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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미세스 - 정유정 작가 강력 추천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7월
평점 :
외관으로만 보면 꺼릴 만한 구석이 없는 집이었다. 하지만 나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다.-7
섬으로 반강제로 이사가게 된 세이디는 뭔가모를 불안에 쌓이게 됩니다. 엄마를 닮은 테이트도 그런거 같은데요. 남편 윌과 큰 아이 오토는 마당있는 큰 집이라서일까요, 마음에 들어합니다. 새 집에서 우리 가족끼리만 오붓하게..라면 세이디의 불안이 빨리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이 집은 윌의 누나가 죽은 후 자신의 딸 이모젠을 돌봐달라며 윌에게 상속된 것이기에 세이디는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엄마의 죽음이라는 큰 상처때문인지 이모젠의 세이디에 대한 거부감은 십대 반항으로만 여길 수 없는 정도이구요.
이렇게 마지못한 동거가 시작되게 됩니다. 하지만 옆집 모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자신이 배 떠나고나면 갇히는 섬이란 폐쇄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세이디의 불안은 점점 심해지게 됩니다. 잘 모르는 이웃이래도 동네라는 좁은 공간,특히나 옆집에서 살인이 일어나면 누구나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싶긴하지만 세이디의 반응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입니다. 남편 윌이 불안하겠다 싶은데 말도 못하고 그의 외도를 곱씹는 세이디를 보니 그녀가 이렇게 불안하게 된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구나 싶기도 합니다. 새엄마와의 악몽같은 시간들을 이야기하는 어린 소녀 마우스, 윌과 결혼한 세이디를 질투하는 결혼 전 친구 카밀, 자신의 생활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는 세이디, 이렇게 세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요. 삐걱거리는 계단에 묘하게 집착하는 여자들을 보며 마우스가 이 사건에 관계가 있음을, 그리고 '사건이 이거 하나뿐일까' 라는 새로운 의심으로 사건의 재구성을 해보게 됩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윌의 외모를 볼 때마다 감탄하는 세이디는 자신의 기억과 주변 사람들과의 기억 사이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것도 얼굴도 제대로 못 본 옆집 여자 모건 머리채를 자신이 잡았다는 것이나 자신이 아들 오토에게 학교 폭력을 사주했다는 터무니없는 오해까지 받으며 그녀는 나날이 괴롭기만 한데요. 우리 역시 기억에 오류가 생기기 시작하며 뭔가 이상한 걸 보고 느끼는 세이디를 이제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섬 경찰 버그처럼 말이죠.
처음과는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속도가 나면서 우리 또한 범인 추리하기가 쉬워집니다. 제한된 공간, 주어진 많은 단서들의 조각, 어긋난 기억과 윌에 대한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여인들은 사건이 일어날 수 밖에 없게하는 동기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데요. 그러나,너무 쉽게 맞춰진다 싶었던 이야기의 맨 윗고리 부분이 안 맞다 싶은 건 놓치고 간 부분이 있을거라는 사실도 알게하기에 "아, 그래서 이 이야기가 영화화한다는 거구나!"하게 됩니다.
'섬과 사건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은 그 여자의 집착, 그리고 이제까지와는 달리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심지어는 나 자신마저도' 라는 영화 광고의 한 구절이 떠오르게 되는데요. 범인은 쉽지만 진범은 꽁꽁 숨어있다 사람은 오래본다고 다 아는게 아니라는 슬픈 사실을 알려주는데요. 사람 겉모습만 보고하는 판단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이야기가 평범해보이지만 생각해볼수록 무서운 건 그거 아닌가 싶네요.
"난 미치지 않았어."그녀가 다시 말했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니까.-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