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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래도 덮밥
이마이 료 지음, 이진숙 옮김 / 참돌 / 2020년 6월
평점 :
밥 위에 반찬을 얹어 먹는 방식인 덮밥의 일본식인 돈부리 레시피를 담은 책입니다. 요리를 편하게 날로 먹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비빔밥처럼 비벼 먹는 것이 보편화 된 한국 스타일의 제육 덮밥과는 달리 일본의 돈부리는 밥 위에 얹은 채로 떠서 먹는 스타일이라 맨밥에 어울리게 간이 좀 쎄고 비벼 먹으면 되려 맛이 떨어지기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스타일의 차이를 모른다면 영 별론데? 라는 생각이 들수도 있구요. 돈부리가 간이 쎄고 간장 위주로 맛이 단조로운건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덮밥은 밥 위에 반찬을 올려 먹는게 전부라서 이 책에 나온 ~~덮밥 이란 레시피는 실제로는 ~~란 반찬의 레시피라 딱히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그저 밥 위에 얹어 먹는 것 뿐이니 뒤에 따라 붙는 덮밥의 밥은 별 의미는 없지요. 그렇지만 밥에 얹어 먹지 않고 따로 먹기엔 좀 애매한 것들도 많아, 가급적이면 덮밥으로 먹는게 제일 낫긴 합니다.
밥 위에 얹을 반찬을 만드는게 고작이라 그리 어려운 레시피가 없다는 점이 어떤 점에서는 큰 장점입니다.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 과정이 매우 간결한 정도를 넘어서, 3장의 야식 덮밥, 4장의 바로 먹는 덮밥, 5장의 임기응변 덮밥 중에는 조리를 아예 안 하고 그냥 재료를 올리는게 전부인 레시피들도 있습니다. 연두부랑 대파 좀 넣고 간장 슥슥 처럼 그런 레시피가 꽤 있습니다.
아 그럼 이런게 무슨 레시피라는거야 싶기도 하겠지만,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일수록 실수하는 요인이 양 조절 문제도 있고 조미료 선택의 실패도 있는 등 그저 재료를 올릴 뿐인데도 실패를 할 수도 있는 것이 요리 못 하는 사람의 요리 방식인지라 이 책의 레시피는 좀 아프게 표현하자면 아이에게 요리를 가르쳐 주고 싶은데 칼질도 안 하고 적당히 재료를 섞어 간을 맞추는 것 부터 가르쳐 주고 싶다거나, 정말 기본이란게 아예 없어서 라면 조차도 어레인지를 하지 못 하는 사람에게 괜히 복잡한거 찾지 말고 이런걸 하는게 좋다 라고 할수 있을 정도로 심플한 레시피들을 통해 가벼운 요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심플한 레시피들도 많지만 그렇다고 레시피가 단조롭지는 않습니다. 일식 비중이 많아 간장 의존도가 높긴 해도 미네스트로네나 단호박 수프, 로코모코, 부야베스, 라유 스팸 토마토 덮밥, 육개장(?) 등의 레시피들도 있어서 이 출판사에서 나온 '오늘의 일인분 일식'보다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허탈할 정도로 별것 아닌 레시피들도 있다보니 개인적인 호불호가 엄청 갈릴듯한 책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일식 스타일인지라 재료 부분에서 한국에서는 잘 안 쓰는 재료들이 있는게 좀 난감한 부분입니다. 오크라나 양하는 마트에서 본적도 없는데 그나마 그 레시피 하나만 그렇고, 콘비프는 소고기 장조림으로 대체 할 수 있으려나요. 청새치는 잔인할 정도로 상관이 없고... 일본식 맛국물 수프가루는 여러 레시피에서 막히는 부분인데 위에 언급한 '오늘의 일인분 일식'이란 책의 앞부분에 가다랑어포와 다시마로 맛국물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어서 해당 책의 미리보기를 볼 수 있는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하시는 편이 좋을듯 싶습니다. 아쉽게도 알라딘에서는 해당 책의 미리보기 부분이 없네요.
그리고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일본의 600w 이하의 전자레인지를 기준으로 하는 조리법은 국내의 전자레인지에 쓰기에는 조절이 필요한 부분도 있습니다. 국내 레토르트 제품들의 전자레인지 가이드는 700w와 1000w를 기준으로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 상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음식 사진이 엄청 잘 뽑혔다는 점입니다.
어지간한 요리책들이 생각없이 사진을 찍지 않는 이상 전문가의 손을 거쳐서 맛있게 찍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봐 온 요리책들보다 좀 더 테크닉이 뛰어납니다. 반들반들한 시즐감은 기본이고 형태 무너뜨리기로 인한 식욕 자극을 단조롭게 써먹지 않기 위해 국물을 붓는 형태의 조합도 사용하고, 그 무엇보다도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 모두 레시피에 사용된 재료들이 균형감 있게 화면에 드러나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운 부분입니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요리의 결과물이란 재료가 다 드러나지 못 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의 사진은 마치 전부 일일이 조립해서 쌓은 것 처럼 모든 음식 재료가 절묘한 구도와 균형을 이루면서도 전혀 인위적인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만약 요리를 그리는 연습이나 요리 사진을 찍기 위한 좋은 예시를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 책의 요리가 돈부리라 한국 사람 입장에선 그닥 애매한것 뿐이지 빵 사진이었다면 지금 당장 빵집으로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의 퀄리티입니다. 사진 작가를 따로 없는지 책에 안 나와서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보니 다른 책의 사진도 잘 나온걸 보면 저자가 제빵을 안 한게 안타까울 정도네요.
전체적으로 호평을 하긴 했으나, 호불호를 강하게 타는 책입니다. 레시피의 난이도나 짠맛 위주의 쏠림 문제나 한국인 입맛에는 그닥 안 끌리는 메뉴라던지 등등... 그래서 구매 전에 목차를 읽고 좀 고민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렇긴 해도 레시피가 정말 심플해서 따라하기는 매우 쉬운터라 가볍게 편하게 하고 싶다면 괜찮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