기는 아닙니다. 제 일기가 궁금하셨던 분이 계셨다면 말입니다. 이 책 소개글을 보면 1888년부터 주간 잡지 펀치에 연재된 이 소설은 그 당시에는 별로였으나 1910년도부터 명성을 얻었다는 말과 힐레어 벨록이(물론 누구인지 모르는 분입니다만...) 이 이야기를 '우리 시대에 몇 안 되는 불멸의 업적 중 하나'라고 일컬었다는 말, 그리고 1930년대 소설가 에벌리 워 역시 그의 에세이에서 '이 책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는 글이 있는데요. 이 글을  못봤다면  '평범'과 '일기'라는 단어에 아마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가 이렇게 빨간채  욕조에 있는 이유가 있답니다. 겉멋만 잔뜩한  푸터씨...>

 

또 어떤 이는 이 소설이 저자인 형 조지와 동생 위돈 그로스미스 형제의 실제 가정생활을 소재로 했으며 밥 벌레같은 처지의 위돈이 루핀의 모델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까지 해 놓았는데요. 맞는 말이던 틀린 말이던 모욕적이라는 생각에   형제가 모두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으로 찰스 푸터씨는 누구며 그의 아들 루핀은 또 어떤 아들일까 궁금해지게  됩니다.


왜 내 일기를 출간하지 않는건지  끝도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찰스 푸터의 유일한 회한은 젊었을 때 일기 쓰기를 시도하지 않은 것이라는데요. 아내 캐리는 그를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 찰스씨의 일기내용을 보니 그래도 그는 캐리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내 캐리는 이렇게 순진한 남편을, 더군다나 자신을 이렇게 사랑해주는데 왜 타박할까 싶었는데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는데다  주변 사람들의 눈이나  사교계의 유명 인물이라면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니 이미 따놓은 점수도 한순간에 까먹게 되는, 그런 사람 아닐까 해보게 됩니다.


착하지만 푼수끼가 있고, 친구들의 어이없는 장난에 순진하게 넘어갈만큼 아직은 세상사에 덜 찌들은 가장인 찰스씨는  스스로 발등찍는 일도 잘하고, 당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무엇 무엇이','그러므로','그래서' 라는 똑부러진 어휘구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일을 대충 마무리, 그러면서도 내가 눈감아준다 하는 마음 넓은 이인양 하는 귀여운 면도 보이는데요. 그렇게 애같은 면을 보이다가도   아들 루핀이 성실함이 최고라 여기는 그의  눈에는 일확천금만 노리는  못마땅한 짓만 저지르며 다니는 애송이로만 보여  남들 눈에 티나지 않게 애간장 녹이는 모습을 보일때는 역시 구세대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나와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될 아들. 승합 마차로 출근도 같이하고 집에도 같이 오고........ 누가 알겠는가, 시간이 지나 저 녀석이 우리의 작은 집에 관심을 두게 될지. 집 안 구석구석 못질하는 나를 돕거나 벽에 그림을 걸려는 엄마를 도울지.  ... ...

그의 일기를 읽노라니  부모 세대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생각나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주 작은 일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느라  늦은 밤 잠 못들며 뒤척였다는 그의 하룻밤이 얼마나 애틋한지, 성실성보다는 실적으로 일을 나누는 아들의 행동에 놀라는 그의 모습은 또 어찌나 짠한지, 나에게도 있었을 비슷한 하루 하루가 글로 보니 이야기가 되고 다른 일을 연달아 또오르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요.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는 그의 마지막 일기부분은 시대를 넘어 공감하게 되는 마음으로 그의 가장으로서의, 평범한 회사원으로서의, 성실한 친구로서의 일상에 감사해 크게 기뻐하는 그를 떠올리며  절로 흐뭇해지게 됩니다.


찰스라는 실존인물의 글이 아닐까 할만큼 일상을 그려갈수 있기에  1890년대를 이렇게 잘 대변하는 글은 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시대가 다른만큼 많은 어휘들을 뒤에서 찾아가며 무슨 뜻인지 찾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주변을 둘러싼 작은 소품 하나에 신경쓰며 아내의 바뀐 취향이며 습관에 눈길주는 남자, 그리고 변하고 있는 세태를 불평하며 자기 생활습관을 고집하려 하지만 남들 시선에 저절로 자신을 돌아보는 남자의  평범과 일상이 함께 하는 나날도  이렇게 보니 충분히 재미있고, 좋은 글이 될 수 있겠구나 하게 됩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나 '브리짓 존슨의 일기' 가 후대에 이 이야기에 영향받아 나오게 됐다는 말은 또 얼마나 놀라운지요.


일상과 평범이 좋은 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오래전 글이  푸터씨가 보이는 주책을 나는 하고 있는 게 없는지, 그때부터도 세대가 다른 자식의 일은 역시나 내 생각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게 되는데요.  내 일상을 시간이 지나 글로 보게 되면  어떨지,  가끔 아이들 어렸을 적 일기를 보면서 내가  즐거워하듯 우리 아이들도 내 일기를 발견하게되면 즐거워할지, 혹은 부담스러워할지  궁금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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