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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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광팬들로 인해 나 역시 궁금함에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를 읽기 시작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화성에서 산다는 얘기가 SF나 미스터리, 그리고 표지에서 보이는 포스를 봤을 때 뭔가 특별한 대체 불가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물론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맞다. 정말 절대 원하지 않는 세계. 초반부를 읽으며 이사카 고타로 작가가 의도한 대로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매우 심히 거슬리고 심리적으로 불편하고 화도 나고 황당함을 느꼈다. 인간의 심리를 너무 잘 파고든, 특히 부정적인 측면의 인간성을 크게 부각시켰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사실 상상만 해도 무섭고 섬뜩하다.

센다이 지역에서 마녀사냥을 한다. 죄가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다. 평화경찰이라는 단체를 내세워 사람들을 옭아매고 무조건 죄를 자백하게 만든다. 초반부를 읽으며 영화 변호인을 생각하게 했다. 평화경찰들은 진심으로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정의롭다고 믿는 부분을 읽으며 예전에 심리학 수업에서 배웠던 스텐포드 감옥 실험 또한 회상하게 되었다. 가상 형무소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실험에 참가를 했고,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로 집단심리학을 연구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중도에 멈추어야 했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환경에 의해 얼마나 공격적이고 사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실험이다. 사전에 지시한 것도 없는데 교도관 역할을 한 사람은 어느 순간 집단행동을 보이며 죄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정말 죄수를 대하듯 끔찍한 일들을 벌이고, 죄수들 역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인데 죄수 역할을 하던 사람들도 정말 죄수가 된 것처럼 폭동을 일으키고 탈출을 계획하는 집단행동을 보였다는 실험을 연상케 했다. 사실 그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손을 들고 "저 이 실험 그만할래요!" 하면 될 것을 말이다. 

정의의편이 나타났다! 부터는 가속도가 붙어서 읽기가 훨씬 좋아졌다 싶다가 점점 앞 장에서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다시 다 등장하는데 이름이 너무 헷갈려서 초반부를 좀 더 꼼꼼하게 읽을걸 하는 후회도 되었다. 아직 나에겐 일본 이름이 익숙지 않아 비슷하면 구별을 못하기 때문에 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냥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도 없다. 어쩌다 이렇게 저렇게 연결되고 반전 또한 엄청나 책을 읽으며 허걱 하고 탄성을 지르기까지 했다. 
'아~ 이래서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팬이 많구나~' 란 생각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앞으로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책을 읽을 땐 꼭 등장인물을 정리해가며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또 다른 책이 무엇이 있나 검색을 해봤더니 리스트가 엄청나다. 나도 이참에 이사카 고타로 월드에 빠져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신이 난다.


경찰의 눈을 피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땅은 없어.

도망쳐봐야 소용없긴 해요. 도망치면 칠수록 가까워지니까.

지구는 둥글잖아요. 진심으로 도망치고 싶으면 화성으로 가는 수밖에 없죠.

pg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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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남긴 27단어 생각쑥쑥문고 14
샤렐 바이어스 모란빌 지음, 정용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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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소설책을 만났다. 이 책은 연령 상관없이 읽어도 좋은데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읽으면 특히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아가 형성되며 정체성에 대해 다소 혼란이 올 수도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생활,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통해 어른이 되기까지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시기에 <엄마가 남긴 27단어>의 주인공 코비를 만난다면 뭐가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혹 이미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 책은 심리치유나 심리치료에도 좋은 작용을 할 수 있을 것같다. 그리고 부모들에게도 좋은 책이라 생각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네 인생에서 우리도 정말 어떤 죽음을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데, 그전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과 추억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며,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 또 한번 감사한 생각이 들게 한다.

샤렐 바이어스 모란빌 Sharelle Byars Moranville은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동화를 집필하는데 그 외에도 가드닝도 하고 선생님이기도 하단다. <엄마가 남긴 27단어>에도 가드닝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 작가의 이야기인가 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해지고 짠하고 애틋하고 대견하고... 따뜻한 형용사들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서정적인 문체와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해주어 읽으면서도 등장인물의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고 귀엽다.

5년 전에 부모님을 갑자기 잃은 코비와 브룩, 그 후 할머니와 프랑스 파리로 가 살던 중, 할머니는 그녀의 첫사랑인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기로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시느라 잠시 아이들은 미국으로 전학 오고 웜 삼촌과 당분간 같이 살기로 한다.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을 한꺼번에 급작스럽게 잃어버린 상실감으로 인해 브룩은 강박증에 걸렸고, 코비는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실제 부모님이 돌아가신 걸 모르고 진실로 부모님을 기다린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부모님들을 자주 만난다. 코비의 엄마가 살아있을 때 엄마는 코비에게 마법의 단어 27개를 주는데 이것이 코비가 살면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믿는다. 실제 사용하는 방법은 모르고 어떤 건 읽을 줄도 모르지만, 열심히 사용해 보려는 모습에서 아마 많은 독자들은 가슴이 뭉클했을 것이다.

코비가 미국에서 적응을 해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코비가 수업 중 부모님의 사망에 대해 발견했을 때, 그리고 혼란에 빠졌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로 인해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진 코비와 브룩을 보며 나도 함께 마음이 성장이 되는 기분이었다. 비록 부모님을 잃었지만 주위에 사랑을 주고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따뜻하고 소중한 책을 만나 마음마저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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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남긴 27단어 생각쑥쑥문고 14
샤렐 바이어스 모란빌 지음, 정용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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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소설책을 만났다. 이 책은 연령 상관없이 읽어도 좋은데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읽으면 특히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아가 형성되며 정체성에 대해 다소 혼란이 올 수도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 학교생활, 부모님과의 관계 등을 통해 어른이 되기까지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되는 시기에 <엄마가 남긴 27단어>의 주인공 코비를 만난다면 뭐가 굉장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혹 이미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라면, 이 책은 심리치유나 심리치료에도 좋은 작용을 할 수 있을 것같다. 그리고 부모들에게도 좋은 책이라 생각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네 인생에서 우리도 정말 어떤 죽음을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데, 그전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과 추억을 만들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며,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 또 한번 감사한 생각이 들게 한다.

샤렐 바이어스 모란빌 Sharelle Byars Moranville은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동화를 집필하는데 그 외에도 가드닝도 하고 선생님이기도 하단다. <엄마가 남긴 27단어>에도 가드닝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 작가의 이야기인가 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해지고 짠하고 애틋하고 대견하고... 따뜻한 형용사들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서정적인 문체와 아이들의 심리를 너무 잘 표현해주어 읽으면서도 등장인물의 캐릭터들이 사랑스럽고 귀엽다.

5년 전에 부모님을 갑자기 잃은 코비와 브룩, 그 후 할머니와 프랑스 파리로 가 살던 중, 할머니는 그녀의 첫사랑인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기로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시느라 잠시 아이들은 미국으로 전학 오고 웜 삼촌과 당분간 같이 살기로 한다.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을 한꺼번에 급작스럽게 잃어버린 상실감으로 인해 브룩은 강박증에 걸렸고, 코비는 기억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실제 부모님이 돌아가신 걸 모르고 진실로 부모님을 기다린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게 부모님들을 자주 만난다. 코비의 엄마가 살아있을 때 엄마는 코비에게 마법의 단어 27개를 주는데 이것이 코비가 살면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믿는다. 실제 사용하는 방법은 모르고 어떤 건 읽을 줄도 모르지만, 열심히 사용해 보려는 모습에서 아마 많은 독자들은 가슴이 뭉클했을 것이다.

코비가 미국에서 적응을 해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겠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코비가 수업 중 부모님의 사망에 대해 발견했을 때, 그리고 혼란에 빠졌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로 인해 더욱 성장하고 성숙해진 코비와 브룩을 보며 나도 함께 마음이 성장이 되는 기분이었다. 비록 부모님을 잃었지만 주위에 사랑을 주고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따뜻하고 소중한 책을 만나 마음마저 훈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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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몽실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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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사쿠 다쓰키는 원래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소설을 위해 '형사 소송법'관련 글을 읽다 흥미를 느껴 법조계에 몸을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을 읽는데 정말 법, 재판, 취조 등의 묘사가 너무 리얼하였다.

이야기는 엄청난 부자인 와타나베 쓰네조의 외동딸 미카가 납치되면서 시작된다. 와타나베 쓰네조는 사실 엄청 가난하였으나 토건 사업, 금융업 등을 하며 엄청난 재산을 불린다. 남의 눈에 눈물을 많이 흘리게 한, 피도 눈물도 없는 와타나베 쓰네조. 그의 와이프 미키코는 그보다 거의 20살이나 어리며, 18살에 미카를 낳고 안주인이지만 시종 노릇을 하며 숨죽여 지낸다. 그러던 중, 미카가 늦는다 싶더니 한 통의 전화가 온다. 귀에 익은 목소리,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는 미카의 목숨 값으로 1억 엔을 요구한다. 미카 구출작전을 진행 중, 1억 엔을 차량 밖으로 던지라는 범인의 말에 경찰들은 말을 안 듣고, 미카는 결국 죽은 채 발견된다. 

이 책은 1, 2부로 나누어진다. 1부에서는 미카를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어설프게 걸려든 고바야시 쇼지가 경찰 조서를 받으며 졸지에 살인죄를 지어 사형이란 선고를 받는 과정을 그려낸다. 그리고 2부에서 가와이 국선 변호사로 인해 쇼지의 무죄를 논리적으로 서술이 되며 조금의 희망이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소름이 끼쳤던 것은 경찰 조서를 받으며 죄 없는 사람도 죄를 지은 범인으로 몰리는 과정이 숨 막히게 리얼했고 나 역시 그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난 그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과연 쇼지가 어리바리해서 당했을까? 누구나 그 상황에 있으면 그렇게 되려나? 나는 어땠을까? 란 생각을 하며 읽으니 소름이 쫘악 끼쳤다. 나 역시 법 쪽으로 전혀 아는 바가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새로운 법적 용어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심지어 몽실카페의 깜짝 퀴즈 중, 1심이 언제 했냐는 질문에, 1심과 1 공판의 차이의 용어 개념을 찾아보며 공부를 했다. 옷에는 지문이 묻지 않는다는 걸 평범한 사람이 어찌 알겠으며, 어디까지 경찰에서 나에게 답하기를 요구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른다. 빠져나올 구멍이 안 보이면 정말 그 상황이 미치고 펄쩍 뛸 일이 아닌가. 아무도 내 편은 없고, 법 쪽으로 아는 것도 없고, 뭔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고 하면, 내가 만약 쇼지였다면 그보다 더 현명하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더불어 내 편이라고 온 비윤리적인 오카무라 변호사가 나를 변호하는 것이면?

힘없고 빽도 없고 무식하면 이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에 법이 과연 누구를 보호하는 것인지 안타깝다는 생각뿐이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개인의 이해관계 때문에 한 인간의 인생을 저렇게 처참하게 밟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며 1부를 읽는 내내 속이 부글부글 거렸다.

2부에서는 의리 있고 정의로운 가와이 도모아키 변호사의 등장으로 쇼지의 무죄라는 논리가 세워지며 경찰에서 잘못한 점들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장면이 너무 멋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모아키 변호사의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2부를 읽으며 느꼈던 통쾌함이란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와타나베 쓰네조는 딸의 죽음이 돈을 요구하기 전인지 후인지에만 집착하고,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심증은 있으나 세상에 드러내기엔 너무 슬프고 무섭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미키코, 어떻게 해서든 미카의 죽음이 범인이 돈을 요구하기 전의 시간에 죽었다고 조작을 해야 하는 모리타 현경본부장, 잘못인 줄 알지만 개인과 조직의 이해관계로 인해 진실을 묵인하는 나이토 교수, 오키타 경위 및 많은 사람들을 보며,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도 나이토 교수처럼, 오키타 경위처럼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 란 씁쓸한 생각도 든다.

여느 범죄 추리소설보다 더 현실적인 추리소설을 만난 것 같다. 읽는 내내 분통이 터졌지만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엔딩이었고, 이 소설을 읽으니 법에 관한 기본 교양서적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세상에 가와이 도모아키 변호사와 같은 정의롭고 의로운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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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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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넘치는 사랑이 있기도 하지만 상대를 위한 배려가 오롯이 사랑으로 담긴 100도가 아닌 36.5도의 사랑 이야기를 만났다.

이야기는 모니카가 리노에게 곧 결혼을 할 거라는 통보와 함께 시작된다. 리노보다 7살 연상인 모니카,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지만 세속적인 세상에서 나이 차이를 극복하기란 여간 어렵다. 신학대학에 가려 공부하는 리노를 리노의 어머님의 부탁으로 모니카는 의과대학에 진학할 것을 장려하고, 리노를 자신의 목장으로 데려와 공부를 도와준다. 모니카 역시 결혼을 하기로 했던 준걸이 있는데 완전 세상 둘도 없는 나쁜 남자, 파혼을 했음에도 자꾸 모니카 주변을 돌며 괴롭힌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에 욱하는 마음마저 든다.

마음에 이미 상처가 있는 모니카, 불붙는 사랑을 간직한 리노, 그들의 나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 모니카는 결혼을 하고 리노가 모니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나쁜 준걸을 막아주는 일 뿐이다.

7년 먼저 떠난 리노의 누나가 부활이라도 한 듯 모니카가 리노의 가족에 다가왔고, 리노 역시 모니카의 부모에겐 먼저 떠난 아들뻘이라도 되는 마냥 대해준다. 아무리 그래도 고3과 7살 연상 누나와 한방에서 같이 자는 설정은 좀 비상식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각자의 인생을 걸어가며 봉착한 새로운 인연들, 리노와 모니카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각자 리노의 입장에서, 그리고 모니카의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간혹 한 사람의 입장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어 상대방의 생각이 궁금했던 소설이 몇 있어서 <바람으로 그린 그림>은 이 점에서 명쾌했다.

사랑하지만 이룰 수 없는, 윤리적 사랑은 무엇이고 순고한 사랑은 무엇일까? 과연 모니카와 리노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사랑의 결실을 맺었으면 어땠을까? 

어찌 보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서로를 사랑했다. 그저 방법을 표현할 줄을 제대로 몰랐을 뿐. 파혼을 하고도 모니카 주변을 맴도는 준걸도 마음의 병으로 인해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시몬과 아녜스.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저자 김홍신의 말처럼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라는 말처럼 추억과 상처를 끌어안는 영원한 사랑의 향기를 맡아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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