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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사로잡는 만화 컷 분할 교실
후카야 아키라.도쿄네임탱크 지음, 황미숙 옮김 / 삼호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25년 경력의 만화가가 전해주는 컷분할 수정 요령.
25년의 경력이지만 국내에 정발된 작품도 없어서 한국에는 잘 안 알려져 있는데, 대체로 단권 위주의 단편 작품을 내고 가장 긴게 6권 분량의 만화를 그린 만화가입니다. 그래도 출간한 만화는 많아서 작품의 수는 커리어에 전혀 부족하지 않고 영상화도 한 적 있으니 경력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는 만화가입니다. 다만 25년이면 그보다 더 쟁쟁한 커리어와 실력을 지닌 만화가들이 많아서 네임밸류가 부족하다는 점은 좀 애매한 부분입니다. 25년이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게 페어리테일의 마시마 히로가 올해로 25년인가 26년이겠군요. 사실 경력 20년 넘고 연재 오래한 만화가 중에서 실력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긴 합니다. 특히 만화를 잘 그리는 만화가는 페이지를 펼쳤을 때 구도와 컷 배치가 남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라 그런 만화가의 만화는 그 자체로 교보재 수준이기도 하지요.
아무튼 저자가 경력이 길다고 해서 잘 가르치냐고 하면 좀 애매한 느낌의 그런 책입니다.
이 만화에서 컷 분할의 테크닉, 노하우를 알려주는 페이지는 40페이지도 안 되며 그 내용 조차도 좀 뭉뚱그리거나 애매하게 개요 정도만 설명하는데 그칩니다. 그럼 나머지 페이지는 대체 뭔가 하면 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콘티를 수정 해 준 것들과 저자의 과거 작품을 개선한게 전부입니다.
이런 식으로 내용을 채우는건 대체로 명확한 커리큘럼, 가르치려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계획이 없을 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런 책을 통해서 배우려고 해 봐야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뜬구름 잡듯이 애매한 예시를 통해서 배워 봤자 기초가 없으면 오락가락 할 뿐입니다. 안 좋은 형태죠.
만화가를 소재로 하는 만화들이 만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며 컷 분할의 기술을 소재로 설명하는 걸 생각하면 이 책은 그렇게나 설명 할 내용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대했던 내용에 한참 못 미칩니다.
물론 만화라는게 단순한 일러스트가 아니어서 작가의 스타일에 따라 스토리를 요리하는 방식에 맞춰 컷의 조합이 달라지곤 하지만, 최소한 월간순정 노자키군에 나온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컷 만들기나 중쇄를 찍자에 나온 스마트폰 방식으로 읽는 타입의 컷 연구 같이 작가의 개성이나 철학,이론이 포함된 이야기가 나와 줄 것을 기대했으나 전체적으로 별 내용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사선 컷의 활용법 정도가 전부입니다.
컷 테크닉 부분은 부족하긴 해도 별거 없는 40페이지도 못 채우는 컷 분할 테크닉 외 나머지 내용들 중 학생들의 콘티를 첨삭 하고 고치는 부분은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습니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컷을 줄이고 독자에게 보여줘야 할 캐릭터를 잘 보이도록 배치하며 단조롭지 않게끔 배치를 바꾸는 등의 수정을 보며 어떻게 고쳐야 더 나은지를 알수 있는 점은 컷 분할에 익숙하지 않거나 감각을 단련하지 못 한 사람에겐 유용한 예시입니다.
하지만 수강생 콘티의 첨삭과 강사의 콘티 해설로 1콘티당 4페이지면 될 것을, 원본 콘티까지 넣어서 분량을 두배로 늘리고,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을 절반으로 줄인 것은 그저 그렇습니다. 첨삭과 해설쪽 콘티는 크기가 줄어드니까 가독성이 줄긴 하겠지만 편집을 좀 신경 써 주던지 아니면 수강생,강사 콘티를 이어서 앞쪽에 놓고 다음에 첨삭과 해설을 붙여놔도 될 것을 안 해 줘서 페이지를 넘기는 번거로움을 가중시킨건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뒷부분에 짤막하게 저자의 20년전 만화를 수정한 것의 예시가 나오기는 하는데 크게 나아졌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자기 자신의 작품은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긴 하겠지만 수강생 콘티를 고쳐준 부분을 생각하면 그것과 같은 형식으로 고칠 부분이 있음에도 고치지 않은 점이 여러모로 미묘합니다. 그래서 저자의 과거 만화 수정 페이지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대신 분량은 짧아서 크게 낭비되는건 아니어서 넘어갈수 있는 정도입니다.
컷 분할의 명확한 규칙이나 이론,테크닉,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분에게는 추천하기 힘든 책이고, 대신 콘티의 형태와 수정에 관심이 있거나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콘티들을 보며 어떻게 개선을 해 나가는지에 흥미를 가지시는 분이라면 괜찮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