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비밀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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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랫동안 침묵하고 계시다가 왜 하필 지금이죠?"

"그런 일은 잊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28

도로에 차가 다니는지 살펴본 후 아들에게 길을 건너라 말하는 아버지, 그리고  진실을 말해주지 않고 떠난 부모가 원망스러워 의식 저편에 그 날 밤 일을 60년 넘게  묻은 아들의 이야기를 먼저 읽게됩니다. 1941년이란 년도가 말하는 스산함, 그리고 갑작스럽게 끌려가는 소년의 부모님 모습은 당시를  힘겹게 살았던  유태인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그렇게 할아버지가 된 소년 호프만은 프랑스인이 되어   고향인 독일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살아가다 우연히 방송에 출연하게 됩니다. 그 곳에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과의 일을 털어놓게 되는데요.  방송이 끝나자마자  자신에게 건네지길 기다리는  소포가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너무 예쁜 소녀'의 작가이기도 한 얀 제거스는 60년이 지나는 시간동안 묻혀져 있던 사건이 어떻게 다시 현재의  사건이 되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포안에 악보가 있다는 걸 알게되자   무차별 사건이 일어나는 걸 보여주면서 우리의 눈을 우선 악보의 가치에 두게 하는데요. 하지만  악보안에 다른   기록이 있다는 게 발견되며  사건이  악보가 지닌 금액적 가치보다는  역사를 여전히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  혹은 어떤 집단의 광기어린 짓에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도대체 악보가 지닌 비밀은 무엇일까가 사건의 열쇠가 되는데요.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경찰청 강력계가 마탈러 팀장을 중심으로 뭉치며 '경찰의 팀웍'이란 게 뭔지를 보여줍니다.  진짜  경찰들을 보고 그려간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일상 생활 문제에 부딪치고 터무니없는 실수도 해가며 사건에 집중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과거 상처로 지금 연인 테레자와의 일이 고민인 마탈러나 그와 구역 다툼인지 사이가 좋지않은 감식팀 발터 쉴링,  이상스러울만치 사이가 좋은 과학팀 사바토, 사건에는 냉철하지만 사랑에는 금방 빠지는 케어스틴등이  펼치는 이야기가  각 인물들을 그려갈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게 만들어주면서 그들과 함께  자연스레 사건을 쫓아가게 만들어줍니다. 


"몇 가지 밝혀지지 않은 게 있지만 니호프뿐 아니라 파벨리치도 세상을 떠났기에 그 질문에 답해줄 사람은 이제 없다." -469

악보와 살인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를 가진  이야기는   이제는  시간에 쫓기는 역사의 아픔,  제대로 벌받지 않고 넘어가서인지  '내가 뭘?'하고 살아가는  누군가라면  당연히 이럴 수 있겠다 싶은 사건, 그리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알려고 하는  이가  있어야지만 진실이   전부   덮이지는 않는 거라는   이야기로  진실과  허구사이를 파고듭니다.  살아서 쫓기는 자와 죽어서 증언하는 자가 만들어가는 사건이 빠르지 않음에도  집요하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다리게 하는데요.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인지,   예상했던 결과가 아니라서인지  쓴 뒷맛을 주는  이야기는  그래서 우리를 더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 생각했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끝도 없이 나오는  새로운  기록에 눈 돌릴 수 없었다는 마탈러 팀장이나 당사자였던 호프만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게 어디까지인지, 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지식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니호프는 제대로 사과하지 못하는 사람의 본 모습이 어떤지 보여주며  우리의  분통을 터뜨리는데요. 


큰 이야기가 있어서인지  마탈러를 가운데 놓고 있기때문인지  흐름 몇 몇을 놓쳤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단지 추적물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에   현실에서 만났던 사건들을  사실인듯 아닌듯 잘 그려갈  얀 제거스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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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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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잔은 살인범과 이 추한 도시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71

연애가 생각대로 되지않아 몸무림치는  잔을 만나게 됐을때는  그녀가 사건의 희생자나 목격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의 불안함을 보게 되지만   친구인 텐 판사가 맡게된 사건을 같이 조사해가며 잔은 직업인 판사보다는 강력계 형사로  적합한 인물이 아닐까 할 정도의  냉철한 면을 보여줍니다.


사건현장에 잘 적응하고, 젊은 판사로 잘 나가는 잔이지만  혼자서라도 잘 지낼수 있다는 그녀의 자아와  '절대적인 사랑' 받고 싶다는 생각이 충돌하며 연애에는 자신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쩌면 그녀가 기억속에 묻어놓은 언니 사건이 그녀를 두려움에 떨게하는 건 아닐까 할 정도로 그녀의 속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불안해하는데요.   그러다 공권력 남용, 자신이 조사하는 사건속에 남친 정신과 의사의 진료실 도청까지   껴넣게 됩니다.  무모하다는 걸 알면서도 시작한 도청에서  그녀는 텐이 조사하고 있는 연쇄살인과 관계있는  진료실 대화를 듣게됩니다. 어떻게든 제대로 된 진료를 하려는 정신과 의사 페로,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와  안에 자폐증상과 살인마 기질까지 포함한 아들 요이킴과의 진료과정은 그녀에게 섬뜩함과 의문, 그리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주게됩니다.


그렇게 그녀는 생각지도 못하게 연쇄살인범과 엮이게 되는데요. 하지만 범인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신과 의사 페로는 사라졌고 당연히 그 부자에 대한  다음 단서도 나오지 않게 된겁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살인은 사건 담당판사였던 텐까지 죽음으로 몰고가게되고, 드디어 지나친 조사로 인해 그녀는  일을 떠나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사건은 정신병으로 인한 이상한 살인마를 잡아야 하는 일이 되지않을까 싶었지만 살해된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파리의 아름다움속에서 고독한 일상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스페인으로, 아르헨티나로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그녀는 점점 도시에서 먼 곳으로, 사건이 일어난 숲으로 향하게 되는데요.


증거를 찾아 다니며  이 사건이 왜 일어날수 밖에 없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사람들에게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죽음의 비행'이 가진 기록, '5월 광장의 어머니들'이 여전히 그 광장을 지키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몸으로 받아들인 소년의 이야기는 보통의 끔찍한 살인이 가진 범행의 동기와 그 다음 결과가 아니라, 폭력이 줄 수 있는 상처와 그 상처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되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벌어진 자꾸 덮거나 잊으려하는 폭력이 결과적으로 어떤 일들을 낳는지를  보여줍니다. 원시 시대부터  소유를 원하는 인간 대대로의 욕망이 폭력과 만날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지만, 인간이 진화할수록 자신의 욕망을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잔인한 원시적 폭력을 사용한다는 걸   알게되는 일은  요아킴이라는 범인이 벌인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그런 일을 겪었다면 ...'이라며  어느 정도 이해하게 만들 정도가 되게 됩니다.  그렇게 '폭력은 폭력을 만든다' 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구나 싶은 일들이, 그리고  우리가 폭력을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까지 들어있습니다. 


목격자들에게 떨어진 지령은 "나서지 마라"였다.

이렇게 강요된 무관심 속에서 수천 명이 사라졌다.-465

  요아킴에게 사랑을 줬던 사제가 있었기에 그가 사회속에 모습을 감출 만큼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것이고  무서워하면서도 오히려 남자인 페로를 돌보며 요아킴의 진실속으로 들어간   그녀만이 아무도 찾지못했던 진실의 끝을 볼 수 있었다는 건,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건 폭력을 두려워하지만 대항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무관심한 사람들곁에는 어느새 폭력이 모든 걸 쓸고간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  "대체 어쩌다가" 라 할만한 사건들이 어쩌면   나와 전혀 무관한 사건은 없다는 섬뜩함을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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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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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7시 사카이 마사오라는 남자가 추락사했다는 사건이, 경찰서에 접수되게 됩니다. 추락하기전에 이미 청산가리를 먹은 것으로 보이는 그의 방은 잠겨진 채였고, 열쇠는 주머니와 책상 서랍에서 발견되는데요. 그렇게  밀실이였다는 것만으로도  경찰은 자살이라 판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사건을 내버려둘 수 없는 사람들이 생기게 됩니다.  연인으로 봐야 할 나카다 아키코가 그가  자살할 일이 없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얼마전부터 그에게 뭉텅이 돈이 들어오고 있었다는 걸 알기에  살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고, 잡지사에 '살인 리포트'라는 글을 쓰는 쓰쿠미 신스케는 그 건을  기사로  각색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조사하게 됩니다.


그 둘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채 각각의 조사를 해나가게 됩니다. 쓰쿠미와 나카다는  출판계라는 인맥을 통해  금세 사카이의 그동안 행적을 조사해내고,  주변의 의심스러운 인물들을 날카로운 촉으로  추리기 시작합니다.  금방 범인이 잡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의심스러운 인물, 그리고 말이 맞지않는 행동들과 동기를 짚어내는데요.  '준' 탐정급의 활약을 보이는 그들의 활약이 눈부셔 각각 지목한 인물들에게  우리 역시 '이상하네'라는 의심을 품게 되지만  결정적으로 그들이 지목한 이들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커다란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다 쓰쿠미가 자신이 가는 곳마다 들렸다는 나카다의 존재를 알게되면서 그들이 합쳐지면 더 강력해질  탐정 파워가 기대된다 라는 상상이 시작될 즈음,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됩니다.


그러고보니 이 사건은 많은 걸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대놓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보여주는 대로 사건을 맞춰나가던 우리는  이 사건이 가진  모순을 보고나서도 '뭐가 어떻다고???" 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 되는데요. 그건  저자 나카마치 신이   우리의 눈을 대신하고 있다는 착각을 어느틈엔가 우리의 머릿속에 심어놓았기때문일겁니다.   사건속 트릭에  자신이 포함되어있다는 걸 모르는체  자신의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어줬다 주장하는 '사쿠라야마' 의 말이  나카다에게 혼돈을 준 것처럼, 그들의 범인을 좁혀가는 활약이 우리에게도 무심코 같이 한 사람씩 범인에서 제외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한 것인데요.


'모든 것을 의심하라.'라는 추리소설의 기본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의심하지 않는 몇 가지를 뒤집어가는 이야기가 1971년도에 완성되었다니 놀라게 됩니다.  이야기가 이야기와 만나 단서가 꼬리를 주고 또 다른 단서를 만나게 하지만   엮인다 싶으면 뚝 자를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서술트릭이 다시 한번 추리소설이 말하는, 모든 걸 '의심해라'의 즐거움을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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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의 낯선 자들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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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와의 대화가 편한 건, 내가 그를 모르듯 그도 나를 모르기에 첫인상이 맘에 안들어 말하기  싫다해도 다시 만날 사이가 아니니 꺼릴것 없고, 인상이 괜찮아 그와 계속 이야기를 하더라도  내 이야기속에 나오는 이들을 모르니 내가 실상의 그들보다  좋게 말하던 나쁘게 말하던 상관없다는 걸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친한 이에게 하는 것보다 더 내 마음속을 꺼내보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다시는 볼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기때문일텐데요. 그러다  우연히 그 사람이  주변에 있는 누구와 (내가 욕이라도 했던  이와 아는 사이라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되겠죠??) 아는 이였다는 걸 알게된다면 다시 만난  반가움보다는  내가 한 이야기를 기억할까가 걱정스러울 겁니다. 


이런 가벼운 수다도 그런데,  그 낯선 이가 내가  뒷담화처럼 말한  사람 이야기를  듣고난 뒤  내가 대신 그 사람을 없애줄테니 그가 말하는 누군가를 없애달란다면... 어떤 대응을 해야하나 하는 일이 가이에게 생기게 됩니다. 3년전부터 헤어져 벌써 전아내이지만 이혼을 안했기에 아직도 아내인 미리엄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가이는 우연히 기차에서 브루노라는 젊은 청년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뿐인데, 교차살인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된겁니다. 그래서 도망치듯 죄없는 가이가 자리를 피하는데, 브루노가 가이 지인들에게  자꾸만 불쑥 불쑥 나타나는 겁니다.


이렇게 교차살인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저지를것인지를 순간적으로 의논하는 이들을 보여주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보통 사람인 소심한 가이의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브루노가 자신의 할일을 다했으니 이제 당신 차례라며  나타날수록 읽는 내 마음이 무거워지는지도 모릅니다. 갑작스런 미리엄의 죽음에 기차에서 만났을뿐인 브루노가  관련된것인지 도통 알수없었던 가이지만 그가 연락을 해올수록, 그래서 추측이  확신이 되어갈수록 거미줄에 걸린 거미같이 옴짝달싹 못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합니다. 가이의 처음 생각처럼... 브루노가 보낸 편지와 수많은 전화와 접촉시도가  자신의 머리에선 생각조차 없었던 일의 단독범행일뿐이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브루노의 끈질긴 협박은 점점 가이를 생각불능의 상태로,극단으로 몰고가게 됩니다. 어쩌면 자신에게 이미 그런 생각이 있었기때문에 브루노가 읽었던 것일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게 하면서 말입니다. 


변해가는 가이와 브루노와의 관계, 죄책감때문인지 끈끈하고 질퍽거리는 애증의 관계가 되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을까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게 합니다. 하지만  어디서나 불행의 이유를 찾았던 브루노가 사건뒤에  '오직 한사람'이였던  어머니에게까지 이전과 다른 감정을 품는다는 것이나 미리엄만 아니였다면 싶었던 가이가  사랑하는 앤이나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은  우리가 한 대상을 지목해놓고 무조건적인  분노를 쏟아붓고  있는 거였을까, 그 사람이 아니라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분노가 옮아가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요. 


 

개인의 죄책감과 법에 의한 형벌이 주는 무게까지 재보게 됩니다. 일정 부분 방관 상태였던 가이가  죄책감에 빠져들면서  끝까지 벌을 피할것인지 양심에 따를것인지  선택에 놓이게 되는데요. 충분히 괴로워하는 가이를 보며 매순간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답을 줄 시간을 갖게되지않을까 합니다. 인간답게 살기위해, 잘 살아보고 싶어서... 라며 죄에게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정해놓은 선을 넘는 순간  법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여한 인간의 품격이 흔들려  견딜수 없는 시간만 남게된다는  이야기는   브루노를 뿌리치고 싶어하면서 의존하는,  절망과 혼돈에 빠진  가이의 마음을 알듯하기에 더 무섭게 다가오게 됩니다.


 

1950년대작이라는 시대를 느낄수 없게 만드는 여전한  인간의 욕망과  도덕사이가 주는 아슬아슬한   유혹,  불완전한  열망과 갈등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야기인지라  왜 알프레드 히치콕을 비롯한 많은 감독들이 영화로 만들었는지 '알겠다' 싶어지게 됩니다. 현대판 죄와 벌같기도 하고, 지킬과 하이드같기도 한 이야기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왜 '20세기의 에드거 앨런 포' 라  불리우는지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 채로 알려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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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의 죽음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3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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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범인이라는 생각은 언제 그만두신 겁니까?"

...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범인입니다."-336

 

오로지 추리로만,  "사실 이번 사건은 이렇게 진행된것이다. 그래서 범인은 당신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탐정은 그리 많지 않은데요. 세계 3대 탐정중 하나인 푸아로이기에 이렇게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 걸 겁니다. 그러고보니  명탐정 푸아로가 있는 곳에서 살인을 벌이다니, 그 사람은 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싶은데요. 유난히 현장에 등장하길 좋아하는 푸아로가  이번에는  여객기 프로메테우스호에 올라타 비행기 멀미로 정신이 혼미해진 사이에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살인도구로 쓰였을 대통이 그가 앉은 좌석뒤에서 발견되며,  물론 범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작은 회색 뇌세포로 범인의 모든 것을 추리해낼 수 있다는 푸아로의 자존심에 상처가 나지않았을까 하게 되는데요.


살해된 여인은 과거의 사연을 뒤로 한채 지금은 지독하다고 소문난  사채업자 마담지젤입니다. 돈을 빌리고  잘 갚는 이에게는  거래가 깨끗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돈갚기를 미루는 이들에게는  채무자에 대한 비밀을 다른 이들에게 흘리기로 유명한지라  원한을 가진 이가 많았다는 걸 알게되는데요.  보통의 사건들처럼 이번 사건 역시 악의나 돈에 대한 유혹이 동기로 추측되지만 노련한 사채업자인 그녀의 과거와 거래내역은  비밀인지라 과연 누가 채무로 원한이 있을지, 그리고 그녀의 재산을 받을 딸이  누구일지 알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경찰과 푸아로가 증인들에게서 단서를 얻어내는 데 차이점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질문에 따라 다른 답을 얻어내기에 쫓아가는 인물들의 방향이 달라질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유명탐정의 수사에 놀라게 되는 이유를 볼 수 있게 하는데요. 이번에는 절친이자 왓슨이기도 한 헤이스팅스 대신  비행기 탑승자였던 제인을 비서로 두어 사건에 참여시키게 되는데,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려주며 속깊은, 그리고 처음부터 사건을 꿰뚫어 본 푸아로의 능력을 새삼 알게됩니다.1935년이라는 년도와 시속 65키로의 빠른 택시라는 문장이 놀랍게 느껴질 정도로, 여객기라는 밀실과 한 곳에 모이도록 한 누군가의 의도, 사람은 길게 봐야한다는   이야기가 지금 벌어지는  사건들과 다르지 않기에 시간을 넘어서는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작가의 힘을 느낄수 있게됩니다.


유난히 동승한 사람들의 사연과 그들의 소지품에 뭐가 있었는지,  몇몇 용의자들의 속마음까지 보여주기에 누가 범인일지  추리해보라는 도전같은 느낌도 받게 되는데요.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하는 단서들도 있지만 그리 복잡한 구조가 아닌지라, 처음부터 뭔가가 안맞는다는 푸아로의 말을 따라가다보면 누군가가 눈에 거슬린다는 걸 알게될지도 모릅니다. 인생은 가혹한 것이라면서도 끝까지 신사의 태도를 놓지않는 푸아로 탐정은 알면 알수록 정든다 싶은데요. 다시 보아도 '범인이 누구였더라' 하며 모두를 의심하게 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푸아로 이야기가 추리소설이란 뭔지 알려주지않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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