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나쁜 두더지의 통쾌한 복수극...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ㅣ 사계절 그림책
울프 에를브루흐 그림,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 사계절 / 2002년 1월

집집마다 세월의 흔적을 느끼고 오래도록 읽어 너덜너덜 하지만 버릴 수 없는 그런 책이 있다. 아이들의 그림책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자라고 이제는 더 이상 읽지 않는 나이로 자랐지만 아이보다 부모들이 더욱 더 애착을 가지고 있어 버릴 수 없는 그림책 덕분에 아이들도 가끔은 들춰 볼 수 밖에 없는 그런 그림책.... 그중의 하나가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이다.

처음부터 이 책을 먼저 만난 건 아니다. 뮤지컬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책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씩씩.... 화가 난 듯한 두더지 눈이 잘 안보이는 두더지의 특징을 잘 살린 체 조그만 안경을 낀 모습 그러나 누군가에게 따지러 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바로 머리위에 놓인 똥덩어리 때문이다. 어느 날 누군가 땅속에 있는 자신에게 똥을 누고 떠난 것이다. 똥의 주인을 찾기 위해 두더지는 길을 떠난다 "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라며 소리치면서....

비둘기를 첫 번 째로 만나지만 비둘기는 하얀 물똥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곧이어 말과 토끼, 염소, 젖소, 돼지를 차례로 만난다. 그때까지 두더지는 도대체 누가 자신에게 똥을 쌌는지 알수 없지만 똥냄새를 좋아하는 파리를 만나고는 곧 자신에게 똥을 싼 범인을 알게 되고, 두더지는 멋지게?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참 재미있는 표현들이 가득한 그림책이다.

철썩하고 떨어지는 비둘기 똥, 쿠당당 떨어지는 말의 똥, 타타타 떨어지는 토끼 똥, 도도당동당 하고 떨어지는 새알 같은 염소똥, 쫘르르...뿌지직.. 동물들이 똥을 싸는 모습도 다양하다. 동물과 똥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한꺼번에 모아둔 책이다. 어쩌면 아이보다 어른인 내가 더 재미있어 웃었는지도 모르겠다.

통통하게 살찐 파리 두 마리의 도움으로 만나게 된 범인은 정육점 집 개 한스였다는 것을 알고 두더지는 어떻게 복수를 했을까 생각하지만, 곧 복수의 내용은 밝혀진다. 곶감 씨 같은 자신의 똥을 한스와 같은 방법으로 머리위에 슝~하고 떨어뜨리고는 기분 좋게 땅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통쾌하니 두더지야!!라고 물어보고 싶다. 어쩌면 범인을 찾는 일이 부질없는 내용같지만 두더지에게는 자존심이 걸린 일이었을 테다.

아이들은 똥이 나오는 책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 똥 이야기만 나오더라도 배꼽을 잡고 구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어른들은 마냥 더럽다고 느끼는 똥을 아이들은 재미있는 소재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세월의 흐름과 함께 선입견이 생기고 순수함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너덜너덜 떨어진 표지가 안쓰러워 테이핑 되어 있는 책장속의 책을 다시 꺼내보니 뮤지컬을 보면서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고 싶어진다. 현재 이 책은 양장본이외에 보드북, 팝업북으로도 나오는데 아직 팝업북을 만나보지 못했다. 어떤 재미있는 동물들의 모습과 똥들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하하하 재미있는 똥이야기를 하면서...마냥 웃고 싶다.

지각대장, 거짓말쟁이.. 누가 만든 말이지?

지각대장 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물이 뚝뚝 떨어진 작은 아이 반면에 아이의 몇 배나 되는 선생님 눈을 커다랗게 뜨고 아이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듣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듣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혼내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주인공 존이 지각을 했다는 이유인 것이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 빽빽하게 써 놓은 존의 반성문이 보인다. 첫 느낌은 옛날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 내어주신 받아쓰기를 틀렸을 때 내어주는 숙제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반성의 문구다. 존은 지각을 해서 이렇게 벌을 받은 것일까.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겼다.

작가 존 버닝햄 책은 조금은 단순한 듯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려내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내용 또한 유머러스하며 뛰어난 상상력의 세계로 아이들을 안내한다. <검피아저씨의 뱃놀이><검피아저씨의 드라이브><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에 이은 네 번째 만나는 책이 바로 <지각대장 존>이다. 아이들이 왜 존 버닝햄의 책을 좋아하게 되는지는 앞서 말한 3권의 책만으로도 충분하게 알 수 있었지만, <지각대장 존>을 통해 최고의 작가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학교를 가기 위해 나선 존은 하수구에서 악어를 만난다. 책가방을 물고 놓아주지 않자 장갑을 휘익 던져 가방을 빼앗아 들고 학교로 달려간다. 하지만 악어 때문에 지각을 하고 만 것이다. 선생님께 사유를 이야기하지만 선생님은 믿지 않는다. "악어가 나온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또 다시는 장갑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라는 단어를 300번 반성문을 쓰라는 말뿐이다.

왜 선생님은 존의 말을 믿지 않았을까. 아마 내가 선생님이었다면 사실 나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얼토당토 않는 악어의 등장 어느 선생님이라도 믿지 않고 오히려 존에게 거짓말을 한다며 혼을 내었을지 모른다. 존은 다음날 그 다음날도 지각을 했다. 사자를 만났다, 커다란 파도를 만났다고 이야기하지만 선생님 역시 믿지 않는다. 교실에 남아 역시나 반성문을 쓸 뿐이다.

만약 존이 말한 지각 사유를 지금의 아이들이 선생님께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 호기심도 잠시 아마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을 것이다. 존의 선생님은 존의 옷이 왜 찢겨졌는지, 장갑을 왜 잃어버렸는지, 물이 뚝뚝 흐르는 옷을 입은 아이에게 거짓말만 한다며 무조건 반성문을 쓰라고 한다. 반성문을 수백번 쓴다고 잘못된 행동이 고쳐진다고 믿어서일까.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교육현실을 존과 선생님의 이야기로 비판하고 있다.

그림책도 반전이 있는 법 마지막에는 존과 선생님의 입장이 바뀐다. 커다란 털복숭이 고릴라에 잡힌 선생님이 통쾌하기도 하다. 존 역시 고릴라 따위는 살지 않아요라며 선생님의 말을 무시한 체 학교를 나선다.

가끔씩 아이들이 엉뚱한 말을 전할 때 전혀 믿지 못한 체 "뭔 소리야" "웃기지마"등등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이를 뒤로 한 체 마냥 혼내기만 했었는데, 지각대장 존에 나오는 선생님이 혹시 나의 모습은 아닌지 생각 든다. 존 버닝햄 작가는 책을 통해서 아이와 부모, 그리고 선생님의 갈등의 문제의 원인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선생님과 부모에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고개를 푹 숙인 체 학교를 걸어가는 아이들을 보면 학교가 재미있는 곳이 아님을 직감할 수 있다. 지금의 똑같은 일상이 아니라 등교 길에 존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학교 가는 일이 조금은 특별해질까. 거짓말도 누군가 상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이들의 엉뚱함을 늘 거짓말로 치부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자존감을 위해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어야겠다.

10대 고민의 흔적을 엿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ㅣ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요즘의 죽음이라는 단어는 비단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병들면 하늘 나라로 간다는 말은 아이들조차 전혀 믿지 않는다. 주변의 젊은 아이들이 너무도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또한 스스로가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도 하기에 죽음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것을 몸으로 직접 느끼고 안다. 이런 사실이 이제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로서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본적이 있을테다. 나또한 그렇다. 너무도 친했던 친구의 사고로 인한 죽음은 너무도 놀람 그 자체였다. 왜..어째서..그녀가 죽음으로부터 선택되었을까. 혹시나 다른 문제가 있어서 그런것은 아니었는지 그녀의 알지 못하는 고민마저 나의 고민이 되고, 나의 슬픔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10대들의 이야기이다. 꽃잎으로 흘날리는 가운데 놓여있는 파란노트는 너무도 쓸쓸한 가을날 처럼 처량하고 공허해보인다. 언제나 밝고 고민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10대 하지만 누구보다 고민 많은 아이들이다. 외모, 성적, 사랑, 부모와의 갈등 어느 것 하나 자신들 앞에 놓인 위험한 사다리처럼 건너가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꼭 건너가야하기에 그들은 고민하고 또 방황한다.

결혼 그리고 이혼과 재혼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지만 그들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체 이혼을 택하고 또 다른 만남으로 재혼을 한다. 맺음과 헤어짐의 당사자 하지만 그들의 한가운데 놓아진 아이들의 아픔은 그 누가 보상해줄 수 있을까. 주인공 유미 또한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로운 아빠와의 새 가정을 이룬다. 유미는 선생님에게 자신의 할 말을 했다는 이유로 문제가 된다. 그녀의 가정환경 또한 문제아의 타이틀에 확실한 도장을 찍는다.

유미와의 재준은 재준의 다가감으로 서로가 외롭고 쓸쓸했던 마음이 통했을까 그들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이성이지만 동성과의 친구보다 더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된다. 유미에게 가장 친한 친구 재준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재준의 어머니는 재준이 남긴 파란색일기장을 펼치지 못한 체 유미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유미 또한 재준의 일기장을 쉽게 열어보지 못한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지도 못한 체 시험이라는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하는 유미, 재준의 일기 속에 감춰진 재준의 깊은 속마음을 읽고 마는 데......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고 시작되는 일기장, 재준에게는 어떤 의미의 단어 일까.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이라도 했듯이 재준은 시체놀이를 즐기고 누구보다 잘한다. 죽었다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두려움이 없고, 거칠 것이 없다던 재준, 그런 재준은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여자 친구 때문에 오토바이를 배우고 어느 날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유미와의 어떤 고민도 나눌 수 있었지만 좋아하는 친구 때문에 고민한다는 사실을 쉽게 털어 놓을 수 없었는지 일기장 곳곳에선 좋아하는 여자 친구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고민을 얼마나 이해하고 알 수 있을까. 재준의 일기속에는 부모님과의 갈등, 학업문제, 여자친구 문제 사소한 것에서부터 복잡 미묘한 감정을 엿 볼 수 있다.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유미에게서도 고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재혼한 새아빠와의 문제는 없지만 조금은 어색한 관계, 아빠가 다른 남동생, 그리고 새로운 가정을 이룬 친아빠와의 어색한 만남 유미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요즘의 현실의 우리아이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유미와 재준의 이야기에 우리가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길거리에 오토바이를 타는 아이들,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아이들, 그들은 과연 문제아일까. 어른들은 그들의 입장은 이해하지 못한 체 그들은 단순히 오토바이를 탔다는 이유로, 반항을 했다는 이유로 문제아로 낙인된다. 작가는 문제아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 역시 고민하는 10대라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들의 고민거리, 그들의 삶 혹은 죽음을......

한 권의 책속에는 우리 아이들 요즘의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아이들과의 갈등을 지닌 선생님, 언제나 자식을 위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연애보다는 학업 성적이 더욱 중요한 부모님, 동성간의 어울림 고민과 이성간의 순수한 사랑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서로 간에 소통하기를 원한다. 소통의 부재가 서로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것이다. 어쩜 우리의 현실과 이렇게 같을까.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남겨진 친구 유미는 재준의 삶의 고민을 일기를 통해 되돌아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한 뼘 더 성장한다. 언제나 감정에 솔직하고 고민을 여과없이 드러내 보이는 아이들, 그들이 보여준 우정, 사랑, 그리고 고민을,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괴물딱지들의 발칙한 상상여행!!

괴물들이 사는 나라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6
모리스 샌닥 지음,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2002년 12월

아이들은 괴물이야기를 너무도 좋아한다. 자신들이 괴물인 것도 모른 체......

화장실에서 물장난으로 머리에 혹이 나고, 책으로 집 쌓아 동생머리에 피가나기도 하고, 온 벽에 낙서들 하여 아빠에게 혼이 나기도하는 아이들은 영락없는 꼬마괴물들이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읽기전에 입체북인 <이 괴물딱지야 - 미세기>를 먼저 읽었기에 드는 생각이기도 한다. 쌔근쌔근 잠을 자는 모습은 영락없는 천사이지만 1분도 안되어 난장판 같은 전쟁터를 만드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영락없이 괴물 같다는 생각이 누구나 들것이다.

언제나 귀엽지만 말썽꾸러기인 맥스는 장난이 심해 엄마에게 "괴물딱지"라는 말을 듣는다. 그것도 잠시 엄마를 잡아 먹어버린다는 말을 하여 방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어쩜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도 똑 같을까. 아래층에 사람들이 뛰어 올까 무서원 전전긍긍하는 엄마의 마음은 모른 체 언제나 쿵쾅쿵쾅 발소리를 내고 걷고 뛰는 아이들 혼내어도 언제나 자신들은 조용히 했다며 당당하다. 그러면 곧 아이들을 혼내기 시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책속의 주인공들은 마치 우리집안에 있는 사람들과 동일시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방안에 갇힌 맥스는 맥스의 방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고 어느새 방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된다. 맥스는 세상에 당당히 발을 디디며 바다로 먼 항해를 떠난다. 도착한 곳은 괴물들의 나라!! 그곳의 통치자가 된 맥스는 언제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지낸다. 신나고 즐거운 일만 가득할 줄 알았던 괴물들의 나라도 지겹고 그리운 사람들이 생각난다. 가족들, 사랑하는 이들의 생각으로 자신의 방으로 다시 항해를 해 돌아오게 된다.

혼나는 아이들 잠시의 반성의 시간을 가지는 가 싶지만, 언제 야단을 맞고 울고 불었는지도 모르게 곧 자신들만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하하 호호 웃음꽃을 피우는 아이들을 보면 기가 막히고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어쩜 저렇게 단순할까 어른들은 생각하지만 다 아이들이니까 가능한것이리라. 주인공 맥스 또한 그렇다.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에 도착하여 마음대로 행동하고 살지만, 곧 사랑하는 가족의 곁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집을 떠나봐야 집이 귀하고, 집밥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낀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린말이 없다.

맥스는 상상 여행에서 돌아와 엄마가 해주신 따뜻한 밥을 발견한다. 비록 방안에 가두신 엄마지만, 자신을 위한 사랑이 가득하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그림책 속에 가득 차 있다. 괴물이 자신들이 아니라 언제나 혼내는 엄마라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상상력 풍부한 아이들의 감수성을 건들기엔 충분한 내용이다. 괴물이 무서워보이지도 않고, 귀여운 이유는 아마도 아이들의 상상속에는 괴물이 마냥 무섭지만은 않고 자신들의 명령에도 잘 따르는 귀여운 존재라는 상상이 반영된 것 같다.

엄마한테 혼이나 방안에 갇혔기에 속상해서 마냥 눈물을 흘리고 자책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맥스는 너무도 당당하고 발칙하고 판타지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혼이 나고도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나라의 대장이 되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언제나 자신이 원하면 언제나 그 자리에 자신이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아이들 스스로가 화를 다스릴 줄 알고, 부모의 사랑을 알게 해주며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는 시간을 준 것 같다. 아이들도 이제는 자신들만의 괴물나라에 다녀오겠지...곧 돌아와야할텐데....

서로 다른 남매의 따뜻한 형제애가 그려진....

터널 ㅣ 그림책은 내 친구 2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9월

처음 책의 내용이 어떤 내용인지도 알지 못하고 단지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터널>을 선택했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유명한 작가와 상을 받은 책을 좋아한다며 좋지 않은 평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 엄마들은 00상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 하나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좋은 책이라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하는 것이다. 아마 처음에는 이 책도 많은 부모들에게 무관심한 책이었으리라.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읽히고 읽혀서 오늘날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작가의 이름도 드높여지지 않았을까 막연하게 생각해 본다.

한 소녀가 터널의 입구처럼 보이는 곳에 들어가고 있는 표지를 하고 있는데, 처음 생각에는 아이가 터널 속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무서운 괴물이 나타나거나 질퍽한 오물이 가득 들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다. 또 한편으로는 만화속의 주인공처럼 동그랗고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나면 무언가 새로운 환상의 세계, 멋진 세계로 안내하지는 않을까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책속에서의 터널은 오빠와 소녀의 소통통로이며, 새로운 환상의 세계의 연결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늘 언제나 다른 남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여동생, 활발하고 적극적인 오빠 서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밤이면 곤히 자는 오빠와는 달리 여동생은 눈이 깨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언제나 티격태격 그런 모습을 본 엄마는 "둘이 같이 나가서 사이좋게 놀다 와!"라는 말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선 남매는 엄청난 일을 겪는다.

남매를 키우는 엄마라 그런지 내용이 낯설지가 않다. 남녀라 그럴까 아니면 아이들은 다 그럴까. 다른 성격을 지닌 아이들 티격태격 할 때면 머리가 깨질듯 아프다. 도저히 이해 하지 못한 듯 당장이라도 밖으로 쫓아내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오빠는 동생이랑 놀기 싫고, 여동생은 오빠랑 놀기 싫고, 하지만 언제나 둘은 다른 선택을 할 수가 없다. 남매이니깐..... 가족이니깐......

엄마의 명을 듣고 집밖을 나온 아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성격대로 놀지만 곧 오빠는 터널을 발견하게 된다. 터널 속에 용기 있게 들어가는 오빠, 주저주저 하며 여동생은 밖에서 기다리지만 들어간 오빠는 나오지를 않는다. 언제나 싸우고 자신과 다른 오빠와 놀기는 실지만 터널 속에 들어간 오빠를 위해 여동생은 용기를 내어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무서움 가득한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한다. 하지만 오빠의 안전을 위해 차츰 발을 내딛고 축축하고 미끈거리는 터널의 끝에는 고요한 숲만이 존재했다. 어느 곳에서 오빠는 없었다. 오빠를 찾기 위한 아이의 질주, 굳어버린 오빠 여동생의 불안, 초조, 무서움은 극에 달한다. 하지만 따뜻하게 감싸는 여동생의 포옹에 오빠는 자신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무릅 쓴 동생이 대견하다.

언제나 티격태격하던 남매는 그렇게 둘만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늘 나와 다르다 생각했던 오빠, 여동생은 언제나 서로를 위해주는 가족이었던 것이다. 서로 화해하고 언제나 서로를 이해하는 소중한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남매간의 우애를 발견한다.

집에서 늘 다투던 아이들이 집밖을 나가면 180도 변신을 한다. 이 세상에서 서로가 최고인냥 서로를 위하여 챙기고 보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이런게 바로 형제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내가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의 우리 아이들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가족은 불편한 존재도 어색하고 다른 존재가 아니라 언제나 나와 같은 나의 모습 그대로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