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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인지 학습법 - 생각하는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
리사 손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느껴야 한다. 그리고 공감해한다.
나의 삶을 살면서도 그래야 하겠지만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서 더더 이 생각이 많이 든다. 리사 손 박사가 집필한 『메타인지 학습법』에 대해 주변 지인에게 들었고 궁금했던 차에 드디어 읽어 보았다. 읽은 지는 한참 되었는데 너무 주옥같은 말씀이 많아서 오히려 글로 남기는 게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우선 너무 강추하고픈 책이다. 그리고 여러 번 다시 보게 되는 책이다.
그냥 학술적으로 증명된 fact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솔직한 인간 리사 손 박사의 경험담이 함께 녹여져있어 이해하기도 좋고 너무나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와 매우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부분에 반가웠고 나의 생각이 심하게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위안이 되기도 했다. 밑줄도 엄청 긋고, 메모도 많이 남기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다. 그리고 신랑과도 폭풍 수다...
우선 나만의 경험, 다양한 책들을 통해 대략적인 교육철학을 세우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요즘, 이 책을 만나 나의 생각이 더 정돈된 기분이 들었다. 메타인지의 정의도 정확하게 알게 되었고, 우리 아이가 삶의 주체가 되게 해주려면 나는 어떤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흔히 메타인지가 공부 잘하는 방법으로 생각하는데 아주 큰 오해라는 점, 메타 인지는 평생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며 학생보다 성인에게 더 필요한 능력이라는 점이란 걸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내가 어린 시절부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메타인지 발달이 우연히, 저절로, 어쩔 수 없이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도와주지?
메타인지를 키우려면 자기 자신의 상태를 잘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더불어 많은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잘 안다고 착각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왜냐? 난 아이를 잘 안다고 착각하지 않으니까.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어찌 알겠느냐? 뭐 이런 노래 가사도 있지 않나? ㅋ
어쨌든, 나도 아이를 잘 모르겠어서, 내가 선택한 지도하는 방법은, 이런저런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파악하고, 직간접 경험을 통해 본인을 알아가라고 지도하곤 한다. "난 네가 아냐, 난 너의 마음을 다 읽을 수 없어! 너 스스로 너를 알아가려고 노력해야 해!" 그래서 공부를 할 때, 스케줄을 짤 때도 오롯이 아이가 주체가 돼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이다. 이건 좀 내가 잘하고 있네~ 스담스담 ㅋ
부모와 아이를 혼란으로 빠뜨리는 학습화된 세 가지 착각을 저자는 말한다.
1. 빠른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2. 쉬운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3. 실패 없는 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 세 가지 착각을 바로잡아야지 아이도 부모도 자신감도 믿음도 생겨나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근데, 이 세 가지를 사람들이 정말 착각을 하는 걸까? 이 부분에서 착각일 수 있지만, 나 역시 그렇게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뭔가 더 내가 착각을 하고 있는 걸 찾고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것 learning' 보다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 learning to learn'이 메타인지의 기술이다. 그래서 스스로 학습이 중요하고, 자신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고, 본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그래서 중요한가 보다.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 정말 지당하신 말씀 같다.
그래서 내가 사교육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나 보다. 아이가 배울 자세가 되어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러 학원이든 과외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찬성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님의 등에 떠밀려 학원을 가고, 학원을 가서도 자신이 뭘 아는지 모르는지도 모른 채, 옆에서 떠먹여주는 지식을 받아먹고 있다. 심지어 가고 싶지 않아 하는 아이들은 학원에서 친구들 만나는 걸 위안 삼아 열심히 학원 전기 요금과 임대료를 내주고 있다. 학원 근무를 짧게 해봤지만, 학원에서 빛을 보는 아이는 정말 한 손에 꼽는다. 사실 나머지 아이들은 그냥 집으로 돌려보내 학습할 자세를 먼저 익히고 와야 할 텐데... 란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았다. 그들의 부모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학원에 보내면, 학원 선생님이 가르치면 아이가 나아질 것이라 희망한다. 그냥 희망일 뿐은 걸, 지갑 다 털리고 나서야 아시게 될까? 난 할 만큼 했어, 돈 썼잖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는 마음일까? 란 생각도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학원 근무를 하며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아이들, 부모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기분이 들어 학원 근무를 그만두기도 했다.
학원의 수준이 올라가려면 부모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 부모의 수준이 올라가야 아이들이 바꿀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 학교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생을 경쟁심으로 여기고, 학습의 본래의 의미를 놓치는 점이 나 역시 안타깝다.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를 학원 선생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면 "저번 학원 선생님은 공부를 너무 안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옮겼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부모가 많다. 사실 선생님은 정보 전달자에 불과하다. 학습은 오롯이 아이의 몫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거꾸로 생각하면 아이가 아닌 선생님에게 집중하게 된다. 학습은 분명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인데 선생님이ㅇ 해결해 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 아이는 애초부터 공부와 거리가 먼 아이'라며 자포자기하는 부모가 있다. pg147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대목은 동화작가 제프리스 테일러 Jefferys Taylor 가 재해석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이다.
거북이가 한참 걸린다고 놀리는 토끼에게 거북이가 한방 날린다. 거북이의 걸음걸이가 오래 걸릴 수는 있어도 자신의 속도에 만족한다고. 만약 토끼가 그렇게 달리기가 자신 있다면 80km 경주해보자고.
너무 공감하는 말이다. 우리의 인생도 너무 토끼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건 아닐까.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한국에서는 대학교 입학이 이렇게 중요할 수 없다. 아이를 낳을 때는 몰랐는데 초등학교 입학하니까 무슨 다 시험 준비생처럼 아이를 치열하게 키운다. 헐~ 대학교 입학이 마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취급하고, 대학교 입학을 안 하면 실패자 취급을 한다. "모든 대학이 다 좋은 대학이야~ 네가 가서 어떻게 공부를 하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어~"란 야기를 쭈욱 듣고 큰 나에겐 너무 안타까운 한국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나는 팔랑귀가 안돼서 초심을 잃지 않고 아이를 대할 수 있을까? 자꾸 전염되는 기분이 들어 더더 귀를 차단하게 된다. 근데 만약 우리 아이가 나를 원망하면 어쩌지? 남들 엄청 시킬 때 자기도 시켜주지 그랬냐고. 흠...
걸음이 느리다고 놀리는 토끼에게 "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근데 네가 꼭 경주를 해야겠다면 우리 한번 해보자"라는 거북이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저자는 말한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려나? 란 생각이 든다. 만약 우리 아이가 오히려 나를 원망하며 더 빡세게 다른 아이들처럼 지도해주지 그랬냐고 원망하면 난 어쩌지? 하고 말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란다~라고 말하는 나에게, "그럼 뭐가 당장 중요한대요?"라고 말하면, 어쩌지? 에이, 설마, 안 그러겠지? ㅋㅋ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져야지 ㅋㅋㅋㅋ
서두르지 말고 그러나 쉬지도 말고, 조급함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에 대한 내용도 매우 공감한다. 선행 학습에 익숙한 아이들은 자신의 실제 실력보다 자신의 수준을 높다고 착각한다고 한다. 학습을 놀이처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진지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내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면 아이 스스로 속도와 깊이의 균형을 잡을 기회를, 시간을 줘야 한다.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를 알아가기 위해 옆에서 좋은 질문을 해준다면 더더 좋을 것 같다.
학습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생각보다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과정 또한 쉽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가 이런 생각을 가지는 순간 비로소 아이는 자신이 느리다고 창피해하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자신의 메타인지를 발달시킬 수 있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pg 194
남과 비교하는 걸 끔찍이 싫어하는 나다. 나는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 안 하는데 아이가 오히려 다른 엄마들과 나를 비교해서 버럭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엄청 폭풍 대화를 나누었었다. 우리 아이가 어떤 점에선 잘 하고 어떤 점에선 매우 부족하지만, 개선하고 있는 중이라고 인정하는 자세는, 역시 바른 것이었다는 생각에 꼭 신랑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야기해야겠다. 내가 워낙 뭐든 느린 사람이었어서 그런지 아이가 느려도 이해가 참으로 잘 된다. 그래서 나도 아이도 크게 개선을 못하나? 란 생각에 살짝 든다.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대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잘 설명이 되어 있어 너무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어떤 조력자가 돼야 하는지 더 명확히 인지할 수 있어서, 그리고 나의 어설픈 논리가 꼭 틀리지 않았음에 위안을 얻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그 꿈을 끊임없이 가질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는 생각하는 조력자가 되어야겠다.