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플러스 우리 명절 신통방통 사회 4
김은의 지음, 유영주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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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엄마, 이번엔 누구 누구 오는거야?"

라고 아이들이랑  명절이 가까워져서 시골가게되면  가는 동안  꼭 물어보는 질문이다. " 다 오지."란 말에 사촌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대가며 진짜 다오냐고 묻는 아이에게 그렇다는 대답보다 더 좋은 건 없나보다. 어쩌다 만나는 사이라 어색하지 않을까란 걱정은 잠시,  가족이란 느낌때문인지, 만나서 금방 같이 놀러갔다 오겠다며 잠깐 나갔다 와서는 금방 예전 친한 모습 그대로이다.


그래도 다른 가족들보다는 많이 모이고 자주 모이는지라 아이들이 명절에 대해 잘 알고있지않을까 했지만 이름이나 대충 어떤 날이구나 하는 느낌만 알고 있다는 것을 '신통방통 + 우리 명절'을 읽어가며 알게된다.




일년 동안 어떤 명절이 있는지, 그 날 무슨 일과 무슨 음식, 그리고 왜 그런 날이 생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오고 있다.





부모님을 잃은 꼬마에게 꿈속의 엄마가 산 너머 마을 김 선비댁을 찾아가 양자가 되라는 이야기를 해주게 된다. 혼자서 여기저기 떠돌며 자란 꼬마에게 김 선비댁에서는  일년동안 같이 지내며 명절을  지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되고,  "왜 명절을 지내보자는 거냐"는 질문에   적던 많던 가족들이 모이게 되는 일년 동안의 명절을 지내보고 그래도 가족으로 잘 지낼수 있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후에 가족으로 살 것인지 결정하자는 말을 하게된다. 하지만  그러고나서도 작은 할마버지의 허락이 떨어져야  가족이 될 수 있다는데~~ 어떻게 될까 싶다.



                                                                   

설날을 준비한 목욕부터 시작해 차례를 왜 지내는 것인지, 무슨 음식을 먹는 거고 왜 그런건지, 그리고 그 때 놀이는 무엇인지 등 꼬마가 아이들이나 부모님을 따라가며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라 실수 연발인지라 엄청 무서워보이는 작은 할아버지께 혼이 나기도 하는  꼬마는  부모님의 도움도 받아가면서 점점 부모님의 사랑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걸 알아가게된다.


하지만 저렇게 무서운 호랑이  할어버지께서 과연 허락하실까 싶은데, 화내신 이유는 다 꼬마를 위한 거라고 하니.~~  그렇담 혹시나...






각 명절마다 이렇게 깔끔한 정리와  각 날에는 무슨 일들이 있는지 따로 정리해서 알려주고 있다.



오방색, 앙괭이, 복조리, 왜 떡국을 먹어야 한살 먹는건지부터 하나씩 하나씩,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그 각각에 의미가 있는 것임을 이제서야  아이들뿐 아니라  나까지 배우게 된다. 나중에는 아이들과 각 명절의 특징,그리고 그 날마다 특이한 이름이 붙은 행동을 하거나 먹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퀴즈도 서로 내가며  다시 한번 우리가 슬쩍 지나갔던 명절에 대해 자세히 알게된다.


이렇게 우리처럼 하나씩 배워가던 꼬마가 드디어  작은 할아버지의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라는 마지막 질문을 받게 되고  일년동안 보았던 것들을 생각해보며  아주 의젖한 대답을 하게 된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때로는 너무 당연하기에 몰랐던 가족과 같이하게되는 명절의 소중함, 이제는 성광이라는 멋진 이름을 받게된 꼬마에게서 우리 아이들도 많이 배우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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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진짜 답이 없다 탐 청소년 문학 7
장 필립 블롱델 지음, 김주경 엮음 / 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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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

고 사방에서 난리들이다. 그럴때마다 물론 나의 대답은 "네. 존중합니다."이다. 그리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쬐금 있더라 하더래도  어찌 내가 비밀번호,패스워드라는 암호로 딱 막혀 보이지도 않는 아이들의 사생활을 침범할 수 있으랴 싶다. 이웃으로 맺어진 아이들의 블로그에 잠깐 들릴때도 있지만 짧은 글과 그 밑에 달린 수많은 댓글, 게다가 어떤 날은  그  댓글이 초성이나 이상한 글자들의 조합으로만 이루어져있는 경우도 있기에 한글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가 해석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 많은 글을 다 읽어 볼 힘도 없지만, 어쩌다 눈에 띄어 이런 글이 왜 달린거야 라고 물어보기라도 할라치면 '어떻게 알았냐'는  비난과  눈흘김이 있어 어이가 없어지기도 한다. 우린 이웃이라고... 비밀글이 아니였다고...

 

이런  주장을 하는 아이가 우리 아이만이 아니여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나만의 사적인 공간이라 여겼던  블로그에  어느 날부턴가 아빠가 방문하고 있다는 것과 당연히 내용까지  읽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화가 난 아들이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아빠에게 복종은 하되 절대로 말은 하지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 아들과 그런 적이 없다고 잡아떼지만 얼굴에  이미 미안함과 당황스러움이 드러나있는 아빠의 '누가 오래 말 안하고 참기' 대회가 열리게 된다. 울 집에서도 가끔 돌아가며 이 대회를 열기도 하는 고로  어떤 방식의 화해를 택할지 궁금했는데,  아빠가 먼저 비밀이 든 판도라의 상자를 공개함으로써, 이제껏 생각지도 않았던   아들 그 나이쯤되는  아빠가 가졌던 고민과 숨겨 둔 가슴아픈 비밀을 알아가며 아들도 아빠가 왜 그래야했는지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아들의 사생활을 몰래 감시하는 것, 그건 아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p.31)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화를 낼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아들을 보며 생각하게 된다. '이 정도가 뭐 감시까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의 일기 역시나 부모님이  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깜짝 놀라게 되는 아빠를 보며, 예전  긁적여놓은 낙서를 누가 볼까 싶어 철통보안을 해놓으려했던 나를 생각하니 그 마음이 이해가 가게된다.  그 이해에 아흔 먹은 노인이 예순 아들에게도 길 건널때 조심하라는 말을 여태껏 하는 건 신뢰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걱정일뿐임을 알아주길 바라는 지금 내 심정을 살짝 덧붙이고 싶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 앞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다. 그렇게 해서 안에 있는 사람에게 상대방을 맞을 시간을 준다.(p.130)

달라지는 아이들, 그리고 그것에 조금씩  적응했다 싶다가도 급 브레이크가 걸리는  우리 부모라는 사람들. 이런 우리같은  투닥투닥 싸움을 하는 부자의 장난스런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사과를 위해 한 발 멀리서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고 기다리는 아빠, 그리고 아빠에게도 자신과 같은 시절이 있었음을, 그리고 더한 상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아들이 만들어가는 사과가  대충 급사과로 마무리 짓곤하는 아이와 내 관계도  생각해보게한다.  가까이 있는 사이일수록 누군가가 이해하기를 기다리기만 한다는게 너무 힘들다는 걸 알기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들은 언제나 유혹에 빠진다.

 아이들이 막아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는 걸까... 아마도 그 전에 아이들과  예전 내 생각을 해보며  속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지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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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나카무라 진이치 지음, 신유희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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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병원에 가야겠구나 하는 일도, 가야만 하는 일도 많아진다. 예전과 다르게 피곤하거나 어딘가 욱신거리는, 개운하지 않은 몸상태로 '옛날 몸이 아니야.', '가는  세월 앞에 장사가 없어.'라는 등의 이야기가 실감이 나게되면서 아무래도 의학의 놀라운 힘을 빌려볼까 하는 일이 많아지게된다.   1년에 한번씩 하라는 건강검진에 조금이라도 수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경우에는 더 그 부분이 신경이 쓰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주변에 연로하신 분들을 보게되면 아마도 나 역시나   다른 이들이 말하는 세월 그대로 진행이 되겠구나 싶고,  그 나이대로 여기, 저기, 그런 부분이 약해지겠구나 하는  공감과 함께 장차의 걱정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아프다거나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지게되면서 사람이 벗어날 수 없는 '생로병사' 중  제일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부분인 '사(死)'라는 부분을 더 생각해보게되는 기회가 생기게된다. 어제까지 괜찮았던 분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돌아가셔서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는 경우도 있었고. 오랫동안 앓고 있던 지병으로 혹은 우연히 알게된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이야기도 들리면서 삶과 죽음이란 고민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그렇게 방문한 병원은 역시나 이런 저런 기계와 치료로 환자의 몸을 지탱시켜주기에, 우선은 안심이라는 생각이였는데, '목숨 걸고 찾아가는 곳이 병원이다'(p.21)라는 말부터 '암 때문이 아니라 암 치료때문에 죽는다.'(p.137),'의료는 너무 쉬운 선택을 하고 있다.'(p.97) 등  병원과 의사가 내놓은 처방에 대한 우리의 맹신을 재고해보라는 이야기에, 우리에게 병원이란  어떤 곳일까 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된다. 평생을 의사로 지금은 임종을 앞둔 노인을 돌보는 의사로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 '나카무라 진이치'씨는 아무래도 노인들의 임종을 많이 보게된 탓인지, 다가 온 죽음을 억지로 삶으로  연장하는 것이나 고령자의 암은 방치가 낫다, 때로는 늦은 진단이 편안한 죽음을 불러올 수 있다는 말로, 어쩌면 매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이의   낯선 감정으로  우리에게는 의구심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죽음과 삶중 지나치게 삶쪽으로 기울어진 채로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비판이나  지나친 건강검진이나 건강 염려증, 그리고 요즘  전 세계를 뚫고 있는 동안과 몸짱 열풍으로 세월을 어떻게든 잡아보려하는 지나침에 대한 경고에선 내가 혹시나 그런 점이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싶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면역력을 키우며 자연스레 다가오는 노화도 받아들이라는 이야기에는 한동안 유행이었던 유언장이나 쓰러진 후   병원에서 어디까지 치료를 받을 것인가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죽음을 바라 본다는 것이 어둡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아 있는 삶을 더 훌륭히 살아낼 것인가 라는 것이기도 하다는  말처럼 지금 나는 생의 어디쯤 와있는건가 하는 시간이 되어준다. '나카무라 진이치'씨가 16년전부터 하고 있다는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에서 했었다는 생전 장례식까지는 아니더래도  이제까지의 삶에서 하지 못한다면  후회할 버킷 리스트 실천,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정리를 해보는 건  좋지않을까 싶다.

 

"떫은 감의 떫은 맛도 그대로 달콤하다."(p.263)

많이 살아본 사람만이 떫은 것도 그 채로 즐기게 되는 것일까. 그가 뒷장에 적여놓은 인생 고별파티 초대장이나 엔딩노트에서 그가 살아온 인생이나 바라는 죽음을 보면서 이제 일흔을 넘긴  그의 나이만큼 담담해진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알게되니  앞에서 말한 편안한 죽음, 그리고 의사를 멀리해야 할 때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해하게된다. 삶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만나지게 되는 죽음, 사람은 살아온 것처럼 죽는다는 말에  뜨끔하게  되는 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다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일것이다. 이렇게 죽음을 준비한 채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솔직한 고백이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눈에 병이 나고 보니, 지금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게 신기하다."(p.213)

--   마음에 몸을 맞추지 말고, 몸에 마음을 맞춰라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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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
샤를로테 링크 지음, 서유리 옮김 / 뿔(웅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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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모르는데,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단지 완벽해보여서, 그런 가정을 꾸미고 싶은게 나의 소원이라서 자신의 눈에 완벽하게 보이는 질리언의 가족, 특히나 그 중심에 서 있는 질리언을 매일 관찰하는 남자, 삼손.

남들과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 특히나 여자들과  관계맺는데 있어서 문제가 있는 삼손은 스스로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실직에다가 형네 부부와 같이 살아야 하는 형편으로 기가 죽은 그에게  형수의 못마땅한 눈초리는 제일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래 저래 뭔가 다른 출구을 찾아야 하는 그에게 그의 집착에 가까운 눈길을 슬슬 눈치채기 시작하는 질리언 부부마저  못마땅한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그러는 와중에  혼자 사는 노부인들에게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게되고, 동일범이라는 증거를 얻게된 경찰은 그들이 연관이 있음을 알려주는  단서 찾기에 열중하게 된다. 그러다 질리언이 외출한 사이 남편 톰이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그 사건 역시나  노부인 사건 동일범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기는 하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왜  범인이  가족이 사는 그 집을 노렸는지  남겨진 단서가 없는 가운데, 아마  톰이 아닌 질리언을 노린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추측만  하게 된다.  질리언 사건 조사로   유력 용의자로 몰리게 된 삼손은 무작정 도피를 하게되고, 질리언과 불륜 관계에 있던 존 버턴이 그녀를 위해 사건에 뛰어들면서  그제서야 사건의 단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무작위 범행이 아닌  증오로 일어난 듯 보이는  사건 주변에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맨 처음 등장한 배불뚝이 남자의 은밀한 시선이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게된다.  


사건 곳곳에 등장하는 성공한 자선왕 부부, 혼자 사는 노부인, 혼자 사는 젊은 여인, 그리고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부부들, 그리고 존처럼 매사 자신만만해 남들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는 이들, 혹은 삼손처럼 자신없이 남들만 부러워하는 이들 등, 우리 주변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에게 눈길이 넘어가며 완벽하고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없다는 걸 알려주게 된다.  남들 눈에 완벽하다, 부럽다 라는 시선속에 가려진 진실은 생각과 전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며,  관찰자인 삼손이 바라보던 완벽한 질리언 또한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같이 시간을 보내지않으려하는   일과 운동에 빠진 남편 톰, 엄마와 자꾸 거리를 두며 다가오려하지 않는 딸 베키로 인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힘들어하던 질리언 또한 사건 후에야  그 때가 바로잡을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였음을 알게된다.


은밀한 삼손의 시선, 불안하게도  그의 따라오는 시선을 모르는 사람들로   왠지 사건이 발생할 것만같은  아슬아슬함을 보이며 시작된 이 이야기는 수십년을 거쳐 올라가며 잘못된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에게 준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결코 아물지 않음을 보여주게된다. 거기에 당연히 믿었던 엄마나 이웃,  도와줄 꺼라 여겼던 이들의 무관심이 거기에 더한 상처를 주게된다는 걸 보여주며 ' 내 일이 아니다.' 라는 이유로 무관심해져가는 우리들의 멍한 시선에 비난을 보내고 있다.


독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샤를로테 링크의 '관찰자'는 심리 서스펜스라는 말답게  범인을 내놓고 시작하는 사건인듯 보이다가 진행될수록 반복하며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심스러운 행동으로 다시 우리의 관심을 옮겨가게 한다. 사건속에 숨어있는 인물들 개개인의 아픔이나 두려움, 그리고 가까운 이 특히나 어머니가 보이거나, 어머니에게 보이게 되는 무관심을 꺼내가며 그 안에 진짜 무서운게 있다는 걸 보여주기에 , 읽어가는 우리 역시나  그들이 내놓은 두려움, 그리고 극복해야 할 용기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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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보리스 바실리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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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동 중에 길이 나왔다. 그럼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

"그런 요령은 너만 알고 있어."(p.56)

 

술을 마시지도 않고 여자를 밝히지도 않는 진짜 군인다운 군인을 보내달라는 대피역 경비대장 바스꼬프 특무상사의 부탁 아닌 부탁을 받고 나타난 것은 잠에 취해 얼굴이 늘쩍지근해 보인다는 아가씨들이다. 이렇게 시작된 그들의 고된 훈련은 누구에게 더 고되었을까 싶다. 진지밖으로 절대로 나가지 말라는 명령에 딸기 따러도요?  수영은 괜찮죠? 라는 '진짜 민간인'인 내가 생각해도 철이 없어도 너무 없는 질문을 던지는 그녀들에게, 그렇다 하더래도 속으로는  별 욕을 다하기에 '이런...'싶은 황소고집의 상사가 첫 날부터 시작한 일은 깜짝 놀라 소리지르는 다섯 병사들을 위해 문에 노크하기이다.  각자의 과거에 상관없이 전쟁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모인 그들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독일군의 전진을 막고 지원군이 오기까지의 시간을 버는 전투를 시작하게된다.

 

목숨을 내놓는  추격전을 시작하면서도  총을 잘못 쏘지않을까 불안한, 더군다나 발에 맞지 않는 군화를 덜거덕거리며  향수냄새를 풍기는 병사들의 느린 속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바스꼬프, 그들이 총쏘는 법을 모를까봐, 그리고 받아야 하는 조언에 상처받을까봐 전투상황에서도 조심하는 그가 보이는 모습은  군대에 오고나서야 휴일을 알았다고 할만큼  열심히 일하기만 하던 농군이자 나무꾼의 모습 그대로이다. 다섯 병사는 또 어떤가? 오늘과 다른  빛나는 내일을 매일 꿈꾸는 다섯 병사는 예전 아가씨이거나 엄마였던 모습 그대로, 전쟁이 곧 끝나면이란 생각이나 이것도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직도 철부지들이다. 이런 이들이 무장한 16명 독일군과 전투를 벌여야 한다는 말이 안되는 상황은 서로가 서로를  막아야 하기에  시작이 된다.  

 

말도 안되는 상황, 그리고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그들에게 하나씩 일어나게된다. 아직까지도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인기리에 영화나 연극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하는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는  현대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라는 보리스 바실리예프의 1969년도 작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 역시 젊은 나이 전쟁을 겪었기에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지않았을까 싶다. 너무도 충실하고 정직한 특무상사와 말이 안되는 병사라는 가벼운 듯이 시작된 이 이야기는  전쟁이라는 특별한 때에도  내일과 사랑이라는 똑같은 일상을 꿈꾸는 사람들, 특히나 전쟁으로 달라진 세상에서 이미  상처받았음에도  예전과 같은  내일이 금방 올거라 믿는 , 너무도 순수한 여성들에게 일어난  이야기로 점점 색깔을 더해가며 이런 일은 왜 있어야했고, 왜 또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지금의 우리에게도  하고 있다.


예전 러시아 작답게 간결한 문체, 그리고 투박하고 소박한 말은  전쟁이라는 급박함 속에서도  여전히  한가로운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지금보다   순수했던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일을 담담하게, 그렇지만  점점 불안과 분노에 사로잡히게 되는 바스꼬프의 "난 뭐라고 대답해야하나 " 라는 울부짖음에는  슬픔을 더 담아두게 한다. 

 

 "알고 보니 여기도 전쟁터였대...


"노을이 질 때 여기는 죽은 듯이 고요하다네. 그동안 무심코 지냈는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걸 깨달았어..."   1969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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